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STYLE 무대에 오른 <그을린 사랑>

한 가족의 비극을 통해 분노와 용서, 그리고 사랑에 대해 이야기하는 와즈디 무아와드의 희곡 <그을린 사랑>이 신유청 연출가의 지휘 아래 무대에 오른다. 연극은 영화의 특수 분장을 씻어내고 민낯의 매력으로 관객을 사로잡는다.

2020.0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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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덤에 어떤 비석도 세우지 말고, 어디에도 제 이름을 새기지 마세요. 약속을 지키지 않은 자에게 묘비명은 필요치 않습니다. 그리고 저는 한 가지 약속조차 지키지 못했습니다. 침묵을 지키는 자에게 묘비명은 필요치 않습니다. 그리고 저는 끝까지 침묵으로 일관했습니다.”


도대체 어떤 사연이 있어 살아생전 침묵의 세월을 보낸 그는 죽어서도 비명(碑銘)을 허락지 않은 것일까. 연극 <그을린 사랑>은 지키지 못한 약속과 침묵으로 일관했던 이유를 찾아가는 연극이다. 그 이유를 찾을 수 있는 단서는 이어지는 유서 속에서 발견할 수 있다. 주인공 나왈은 쌍둥이 아이들에게 세 통의 편지를 남긴다. 딸에게는 아이들의 아버지에게 전하는 편지를, 아들에게는 그의 맏형에게 전하는 편지를, 마지막으로 쌍둥이에게 보내는 편지를. 마지막 편지는 쌍둥이들이 임무를 완수한 후에 볼 수 있다. 문제는 그들이 아버지 없이 자랐으며, 다른 형제의 존재는 들어본 적도 없다는 사실이다. 이제 그들은 한 번도 만나지 못한 아버지와 형제를 찾아 어머니의 고향 레바논으로 떠난다.

 


여기서 레바논의 상황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레바논은 화염에 그을린 현대사를 가지고 있다. 내전의 시작은 1948년 팔레스타인 땅에 이스라엘이 건국되면서 시작됐다. 이후 이스라엘에서 쫓겨난 팔레스타인 난민이 주변국으로 흩어졌는데 그중 많은 수가 레바논으로 흘러들었다. 이때부터 레바논인과 팔레스타인 난민 사이에 갈등이 시작되었고, 레바논의 기독교계 민병 조직인 팔랑헤당과 팔레스타인해방기구 사이에 유혈 사태가 반복되었다. 기독교 집안의 나왈은 팔레스타인 난민 출신의 남자와 사랑에 빠진다. 가문의 수치로 생각한 그의 형제들은 나왈의 애인을 살해하고 나왈마저 살해하려 한다. 다행히 생명을 건사한 나왈은 아이를 낳자마자 고향을 떠난다. 그때 핏덩이에게 나왈은 약속한다. “무슨 일이 있어도, 어떤 일을 저지르더라도 너를 찾아오마.” 그러나 형제들은 나왈의 아들을 고아원으로 보내버린다. 나중에 아들을 찾으러 고향에 돌아온 나왈은 폭격으로 파괴된 고아원을 보게 된다. 한편 아들을 찾던 중 동족인 팔랑헤당의 만행을 겪은 나왈은 자신의 출신 성분과는 다른 편인 팔레스타인해방기구 편에 서서 민병대 지도자를 암살한다. 이 일로 나왈은 감옥에 수감되어 강간을 당하는데, 쌍둥이들이 바로 이 고문으로 얻게 된 아이들이다. 나왈이 한 번도 이야기하지 않은 그의 참혹했던 지난날을 알게 되면서, 쌍둥이는 찾고자 하는 아버지와 맏이에게도 근접하게 된다. 그리고 여기에서 충격적 사실이 밝혀진다. 힌트는 이 영화가 그리스 신화 오이디푸스에서 모티프를 가져왔다는 사실이다. 원작자인 와즈디 무아와드는 여기서 오이디푸스가 아닌 그의 엄마 이오카스테에 주목한다. 아들과 결혼한 여인, 이오카스테에게.


영화 <그을린 사랑>으로 제작된 바 있어 영화 애호가들이라면 이미 결말을 알고 있을 것이다. 연극이 부러 다른 결말을 취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연극에는 영화에서 느낄 수 없는 또 다른 매력이 있다. 가장 큰 매력은 주인공 나왈을 연기하는 배우 이주영에게 있다. 특수분장에 의존하는 영화와 달리, 연극에서는 오롯이 연기력 하나로 수십 년의 세월을 연기하는 배우를 만날 수 있다. 그녀가 침묵했던 이유는 9월 23일부터 27일까지 LG아트센터에서 확인할 수 있다. 

※ 이 글을 쓴 김일송은 공연 칼럼니스트이다.

 

 

베르테르
대표적인 국내 창작 뮤지컬 <베르테르>가 5년 만에 돌아왔다. 올해로 창작 20주년을 맞이한 <베르테르>는 엄기준, 유연석, 규현 등 화려한 라인업, 한 폭의 수채화 같은 아름다운 연출, 서정적인 선율의 실내악 오케스트라로 무대를 꾸릴 예정이다.
일시 8월 28일~11월 1일 
장소 광림아트센터 BBCH홀 
문의 1588-5212
 

외설적인
미국 극작가 폴라 보글의 작품 <INDECENT>를 바탕으로 2020 아르코 파트너인 이동선 연출가가 해석을 더해 완성한 작품이다. 한 극단을 중심으로 실화와 상상, 극단원들의 개인적인 이야기와 그들이 간직했던 예술에 대한 헌신을 음악과 춤을 통해 관객에게 전한다. 
일시 9월 16일~27일 
장소 대학로예술극장 대극장 
문의 02-3668-0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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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EDITOR : <더네이버>편집부PHOTO : LG 아트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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