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STYLE 디자인의 역사를 쓰고 있는 제품들

오래되었다고 다 좋은 것은 아니다. 다만 디자인에는 분명 시간이 증명해주는 가치들이 존재한다. 오랜 시간 이어온 브랜드의 장인 정신, 시대의 요구, 브랜드가 추구하는 가치를 고수하며 디자인의 역사를 쓰고 있는 제품들. 국내 1세대 리빙 편집 매장 쎄덱에서 찾았다.

2021.0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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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자연의 색채가 짙은 잘스의 스톤 웨어. 2 블루와 브라운으로 디자인된 와비(Wabi) 블루 테이블웨어. 

 

 

SINCE 1857~
잘스 세라미스트 JARS CELAMISTES 

물과 불과 흙. 인류는 탄생과 함께 자연의 원초적인 재료로 그릇을 만들어왔다. 피에르 잘스(Pierre Jars)가 프랑스 남부 드롬(Drôme) 지방의 공방에서 도자기를 만들기 시작한 1857년이 결코 이른 때가 아니라는 뜻이다. 그의 핸드메이드 도자 공예 기술은 독보적이었고, 그의 이름을 내건 브랜드를 통해 150년간 명맥을 이어오며 프랑스를 대표하는 도자 공예로 명성을 떨쳤다. 자연 재료로 예술품 수준의 도자를 만드는 잘스의 제작 기술은 프랑스에서 리빙 헤리티지 자격이 있는 브랜드에게만 주어지는 EPV를 획득한다. 자연에서 길어 올린 에콜로지 감성을 자연스러우면서 절제된 형태와 색감, 질감 등에 담아낸 잘스의 그릇이 취향과 안목이 높은 사람들에게 회자되며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는 이유다. 잘스의 스톤 웨어는 1200°C 이상의 고온 가마 작업을 통해 단단한 내성을 갖추고 가장 천연에 가까운 세라믹으로 탄생한다. 2000년대에 들어서면서 패션 디자이너 크리스티앙 라크루아, 랑방 등과 더불어 오트 쿠튀르 협력 디자이너인 피에르 카사브를 통해 디자인에 모던하고 럭셔리한 감성을 불어넣고 있다. 

 

 

 

1 모리스 앤 컴퍼니의 벽지가 시공된 공간. 벽지는 Pure WP Willow Bough Ecru Main Portrait_V2.  2 스타일 넘버가 붙은 원단들. 3 윌리엄 모리스의 초상. 

 

 

1861
모리스 앤 컴퍼니 MORRIS & CO. 

윌리엄 모리스는 영국 디자인 역사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 ‘아트 앤 크래프트’ 운동의 핵심 인물이다. 1834년에 태어나 19세기 빅토리아 시대를 살았던 그는 당시 현대화의 물결 속에서 영국의 전통적인 직물 예술과 장인 정신이 깃든 생산 방식을 강조한다. 현대화를 피할 수는 없지만 기존의 것에서 좋은 점을 계승 발전시키자는 것이 아트 앤 크래프트 운동의 취지다. 그가 1861년에 설립한 모리스 앤 컴퍼니는 이러한 시대를 배경으로 탄생한 브랜드다. 윌리엄 모리스는 디자이너이자 시인, 공예가, 사상가로도 활동한 당대 지식인이었다. 시대가 낳은 정신이나 예술의 가치를 오롯이 계승하려는 그의 진지한 뜻은 모리스 앤 컴퍼니에 그대로 녹아들었다. 주로 자연과 풍요로움을 주제로 화려하고 섬세하게 고안된 패턴 디자인에는 스토리를 함축한 상징이 가득하다. 모리스 앤 컴퍼니보다 1년 먼저 설립된 영국 샌더슨 사가 1940년 이 회사를 인수한다. 덕분에 150년이 넘는 긴 세월 동안 윌리엄 모리스의 사유와 디자인 철학이 깃든 원단과 벽지를 지금까지 만나볼 수 있다.  

 

 

 

1 No.215 플로어 램프가 놓인 공간 스타일링. 2 디자이너 베르나르 알뱅 그라의 모습. 3 No.205 테이블 램프.

 

 

