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STYLE ESTHETIC VALUE OF SPACE

환상적인 나폴리 해안을 품은 채 천년을 이어온 유서 깊은 고성. 이곳에는 오래된 것이 지닌 미학적 가치를 현재에 되살리는 인테리어 디자이너의 뜻깊은 보금자리가 고요히 빛을 발하고 있다.

2018.0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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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서나 눈부시게 푸른 나폴리 만을 파노라마로 감상할 수 있는 거실. 기존의 실내 구조를 살리고 불필요한 장식을 거둬낸 덕분에 빼어난 외부 전망을 인테리어의 일부로 끌어들일 수 있었다.

 

이 집의 방과 방을 연결해주는 홀이자 연회 공간에는 스튜디오 MUD의 두 건축가 필로메나와 모니카가 조각품처럼 만든 원형 테이블이 중심에 자리한다. 벽면에는 접이식 우드 스툴을 아트워크처럼 걸어두었다.

 

1 벽화를 그려 넣은 욕실 벽면에 리넨 수건을 걸어놓아 자연스러운 데커레이션 효과를 유도했다. 2 집을 개조한 건축가 겸 인테리어 디자이너 필로메나 카란젤로(Filomena Carangelo)와 모니카 비투치(Monica Vittucci). 3 테라초 바닥을 살린 침실에서 바라다본 복도 전이 공간과 그 뒤로 이어지는 건축 작업실 겸 스튜디오.  

 

나폴리 지중해를 품에 안고 사는 기분은 어떨까? 그 궁금증을 풀기 위해 찾아간 곳은 무려 900년대에 지어진 귀족의 고성이자 지금은 예술적인 감성 물씬 풍기는 디자인으로 유명한 여성 건축가 필로메나 카란젤로(Filomena Carangelo)와 모니카 비투치(Monica Vittucci)가 개조한 집으로 기대해도 좋을 만한 조합이다. 그런데 막상 이 집에 발을 들여놓는 순간 사람들의 반응은 두 가지로 나뉜다. 파노라마로 펼쳐지는 푸른 바다와 하늘 전망에 극찬을 아끼지 않는 부류와 다소 황량한(?) 인테리어 디자인에 실망 아닌 실망을 하는 경우로 말이다. 
“충분히 이해합니다. 저희도 처음 이 집을 만났을 때 어떻게 해야 전망도 돋보이고 실내도 아름다울 수 있을지 치열하게 고민했으니까요.” 모니카와 팔로메나가 처음 이 집을 만났을 때를 회상한다. 창 너머로 폼페이를 집어삼킨 무시무시한 베수비오 화산이 보이지만 그 위로 펼쳐진 저물녘 하늘은 황금을 머금은 듯 부드러운 황혼으로 물들고 있었으니. “무척이나 오묘했습니다. 평화롭고 고요하다 싶더니 마음속 무언가를 끓어오르게 할 만큼 정열적인 느낌이 들었거든요. 그래서 우리는 주저 없이 이곳에 우리만의 창의성을 아낌없이 발휘해보기로 결심했습니다.” 건축 디자인 스튜디오 MUD를 공동 운영하는 모니카와 팔로메나는 이곳을 자신들의 스튜디오이자 생활 공간으로 개조하기로 합의하고, 우선 그 영역을 어떻게 나눌지 고심했다. “이에 대한 해법은 의외로 쉽고 명확했어요. 베수비오와 푸른 바다, 지역의 아름다운 경관을 존중한 열린 구조, 이것이 인테리어의 전부라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모니카는 이를 두고 ‘마이너스 인테리어 디자인’이라 표현한다. 벽을 허물어 구조를 완전히 바꾸기보다는 침실과 욕실을 제외한 모든 공간의 문을 제거해 자연스럽게 오픈 스페이스가 완성됐다. 마이너스 인테리어는 마감재에 있어서도 일정하게 적용되었다. “전 주인은 바닥은 옛 모습 그대로 잘 살려 썼지만 벽면은 예외였어요. 화려한 몰딩과 현란한 벽지는 창밖 풍경에 시선을 줄 여유를 허락하지 않았습니다.” 팔로메나는 과감하게 벽지를 뜯어냈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전에 붙였던 벽지들의 레이어가 하나둘 드러나더니 재미있게도 벽의 최종 표면은 고풍스러운 벽화처럼 보이는 게 아닌가. “우연이라 할 수 있지만 이에 힌트를 얻어 벽면을 매우 개성 있게 마감할 수 있었습니다. 벽지를 일일이 걷어내면서 이른바 역사의 가장 아름다운 흔적만 남기고 시간이 선사한 자연스러운 색감만 드러나도록 했으니까요.” 팔로메나는 이를 돋보이도록 하기 위해 벽면에 있던 몰딩을 제거하고 그 자리를 흰색 페인트로 칠했다. 이는 극적인 대비를 끌어내며 집 안 분위기를 획기적으로 변화시켰다. 오랜 역사를 간직한 고풍스러움과 이를 깔끔하게 정리해주는 네모반듯한 사각형의 프레임. 벽면을 주시하면 마치 흰색 액자 안에 물감이 자연스럽게 번진 추상화가 담긴 듯 보이지만 이를 의식하지 않을 때는 오로지 창밖 풍경만 눈에 들어온다. “벽지를 뜯어내며 하늘과 바다를 닮은 푸른빛과 마을 주택에서 보이는 붉은색과 베이지 톤이 주조색이 되게끔 의도했습니다.” 팔로메나의 섬세한 의도 덕분에 바깥 풍광과 같은 보호색(?)으로 단장한 실내는 전망을 집 안의 일부로 끌어들였고, 나폴리의 빼어난 경관을 닮은 실내는 두 건축가가 의도했던 ‘마이너스 인테리어 디자인’ 또한 효과적으로 실현해주었다. “앞서 언급했듯 저희는 사적인 공간을 제외한 모든 곳을 개방적으로 연출하고 싶었어요. 그래서 문도 없애고 장식적인 요소도 제거했지만 이를 완벽한 여백이자 ‘무(無)’의 상태로 만든 결정타는 ‘보호색’으로 단장한 벽면이라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벽면의 자연스러운 색감은 집 안팎의 경계까지 허문 셈이니까요.” 
팔로메나와 모니카는 이 집을 통해 ‘비움의 미학’을 은유적이면서 세련된 언어로 표현하고 싶었단다. “오브제는 보일 듯 말 듯, 가구는 있는 듯 없는 듯, 그런 디자인으로 선택해 공간 자체를 공기를 닮은 여백으로 완성하고 싶었습니다.” 인테리어의 대미를 장식할 가구와 오브제 선택은 당연히 신중을 기할 수밖에 없었다. 전체 디자인의 기준점이자 구심점이 된 건 두 건축가의 겸허한 마음과 예술적 감성 두 가지였다. 시선을 가로막지 않는 나지막한 가구가 필요했던 그들은 침대는 프레임 없이 매트리스 하나만 선택하고 콘솔은 고풍스러운 함으로 대치했다. 집 안 곳곳에서 은근히, 지속적으로 예술적 감성을 채워줄 아트워크는 반투명 와이어 메시로 만든 커튼이나 투명한 유리로 만든 모빌 화병이었다. “실제 예술품은 아니지만 설치 작품처럼 보이는 것도 있어요. 저희가 만든 조형적인 원형 테이블과 그 옆 벽면에 일렬로 걸어둔 접이식 스툴은 작품으로 오해받아 기쁘답니다.” 모니카는 이 집을 위해 버린 것은 있어도 새로 들인 것은 없을 만큼 데커레이션에 있어서도 마이너스 디자인을 실현했다는 사실이 무척 뿌듯하단다. 
삶의 터전과 일터가 공존하는 곳, 아름다운 풍광에 취해 행여 그 균형이 무너지진 않았을까 질문을 던졌다. “이곳에서 생활하고 일도 제대로 하려면 ‘경치의 게임’에 빨려들지 않고 이를 주체적으로 꾸려갈 수 있는 현명함이 필요해요. 다행히 저희는 집을 개조하고 생활하면서 이 게임을 컨트롤할 수 있는 능력을 터득했답니다.” 두 건축가는 입을 모아 말한다. 자신들의 눈앞에 펼쳐지는 변화무쌍한 자연경관은 예술과 디자인 사이에서 임계치에 달한 창작자 입장에선 폭발력 있는 촉매제가 되고, 일에 지쳐 휴식을 원하는 생활인으로서는 더할 나위 없는 위안이 된다고. “모든 공간은 사용자에 의해 의미가 정해지기 마련입니다.” 모니카의 말대로 아름다운 집, 이상적인 일터는 사용자의 의지에 달려 있는 법. 모든 걸 삼켜버린 베수비오 화산을 영감의 원천으로 바라볼 수 있는 팔로메나와 모니카에게 이처럼 가치 있는 공간은 없을 듯하다. 

