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STYLE 이브 생 로랑이 사랑한 그곳

파리와 마라케시 두 곳에 이브 생 로랑 뮤지엄이 동시에 문을 열었다. 마라케시의 흙빛을 닮은 붉은 벽돌로 감싼 뮤지엄은 압도적이지만 군더더기 없는 간결한 건축 언어가 돋보인다. 이브 생 로랑의 쿠튀르 컬렉션과 드로잉, 사진 등 천재 디자이너가 사랑해 마지않은, 끝없는 영감의 원천 모로코가 온전히 담겨 있다.

2018.0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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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마라케시 여행에서 놓치면 아쉬운 장소가 있다. 바로 이브 생 로랑 길이다. ‘패션과 예술의 전당’ 앞을 가로지르는 그 길에서, 택시와 마차가 어깨를 나란히 하고 관광객을 실어 나른다.

 

1 카스바에 위치한 작지만 화려한 호텔 라 술타나. 2 ‘자크 마조렐의 집이자 아틀리에였던 공간을 재단장하라.’ 그들의 감각을 눈여겨본 피에르 베르제가 건축 사무소 Studio KO에 처음으로 맡긴 임무였다. 후에 그는 한 치의 의심이나 고민 없이 뮤지엄 건축까지 KO에 의뢰했다.

 

 

1 패션 사진가 헬무트 뉴튼이 포착한 이브 생 로랑. 매력적이고 우아한 젊은 시절 그의 모습이 담겼다.  2 <시간의 복도>라는 이름의 전시. 사진으로 보는 이브 생 로랑의 전기다. 그의 추억의 순간, 잡지 화보, 드로잉과 사진 등 지난 순간들이 검은 액자 안에 담긴 채 검은 벽을 따라 길게 늘어서 있다. 3 정원에서 영감을 얻어 진행한 1989년 봄/여름 오트 쿠튀르 컬렉션. 4 1981년 의상. 모직 에타민(평직의 짧은 천)을 이용한 루마니아 스타일 블라우스. 진주와 장식용 파이예트를 견사로 달고 화려한 수를 놓았다. 5 명료한 그래픽적 분할이 돋보이는 1965년 가을/겨울 컬렉션 의상. 몬드리안의 기하학적 추상을 옮긴 이 의상은 이브 생 로랑의 상징이 되었다. 

 

뮤제 이브 생 로랑 마라케시
이브 생 로랑은 1957년 21세의 나이에, 당시 파리 최고의 오트 쿠튀르 하우스인 크리스찬 디올 수석 디자이너로 혜성처럼 패션계에 등장해, 새로운 여성상에 어울리는 독창적이고 혁신적인 작품을 선보이면서 20세기 후반의 패션을 이끌었다. 천재 쿠튀리에는 2008년에 세상을 떠났지만, 그를 기리기 위해 2017년 아프리카 모로코 마라케시에 그의 이름을 딴 뮤지엄이 들어섰다. 이브 생 로랑이 자신의 영원한 영감의 원천이라 말한 곳이 바로 모로코와 마라케시였다. 그렇다고 뮤지엄은 과거와 추억에 머물지 않는다. 현재에 생생하게 살아 있는 문화 공간으로, 무엇보다 뮤지엄이 자리한 동시대의 모로코 속에서 활짝 꽃필 수 있기를 바라며 마련된 공간이다. 
한 사람을 기리는 뮤지엄이 흔히 취하는 상투적 구성을 탈피, 이브 생 로랑 뮤지엄의 전시나 상영 자료를 다양한 이미지로 꾸민 것이 특징이다. 디자이너의 찰나를 포착한 사진들, 그가 나눈 우정을 담은 사진, 디자이너의 수많은 드로잉과 크로키, 지난 컬렉션 쇼의 캣워크 영상, 디자이너의 화려한 의상을 걸친 올 블랙 마네킹들이 그것이다. 전시 연출은 크리스토프 마르탱이 맡았는데, 단순한 연대순 정리보다 생생한 이야기 전개를 통해 감동을 전하고자 했다. 유명 작품을 나열하는 회고적 소개 대신 이브 생 로랑이 받은 영감 속으로 떠나는 여행이 될 수 있도록 꾸민 것. 미니멀한 검은 벽을 배경으로, 소재를 통일하고 사진과 스케치 등 창작 과정을 드러내는 다양한 이미지로 줄거리를 만들어, 디자이너의 일생을 좀 더 친근하게 들여다볼 수 있도록 했다. “모로코의 색을 통해 색이라는 것이 내게로 왔다”고 말하는 이브 생 로랑의 목소리를 듣게 될 것이다.   
이브 생 로랑 뮤지엄의 디자인은 건축가 칼 푸르니에와 올리비에 마르티가 꾸리는 Studio KO가 맡았는데, 일찍이 그들의 감성과 실력을 알아본 피에르 베르제의 의뢰에 따른 것이다. 피에르 베르제는 이브 생 로랑의 연인이자 비즈니스 파트너로, “내 인생의 의미인 그 추억을 ‘실제’로 옮기는 데 있다”라며 디자인을 맡겼다고 한다. 그전까지 주택 디자인만 해온 KO에게도 큰 모험이었지만, 창작에 몰두한 이브 생 로랑의 일생과 그의 삶에 얽힌 프랑스와 모로코의 이야기에 매료된 두 건축가는 디자이너 삶 속의 평범함과 비범함을 하나로 잘 융합하면서, 그들만의 건축 언어로 피에르 베르제의 요구에 근사하게 답했다. 

