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을 처음으로 벌기 시작한 20대. 내가 직접 번 돈을 들고 기뻐 어쩔 줄 몰라 하던 시절이었다. 그리고 어떻게든 이 돈을 불려나갈 생각에 펀드, 주식, 적금, 연금 등 온갖 금융 상품에 관심을 갖고 여기저기 투자하기 시작했다. 부모님께서는 걱정스러운 눈으로 바라보셨지만 직접 부딪혀봐야 평생 돈을 어떻게 관리해야 하는지 깨달을 거라 생각하셨는지 나를 내버려두셨다.

결론은? 부모님이 걱정하셨던 펀드는 아예 상품 자체가 없어지며 투자 금액의 반 정도밖에 회수 하지 못했고, 노후 대책을 마련한다는 의미로 들었던 연금 상품은 1년도 채우지 못한 채 ‘이게 과연 의미가 있을까?’ 하는 회의감과 함께 해약하게 됐다. 다행히도 당시 엄청난 상승세를 보이던 중국 펀드 덕분에 전체적으로는 손해를 보지 않았지만, 내 펀드 상품이 없어졌을 때나 연금 보험을 해약했을 때의 마음 고생을 생각하면 조금은 씁쓸해진다.

조금이라도 돈을 불리려던 나의 욕심은 ‘돈은 정직하게 버는 게 최고다’라는 겸손한 마음만을 남겨주었다. 나뿐 아니라 경제 전문가들도 20대 사회 초년생들은 돈을 불리는 것보다는 있는 범위 내에서 돈을 최대한 효율적으로 쓰고 저축할 것을 추천한다. 그 작은 절약과 저축이 모여 평생 인생을 지탱해줄 수 있는 종잣돈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다.전문가들이 추천하는, 정직하게 종잣돈을 마련할 수 있는 몇 가지 방법을 소개한다.

1 통장마다 이름표를 붙인다
무작정 돈을 아끼고 모으다 보면 종종 돈을 쓰고 싶은 순간이 찾아온다(달리 표현하면‘지름신 강림’이라고나 할까). 이럴 때 뚜렷한 목적 의식이 있다면 무사히 그 순간을 넘길 수 있다. 이렇게 해보라. 월급을 쪼개서 ‘유럽 여행을 위한 통장’ ‘펀드 투자금’ ‘결혼 자금’ 등으로 각각 제목을 달아 적금 통장을 만들면 돈을 쓰고 싶은 유혹이 찾아올 때 참을 수 있다. 이런 식으로 조금씩 돈을 모으는 재미를 붙이게 되면 커피나 차를 마시고 싶을 때마다 그 돈을 ‘카페 라테 통장’에 모으며 비상금을 만들 수도 있다. 사회 초년생 때는 큰돈을 모으려는 욕심보다는 작은 돈을 아껴 쓰는 생활 습관을 기르도록 노력하자!

2 저축을 한다면 금리가 높은 곳으로!
이자로 돈을 벌 수 있을 정도로 금리가 높은 시대는 아니지만 그래도 저축은 조금이라도 금리가 높은 곳이 유리하다. 전국은행연합회 홈페이지에 들어가면 예금, 대출, 신탁 별로 나누어서 금리를 확인할 수 있고, 재테크 전문 사이트인 모네타에서도 금리와 관련된 쏠쏠한 정보를 챙길 수 있다. 또 출퇴근 길에 동네 신협과 새마을금고 등도 무시하지 말 것! 인터넷에서는 발견하기 어려운 최고 금리를 집 앞에서 발견하게 되는 경우도 있다.

3 스마트폰 어플을 활용하여 돈을 아낀다.
‘캐시 슬라이드’라는 앱을 들어본 적이 있는가? 그렇다면 당신은 돈을 모을 만한 자격이 있는 사람이다. 캐시 슬라이드는 대표적인 리워드 앱으로, 스마트폰 첫 화면에 광고물을 보여준다. 광고에 등장하는 앱을 설치하거나 화면을 확인하면 적게는 5원, 많게는1000원까지 적립된다. 적립된 금액은 현금으로 돌려주거나 제휴를 맺고 있는 커피숍이나 패스트푸드점, 통신비 등으로 사용할 수 있다. 캐시 슬라이드뿐 아니라 ‘돌직구’ ‘열두시’ 앱 등을 이용하여 할인 쿠폰을 받아 저렴한 가격으로 음식점을 이용할 수 있으니 단체 회식이나 점심 시간에 적극적으로 활용하면 식비를 줄일 수 있다. 또 네일아트, 마사지 등의 할인 쿠폰을 받을 수 있는 ‘뷰티라떼’ 앱이나 간단한 설문 조사에 참여하면 돈이 쌓이는 ‘두잇서베이’, 사용자가 갖고 있는 신용카드, 체크카드, 포인트카드 등을 미리 저장해두면 결제하기 전 가장 혜택이 큰 카드를 알려주는 ‘할인의 달인3’ 등의 앱을 통해서도 조금씩 돈을 아낄 수 있으니 스마트폰으로 게임만 하지 말고 돈 버는 방법도 연구해보자.

