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R&TECH 페라리 로마와 함께한 사흘

만개한 벚꽃과 안개처럼 스며드는 보슬비, 싱그러운 바닷바람까지, 봄기운 완연한 남해를 누빈 ‘페라리 로마’와의 동행기.

2023.0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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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전까지만 해도 페라리와 여행은 잘 어우러지는 조합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트랙이나 도심 속 잘 닦인 도로를 최고속도로 질주하며 고성능 스포츠카다운 주행 성능을 테스트하는 것이라면 몰라도, 한적한 시골길과 페라리라니 왠지 조화롭지 못하다는 생각이 먼저 떠올랐다. 하지만 재작년 그리고 지난해, 두 차례에 걸쳐 페라리 로마와 강원도 곳곳을 누비는 여행을 해본 결과 페라리 로마라면 두 단어의 조합이 꽤나 근사하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시선을 사로잡는 디자인, 우렁찬 배기음으로 어디서든 주목받는 페라리 로마는 운전의 즐거움과 여행의 묘미를 함께 누리기에 최적화된 그랜드 투어러이기 때문이다. 
2+ 시트 패스트백 쿠페 스타일의 1960년대 프런트 엔진 GT 페라리에서 영감을 받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외관 디자인에 스포티한 성능을 녹여내고, 보통 운전자 중심인 페라리 스포츠카와는 달리 듀얼 콕핏 콘셉트로 운전석과 조수석을 분리해 설계한 것도 한몫 차지한다. 뒷좌석까지 성인이 앉기엔 넉넉지 않지만 콤팩트한 운전석과 조수석은 장거리 주행에도 불편함이 없으며, 특히 프라우(Frau) 풀그레인 가죽, 알칸타라(Alcantara), 크롬 알루미늄, 카본 파이버 등 이탈리아 최고급 소재를 활용한 실내 인테리어는 차 안에 앉아서 보내는 시간을 더욱 즐겁게 만든다. 

 

 

1, 3 봄이면 도로 옆으로 벚꽃이 만발하는 거제와 하동은 드라이브를 즐기기에 최적의 장소다. 굴곡진 도로를 부드럽지만 힘차게 올라가고 스피디하게 내려가는 페라리 로마의 우아하고 역동적인 아름다움이 더욱 빛을 발한다. 2 남해를 지나 도착한 거제 파노라마 케이블카는 잠시 주행을 멈추고 휴식을 취하기에 알맞다. 맑은 날이면 케이블카 정상에서 탁 트인 한려수도를 감상할 수 있다.

 

 

시대를 초월한 고성능 데일리카 

여수에서 남해, 다시 부산까지 이어지는 사흘간의 여정에서 페라리 로마는 모두의 시선을 한몸에 받았다. 하동과 거제의 산길과 해안도로를 달릴 때면 바람에 따라 벚꽃이 흩날리는 장관이 펼쳐지는 길 위에서 페라리 로마의 웅장한 엔진음이 마치 주인공의 등장을 알리는 효과음처럼 퍼졌다. 도로에 밀착되듯 낮은 차체, 넓은 보닛과 굴곡진 윙이 부드럽게 연결된 돌출된 샤크 노즈(Shark Nose) 형태의 전면부, 아이코닉 모델 ‘페라리 몬자 SP1’에서도 찾아볼 수 있는 헤드램프를 가로지르는 조명선으로 악센트를 준 풀 LED 헤드라이트는 강렬한 인상을 선사했다. 


