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STYLE 작가가 탄생하기까지

영화 <비커밍 아스트리드>는 <삐삐 롱스타킹>의 저자 아스트리드 린드그렌이 작가로 데뷔하기 이전의 삶을 좇는다. 주어진 환경에 굴복하지 않고 자신의 선택을 굳건하게 따라가는 그의 모습은 한 인간으로서의 내면이 완성되는 과정 속에서 작가로서의 삶도 비로소 펼쳐질 수 있음을 보여준다.

2021.0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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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스트리드 린드그렌(1907~2002), 다소 낯선 이름일 수 있지만 스웨덴에서는 국민 작가로 불리는 인물이다. 하지만 그의 이름 앞에 ‘<삐삐 롱스타킹>의 작가’라는 수식어를 붙인다면 무척 친숙할 터다. 영화 <비커밍 아스트리드>는 20세기 아동문학을 대표하는 아스트리드의 10대 시절에서 시작해 20대 중반까지의 삶을 따라간다. 아스트리드가 첫 소설을 발표한 것이 1945년이었으니 <비커밍 아스트리드>는 작가 아스트리드의 삶이 아닌 그 이전의 삶, 그러니까 그의 삶에서 작가로서의 토양이 다져지던 과정에 주목하는 작품이다. 페르닐레 피셔 크리스텐센 감독에게 한 인간으로서의 삶과 작가로서의 삶은 따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한 인간으로서의 내면이 완성되는 과정에서 작가로서의 삶도 펼쳐질 수 있다. 크리스텐센 감독에게 아스트리드의 이 시절이야말로 한 인간으로서의 내면이 형성되던 시기인 셈이다. 그것이 영화의 제목이 ‘아스트리드 되기(Becoming Astrid)’인 이유다. 

 

 

 


영화의 시작은 노년의 작가 아스트리드의 뒷모습이다. 그는 전 세계의 아이들이 보낸 팬레터를 읽고 카세트테이프에 녹음된 생일 축하 메시지를 듣는다. 카세트에서 “아이들 마음을 어떻게 그렇게 잘 아세요?”라는 질문을 던지는 아이의 목소리가 들리면 영화는 그에 화답하듯 스웨덴의 작은 마을인 스몰란드에서 10대 시절을 보내는 아스트리드의 모습으로 시간을 되돌린다. 엄격한 기독교 집안에서 동생을 돌보고 이런저런 허드렛일을 처리하는 것이 전부인 삶에서 책은 그의 유일한 해방구였다. 그런 그의 글솜씨를 알아본 아버지는 아스트리드에게 지역 신문사에서 인턴으로 일할 수 있도록 돕는다. 영화에서 가장 인상적인 장면 중 하나가 그가 생애 처음으로 타자기에 손을 얹는 순간이다. 이때 다시 한번 한 아이의 질문이 들려온다. 아이는 글을 쓸 때 자유를 느낀다며 아스트리드에게도 그러한지 묻는다. <비커밍 아스트리드>는 주어진 조건에 이끌려가는 삶이 아닌, 자신이 선택한 삶을 책임지고 개척해가는 아스트리드에 대한 영화다. 그것이 크리스텐센 감독이 말하는 자유로운 삶이고, <비커밍 아스트리드>가 아스트리드의 성장 과정에 주목하는 이유다. 그의 소설 속 인물들이 외로움이나 두려움, 그리고 배고픔에 시달리면서도 낙관과 긍정의 힘으로 툴툴 털고 일어설 수 있었던 것은, 주어진 삶의 조건에 타협하거나 굴복하지 않고 자신이 선택한 삶을 꿋꿋이 살아갈 때 진정한 자유가 찾아온다는 것을 아스트리드가 몸소 깨달았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아스트리드의 삶에서 결코 빼놓을 수 없는 가장 중요한 사건은 10대를 마무리할 무렵에 찾아온다. 그는 중년의 유부남과 사랑에 빠졌고 아이를 임신한다. 아스트리드가 청혼을 거절하고 고향을 떠나 스톡홀름으로 향한 것 역시 온전히 자신의 선택이었다. 그리고 아스트리드는 엄마로서의 삶을 책임지기 위해 안간힘을 쓴다. 미혼모에 대한 편견으로 가득했던 1920년대였지만, 아스트리드는 그 선택의 무게 앞에 절대 무릎 꿇지 않는다. 그렇게 아스트리드는 자신이 만드는 진짜 아스트리드가 되어간다. 아스트리드는 딸에게 들려주던 이야기를 책으로 출판했고, 그것이 최고의 아동문학 중 하나로 손꼽히는 <삐삐 롱스타킹>이다. 우리는 영화에서 이 소설을 집필하는 아스트리드의 모습을 볼 수는 없지만, 그의 작품은 이미 그 시절 그의 내면에서 움트고 있었다.    

 

※ 이 글을 쓴 안시환은 영화 평론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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