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에는 운전면허 없이도 차를 몰고 다닐 수 있을지도 모른다. 인공지능을 탑재한 자율 주행 차량의 일반화가 점쳐지면서 제품, 설비, 인간이 하나로 연결되는 사물 인터넷 혁명, 즉 제4차 산업혁명에 가속이 붙고 있기 때문이다. 정치, 경제, 사회 등 생활 전반에 걸쳐 우리의 삶 전체를 송두리째 뒤바꿀 미래 기술, 그 영향은 뷰티 업계도 피해 갈 수 없다. 거울을 보며 그날의 피부 상태를 진단하고, 맞춤 제품을 바로 처방받아 사용하는 모습이나 보톡스나 필러를 발라 얼굴을 직접 디자인하는 등 상상하는 그 무엇이든 실현될 수 있는 시대가 코앞으로 다가온 것이다.

글로벌 뷰티 업계는 이미 이런 변화를 감지한 듯 보인다. 여러 분야의 과학 기술을 접목해 한층 진화한 제품을 선보이는가 하면 아예 새로운 카테고리의 제품을 제작하기까지, 다양한 변화를 꾀하고 있으니 말이다. 더 나아가 가상현실과 3D 프린트 기술 등을 활용한 체험 서비스도 제공하면서 일반적인 뷰티 루틴에서 벗어나 전혀 새로운 범주로 확장되어가고 있다. 앞으로는 얼굴에 직접 컬러를 시험하고 질감을 느껴보는, 혹은 향수를 시향해보는 모습을 더는 찾아볼 수 없을지도 모른다. 그동안 우리가 알던 뷰티에 대한 고정관념을 탈피해야 할 시대가 온 것이다.

증강현실
가장 가까운 미래, 아니 지금 당장 만날 수 있는 진보된 기술력은 스마트폰에서 찾아볼 수 있다. 앱 형태의 이 서비스는 가상현실과 현실을 접목해 뷰티 제품을 간편하게 테스트해볼 수 있을 뿐 아니라 피부 상태를 진단하고 필요한 제품을 추천해주는 등 마치 뷰티 주치의 같은 역할을 하고 있다. 글로벌 뷰티 기업인 로레알 그룹은 일찍부터 이러한 미래의 뷰티 테크놀로지를 강화하기 위해 움직여왔다. 작년, 로레알 그룹이 캐나다의 안면 인식 기술 업체 모디페이스(Modiface)를 인수한 것도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이다. 증강현실과 인공지능을 접목해 얼굴의 움직임과 색상을 감지하는 특허를 보유하고 있는 모디페이스의 첨단 기술을 로레알 그룹 산하의 브랜드에 접목하기 위한 것. 모디페이스는 로레알 그룹과 만나, 메이크업했을 때의 얼굴을 가상으로 보여주는 제한적인 기능에서 더 나아가 여러 헤어스타일을 얼굴에 구현해보는 서비스, 손 위에 컬러와 디자인을 바꾸며 원하는 네일 컬러를 찾게 도와주는 서비스 등 다양한 기능을 추가하면서 진화하고 있다. 그런가 하면 어뮤즈는 지난 연말, 스노우 앱을 통해 메이크업 스티커를 출시해 얼굴 위에 메이크업을 시연해볼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해 큰 인기를 끌었다. 메이크업이나 헤어, 네일 등 컬러를 입히는 영역뿐만 아니라 스킨케어 역시 증강현실의 효과를 톡톡히 누리고 있다. 뉴트로지나가 제공하는 스킨360, 국내에서 선보인 스킨10과 같은 디지털 앱은 피부를 정밀 분석하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피부를 30배 이상 확대해 모공의 모양과 크기를 측정하고 깊게 파인 주름뿐만 아니라 미세한 주름까지 정밀하게 찾아내 피부 타입, 그리고 고민에 맞는 개선안을 제안한다. 매일매일의 피부 측정 결과를 기록해 스킨케어 루틴에 솔루션을 제안하고, 마치 에스테틱에 온 듯 전문적인 마사지 방법을 얼굴에 직접 표시해주는 등 일상에서 체계적으로 피부 관리를 하는 데 도움을 주고 있다.

SKIN 10 카메라 렌즈와 빛을 통해 피부를 정밀 분석해 스킨케어 솔루션을 제공하고 맞춤 마사지 방법을 제안해 체계적인 피부 관리를 도와주는 어플리케이션.

MODIFACE-SKIN 얼굴 모양을 스캔하여 다양한 메이크업을 가상으로 체험해볼 수 있게 도와주는 가장 메이크업 어플리케이션.

MODIFACE-HAIR 컬러와 길이, 웨이브의 정도를 달리 하여 헤어 스타일을 얼굴과 매치해 어울리는 스타일을 찾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 가상 헤어 스타일링 어플리케이션.