‘눈은 도로에, 손은 스티어링휠에(Eyes on the road, hands on the wheel).’ 이러한 철학을 바탕으로 완성된 페라리 로마는 운전자가 운전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디자인한 점도 눈에 띈다. 비너클(binnacle)로 마감한 디지털 계기판이 대시보드와 어우러지고, 주행 상태가 아닐 경우 자동으로 꺼지는 풀 디지털 인스트루먼트 패널은 스티어링휠의 스타트 버튼을 누르면 바로 켜지면서 주행할 준비가 되었음을 알린다. 16인치 HD 커브드 스크린을 적용한 계기판은 운전하면서 필요한 요소가 한눈에 보여 편리하다. 기본 화면에서는 내비게이션과 오디오 화면이 원형 엔진 회전계를 둘러싸고 있는데, 스티어링휠로 계기판을 조작하면 손쉽게 화면을 조정할 수 있다. 


아무리 탁월한 주행 성능을 자랑하는 스포츠카라도 장거리 내내 고속으로 달린다면 긴장과 피로에서 벗어나기 힘들다. 그리고 여행의 묘미란 주변 풍경을 즐기고, 같이 여행하는 이들과 나누는 경험이 더 클 터. 탁 트인 바다를 끼고 해안도로를 달릴 때면 부드러운 콤포트와 스포츠 모드로 적절한 스피드를 즐기고, 부슬부슬 봄비가 내리는 날에는  모드를 설정해 미끄러운 도로에서도 빠르고 안정적인 주행을 누렸다. 


페라리 로마의 스티어링휠은 운전자가 휠에서 손을 떼지 않고도 차량의 모든 부분을 제어할 수 있는 멀티터치 컨트롤을 도입한 것이 특징이다. 기존의 5가지 마네티노 주행 모드, 헤드라이트, 와이퍼, 방향 지시등 조작 버튼과 더불어 우측 스포크에는 대시보드를 조작할 수 있는 햅틱 반응의 터치패드, 좌측에는 음성 및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Adaptive Cruise Control) 조작 버튼을 추가해 낯선 여행지에서도 운전하기가 어렵지 않았다. 
페라리 로마는 8.4인치 HD 중앙 디스플레이로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위성 내비게이션, 온도를 손쉽게 조절할 수 있다. 옵션으로 조수석에 8.8인치 풀 HD 컬러 터치스크린을 장착해 동승석에서도 차량의 성능 및 주행 상황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음악을 선택하거나 위성 내비게이션을 확인하고, 에어컨을 켜고 끌 수 있어 마치 운전자와 함께 운전하는 듯한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 
editor LEE YOUNGCHAE

 

 

 

1 페라리 로마에는 4년 연속 ‘올해의 엔진상’을 수상한 8기통 터보엔진이 탑재됐다. 최대출력 620마력, 최대토크 77.5kg·m를 발휘한다. 2 제로 터보랙 콘셉트로 즉각적이고 부드러운 변속 감각을 보여 도심 주행이나 정체 상황에서도 편안한 페라리 로마. 3 리어 스포일러는 속도에 따라 LD, MD, HD 세 가지 모드로 작동되며, HD 모드는 250km/h에서 95kg의 다운포스를 생성한다. 4 푸른 하늘과 녹차밭이 평화로운 분위기를 선사하는 하동의 봄. 

 

 

첨단 기술로 완성한 그랜드 투어러

촉촉하게 젖은 아스팔트에서의 스케이팅 같았다. 차선이 곡선을 그리면 운전대를 비틀어 가속 페달을 강하게 밟았고, 페라리 로마는 곧바로 미끄러지는 뒤축의 균형을 바로잡으며 질주했다. 차창 밖으론 비에 젖은 하얀 벚꽃들이 연기처럼 지나갔다.


굽이진 해안도로와 달리 직선 구간이 길게 이어진 고속도로는 페라리 로마의 출력을 끌어내기에 적합했다. 주행 모드는 스포츠로, 기어는 매뉴얼 모드로 전환한 다음 가속 페달을 밟자 기어 2단에서 순식간에 100km/h를 돌파하였고, 스티어링휠 상단의 LED가 빠르게 점멸하며 변속하라 신호했다. 3단, 4단, 5단으로 오르는 각 기어에서 엔진 회전수가 최대점에 도달해 LED가 번쩍이고 화날 듯한 엔진음이 실내를 가득 채우면 그제야 기어를 바꿨다. 