1921
라 람프 그라 LA LAMPE GRAS 

단순한 선과 견고한 이음새로 인체공학적 형태를 구현한 ‘그라 램프’는 20세기 아이코닉 디자인 램프로 손꼽힌다. 1921년 프랑스 디자이너이자 엔지니어 베르나르 알뱅 그라(Bernard Albin Gras)가 1921년 사무실이나 산업 현장에서 사용할 목적으로 만든 램프다. 자신의 이름을 딴 그라 컬렉션은 많은 특허를 보유한 그의 커리어에 대표작이 되었고, 나아가 세기의 디자인이 된다. 모더니즘 건축의 거장 르코르뷔지에는 그라 램프의 조형미와 기능성 모두 완벽에 가깝다고 극찬했다. 관절형 브래킷이나 지지대, 베이스 모두 시대를 앞선 디자인으로 평가받았다. 실용적이고 독창적인 형태인 그라 램프는 르코르뷔지에뿐 아니라 장 푸르베, 조르주 브라크, 소니아 들로네 등의 열성적인 팬덤을 형성했다. 첫 탄생된 오리지널 디자인 그대로 지금까지 생산되고 있는 램프로 기능성을 넘어 모더니즘 디자인사의 상징적 오브제로 소장 가치가 높다. 테이블 램프와 플로어 램프 등의 컬렉션으로 선보이고 있다. 

 

 

1 SL10은 가볍고 적재가 가능하도록 고안되었다. 2 프랑스 카페 곳곳에서 만날 수 있는 SL10. 

 

 

1927
수필 SURPIL SL10

가볍지만 튼튼하고 쌓아서 보관할 수 있도록 고안된 프랑스 의자. 바로 수필의 SL10이다. 프랑스의 발명가이자 디자이너인 앙리 쥘리앵 포르셰(Henri Julien-Porche)는 1920년대 르코르뷔지에를 중심으로 전개된 기존 가구의 과도한 장식을 배제하고 실용성과 기능성에 초점을 둔 디자인 혁명기에 다분히 프랑스적인 디자인의 메탈 의자를 고안한다. 두 개의 금속 튜브를 의자와 등받이 틀에 사용해 우아한 라인은 물론 가벼운 무게와 기초 강도를 모두 실현한 디자인이다. 이를 위해 세계 최초로 금속 튜브를 구부리는 시도를 했는데, 이는 프랑스 디자인 역사에 중요한 업적으로 기록된다. 프렌치 모던 철제 가구의 기본 디자인으로 당시 파리에서 열린 가을 박람회 등에 출품했고, 건축가 피에르 핀사르가 1929년 펴낸 <메탈 퍼니처>에도 르코르뷔지에, 르네 허브스트, 마르셀 브루어 등 당대 전위적인 디자이너의 작품과 함께 수록되었다. 수필 SL10은 탄생 이후부터 지금까지 콩코드 광장을 비롯한 파리 곳곳의 카페와 레스토랑, 공관 등에 사용되고 있다. 현재는 좀 더 가볍고 내구성이 좋은 초경량 알루미늄 소재로 업그레이드되었다.   

 

 

 

1 1945년에 시작된 서브 제로의 자료 사진.  2 서브 제로의 빌트인 양문형 냉장고(BI-425)와 와인 스토리지(ICBWS30)가 자리한 주방의 모습. 

 

 

1945
서브 제로 SUB ZERO 

현재의 프리미엄 냉장고라는 개념이 서브 제로에서 시작됐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서브 제로는 기능성과 디자인 경쟁력을 갖추고, 세계 최초로 빌트인 개념까지 아우른 제품이기 때문이다. 본래 하나의 컴프레서로 냉장과 냉동을 유지하는 일반 냉장고와 달리, 서브 제로는 냉장과 냉동을 각각 독립된 영역으로 분리해 두 개의 컴프레서로 구동한다. 두 영역 사이의 공기 순환을 차단하면 ±0.5c 미만의 정밀한 온도와 습도 컨트롤이 가능해 식품 신선도를 최대한 오래 유지할 수 있다. 또 당시 28인치인 냉장고 폭이 주방 가구들 사이에서 튀어나오는 점을 개선, 서브 제로는 그 폭을 4인치 줄여 공간에 딱 들어맞도록 제작한다. 빌트인 냉장고의 시작이다. 1945년 냉장고 판매원인 웨스티 바키의 서브 제로 창업 스토리는 유명하다. 일반 냉장고로는 소아 당뇨 환자인 아들의 인슐린을 적정 온도에서 보관하기 어려워 직접 냉장 냉동 시스템을 만들기로 결심하면서 시작됐다. 이후 60년 넘도록 빌 게이츠와 같은 슈퍼 리치와 마돈나, 리한나, 마이클 조던 등의 스타들이 사용하는 최고급 냉장고로 사랑받으며 그 역사를 쌓고 있다. 

