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OPLE 미디어 아티스트 미구엘 슈발리에

컴퓨터가 보급되기 전부터 디지털 아트에 천착해온 프랑스 아티스트 미구엘 슈발리에(Miguel Chevalier). 그가 서울에서 여는 첫 번째 개인전 <디지털 뷰티>가 2024년 2월까지 아라아트센터에서 펼쳐진다. 신기술로 예술의 영역을 확장해온 그를 직접 만나 이야기를 청했다.

2023.0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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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기하학 패턴을 카펫처럼 바닥에 투사한 ‘매직 카페트’. 관람객의 움직임에 따라 패턴이 변화하며 바닥이 움직이는 듯한 효과를 낳는다. (아래) 다각형 그물망 패턴이 관람객의 동선에 반응하여 수축과 팽창을 반복하는 ‘그물망 복합체’.

 

 

1980년대 초반부터 디지털 아트를 시도했다. 당시 환경은 어떠했나? 처음 작업을 시작할 때만 해도 컴퓨터는 아주 비쌌고, 지금처럼 누구나 가질 수 있는 기계가 아니었다. 보자르 미술 학교에도 컴퓨터실은 물론 교육 프로그램조차 없었다. 그래서 프랑스국립과학연구원(CNRS)의 허가를 받고 자정부터 아침 6시 사이에 컴퓨터를 사용했다. 꾸준히 작업하면서 디지털 이미지를 예술로 표현할 수 있다는 확신이 생겼다. 모든 미대생이 그러하듯 나만의 색깔을 찾기 위해 고민하던 시기였기에 밤샘 작업도 힘들지 않았다.


초기에는 어떤 작업을 했나? 1980년대만 해도 프린터가 흔하지 않았기에 컴퓨터 화면을 카메라로 찍어 현상한 뒤 그 위에 그림을 그렸다. 지금의 포토샵과 유사한 방식이라 할 수 있다. 이후 작업한 이미지를 연결해보았고, 자연스레 비디오 형태로 거듭났다.

 

 

전시 준비를 위해 서울을 찾은 미구엘 슈발리에.

 

 

처음 작품을 선보였을 때의 반응이 궁금하다. 다들 “미쳤다”고 했다. 디지털은 기술일 뿐 예술이 아니라는 것이다. 하지만 1980년대 후반부터는 갤러리에서도 내 작업을 새로운 예술 형태라고 평가했다. 그러한 반응을 접하자 내가 틀리지 않았다는 확신이 강고해졌다. 예술사에서 시대 구분할 때 신기술의 등장을 기점으로 삼는다. 사진에서는 만 레이, 비디오 아트에서는 백남준의 작품이 대표적이다. 백남준이 처음 TV를 설치했을 때 대중은 “이게 무슨 예술이냐”고 했지만 이제는 선구자로 인정하지 않나. 나 역시 디지털이라는 도구로 새로운 세계를 보여주는 것이 목표였다.


유년 시절을 멕시코에서 보냈다고. 부모님이 멕시코 초대 프랑스문화원장을 지낸 덕에 멕시코에서 태어나 12세까지 살았다. 멕시코는 다채로운 색과 형태를 일상적으로 접할 수 있는 나라다. 건물 벽을 화려한 색으로 채운 건축가 루이스 바라간(Luis Barragan)의 작업이나 거리의 거대한 벽화에서 큰 영향을 받았다. 그러한 기억이 공공장소 외벽에 영상을 투사한 미디어 작품으로 연결되었다. 


서울에도 야외 설치 작업을 하고 싶은 장소가 있나? 언젠가 꼭 한번 시도해보고 싶다. 서울역사박물관 외벽을 가득 채우면 어떨까?


건축물을 활용한 작업처럼 이번 전시에서 공간 특성을 살린 작품이 있다면? 아라아트센터는 겉보기와 달리 지하가 깊고 1, 2층이 뚫린 구조다. 이를 활용할 방법을 고민한 끝에 탄생한 것이 천장에 매단 설치 작품 ‘라이좀’이다. 어느 높이에서 보느냐에 따라 형태가 달라진다.

 

 

로봇 아티스트 패트릭 트레셋과 협업한 ‘어트랙터 댄스’. 5대의 드로잉 로봇이 춤을 추듯 동시에 동일한 선을 그려낸다.

 

 

전시장에 흐르는 사운드는 어떻게 디자인했나? 30년 지기인 아티스트 클로드 미켈리(Claude Micheli)가 이번 전시를 위해 작곡했다. 음악은 ‘디지털 무아레’와 상호작용하며 작품의 패턴을 변화시킨다. 특정 움직임과 사운드는 오직 그 순간에만 존재한다. 모든 순간이 특별하다는 사실을 전하는 작품이다.


지하 3층의 ‘어트랙터 댄스’는 패트릭 트레셋(Patrick Tresset)과 협업한 작품이다. 협업은 어떻게 이뤄졌나? 패트릭과의 관계는 10여 년 전 파리에서 그룹전을 함께하며 시작됐다. 그의 작품을 접하며 로봇 아트와의 접목을 떠올렸고, 8년 전부터 콘셉트를 논의했다. 


작업하지 않을 때는 시간을 어떻게 보내는지? 평소 여행을 즐긴다. 전시를 위해 한국을 찾은 것처럼 나에게는 여행이 영감의 원천이자 휴식이다. 가족 별장에서 시간을 보내기도 한다. 프랑스에서 스키로 유명한 알프스 발디제르 지역에 있는데, 사람들의 발길이 닿기 전 새하얀 눈밭 위에서 스키 타는 것을 좋아한다. 스크린을 보는 시간이 길기 때문에 광활한 자연에서 에너지를 얻곤 한다.


마지막으로 이번 전시에서 놓쳐서는 안 될 작품을 추천해달라. 전시장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만나게 되는 ‘그물망 복합체’와 깊은 공간의 바닥과 벽에 설치한 ‘디지털 무아레’, 몇 층에서 보는지에  따라 관점이 달라지는 ‘매직 카페트’를 추천하고 싶다. 움직임을 인식하여 변화하는 반응형 작품으로, 직접 체험하며 작품의 일부가 되는 즐거움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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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EDITOR : 박지형PHOTO : 레이커뮤니케이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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