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STYLE BLOSSOM WALTZ

기나긴 추위가 물러나면서 대지에는 수줍게 볼을 내민 초록 이파리와 꽃들이 춤추기 시작한다. 봄이면 온갖 색으로 새롭게 단장하는 타국의 왕실 정원들.

2019.0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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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비로운 미로의 숲 크로메르지시성 정원
크로메르지시성은 올로모우츠 주교와 대주교의 여름 궁전으로 사용되던 곳이다. 대주교의 주도로 재건 공사를 하면서 지금의 형태를 갖추었다. 1978년, 지역 기념물 보존구역으로 지정된 데 이어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됐다. 후기 고딕 양식과 르네상스 양식을 조화시킨 건축물로 17세기 개보수 때 바로크 양식을 더해 아름다운 면모를 배가했다. 특히 이곳의 정원은 조형미와 독특한 구성으로 명성이 높다. 과수원과 텃밭, 꽃밭으로 구성한 정원은 미학적 관점에도 신경을 썼지만 조화의 가치관을 여실히 보여준다. 빛과 초목, 물, 예술, 건축의 공생을 염두에 두고 조성해 국가적인 이미지나 유럽의 전형적인 정원 양식과는 차별화된 경관이다. 특히나 이 정원의 핵심은 꼬불꼬불 긴 미로다. 초록 담으로 이뤄진 미로와 조각 장식, 그 사이를 장식한 꽃을 보면 우연히 신비스러운 숲에 도착한 기분이 든다. 성의 1층에서 방을 지나면 정원으로 연결되는데, 광산을 모티프로 설계한 인공 동굴도 함께 볼 수 있다. 미로를 통과하면 해답을 얻는 영화의 한 장면처럼, 정원의 곡선을 따라 아케이드를 지나면 갤러리로 도착하는 것도 흥미롭다. 

 

 

 

마음의 안정을 찾는 곳 프레덴스보르성 정원
덴마크 프레덴스보르성은 18세기, 프레데릭 4세의 지휘 아래 지어진 바로크 스타일의 사냥궁이다. 1722년, 러시아와 스웨덴이 발트해 지배권을 놓고 다투던 북방전쟁이 끝나면서 ‘평화’를 원하는 국민의 염원을 담아 이 궁을 지었다. 성과 정원에 흐르는 프렌치 스타일의 기조 탓에 ‘덴마크의 베르세유’라고도 불린다. 현재는 덴마크 왕족들이 여름 별장으로 이용하거나 중요 행사와 기념일에 성대한 파티를 여는 장소로 사용 중이다. 연중 내내 관람객에게 개방하는 정원에 들어서면, 긴 직선의 갈래길이 별의 형태를 이루며 궁에서 뻗어 있는 모습이 눈에 띈다. 정원의 틈을 채운 조각상과 양을 짐작하기 힘들 정도로 무수히 늘어선 보리수나무를 사이로 걷다 보면 마음이 정화되는 느낌이다. 1700년대 말부터 1800년대 중반까지 덴마크의 많은 정원 양식이 낭만주의 스타일로 바뀌었으나, 프레덴스보르성 정원은 바로크 스타일을 유지해 역사적으로도 의미가 있다. 일반 정원은 모두에게 열려 있지만, 왕족에게만 개방하는 비밀스러운 정원도 있다. 그들에게 신선한 야채와 꽃을 제공하는 허브 정원이 있는 프라이빗 정원에는 1995년에 지은 오렌지나무 온실도 있다. 참고로 여름이 되면, 한 주간 프라이빗 정원을 개방하는 행사가 열린다.

 

 

 

왕실의 사랑을 받은 애틋한 휴양지 퐁텐블로성 정원
파리에서 남동 방향으로 64km가량 떨어진 퐁텐블로성은 프랑스의 왕궁 중 가장 방대한 규모를 자랑했다. 물론, 베르사유 궁전이 생겨나기 전까지의 이야기다. 하지만 퐁텐블로 궁전과 정원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될 정도로, 건축과 디자인사에서 의미가 크다. 시작은 권력에 대한 욕망에서부터 비롯되었다. 1528년, 프랑수아 1세는 본래 사냥 별장이었던 터에 호화로운 궁을 세워 프랑스 군주제의 위용을 드높이고자 했다. 그는 각국의 인재들을 초빙해 르네상스 양식의 궁전을 건축했다. 이 궁전 뒤에 설계한 정원은 위치별로 설계가 달라 보는 재미가 있다. 한쪽은 인공미를 살린 프랑스 스타일이고, 반대편은 자연미를 살린 영국 스타일이다. 프랑스 스타일의 다이아나 정원은 궁전이 생기기 전의 기원을 살렸다. 귀족들이 즐기던 사냥에서 모티프를 가져와, 사냥의 여신 동상을 세우고 분수와 함께 연출했다. 다이아나 정원을 나와 길게 뻗어 있는 길을 따르면 보이는 영국 정원에는 커다란 잉어 연못이 있다. 과거, 귀족들이 배를 타며 휴양을 즐기던 곳으로 아래로 거대하게 늘어진 나뭇가지 덕분에 운치가 넘친다. 

