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STYLE 두 개의 자화상

자식들에게 의존하지 말고 자신의 삶을 살라! 연극 <어머니>와 <아버지>의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렇다. 하나, 플로리앙 젤레르의 등장과 함께 기대감은 치솟는다.

2016.0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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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포장해도 이 드라마의 결론은, 부모님들 자식들에게 의지하지 마세요, 우리 살기 바빠요, 그러니 당신들은 당신들끼리 알아서 행복하세요, 우리는 이제 헤어질 시간이에요, 정 떼세요, 서운해 하지 마세요, 어쩔 수 없잖아요, 그것 아닌가 싶었다.”
앞선 문장은 최근 종영한 tvN 드라마 <디어 마이 프렌즈>를 쓴 작가 노희경의 소회다. 잔인한가? 그럼에도, 그것이야말로 인간의 운명이라고 작가는 말하는 듯하다. 늘 그렇듯 결론을 당겨오자면, 이달 소개할 프랑스 연극 <어머니>와 <아버지>의 결론도 드라마 <디어 마이 프렌즈>의 결론과 크게 다르지 않다. 자식들에게 의존하지 말고 자신의 삶을 살라는 말이다. 연극 <어머니>와 <아버지>는 올해 국립극단이 선보이는 작품 중 기획 면에서 가장 참신한 작품이다. 두 작품은 프랑스 작가 플로리앙 젤레르가 2010년, 2012년에 각각 발표한 개별적인 희곡으로, 이렇게 독립된 두 작품이 명동예술극장에서 매일 번갈아 공연된다. 두 작품이 대극장의 무대를 공유하는 일은 연극사에서 유례를 찾기 어려운, 국립극단의 야심 찬 기획이 돋보이는 부분이다. 플로리앙 젤레르는 소설 <누구나의 연인>의 작가로, 국내에서는 ‘플로리앙 젤러’로 소개되었다. 이제야 프랑스식 제 이름을 찾은 젤레르는 2002년 소설가로 데뷔했지만, 이후 극작가로 보다 왕성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그런 그에게 현지 언론은 “동시대 프랑스 연극을 대표하는 작가”라 극찬했다. 그것은 허명이 아니다. 특히 프랑스에서 최고의 권위를 인정받는 몰리에르 상을 수상한 연극 <아버지>와, 그리고 <어머니>는 그것을 증명한다. 이 두 작품에서 그는 연극만의 고유한 특성, 연극성을 구현해낸다. 이야기는 간단하다. <어머니>는 빈둥지증후군을 겪는 어머니를 주인공으로 한다. 무뚝뚝하나 속정은 깊은 남편이 있지만, 남편의 존재도 그에게는 위로가 되지 않는다. 오로지 애지중지 키운 아들만이 존재의 이유. 그런 아들이 독립한 후 상실감에 우울증을 겪던 그는 술과 약에 의지하다가 급기야 현실과 환상을 구분하지 못하는 지경에 이른다. <아버지>는 노인성 치매를 앓는 아버지를 주인공으로 한다. 시계에 집착하지만, 시간 관념은 상실한 지 오래. 과거와 현재를 혼동하는 일이 다반사다. 몇 년 전의 일을 어제의 일로 생각하는가 하면, 어제의 일은 깡그리 잊기도 한다. 거칠게 요약하자면, 빈둥지증후군을 앓는 어머니는 환상과 현실을 분간하지 못하고, 노인성 치매를 앓는 아버지는 과거와 현재를 구분하지 못한다. 두 사람 모두 현실은 혼란이며 그로 인한 고통이다.


이 작품이 흥미로운 점은 이야기의 전개가 이들의 시점으로 이루어진다는 데에 있다. 그 때문에 관객도 그들과 똑같은 혼란을 경험하게 된다. 무엇이 환상이고 무엇이 현실인지(어머니), 무엇이 과거이고 무엇이 현재인지(아버지), 결국 무엇이 진실인지 관객은 주인공과 함께 흩뜨려진 퍼즐 조각을 맞춰야 한다. 그런데 이 게임이 흥미진진하다. 연극 <어머니>의 타이틀 롤은 윤소정이, <아버지>의 타이틀 롤은 박근형이 맡았다. 특히 지난해 영화 <장수상회>에 이어 다시 치매 노인 역을 맡은 박근형의 <아버지>는 그의 독무대나 다름없다. 두 배우 모두 자신의 역할을 소화하기가 불편했을 것이다. 결국 자신의 세대를 불편하게 만드니까. 마지막 말은 노희경의 표현을 빌려 두 배우에게, 그리고 모든 부모 세대에게 바친다.
“더러는 아파서, 불편해서, 이 드라마를 보고 싶지 않다고 하는 시청자도 있는데, 당신들은 당신들의 불편한 얘기를 온몸으로 마주하고 서서, 표현하면서, 얼마나 막막하고 두려우셨을까. 가슴이 먹먹하다. 그리고 배운다. 나도 당신들처럼 어떤 미래가 닥쳐도 내 앞에 주어진 길을 피하지 않고 당당하고 치열하게 걸어가리라. 도망치지 않으리라. 웃음도 잃지 않으리라. 혼자서도 빛나는 길 마다하고.”

CREDIT

EDITOR : 설미현PHOTO : P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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