WRITER LEE JUNG MIN

 

 

1 두 건축가가 최소한의 디자인으로 완성한 심플한 직선형 소파가 놓인 거실. 벽면과 창 너머로 펼쳐지는 푸른 바다 색상을 닮은 쿠션으로 포인트를 주었다. 2 소박하면서도 자연스럽게 정돈된 주방. 작은 공간이지만 전망 좋은 창 앞에 원형 테이블을 놓아 간단한 식사를 할 수 있으며, 행잉 플랜트로 싱그러운 분위기를 강조했다. 

 

거실 창가 코너에는 콘솔 대신 앤티크 함과 램프를 매칭해놓아 고즈넉한 이미지를 강조했다. 또한 그 위에 꽃을 꽂은 투명한 화병을 모빌처럼 달아놓아 은은한 멋을 더했다. 

 

1 연회 공간 벽면에 단차를 활용해 일종의 설치 미술을 시도했다. 우드 베니어 패널과 구불구불한 가는 나뭇가지로 만든 조형 작품은 벽면의 여백을 그대로 존중하면서도 햇빛이 들면 그림자를 드리워 입체적인 존재감을 드러낸다. 2 두 건축가의 작업 테이블에 놓인 작품 구상 노트와 자료. 공감각적인 아트 오브제 제작을 즐겨 하는 그들의 특성이 엿보인다. 3 메시 와이어에 구리와 철제 와이어를 엮어 만든 집의 형상을 입체적으로 더한 커튼은 비움의 미덕을 주제로 한 인테리어 디자인에 최적화된 장식품이 된다. 벤치 역시 부피감 없이 디자인한 것을 택해 쿠션에만 색채감을 주었다. 


INTERIOR DESIGN Filomena Carangelo & Monica Vittucci PHOTOGRAPHER Francesco Rotili & Pierluigi De Simone

 

EDITOR 설미현 INTERIOR DESIGN Filomena Carangelo & Monica Vittucci
PHOTOGRAPHER Francesco Rotili & Pierluigi De Sim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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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EDITOR : 설미현PHOTO : Francesco Rotil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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