페라리 로마의 8단 듀얼 클러치 변속기는 이전 GT 모델에서 사용한 7단 변속기와 비교하면 20% 작고 6kg 가볍다. 드라이 섬프 윤활 방식을 적용해 변속이 빠르고 부드러워 자동 모드에선 변속을 신경 쓸 새도 없이 자연스럽게 가속이 진행된다. 터보랙이 거의 느껴지지 않을 만큼 매끄럽다. 8기통 터보엔진의 회전질량이 작고, 터빈 내 압력파도 최적화하였기 때문이다. 


4년 연속 ‘올해의 엔진상’을 수상한 페라리의 8기통 터보엔진은 효율적이고 강력하다. 최대 회전속도는 7500rpm에, 최대출력 620마력, 최대토크 77.5kg·m를 발휘한다. 여기에 가변 부스트 매니지먼트라는 소프트웨어가 기어에 맞게 토크양을 조절하며 연비를 최적화한다. 늘어나는 rpm에 맞춰 토크양을 증가시키고, 7단과 8단에서 최대토크를 전달하는 반면, 저단 기어에서는 급격한 토크 커브로 부드럽고 일관된 주행감을 제공한다. 고단 기어에서만 높은 기어비를 사용하면 연비 효율성이 개선되고 배기가스도 줄어든다. 하지만 그랜드 투어러가 가진 장거리 주행의 즐거움을 온전히 누리기에는 수동 모드가 낫다 싶었다. 엔진을 한계까지 밀어붙이고, 출력을 알뜰하게 사용하면 조금 더 페라리 로마를 제어하는 기분이 들기 때문이다. 계기판의 숫자는 200km/h를 훌쩍 넘어가고 있었고, 페라리 로마는 조금의 떨림도 없이 지면에 바싹 붙어 안정적인 주행 감각을 드러냈다. 


고속도로를 빠져나와 남원으로 이동했다. 지리산 자락 고리봉(1305m)과 만복대(1433m) 사이 등고선을 따라 만들어진 좁고 가파른 도로는 헤어핀 구간의 연속이다. 빠른 속도로 통과하려면 차량 균형을 유지하고, 미끄러짐을 주의해야 한다. 그런데 페라리 로마에는 최신식 사이드 슬립 컨트롤 6.0이 적용되어 자세를 잘 유지한다. 오버스티어가 발생하려는 찰나에 미끄러짐을 정밀하게 예측하는 알고리즘이 작동해 차량의 균형을 바로잡는다. 그 덕에 조향과 속도에만 집중하며 주행의 즐거움을 만끽할 수 있었다. 한편, 트랙 주행에서와 같이 미끄러짐을 즐기고 싶다면 주행 모드를 레이스 모드로 바꿔야 한다. 레이스 모드에서는 휠 제동 압력을 조정하는 측면 다이내믹 컨트롤 시스템 페라리 다이내믹 인핸서(FDE)가 작동한다. FDE는 자세를 바로잡아주는 시스템이 아니라 차량이 측면으로 미끄러지는 움직임을 부드럽게 하여 쉽게 제어하도록 돕는 시스템이다. 물론 좁은 산길에선 레이스 모드를 사용하진 않았다. 달리는 것만이 전부는 아니니까. 봄기운 가득한 자연을 감상하며 페라리 로마의 주행을 즐기는 것이 이번 여행의 목적이었다. 산길을 따라 운전대를 이리저리 꺾을 때마다 입가에 미소가 번졌고, 페라리 감성에 흠뻑 젖었다. 목적지 정령치휴게소에 도착해 산등성이를 감상하는 동안에도 귓가에는 페라리 로마의 두텁고 날카로운 잔음이 계속됐다.
guest editor CHO JINHYU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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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 : 이영채, 조진혁PHOTO : 브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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