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Paul Archer Design

Green Orchard

ARCHITECT PAUL ARCHER

영국 사우스 글로스터셔에 위치한 그린 오차드(Green Orchard)는 ‘녹색 과수원’이라는 이름에서 그 콘셉트를 능히 짐작할 수는 있겠다. 폴 아처 디자인(Paul Archer Design)에 의해 설계된 그린 오차드는 200m² 규모의, 탄소 제로 하우스다. 특히 거울로 된 알루미늄을 외벽에 차용해 더욱 눈길을 끈다.

2675m²에 달하는 드넓은 녹지대. 영국 글로스터셔 지역의 아름다운 녹색 그린벨트 안에 둥지를 튼 그린 오차드는 세번(Severn) 강 하구의 환상적인 풍경과 어우러져 그 매력적인 오라를 풍긴다. 원래 이곳은 낡아 빠진 1층짜리 주택이었다. 런던을 기반으로, 1999년부터 폴 아처 디자인을 이끌고 있는 건축가 폴 아처는 그린벨트라는 이 지역의 특성에 주목했다. 그리고 ‘현대적인 탄소 제로 하우스’라는 콘셉트의 혁신적인 ‘그린 오차드’를 탄생시켰다. 그린 오차드는 얼핏 외부에서 보면 1층의 단독 건물처럼 보이지만 실제론 2층 구조다. 주변의 자연 지형을 해치지 않기 위해 건축가는 저층 구조를 고수했다. 땅 아래로 그 모습을 일부 감춘, 조금은 비밀스러운 이 공간은 침실 4개(그중 2개는 욕실이 딸린)와 메인 욕실, 작업 공간, 부엌, 거실 등으로 이루어졌다. 경관과 채광을 고려해 상층엔 부엌이, 프라이버시와 안락함을 위해 침실과 작업실, 다용도 공간 등은 아래층에 배치했다. 사실 그린 오차드의 숨겨진 핵심은 공간의 구조보다는 다른 곳에 있다. “건물 외벽은 알루미늄 벌집 코어 패널로 마무리했습니다. 이 소재를 사용하면 패널을 이동해 건물 전체를 폐쇄할 수도 있고, 무엇보다 외부의 자연을 끌어들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이로써 그린 오차드의 외벽은 사계절 다른 옷을 입게 되는 것이다. 건축가의 비밀 병기인 거울 형태의 알루미늄 마감재가 이 모든 걸 현실화했다. 그는 거울이라는 장치를 통해 드넓은 정원을, 건물 외벽에 끌어들임으로써 사시사철 변하는 자연을 그린 오차드의 특별한 마감재로 차용했다. 그의 알루미늄 패널은 벌집처럼 여러 개가 엮인 형태인데, 마치 창문을 열 듯 좌우로 움직일 수 있도록 설계된 구조다. 모터를 이용해 건물 전체를 안락하게 폐쇄할 수도 있고, 반대로 개방하여 자연과 채광을 집 안 깊숙이 끌어들일 수도 있다. 그의 패널은 개폐가 가능하다는 장점 외에 에너지 절약이라는 미덕 역시 품고 있다. 앞서 언급했듯 그린 오차드는 ‘탄소 제로 하우스’를 콘셉트로 한다. 그의 패널은 열 절연체의 특성을 지녀, 여름엔 시원하게 겨울엔 따뜻하게 집의 온도를 조절한다. 지붕 위에 설치된 태양열 수집 패널은 집 온수의 80%를 만들어내고, 태양전지를 통해 연간 사용되는 모든 전기를 공급한다. 집 내부에도 나무 장작 스토브를 설치, 열을 공급한다. 최신의 녹색 기술과 혁신적인 현대 건축 디자인을 동시에 담아낸 그린 오차드. 더욱 흥미로운 것은 이곳이 건축주의 세컨드 하우스이자 게스트를 위한 숙박 공간으로 활용된다는 점이다. 그러니 짬을 내어, 이 특별한 거울 앞에 서서 ‘거울아, 거울아’를 외쳐봐도 좋겠다.