 

 

1 다채로운 선인장 숲 뒤로 보이는 자크 마조렐의 옛 아틀리에 건물. 지금은 베르베르 박물관으로 사용되고 있다. 2 아가베, 기둥선인장, 부채선인장 등 다양한 식물군의 조합이 청량한 초록의 다양한 뉘앙스를 전한다.

 

색의 향연, 마조렐 정원
생경하리만큼 또렷한 파랑, 그와 환한 대조를 이루는 밝은 노랑, 온갖 이국의 식물이 펼쳐 보이는 다양한 초록…. 이른 아침, 새소리로 잠에서 깨어난 마조렐 정원은 온갖 색으로 눈부시다. 저 먼 나라의 이국 식물과 보기 힘든 귀한 식물을 품에 안은 키 큰 야자수. 모로코의 강렬한 빛에 반했던 화가 자크 마조렐의 열정이 정원 안에 고스란히 남아 있다. 그는 한때 야자나무 재배 농장이었던 곳을 자신의 아틀리에이자 집으로 삼았으며, 해외를 여행하면서 수집한 다양한 식물을 심고 가꿨다. 마라케시 지역의 전통과 문화를 지켜볼 기회가 있었던 청년 자크 마조렐은 20세기 초반의 모로코와 마라케시 분위기를 담아낸 작품을 남겼으며, 자신의 아틀리에 주위로 자신이 사랑하던 색채를 불러와 혼잡한 도시 내의 고요한 오아시스로 만들었다. 마티스의 색과 자연의 색이 하나 되어 어우러진 마조렐 정원에 들어서면 바깥세상의 소란함은 잊게 된다.  
자크 마조렐이 사고로 젊은 나이에 세상을 떠난 뒤, 1980년 들어 마조렐 정원은 이브 생 로랑과 피에르 베르제의 소유가 되면서 1년여 동안 보수 복원을 거친다. 전문 조경사 메디슨 콕스의 꼼꼼하고 섬세한 안목을 통해 새 생명을 얻게 된 마조렐 정원. 야자수 그늘 아래 자라고 있는 부겐빌레아와 아가베, 소철, 유카(실난초), 그리고 기기묘묘한 거대 선인장들…. 전문가의 손을 거쳐 탄생한 자연의 조형미가 참으로 편안하고 아름답다. 마조렐 정원의 다양한 식물군은 관람객의 눈길과 기분을 편안히 감싸며, 온갖 기분 좋은 초록의 뉘앙스를 선사한다. 건물에 칠한 밝은 코발트 블루색은 그 오묘한 선명함에 ‘마조렐 블루’라는 별명까지 얻었는데, 어찌나 강렬한지 멀리서도 초록들 사이로 눈길을 빼앗는다. 대나무 늘어선 오솔길, 정자, 연못, 분수가로 이어지는 산책로를 따라 쉬엄쉬엄 걷다 보면, 1930년대에는 화가의 아틀리에였다가 지금은 베르베르 박물관으로 변모한 공간에 다다른다. 모로코 북부 리프산맥에서 사하라 사막까지, 현재도 퍼져 있는 베르베르족의 문화와 그들의 뛰어난 창의성을 매력적인 전시 연출을 통해 살펴볼 수 있는 아담한 박물관이다. 
자크 마조렐이 사랑했던 모로코. 마라케시에서 아틀라스산맥까지, 카스바에서 사하라 남부 아프리카 여행까지, 실제이면서도 환영이었던 그의 모로코는 왁자지껄 일상의 삶이 빼곡한 골목의 리얼리즘으로, 길들여진 햇볕 아래 펼쳐진 풍경과 건축의 리얼리즘으로 보는 이를 매료시킨다.