4 자본주의의 노예가 되지 않으려면 소비하기 전 7초 더 생각하라!
우리는 너무나도 많은 광고에 둘러싸여 살아가고 있다. TV를 켜면 끊임없이 소비를 부추기는 자극적인 문구들로 가득하다. 계속해서 유행을 따르고 새로운 것을 소비해야인생을 멋지게 살아가는 현대인이라는 인상을 받는다. 하지만 지금 쓰는 돈이 20년, 30년이 지난 후에 어떻게 커질지를 생각하면 쉽게 지갑을 열 수 없다. 지금 소비를 참으면미래에 얻을 수 있는 기회비용이 발생하는 것이다. 돈을 쓰기 전 7초라도 생각할 시간을 갖는다면 점점 더 효율적이고 가치 있는 소비를 하게 될 것이고, 충동 구매와 잉여지출은 현저히 줄어들 것이다.

5 ‘애니팡’ 대신 ‘통장팡’
‘애니팡’이나 ‘캔디크러쉬사가’ 등의 게임을 하느라 허비하는 시간이 꽤 많다. 그러지 말고 스마트폰을 이용해 좀 더 의미 있는 시간을 보내자. 애니팡 대신 ‘통장팡’을 하는 것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자동이체를 하기 때문에 월급이 들어오자마자 돈이 어떻게 쓰이는지도 모른 채 사라진다. 하지만 모바일 뱅킹을 이용해 일일이 돈을 넣으면 자신이 벌고 있는 소중한 돈을 좀 더 치밀하게 관리하게 된다. 매달 특정일에 적금이나 보험, 관리비, 통신비 등등을 이체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직접 이체하다 보면 금융과 관련된 핫한 상품들도 알게 되고 보험이나 적금을 어떻게 관리해야 하는지도 더욱 꼼꼼히 계산해보게 된다. 힘들게 번 돈을 내 손으로 불려나가는 재미, 애니팡하트 다섯 개를 사용하는 데 걸리는 시간만 투자하면 충분하다.

6 성공하고 싶다면? 1만 시간의 법칙
전문가들은 자수성가한 부자들의 성공 기회는 대개 일을 10년 이상 한 후에 찾아왔다고 입을 모아 이야기한다. 말콤 그래드웰이 말한 ‘1만 시간의 법칙’이 이에 해당되는 이론인데, 자기 일을 열심히 하는 게 최고의 재테크라는 이야기이다. 좋아하고 잘할 수 있는 일이라면 그 일에 최선을 다하면 된다. 그럼 인생의 기회는 저절로 찾아오게 될 테니 말이다. 서툰 꼼수로 단기간에 무언가를 이루려고 하지 말고 진득하게 자신의 길을 걸어보자. 돈으로도 살 수 없는 한 분야의 대가가 되어 있을 테니 말이다.

<브런치 재테크> 허서윤, 신찬옥 지음, 21세기 북스
11년 차 경제 신문 기자들이 의기투합하여 낸 쉽고 재미있는 재테크 이야기. 초보자들이 흔들리지 않고 가장 합리적인 선택을 할 수 있는 금융 가이드를 제시한다.

<서른 살의 통장, 안녕하니?> 강지연, 이지현 지음, 오픈하우스
한경미디어그룹 증권팀에서 일하고 있는 두 저자가 함께 낸 사회 초년생을 위한 재테크 서적. 1000만원을 모으건, 1억을 모으건 일단은 ‘시드 머니’가 필요하다는 사실에 주목하라.

<아빠! 얼마 벌어?> 김대영 지음, 엘 컴퍼니
직접 금융 컨설팅 회사를 운영하고 있으며 자산 관리와 관련된 다양한 강의를 하고 있는 저자의 재테크 노하우를 담고 있는 책. 재미있는 제목답게 내용 또한 술술 읽어나갈 수 있으니 주말을 이용해 평생 올바른 경제 습관을 들일 수 있도록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