Mirror Houses High view © Oskar Da Riz

Mirror Houses

ARCHITECT PETER PICHLER

알프스와 이어지는 이탈리아 북부의 돌로미테스(Dolomites) 지역은 아름다운 경관 덕분에 트레킹 코스로 사랑받는 곳이다.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으로 등재된 이곳의 풍경 속에 들어선 한 쌍의 주말 주택. 오픈과 동시에 대중의 이목을 사로잡은 미러 하우스(Mirror Houses)다. 드넓은 사과나무 과수원에 들어선 이 미러 하우스의 실체는?

Mirror Houses High view © Oskar Da Riz

거울로 된 집. 도심도 아닌, 한적한 시골 마을에 이런 집이 들어선다면? 생각만으로도 낯선, 이 공간이 이탈리아 북동부의 볼차노(Bolzano) 지역에 실제 존재한다. 건축가 페테르 피클레르(Peter Pichler)에 의해 설계된 미러 하우스(Mirror Houses)가 그것이다. 1960년대에 지어진 농가에 거주하던 건축주는 건축가에게 럭셔리 휴양 콘셉트의 특별한 공간을 요청했다. ‘Contemporary, High Class Vacation’. 최고의 휴가를 즐길 수 있는, 현대적인 공간. 미러 하우스는 그렇게 시작되었다. 건축주의 요청 사항은 사실 한 가지가 더 있었다. 자신의 집을 지으면서 독립적인 게스트 하우스를 같이 짓고 싶다는 것. 건축주와 게스트 모두가 상주할 수 있는, 하여 프라이버시를 최대한 고려해야 한다는 점에 중점을 두고 설계되었다. 건축가는 우선 프라이버시를 위해 두 개의 유닛으로 공간을 분할했다. 엇갈리게 연접된 각 유닛은 각각 주방, 거실, 욕실, 침실로 구성되었고, 모든 공간에서 아름다운 자연을 감상할 수 있도록 설계되었다. 손님을 위한 문과 주차장을 따로 설치하는 세심한 배려 역시 놓치지 않았다.

그린 오차드와 마찬가지로 미러 하우스 역시 외벽 마감재로 거울이라는 과감한 소재를 선택했다. 단 미러 하우스는 사면이 아닌 매끈한 두 개의 유닛 후면부에 거대한 거울 블록을 설치했다. 사과나무 과수원의 고즈넉한 풍경이 그대로 거울 속으로 들어와 거울의 찬 성질을 따스하게 감싸는 것 같다. 거울에 비친 아름다운 풍경도 좋지만, 혹시 지나가던 새들이 부딪치지 않을까? 미러 하우스를 보며 누군가는 자연스럽게 이런 생각을 할 것이다. “그런 걱정은 필요 없습니다. UV 코팅 처리한 미러 유리 덕분이죠.” 미러 유리는 새들이 감지 가능한 UV 코팅 마감으로, 거울에 새가 부딪칠 일은 절대 없을 거라고 피클레르는 강조한다. 미러 하우스에서 ‘미러’는 단순히 자연을 끌어들이는 일차원적 역할에 머물지 않는다. 건축과 자연환경의 극적인 조우. 거울에 반사된 아름다운 사계절의 자연을 통해 건축 공간은 더욱 풍성해지고, 자연의 색을 입은 건축물은 어느 순간 자연에 흡수되고 만다. 이렇듯 거울은 외부 자연을 해치지 않고 오히려 자연 속으로 소리 없이 파고드는 것이다. 어쩌면 거울은 빡빡한 일상을 피해 자연 곁으로 다가가고 싶어 하는 현대인의 숨은 욕망을 실현해줄, 가장 효율적인 소재일지도 모른다. 풍성한 과수원의 드넓은 품처럼 미러 하우스는 그 어떤 휴양 공간보다 따스한 풍경을 전한다. 거울이라는 신비로운 마법과 함께.