맞춤 제작
피부 타입이나 고민에 따라 커스터마이징해 사용할 수 있는 제품은 꾸준히 등장하고 있다. 피부 타입에 맞는 로션에 원하는 효과를 더해줄 부스터를 끼워 함께 사용하는 스킨케어 제품부터 원하는 컬러를 골라 만드는 나만의 메이크업 팔레트까지 종류도 다양하지만 그 형태는 굉장히 심플하다. 하지만 미래의 커스터마이징은 이처럼 일차원적이지 않다. 미래에는 자신의 피부 세포에서 추출한 세포 배양액을 담은 맞춤 스킨케어를 활용해 피부를 더욱 안전하게 관리할 수 있으며, 피부 고민에 따라 더욱 세분화된 성분을 담은 제품으로 국소 부위 중심의 케어까지 경험할 수 있다. 시술 역시 마찬가지. 주사 형식이었던 기존의 보톡스나 필러와 같은 시술이 이제는 피부에 직접 바르는 형태로 바뀌어갈 예정이다. 시술 후 본인의 모습이 어떻게 바뀔지 예상할 수 있는 증강현실 서비스를 통해 얼굴을 직접 디자인한 뒤 피부 속 신경 세포에 직접 침투할 수 있는 바르는 필러, 보톡스로 원하는 형태의 얼굴을 맞춤 제작할 수 있게 되는 것. 실제로 지금 판매되고 있는 아크로패스나 이지듀의 니들 제품은 마이크로 니들 기술을 접목하여 직접 시술한 듯한 즉각적인 변화를 경험할 수 있다. 이처럼 커스터마이징 화장품, 혹은 시술이 상용화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지는 않을 듯하다. 레이저나 고주파와 같이 피부과에서만 받을 수 있는 고비용의 시술도 앞으로는 가정용 제품으로 손쉽게 하는 세상이 열릴 듯하다. 스킨케어부터 시술까지 D.I.Y 뷰티 프로그램의 등장은 세분화된 피부 고민에 맞춰 보다 꼼꼼하고 집중적인 스킨케어의 등장을 예고한다. 앞으로는 기존의 안티에이징이나 화이트닝, 트러블 케어와 같은 분류보다는 팔자 주름, 까치발 주름 등 주름의 종류, 혹은 주근깨, 기미 등 색소 침착의 종류에 따라 다른 스킨케어 제품을 사용하고 각각 다른 처방의 시술을 받게 될지도 모른다.

1 EASYDEW 미세 바늘을 사용해 유효 성분의 피부 침투를 도와 탁월한 주름 개선 효과를 선사하는 뷰티 디바이스. DW-EDF 더마 니들 프로그램 3500 프로 16만8000원. 2 ACROPASS 히알루론산과 색소 침착 억제 유효 성분을 초미세 형태로 건조, 마이크로 니들화해 피부 속 침투력을 높인 패치. 스팟 이레이저 멀티존 패치 16개입 8만원.

로봇 공학
미래에는 초소형 로봇의 시대가 열린다. 인간이 직접 갈 수 없는 곳을 탐사하며 다양한 일을 해결하는 초소형 로봇은 특정 영역에서 상용화된 지 이미 오래다. 스스로 날아다니는 비행형 곤충 로봇인 로보플라이를 비롯해 태양전지판으로 에너지를 자가 공급하는 로보비 등 곤충 형태의 로봇이 그런 예다. 이러한 초소형 로봇, 과연 피부와 어떤 연관이 있는 것일까? 박종오 전남대 기계공학부 교수팀은 박테리아를 이용한 의료용 나노 로봇, 일명 박테리오봇을 개발해 약물을 담고 다니며 몸속 암세포에 직접 작용해 파괴하는 암 치료 로봇을 개발해낸 바 있다. 이러한 나노 로봇은 비단 암 치료뿐 아니라 피부 고민을 해결하기 위한 스킨케어 로봇으로 개발되는 중이다. 빠르면 5년 안에 혈관을 타고 다니며 트러블을 일으키는 세포에 직접 유효 성분을 전달해 피부 고민을 해결하는 원리로 작동하는 스킨케어 로봇이 탄생할지도 모른다. 여드름이나 색소 침착, 더 나아가 주름에 이르기까지 피부 속 세포 구조에 직접적으로 유효 성분을 전달해 치료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것. 세포에 직접 작용하는 나노 로봇의 스킨케어 효과는 피부 표면부터 치료해가는 기존의 스킨케어 방식과는 차원이 다른 효능으로 스킨케어 업계를 180° 뒤집어놓을 거라 확신한다. 나노 로봇뿐만 아니라 초음파 기술에 LED, 이온, 진동 기능까지 적용된 스킨케어 기기는 첨단 기술과 뷰티의 융합이 만들어갈 미래를 더욱 기대하게 만든다.

1 ACTⅠ SCENEⅤ 화상 환자 피부의 줄기세포 치료제와 동일한 성분의 인체 케라틴 세포 배양액을 함유해 뛰어난 탄력 개선 효과를 전달하는 스킨케어 아이템. 오펠리아 페어리 플로스 8mgx28ea 20만원대. 2 L.LINIC 480개의 LED 빛이 진피층의 콜라겐 세포에 작용해 피부 탄력을 높여주는 뷰티 디바이스. 인텐시브 LED 마스크 프리미엄 151만7100원.

model 박서희 makeup 서아름 hair 최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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