 

 

1, 2 리아드 건축 양식을 오롯이 느낄 수 있는 호텔 라 술타나. 3 카스바 주변부에 자리한 호텔 라 술타나는 그 자체로 하나의 세상이다. 

 

4 이브 생 로랑 길 모퉁이에 조용히 자리한 숙소 라 빌라 칼라리스(La Villa Kallaris). 이브 생 로랑 뮤지엄, 마조렐 정원과 등을 맞대고 있어 숙소 테라스와 정원에서 마조렐 정원까지 덤으로 누릴 수 있다. 5 경계 없는 상상력이 돋보이는 의상이 눈길을 끄는 이곳은 스타일리스트 아르티시 이프라치 (Artsi Ifrach)가 이끄는 매장이다. 지역 문화와 전통에서 영감을 받아, 화려한 색으로 개성 만점의 절충주의 스타일을 선보인다.  6 마라케시는 공예 장인들의 역사와 오랜 솜씨가 돋보이는 곳으로 개성 넘치고 다양한 작품을 도시 곳곳에서 구입할 수 있다. 벽화는 미온(Meon)의 작품. 7 이 지역 전통문화를 재해석한 상품을 선보이고 있는 샤비 시트(Chabi Chit)에서 만난 바네사 디미노의 그릇 컬렉션. 바네사 디미노는 건축 사무소 Studio KO와 협업하는 건축가이기도 하다.

 

리아드 건축을 엿보다
리아드(Riad)는 모로코의 전통 가옥 양식으로, 집 한가운데에 하늘로 뚫린 정원을 배치해 식물을 가꾸거나 분수를 놓거나, 작은 풀장을 만드는 것이 특징이다. 최근엔 여러 채의 리아드를 연결해 고급 숙소로 개조한 곳이 많은데, 리아드 건축 양식을 체험하며 모로코의 정취를 누려볼 수 있는 귀한 공간이 있다. 바로 호텔 라 술타나(Hôtel La Sultana)다. 알모하드(Almohads) 양식으로 지은 붉은 벽돌 리아드 아래로는 에메랄드 물빛의 스파가, 연결된 사바(Sabah) 리아드에는 스위트룸이 자리한다. 마라케시 공예 장인들의 섬세한 솜씨가 호텔 곳곳을 채우고 있는데, 삼백나무 위의 저부조 세공, 석고 조각 등 오래전 역사 속 인물인 술탄의 아내를 기리기 위해 공들인 곳이 바로 이곳 호텔 라 술타나다. 해가 기울어가는 붉은 하늘을 바라보며 칵테일 한잔하기도 좋고, 테라스에서 상쾌한 바람과 함께 식사를 즐겨도 좋은 곳. 호텔 관리인에게 조언을 구하며 이브 생 로랑 뮤지엄이나 마조렐 정원 나들이를 계획해봐도 좋겠다. 호텔을 둘러싼 거리와 마켓의 복작한 리듬에 몸을 맡겨보자. 머무는 동안 모로코의 친절하고 친근한 환대의 전통을 물씬 느낄 수 있는 숙소다. 라 술타나는 그 자체로 하나의 꿈 같은 세상이다.   
WRITER Cécile Viarelli  Photo Bernard Touillon  Translation 정혜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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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EDITOR : 설미현PHOTO : P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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