 

 

 

이토록 아름다운 사계절 원명원
프랑스의 대문호, 빅토르 위고는 원명원에 대해 ‘몽환적인 아름다움을 보여주는 동양 예술의 백미’라고 표현했다. 그의 찬사에 걸맞게, 원명원은 동서양 건축 스타일의 절묘한 조화 속에 다양한 시대별 유물을 소장한 동양 건축사의 걸작이다. 한편 청나라 황실의 정원 사랑이 고스란히 담긴 광대한 정원이기도 하다. 베이징에서도 최고의 배산임수 지역에 무려 145곳의 경관을 조성한 원명원은 자금성과 이화원을 합치고도 남을 만큼 거대한 규모다. 청나라 황제들은 이 아름다운 정원을 관망의 대상으로만 삼지 않았다. 옹정제 이후 황제들은 원명원을 정치의 중심 거점으로 삼고 그곳에서 많은 시간을 보냈다. 여전히 장대한 정원을 돌아볼 수 있다면 좋으련만 안타깝게도 1860년, 원명원은 영국과 프랑스 연합군이 지핀 불에 타버렸다. 그럼에도 명불허전의 위엄과 아름다움은 남았다. 1983년 복원한 원명원은 고궁을 중심으로 사원과 분수, 호수, 누각을 둘러싸고 계절마다 다른 모습을 보인다. 봄에는 매화, 여름에는 연꽃, 가을에는 국화, 겨울에는 눈꽃이 정원의 백미를 더한다. 면적이 줄었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부지가 넓은 원명원을 돌아보려면 여유 있는 시간이 필수다. 장춘원에 위치한 원명원 전시관에서 조성과 소각, 복원의 과정을 보고 나서 둘러보기를 권한다. 

 

 

 

빛나는 ‘유리 궁전’ 라컨 왕립 온실 정원
따뜻한 봄, 벨기에 여행을 계획 중인 사람이라면 이곳을 둘러보기를 권한다. 19세기 건축가, 알퐁스 발라가 레오폴트 2세의 명으로 설계한 이 정원은 1년에 단 3주, 오로지 봄에만 일반인에게 개방한다. 철골 뼈대에 얹은 유리를 통과한 햇살이 그대로 들어와 ‘유리 궁전’이라 불리기도 한다. 온실 정원이라 자그마한 규모에 적당히 식물을 채워놓은 것으로 짐작할 수도 있겠지만, 브뤼셀 내에서도 독보적인 아름다움을 증명하는 곳 중 하나다. 19세기부터 철이나 유리 세공 기술이 발달한 유럽의 배경 덕분에 독특한 외관과 내부의 구조로 완성되었다고 한다. 무엇보다 화려한 분위기보다는 식물원처럼 친화적인 분위기에서 아주 편하게 열대 식물과 희귀 식물, 나무 등을 감상할 수 있다. 온실을 나오면 반대편 방향으로 작은 규모의 일본 스타일 정원이 있다. 벨기에에서 아기자기한 일본식 구조물과 함께 동양의 분재 식물을 둘러보는 특별한 경험을 하게 된다. 라컨 왕립 온실 정원의 방문을 희망한다면, 이른 아침부터 서둘러야 한다. 온실 정원을 보기 위해 오픈 시간 전부터 줄을 서는 관람객들이 무척 많기 때문이다. 

 

 

 

 

운하를 두른 웅장함 헤렌하우젠 정원
하노버가 관광 명소로 꼽히는 도시는 아니지만, 조경에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다 아는 헤렌하우젠 정원을 보는 것만으로도 하노버에 갈 만한 이유가 된다. 독일에서 가장 아름다운 바로크 양식의 정원으로도 명성이 높은 곳이니까. 헤렌하우젠 정원은 구역마다 다른 콘셉트의 정원을 구성해두었는데 그로센 정원, 베르크 정원, 게오르겐 정원이 이에 해당한다. 이 아름다운 정원이 조성되기까지 역대 왕후들의 조경에 대한 안목과 관심이 큰 몫을 했다. 조지 1세의 어머니인 소피아 왕비는 생전, 정원 조성에 엄청난 열의를 보였는데 심지어 “헤렌하우젠 정원은 나의 생명입니다”라는 편지글을 남길 정도였다. 30년 전쟁 이후, 프랑스 문화에 대한 로망이 생긴 여느 유럽 국가처럼 독일 역시 베르사유 정원을 동경하기 시작했다. 르 노트르 문하의 조경가, 마틴 샤르보니에를 불러들인 이유도 그 때문이었다. 야외극장을 중심으로 서쪽에는 서어나무가 울창한 미로원이 있고, 서로 다른 디자인의 소정원이 곳곳에 자리하고 있다. 소정원을 채우는 회양목의 네모난 줄기 덕분에 아기자기한 이미지가 생겨났다. 정원 중심에는 벽에 분수를 붙인 벽천 형태의 다리가 있는데, 이 다리 위에 오르면 정원을 한눈에 담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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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 : 김지영PHOTO : 더 네이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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