LIFESTYLE 윤형근의 문장들

작품 속 간결하고 묵직한 먹빛 기둥처럼 생전 과묵했던 윤형근 작가의 말과 생각을 담은 단행본 <윤형근의 기록>이 출간되었다.

2021.1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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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mories of Yun Hyong-Keun Art Package Limited Edition. Courtesy of Pkm Gallery. Photo by Lee Hyunseok

 

 

단색화의 거목 윤형근 작가는 타계했지만 그의 말과 생각은 남았다. PKM 갤러리가 PKM BOOKS를 론칭하며 작가가 화첩, 메모첩, 서신을 통해 남긴 문장을 모은 단행본 <윤형근의 기록>을 펴낸 것. 1974년부터 2004년까지의 글 중 300여 점을 선별하고 최초 공개 드로잉 이미지 70점을 함께 묶었다. 첫 페이지, ‘예술은 그 무슨 의식이 아니다. 절실한 인간의 기록일 뿐이다’란 문장으로 시작되는 책은 생전 말수가 적고 인터뷰를 많이 하지 않았던 작가의 생각을 진솔하게 담아 더욱 의미 있다.


윤형근 작가는 1970년대 들어서며 색을 절제하고 하늘을 상징하는 청색과 땅을 의미하는 다색을 섞어 만든 먹빛을 화포에 거침없이 붓질해 그어 내렸다. 그리고 이를 천지문이라 불렀다. ‘내 그림은 잔소리를 싹 뺀 외마디 소리를 그린다. 화폭 양쪽에 굵은 막대기처럼 죽 내려 긋는다’, ‘나는 그 좋아야 했던 20대 청춘을 악몽 속에서 지냈다. 그래서 다사롭고 고운 색채가 잠깐 사이에 사라지고 어둡고 쓰거운 빛깔로 되어버렸는지도 모르겠다’ 등 책 곳곳에서 간결하고 묵직한 울림을 주는 화풍이 탄생하기까지의 생각과 모색의 여정을 그의 육성으로 들을 수 있다. 

 

 


책에는 윤형근 작가의 예술가로서의 면모뿐만 아니라 한 아이의 아버지이자 인간으로서의 모습도 여실히 드러난다. ‘너와 헤어진 지 10일이 되는데 참 오래된 것만 같고 참 네가 보고 싶구나. 아빠는 이곳에 와서도 네가 보고 싶고 엄마도 보고 싶고 해서 아빠 전람회만 끝나면 곧 돌아갈 생각이야’라며 일본 도쿄에서 보내는 편지나, ‘성렬이는 이 다음 미국 와 살면 스키를 꼭 사줘야지’란 미국에서의 일기 등 애정 어린 글귀가 빈번히 등장한다. “40세 무렵 자식을 본 윤 화백의 아들 사랑이 극진했다”는 PKM 갤러리 박경미 관장의 말처럼 아들에 대한 애틋함을 느낄 수 있다. 더불어 김환기 작가의 제자이자 사위였던 그는 김환기 작가를 아버지라 부르며 각별함을 표현했는데, 김환기 작가가 작고할 무렵의 기록에서 ‘아버지는 볼 수 없고 아버지의 예술만 보니 허망하다’ 등 애틋한 그리움이 생생하게 묻어난다. 


PKM 갤러리는 <윤형근의 기록> 출간과 함께 198개 한정 제작한 아트 에디션도 선보였다. 책과 함께 메모첩 실물 복각본 3권, 회화 아트 프린트 1점으로 구성했다. 특수 촬영부터 시작해 실물과의 미묘한 톤까지 맞추는 등 각고의 노력을 기울여 완성했다고. 10월 22일부터 11월 14일까지 진행한 출간 기념 전시에서 아트 에디션의 실물을 만나볼 수 있었는데, 얼핏 보았을 때 복각본임을 알아챌 수 없을 만큼 높은 완성도를 자랑했다.  

 

COOPERATION PKM 갤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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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EDITOR : 양혜연PHOTO : PKM 갤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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