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STYLE 새로운 미감

올드함의 굴레를 벗고 현대적 미감을 덧칠한 ‘젊은’ 공예의 향연. 절묘한 운치에, 유니크한 멋과 실용성을 더한 젊은 공예 작가들의 그릇 위로 푸른 감성이 꽃피었다. 그들이 건네는 일상 속 신선한 변주. 초여름 붉게 달아오른 수박화채도 그 맛이 절정에 달했으니.

2018.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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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과 극의 이중주  
소반 하면 흔히 나무를 떠올린다. 박미경 작가는 소재의 편견을 가볍게 넘어섰다. 미니멀함 속에 담긴 기품, 두드림의 손맛, 방짜유기의 가벼운 소재가 빚어낸 실용성까지. 금속에 옻칠을 입힌 금태칠 기법의 블랙 소반과 화이트 자기가 극과 극의 멋진 이중주를 펼친다.   

구리를 망치로 일일이 두들겨 손맛을 살린 소반, 두 개의 삼지창을 연결한 유니크한 디자인의 포크는 박미경, 꽃봉오리처럼 단아하게 핀 화이트 다완은 김덕호&이인화 작가의 작품이다.  

 

붉은 화채에 맛이 영글고 
자연이 건네는 색과 맛의 절정을 그 어떤 것이 뛰어넘을 수 있을까. 블랙 소반과 화이트 볼 위로, 초여름의 빛과 시간을 머금은 빨간 화채가 꽃 피듯 붉게 물들었다. 

오미자 수박화채는 요리 연구가 최지은의 솜씨로, 네모난 큐브 수박과 꽃 모양 배를 띄워 맛과 멋을 더했다. 한 그릇의 화채 안에 소박한 여유가 깃든다. 실버와 옻칠한 나무의 조화, 시크한 조형미가 어우러진 다용도 서버 스푼은 박미경 작가의 작품이다.   

 

 

도구와 오브제 사이
먹고, 마시고, 감상하고. 일상 속 음용 도구는 쓰는 이의 취향에 맞게 변주가 필요하다. 젊은 공예가들은 쓰임의 변주에 두려움이 없다. 불규칙적인 웨이브 형태로 유니크함을 살린 수납함은 음식을 담기에도 물건을 수납하기에도, 무엇보다 그 자체로 더할 나위 없는 오브제다. 금속이 건네는 굳건함 위에 옻칠의 화사한 색감을 얹어, 지루한 일상에 활력을 더한다. 

물결무늬 형태의 수납함과 각양각색의 컬러와 붓질로 포인트를 준 볼은 박미경 작가의 작품이다. 

 

 

작은 것들의 힘
둔탁하고 차가운 금속 소재가 다채로운 색감의 옻칠과 만나 따뜻하고 풍요로운 미감을 꽃피운다. 자연의 색을 담은 옷칠. 푸른 바다 위에 흩뿌린 듯, 여러 개의 작은 그릇이 모여 깊고 그윽한 컬러의 향연을 펼친다.   

박미경 작가의 금태칠이 더해진 작은 접시는 디저트, 찬 접시로, 받침대로, 다양하게 활용 가능하다. 상큼한 과일 한 조각, 달콤한 마카롱 하나를 살포시 놓아도 좋겠다. 

 

 

차가운 공존 
전통 공예에 등장한 실버의 출현은 낯설지만 더욱 반갑다. 젊고 미니멀한, 나아가 현대적인 소재 실버는 전통 공예와 만나 색다른 매력을 분출한다. 더욱이 실버는 철과 구리의 단점인 변색 앞에서도 당당하니. 차갑고 미니멀한 실버와 우드 컬러의 옻칠이 만나 따뜻한 공존을 이뤘다.

은과 올리브나무가 조화를 이룬 주전자와 잔, 우드에 브라운 컬러의 옷칠을 한 테이블 매트는 모두 민덕영 작가의 작품이다.   

 

 

단순함의 미학  
더없이 간결하고 단순한 디자인. 아이러니하게도 이러한 디자인은 재료의 물성에 더 집중하게 만든다. 김덕호, 이인화 작가는 백자가 주는 물성에 주목한다. 흙을 공부하고, 여전히 공부 중인 그들이 느낀 단순함의 미학이 백자 안에 오롯이 담겼다. 

네모난 형태의 군더더기 없는 디자인. 흰 백자 위에 은은한 푸른빛이 더해지니 맑은 하늘이 접시 위에 깃든다. 사각 접시와 술잔은 김덕호&이인화 작가의 작품으로, 초록빛 화전이 봄을 더한다.     