The Mirrorcube

THE OWNERS
KENT AND BRITTA LINDVALL

스웨덴의 하라드스(Harads) 지역. 아름다운 룰레오(Luleå) 강이 흐르는 이곳은 인구 600여 명의 조용한 마을이다. 20여 년간 간호사로 일했던 브리타는 남편 켄 린드발과 함께 이곳에 트리 호텔을 열었다. 콘셉트가 각기 다른 객실 6개로 이루어진 트리 호텔. 우리가 만날 공간은 거울을 이용한 ‘미러큐브’다.

나무 위에서 보내는 하룻밤. 동화 속에서나 가능할 법한 이야기가 아닌가. 스웨덴 하라드스의 작은 마을 숲 속에 자리한 트리 호텔에 가면 이것은 현실이 된다. 이곳의 주인장은 켄트 린드발과 그의 아내인 브리타. 매일 스트레스와 싸우며 바쁘게 살아가는 현대인에게 자연이 건네는 평화와 순수함을 전할 수 없을까? 트리 호텔은 주인장의 이러한 꿈을 실현한 공간이다. 특별히 스칸디나비아의 유명 건축가 5명이 이 프로젝트에 참여했다. 트리 호텔은 조나스 셀버그 아우구스트센 감독의 다큐멘터리 영화 <더 트리 러버 The Tree Lover>에서 영감을 받았다. 이 영화는 도시에서 온 남자 3명이 트리 하우스를 만들면서 그들의 뿌리를 재발견하는 영화로, 나무에 대한 철학적인 메시지를 담고 있다. 호텔의 특별한 콘셉트를 증명하듯 여느 호텔과는 분명 다른 모습이다. 새 둥지를 닮은 ‘The Bird’s Nest’, 비행접시 모양의 ‘The UFO’, 사면이 유리로 된 ‘The Mirrorcube’, 붉은 자작나무를 이용한 전통 목조 건물 ‘The Blue Cone’ 등 단독 게스트 하우스 6개로 이루어져 있다. 이 객실들은 모두 지상에서 4~6m 위 나무 위에 떠 있다. 이중 사면이 거울로 이루어진 미러큐브가 우리가 주목해야 할 장소다. 거울로 둘러싸인 미러큐브는 누군가 마술을 부린 듯 숲 속에 감춰진 모습이다. 나무 사이에 감춰진 흥미로운 구조의 이 미러큐브는 탐 앤 비데고르드 건축사무소(Tham & Videgåard Architects)가 설계를 맡았다. 이곳에 오르기 위해서는 12m의 흔들다리를 건너야 한다. 미러큐브의 크기는 4×4×4m의 정육면체 구조. 물론 외관은 거울로 덮여 있다. 나무, 새, 구름, 햇빛 등 주변의 모든 자연이 거울을 통해 비춰지며 이곳만의 특별한 풍경을 선사한다. 이곳은 나무와 하늘을 그대로 반사하는 탓에 멀리서는 숲과 구분되지 않을 정도. 그 대신, 적외선 특수 필름을 코팅해 새들의 부딪침을 미연에 방지했다.

더블 침대, 욕실, 라운지, 그리고 옥상 테라스로 이루어진 숙소. 미러큐브의 내부는 외부의 차가움과 대비되는 따뜻한 합판을 사용, 편안함이 느껴진다. 창문을 통해 내다보이는 파노라마 전망은 이곳만의 놓칠 수 없는 백미다. 스웨덴 호텔답게 최대 12명이 이용 가능한 정통 스웨덴식 증기 사우나도 운영 중이다. 이곳의 모든 객실은 재료와 콘셉트, 인테리어는 다르지만 친환경 재료와 공법을 활용했다는 점에선 모두 닮은, 어쩌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호텔일 것이다. 어느 객실에서나 숲이 건네는 가장 온전한 평화를 만끽할 수 있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