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해 출판계의 가장 강력한 트렌드가 ‘힐링’이었다면 2013년도의 핫 키워드는 ‘죽음’이 될 전망이다. 기피대상이었던 부정적인 단어 ‘죽음’이 이제 더 이상 기피 대상이 아닌 삶의 화두로 여겨지며 작가들은 잘 죽기 위한 방법에 대해 이야기한다. 삶과 가장 가까이에 맞닿아 있는 죽음이라는 키워드는 우리가 더 잘 살기 위해 공부해야 하는 대상이며 지금 이 순간의 행복을 위해 준비해두어야 하는 관심사이다. 하루 하루 아무 생각 없이 살고 있는 인생이 안타깝다면, 죽음이 가까이 다가온 순간 삶을 후회하고 싶지 않다면 미리 준비하라.
2013.02.28
정치인이었던 유시민은 날카롭고 직선적이었지만, 정치시장을 떠나 지식시장으로 복귀하고 내놓은 첫번째 책인 <어떻게 살 것인가>는 자기 자신의 삶을 성찰하며 인생의 기쁨과 아픔, 세상을 어떻게 바라보아야 할지를 이야기한다. 삶과 죽음, 개인과 사회, 자유와 공동선, 진보와 보수, 욕망과 품격, 사랑과 책임 등 우리의 삶을 형성하는 물질적 요소들을 자신의 시각으로 해석하며 우리가 끊임없이 질주하며 살고 있는 인생에서 잃어버리고 있는 것은 없는지 반문한다. “행복했던 날들이 거의 없었다.”고 자기 자신을 되돌아본 유시민은 지금부터라고 하고 싶은 일들을 하며 살기로 마음 먹었다고 한다. 가장 나다운 삶, 죽음의 순간에 인생을 후회하지 않을 수 있도록 지금부터라도 인생을 바꾸려고 하는 지식인 유시민의 이야기를 통해 나의 인생을 성찰해볼 수 있는 시간을 소유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소설가 알랜 드 보통이 만든 영국의 ‘인생학교’는 2008년 런던의 작은 가게에서 시작되었다. 인파가 북적이는 도심의 평범한 건물 지하에 자리잡고 있는 이 인생학교는 ‘배움을 다시 삶의 한가운데로!’라는 캐치프레이즈를 내걸고 철한, 문학, 심리학, 예술을 다루는 곳이다. 런던까지 가지 못하는 한국의 독자들을 위해 ‘인생학교’시리즈가 책으로 출간되었다. 섹스, 돈, 일, 정신, 세상, 시간 등의 주제로 구분되고 있는 이 시리즈는 우리가 평상시 아무 생각 없이 지나쳤던 인생의 아주 사소한 부분들을 심도 깊게 생각해보고 다각도로 바라볼 수 있는 기회를 준다. ‘정신’에서는 우리가 온전한 정신으로 살아가는 법에 대해 이야기한다. 인생의 순간마다 마주하는 문제들을 어떻게 바라보고 대응해야 하는지에 대한 지혜를 전한다. 심리치료사인 지은이는 스스로의 삶을 능숙하게 통제할 수 있는 비결이 무엇인지를 자기관찰, 타인과 관계 맺기, 유익한 스트레스, 개인적인 내러티브 등 네가지 주제에 맞추어 이야기해나간다. 나 자신에게 몰두할 시간이 필요하다면 읽어 볼만한 책이다.
밤하늘은 별을 사랑해도 자기 자신을 온통 별로 채우지는 않는다, 무슨 일이 있어도 “괜찮아.”라고 말하라 등 지은이가 말하는 한 문장, 한 문장은 우리의 마음 속에 깊게 와 닿는다. 너무나도 사소한 말이지만 아무도 우리에게 해주지 않는 이야기를 정호승은 우리에게 말해준다. 또 우리보다 앞서 인생을 살아간 이들의 인생 과정 속 한마디를 통해 고단한 인생의 사막에서 용기를 얻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 책이다. 팔다리가 없지만 영국과 프랑스 사이의 도버 해협을 헤엄쳐 건넌 필립 크루아종의 이야기, 인생의 벽 앞에 섰던 지휘자 정명훈의 이야기 등 인생의 난관을 극복해낸 사람들의 인생 이야기를 통해 지금 우리 앞에 도착해 있는 삶의 문제들을 해결해낼 수 있는 용기를 얻을 수 있게 될 것이다.
죽음의 위기를 넘기고 일곱 가지 병과 더불어 살아가고 있지만 지은이는 늘 유쾌하다. 나이 드는 것도 반드시 선행 학습이 필요하다고 이야기하며 ‘나는 어떻게 나이 들어 갈 것인가’를 생각하며 배우고 익혀야 함을 강조하는 책이다. 또 나이 들어서 가족들과 함께 더불어 살아가기 위한 노하우도 제시한다. 결혼한 자녀와 네 명의 손자, 손녀와 함께 살고 있는 지은이는 서로의 개성을 인정하며 서로의 인생에 간섭하지 말고 독립성을 보장해야만 각자가 행복하게 살 수 있다고 이야기한다. 사회 생활을 이제 막 시작한 청년부터 자식을 결혼시키고 제 2의 부모 인생을 시작한 중년의 부부, 나이 먹는 것이 두려운 사람 등 삶의 지혜가 필요하다면 권하는 책이다.
1년간 매일 같은 시각에 같은 일을 하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매일 3시에 무엇을 했는지 꾸준히 기록한 독특한 컨셉의 책이다. 1월 1일부터 12월 31일까지 써내려간 저자의 일기를 통해 우리는 지은이의 1년을 볼 수 있다. 지겨운 일상을 세밀하게 관찰하고, 그 안에서 오늘의 다름을 발견해내고 있는 이 책은 특별한 사건을 기록하고 있지는 않지만 1년의 시간을 관찰자의 형태로 지낸다는 것만으로도 독자들에게 인생을 바라보는 새로운 시선을 제시한다. 그리고 그 동안 무심히 지나쳤던 내 주변의 수많은 공간들과 그 시간을 함께하는 사람들도 특별한 존재이며 소중히 여겨야 할 대상임을 조근조근 이야기한다. 오늘의 3시를 살고 있지만 내일의 3시는 어떤 일이 일어날지 전혀 예측할 수 없음은 우리 모두의 인생에 공평하게 주어진 룰이다. 이 책을 보고 나면 당신의 오늘 3시가 특별하게 느껴질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