 

 

골드빛 트레이 위에  
3단 트레이와 저그. 애프터눈티를 즐기는 풍경 하면, 우아한 도자 식기가 떠오른다. 민덕영 작가는 적동 트레이와 적동과 올리무나무가 조화를 이룬 저그를 완성했다. 현대적인 디자인 너머로, 얼핏 전통 유기의 기품과 운치가 조용히 스민다. 

달콤하고 상큼한 금귤정과, 육포와 잣솔, 호두강정이 3단 트레이를 풍요롭게 장식했다. 따끈한 차와 함께, 맑은 술 한 잔과 함께 기울이면 그 맛은 비할 바가 없다.

 

 

4인4색 음용 도구 
서로 다른 영역에서 활동하는 4명의 젊은 공예가. 김덕호(도자), 민덕영(금속), 박미경(금속), 이인화(도자). 얼마 전 그들이 뭉쳐 예올 북촌가에서 <음용도구> 전을 펼쳤다. 전시의 취지는 명확하다. 다양한 형태와 디자인의 음용 도구를 직접 손으로 만져보고, 감상하며 무심코 지나쳤던 음용 도구의 새로운 면모를 발견하는 것. 이 흥미로운 전시에는 요리 연구가 최지은 선생이 동참했다. 젊은 공예가들이 만든 음용 도구 위에 직접 다양한 요리를 세팅해 선보인 것. 먼지 쌓인 채 모셔두는 그릇이 아닌, 일상에서 편안하게 즐기고 향유할 수 있는 그릇. 공예 특유의 깊이 있는 아름다움과 젊고 현대적인 미감, 여기에 실용성까지 겸비한 젊은 공예가들의 새로운 음용 도구가 초여름의 싱그러운 빛처럼 전시장을 가득 채웠다. 전시는 5월 17일을 기점으로 끝이 나지만, 이들의 작품은 예올 북촌가를 통해 꾸준히 만날 수 있다. 예올 북촌가는 지난 3월 새롭게 문을 연 복합 문화 공간으로, 1~2층 전시장은 물론 라이브러리와 키친을 갖췄다. 북촌에 오르는 길, 쉬엄쉬엄, 발길을, 숨길을 머물러도 좋겠다. www.yeol.org 

 

 

김덕호 & 이인화
이들에게는 ‘도자’라는 공통점이 있다. 그리고 부부라는 평생의 공통점이 있다. 서울대학교 미술대학 도예전공학부 및 동 대학원을 졸업한 김덕호, 이인화 작가. 젊은 신혼부부인 이들은 새로운 스타일의 티 세트를 제안하며, 자신들의 성격처럼 시원하고 티 없는 백자를 선보인다. “악기를 다루는 연주자들이 연주를 자유자재로 하기까지 1만 시간의 연습이 필요하다는 ‘1만 시간의 법칙’처럼, 재료를 체득하기 위해서는 오랜 시간 ‘생각하는 손’의 노동이 필요하다. 우리 또한 노동의 일상을 거쳐 재료를 체득하였고, 그 과정에서 경험한 ‘백자’의 물성에 초점을 맞추어 다양한 시도를 이어가고 있다.” 단순함은 거짓 없이 그대로를 보여주는 속성으로, 기본과도 연결되어 있다. 아름다운 노동과 간결한 형태 속에 숨은 백자의 물성. 백자의 이 깊이를 모든 이가 경험할 수 있기를, 그들은 바란다. 

 

 

민덕영 & 박미경
금속 공예가 민덕영과 박미경. 오랜 도자 문화를 꽃피운 우리나라의 특성상, 음용 도구 역시 도자가 더 익숙한 것이 현실이다. 민덕영, 박미경 작가는 이러한 편견과 장벽을 깨고, 한국의 전통과 현대적 미감을 조화시킨 그들만의 유니크한 음용 도구를 선보인다. 남편 민덕영의 잔 위에 아내 박미경의 옻칠이 더해진 오브제는 부부의 차분한 성격처럼 따뜻하고 화사하다. 차가운 금속에 전통 옻칠 기법과 자연의 색을 더해 따뜻한 풍경을 만든다. 민덕영의 작가 노트에는 수많은 미사여구 대신 단 한 줄이 기록되어 있다. “담소를 나누기 위한 차림, 이런 것 하나쯤은 테이블에 올려놔도 괜찮을지도.” 눈으로 보는 공예를 넘어 일상에서 즐기고 향유하는 작품. 젊은 작가들의 철학은 한국 공예에 신선한 변화를 낳고 있다. 마시고, 즐기는 차림상. 그 차림상 위에 놓일 가장 큰 가치는 소통과 나눔의 시간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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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EDITOR : 설미현PHOTO : 박우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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