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불거진 신경숙 작가의 표절 논란이 한국 문단을, 그야말로 벌집 쑤셔놓은 듯 어지럽게 만들고 있다. 지난 6월 중순, 이응준 작가는 인터넷 매체 <허핑턴포스트>에 ‘우상의 어둠, 문학의 타락’이라는 제목으로 기고한 글에서 신경숙의 단편 <전설>이 일본의 극우 작가 미시마 유키오의 <우국>을 표절했다고 주장했다. 사태에 기름을 부은 것은 신경숙과 해당 작품을 출간한 출판사인 창비의 어설픈 대응이었다. 신경숙은 “<우국>은 알지 못한다”고 말했고, 출판사는 “굳이 따진다면 오히려 신경숙 작가의 음악과 결부된 묘사가 더 비교 우위에 있다고 평가한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하지만 창비는 따가운 비난 여론 때문에 이내 사과문을 다시 발표하는 수모를 겪기도 했다.

사실 신경숙의 표절 시비는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다. 이미 2000년에 문학평론가 정문순이 <전설>이 <우국>을 표절했다는 글을 발표한 바 있다. 이 외에도 장편 <기차는 7시에 떠나네>와 단편 <작별인사> 등의 작품에서 크고 작은 표절 시비가 끊이지 않았다. 그럼에도 유명 문학상의 종신 심사위원이자, 국내에서만 200만 부 이상 판매되고 해외 30여 개 나라에 판권이 수출된 <엄마를 부탁해> 등의 선전에 힘입은 신경숙의 입지는 견고했다. 실체가 불분명하지만, 문단 내부의 침묵의 카르텔이 오랫동안 작용해온 탓이다.

최근 신경숙 표절 사태가 일파만파 번진 배경에는 침묵의 카르텔을 뛰어넘는 사회적 도구, 즉 SNS의 약진이 있다. 과장을 조금 보태면 이제 모든 사람들이 각종 SNS를 통해 세상을 바라본다. 전통의 매체 강자였던 TV와 신문 등은 이제 낡고 느린 매체인 데 반해, 각종 SNS는 실시간으로 세상 모든 현상을 생중계한다. 신경숙 표절 논란도 SNS를 타고 널리 흘렀고, 장삼이사들의 공분을 낳았다. 몇몇 문학평론가들도 SNS를 통해 자신의 의견을 피력했고, 결국 찬반 혹은 중립 등등의 의사를 표명하며 다수의 문학평론가들이 공론의 장으로 나왔다.

신경숙 표절에 대한 작가 혹은 문학평론가들의 입장은 그야말로 천차만별이다. 논란 초기에는 모호한 말로 표절이라고 주장한 문학평론가들이 대다수였다. 한 달여 시간이 흐른 지금은 좀 더 직접적인 말로 신경숙의 표절을 비판하거나, 일부 문학평론가들은 작품 전체적인 맥락을 보건대 표절이 아니라는 의견을 개진하고 있다. 직접적인 말로 신경숙을 비판한 사람은 <태백산맥>의 작가 조정래다. 조정래 작가는 한 인터뷰에서 “표절은 예술가가 목숨을 걸고 해서는 안 되는 일이며 용서가 안 되는 짓”이라며 “예술가도 능력이 안 되면 깨끗이 돌아서야 한다”며 신경숙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조정래 작가가 목소리를 높인 대목은 따로 있는데 “왜 하필이면 그 나라의 그 작가의 그 작품이냐”는 것이다. 알다시피 <우국>을 쓴 미시마 유키오는 일본의 군국주의를 옹호한 대표적인 극우 작가다. 한편 한국문학번역원 원장을 지낸 문학평론가 윤지관은 한 매체에 ‘문학에서 표절이란 무엇인가 - 신경숙 사태를 보는 한 시각’이라는 글을 통해 신경숙을 옹호했다. 그는 “<전설>과 <우국>은 생판 서로 다른 작품”이라며 “몇몇 문장에 그런(표절) 혐의가 있는 것은 사실이나 작품 전체의 내용, 사고, 감수성, 문체 등 문학의 중심 요소들이 확연히 다르다”고 주장했다. 윤지관의 주장은 여타 평론가들에게 “보수적 비평가”라는 비판을 받았지만, 그간의 표절 시비가 다분히 감정적이었던 것과 달리 작품 전반에 대한 꼼꼼한 비교 분석과 평론을 담았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측면도 없지 않다.

문학 본래의 자리를 묻다

신경숙의 표절 여부와 더불어 세간의 관심을 집중시킨 것은 ‘문단 권력’(문학 권력)이 있느냐 없느냐였다. 혹자는 국내 대표적인 문학 출판사인 창비, 문학동네, 문학과지성사를 문단 권력의 핵심으로 지목하기도 했다. 이들은 각각 <창작과비평> <문학동네> <문학과사회> 등의 계간지를 통해 문학 생산을 독점하다시피 했고, 편집위원으로 이름을 올린 이른바 ‘소속’ 문학평론가들을 통해 울타리를 강화한다는 것이다. 주례사 비평과 상찬만이 횡행하는 비평 아닌 비평이 많아진 까닭도 모두 이 같은 문학 권력의 카르텔 탓이라는 것이다.

어떤 조직이든 권력의 실체는 존재하게 마련이다. 권력이 있으면 당연히 세를 형성하고, 그것은 다시 카르텔은 강화한다. 더구나 그간 신춘문예는 물론 각종 문학상의 심사위원들을 유명 소설가들이 차지하고 있는 상황에서 젊은 작가들은 쉽사리 돌출 행동을 할 수 없는 구조였다. 가장 창의적 집단이어야 할 문단마저 서열과 인기에 의해 작품을 평가해온 것이다. 문학은 문학으로서 완전한 형태를 가져야 하건만, 실체도 흐릿한 문학 권력은 그렇게 국내 작가들의 도태에 한몫을 했다.

문제는 지금부터다. 원래 서점가의 여름 시장을 책임지는 것이 소설을 포함한 문학이었다. 최근에는 장르 소설이 대세라고 하지만, 순수문학 작품도 여름휴가철의 빠지지 않는 독서 목록이었다. 신경숙 표절 시비가 일자마자 출판계는 한숨부터 내쉬었다. 가뜩이나 팔리지 않는 소설, 1만 부를 넘는 작품이 흔치 않은 시절에 표절 시비로 국내 작품에 대한 기대를 독자들이 거두지는 않을까 하는 우려였다. 우려는 현실이 되었고, 지난해 베스트셀러 목록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던 국내 소설들은 올해 상반기는 물론 여름 시장 내내 거론조차 되지 않고 있다. 출판의 꽃이 문학이라는 점을 상기할 때, 문학의 위기는 곧 출판의 위기이기도 하다.

문학은 재미를 위해 존재하지도, 더더욱 베스트셀러가 되기 위해 존재하지도 않는다. 문학은 읽는 사람으로 하여금 삶의 다양성을 경험케 하고, 그것을 통해 새로운 세상과 조우케 하는 데 그 목적이 있다. 또한 감정이입을 통해 아픔과 상처를 치유하는 것이 문학의 본령이다. 그런 점에서 문학 작품은 작가 혼자만의 것이 아니다. 그것을 읽는 독자와 세상 모든 사람들이 함께 공유하는 것이다. 하여, 표절은 독자와 세상 모든 사람들에 대한 기만이며 자기 부정이라고 할 수 있다. 문학의 본래 자리는 무엇인지, 신경숙 표절 사태가 우리 모두에게 묻고 있다.

※ 이 글을 쓴 장동석은 <기획회의> 편집주간이자, 출판평론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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