 

 

1 미니멀한 3인 소파 아마데우스 라운지 체어. 2 가족 회사인 발모리 패밀리. 3 단순하면서도 세련된 멋을 지닌 줄라이 패브릭 소파 

 

 

1963
발모리 VALMORI 

마시모 발모리가 1973년 론칭한 이탈리아 가구 브랜드 발모리. 브랜드 탄생 이후 소파 디자인 연구와 품질 개발을 거듭하며 대중적이면서도 고품질의 디자인 가구를 제작하고 있다. 발모리 정신의 근본 가치 중 하나인 ‘성장에 대한 열정’을 중시하는 발모리는 밀라노 가구박람회와 같은 주요 리빙 전시를 통해 그 결과물을 공유하고 있다. 현재는 마시모 발모리의 아들 에도아르도 발모리가 경영을 맡고 있다. 발모리는 침대를 포함한 소파 가구를 선보이는데, 최상급 가죽을 선택해 수공 공정으로 깐깐하게 제작한다. 발모리 소파는 시간이 지나면서 그 가치를 증명한다. 견고한 직선으로 고안된 미니멀한 디자인과 부드러운 가죽의 안락함은 발모리의 저력으로 손꼽힌다. 쎄덱이 수입하는 타 브랜드에 비해 비교적 근래에 시작된 브랜드이지만 앞으로도 그들만의 실험을 지속하고 수공 공정을 고수하며 전통을 만들어나갈 것이다. 

 

 

 

1 한국의 신체 조건에 맞춰 쎄덱과 디자인 협업하는 제품들. 2 데이타임 4 시터 소파와 알트에어 코너 소파. 3, 4 연필의 의미를 다각도로 해석해 브랜드 정신으로 삼은 프리아네라의 작업 과정. 

 

 

1972
프리아네라 PRIANERA

프리아네라는 15세기 이탈리아에서 탄생한 연필을 일컫는다. 가구 브랜드가 이 이름을 사용한 이유는 디자이너 손에 들린 연필의 창조성, 전문 지식, 장인의 정밀함을 강조하기 위함이다. 프리아네라는 1972년 이탈리아 로마냐 주에 위치한 포를리(Forli)에서 그 역사를 시작했다. 이곳은 15세기 바티칸 공화국의 도시이자 화려하고 부유한 문화적 상업적 배경을 가진 도시로 현재 프리아네라는 도시의 상징이 돼가고 있다. 브랜드의 공예가들은 그들이 익히고 전승한 전통 유산을 현대적인 비전으로 풀어내는 정교하고 섬세한 작업을 한다. 최고의 이탈리아산 가죽을 선별해 천연 아닐린으로 염색한 후 솔기, 디테일, 에딩, 자수 등 세심한 공정을 거치는 것은 기본이다. 전 세계 사람들에게 개별 오더메이드는 어렵지만, 국가별로는 가능해 보인다. 사용자에게 완벽한 디자인을 위해서 오랫동안 협력해온 쎄덱과 함께 한국인의 라이프스타일에 맞는 디자인과 크기를 개발해왔다. 모든 소파 컬렉션은 좌판의 높이의 미세한 차이, 쿠션의 밀도, 가죽 종류와 컬러를 세심하게 고르고 도면과 샘플링 작업을 거쳐 최종 제작해 판매한다. 최상의 디자인을 향해 한 걸음 더 나아간 디자인이다. 

 

 

1 조개껍데기를 연상시키는 로카 볼과 저그. 2 나무의 형태와 질감, 나이테에서 착안한 아브르 포디움 플레이트. 

 

 

1975
포르담사 PORDAMSA

스페인 그릇 브랜드 포르담사가 명품 반열에 오른 이유는 정형화된 그릇에 혁신을 시도한 디자인때문이다. 예술적이고 컨템퍼러리한 요리를 추구하는 스타 셰프들은 요리만큼이나 창조적인 플레이팅을 원했고, 포르담사는 조각 작품 같은 플레이트로 그들의 욕구를 만족시켰다. 아방가르드한 디자인의 고급 도자기를 핸드메이드로 제작하는 포르담사는 테이블웨어를 현대적이고 기능적인 창조물로 끌어올린다. 미슐랭 스타 레스토랑의 셰프들에게 인기를 모으며 국제적으로 인정을 받는다. 최상의 품질을 위해 프랑스 리모주, 아르헨티나와 남아프리카에서 고급 원료를 공수하는 것은 기본. 독창적인 디자인을 추구하면서도, 주방 식기로서의 까다로운 요구를 수용하고 식기세척기 사용에도 적합한 제품을 생산하는 것은 아주 특별한 일이다. 사실 스페인에서 포르담사만큼 브랜드의 위신과 노하우를 쌓은 세라믹 브랜드는 드물다. 현재 포르담사는 40년이 넘는 기간 동안 쌓은 노하우를 토대로 다양한 영역의 제품으로 진화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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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EDITOR : 한지희PHOTO : 쎄덱(SEDE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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