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STYLE 내 장래희망은 교양인

우아하게 움직인다고, 책을 많이 읽는다고, 공부를 많이 한다고 교양인이 될 수 있는 건 아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철학자 페터 비에리는 답한다, <페터 비에리의 교양 수업>.

2018.1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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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양 있다”라는 말을 들었을 때 떠오르는 특정한 이미지의 사람을, 나는 좋아하지 않았다. 교양 있다는 건 우아한 손놀림, 살짝 찡그리는 눈썹, 앙다문 입술, 작위적인 미소, 매몰찬 뒷모습 같은 것이었다. 욕을 하지 않는다고 해서 욕을 안 하는 것이 아니고, 폭력을 휘두르지 않는다고 해서 폭력을 안 휘두르는 건 아니라는 묘한 경지를 깨달은 나이가 되었을 때는 더욱 그랬다. 교양 있다는 건 존재 자체로 다른 사람을 공격하는 방법 아닐까? 인간의 본질은 자유에 있다고 믿던 시절의 나는 그렇게 교양에 지레 등을 돌렸다. 인간답다는 건 이를테면, 그리스인 조르바처럼 사는 것 아니던가, 하던 시절이었다. 


그 편견은 그 후 조금씩 벗겨져 나갔다. 교양 있는 사람들이 교양 있는 방법으로 내 편견을 수정해준 덕분이다. 그 와중에 내 장래희망에 ‘교양인’이 슬며시 끼어들어왔다. 교양인이 되고 싶다. 그렇지만 겉모습만 보고 편견을 가지는 게 나쁜 것처럼, 겉모습만 흉내 낸다고 될 턱이 없다. 우아하게 움직인다고, 욕설을 내뱉지 않는다고 교양인인 건 아니다.  책을 많이 읽는다고, 공부를 많이 한다고 저절로 교양인이 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이렇게! 폭넓은 인문학적 지식을 아우르는 철학자 페터 비에리는 교양이란 무엇인가, 어떻게 교양인이 될 수 있는가를 짧고도 밀도 있게 알려준다. 진정 교양인다운 태도다. 


저자는 우선 교양과 공부의 차이를 지적한다. “교양이란 사람이 자신에게 행하는, 그리고 자신을 위해 행하는 어떤 것”이다. 이 말을 다시 풀어보면 이렇다. “교육을 받을 때 우리는 무언가를 할 수 있게 되고자 하는 목적을 가집니다. 그에 반해 교양을 갖추려고 할 때는 무언가가 되려는 목적, 즉 이 세상에서 특정한 방식으로 존재하고자 하는 의식을 품고 노력하게 됩니다.” 교양을 가진다는 것은 다시 말하면 자신이 이 세상에 존재하는 방식을 가다듬는다는 것이다. 남의 존재 방식에 이러쿵저러쿵 훈수를 두거나, 일이 되게 억지로 밀고 나가는 것과는 근본적으로 다르다. 
그 말이 교양을 갖추기 위해서 공부할 필요가 없다는 말은 아니다. 호기심과 공부는 꼭 필요하다. 교양을 갖추려는 자는 그것이 무엇인가를 알기 위해, 어째서 그런지 이해하기 위해 공부해야 한다. 모든 것을 알고자 과욕을 부리는 것을 피하고 자신에게 필요한 공부를 파악하는 것도 ‘교양’의 범위에 들어간다. 


교양인은 남을 못마땅해하고 지적질한다는 이미지가 강하지만, 사실 교양인이 지식을 쌓아야 하는 이유는 남을 지배하기 위해서가 아니다. 희생자가 되는 것을 막아주는 것이다. 자신을 지키기 위해서 적당량의 지식은 꼭 필요하다. 그 지식을 기반으로, 살아가는 방법에 여러 가지 길이 있다는 것을 이해하고, 어떤 것에도 기만당하거나 압도당하지 않고 자신만의 길을 찾을 수 있게 된다. 가짜와 진짜, 진실로 아는 것과 사실은 모르는 것, 그저 익숙할 뿐인 것과 실제로 존재하는 다양함. 그 모든 것을 파악하는 능력은 ‘교양인’의 핵심적인 능력이다. 


그럼 어떻게 하면 교양인이 될 수 있을까? 책을 읽어야 한다. 그러나 거기서 그치면 안 된다. 저자는 말한다. “교양인은 책을 읽은 후에 변화하는 사람입니다.” 책을 읽음으로써 얻은 지식을 자신의 삶에 반영해야 교양인의 반열에 들어설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또 거기서만 그쳐서도 안 된다. 책을 읽음으로써 알게 되는 새로운 말들과 새 은유, 구사할 수 있게 된 단어와 개념들은 또 다른 유용한 도구가 된다. 바로 자기 자신을 좀 더 잘 이해하고 표현할 수 있는 도구가 되는 것이다. 그렇다. 우리는 이쯤에서 다시 기억해내야 한다. 교양이란 자신이 이 세상에 존재하는 방식과 관련된 것임을. 그 때문에, 자신이 누구인지 아는 것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리스본행 야간열차>라는 소설을 쓴 소설가이기도 한 저자는 무엇보다 문학의 힘을 믿는다. 문학이 우리가 교양인이 되는 데 미치는 영향에 대한 그의 글을 읽고 있노라면, 그가 쓴 소설이 궁금해진다. 이 책이 보여주듯 모호한 언어를 가르는 날카로운 정확함으로 쓴 문학은 우리에게 무엇을 보여줄까. 교양인이 되기 위한 중요한 자질인 호기심이 뭉글뭉글 솟아나다니, 이 <교양수업>의 효과, 참 확실하구나. 
 

※ 이 글을 쓴 박사는 북 칼럼니스트이다.  
Editor 설미현 Photographer 김도윤 Cooperation 은행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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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EDITOR : 설미현PHOTO : 김도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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