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SHION 어서 와, 심층 여행사는 처음이지?

아뜰리에 에르메스에 기묘한 여행사가 차려졌다. 실제 같지만 실제가 아닌 이곳은 우리를 뜻하지 않은 곳으로 데려간다. 현실과 허구 사이 그 어딘가에 존재하는, 무의식의 세계로.

2022.0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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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저씨의 여행사 가맹점, 심층 여행사, Uncle’s Travel Agency Franchise, Deep Travel Ink. 설치, 2016 – 진행 중, 사진 김상태 © 로르 프루보; 에르메스 재단 제공

 

 

허리를 숙여 높이 120cm, 넓이 80cm의 좁은 문으로 들어가면, ‘아저씨의 여행사 가맹점, 심층 여행사(Uncle’s Travel Agency Franchise, Deep Travel Ink.)’ 사무실이 나온다. 여행을 홍보하는 이국적인 포스터와 잡지, 직원 데스크는 여느 여행사와 다르지 않은데 자세히 보면 어딘지 이상하다. 위아래가 뒤집힌 지도, 알 수 없는 홍보 영상, 말이 안 되는 문구가 쓰여 있는 포스터, 그리고 여행사와는 어울리지 않는 묘한 오브제까지. 이번 개인전 <심층 여행사>를 연 작가 로르 프루보(Laure Prouvost)에 의하면, 이 여행사는 크리스마스 가족 모임 때마다 세계 곳곳에 가맹점을 세우겠다고 큰소리치던 자신의 아저씨의 못 말리는 사업 확장 계획이 실현된 곳으로, 2016년 프랑크푸르트에 첫 지점을 낸 이후 마이애미, 뉴욕에 이은 네 번째 가맹점이라고 한다. 

 

 

Portrait of Laure Prouvost Photo Giorgio Benni © Laure Prouvost

 

 

심층 여행사를 적극적으로 홍보하기 위해 작가가 아저씨에게 만들어준 비디오 클립 ‘여행 정보광고’(2016)를 보면 황홀한 휴식과 낭만적인 파라다이스의 장면들을 책장을 넘기듯 정성껏 소개하고 있다. 비록 철자가 틀렸지만 ‘좀 더 깊은 곳으로 데려갈게요(We Will Take You a Beet Deaper)’라거나 ‘우리와 함께 떠나요(Escape With US)’라고 속삭이는 작가의 목소리는 귀에 닿을 듯 촉각적이다. 목소리와 조금씩 어긋나는 자막은 여행의 목적지가 실은 존재하지 않는 곳, 궁극적으로 우리 무의식의 숨겨진 장소를 향하고 있음을 은유한다.

 

 

신앙적으로 돈 버는 방법 How to Make Money Religiously, HD 비디오, 8분 44초, 가변 크기, 2014, 사진 김상태 © 로르 프루보; 에르메스 재단 제공

 


아뜰리에 에르메스에서 6월 5일까지 국내에서 처음으로 개인전 <심층 여행사>를 선보이는 로르 프루보는 동시대 미술 신에서 가장 흥미로운 작가 중 하나로 손꼽힌다. 그녀는 이질적인 이미지와 오브제, 그리고 특유의 보이스오버와 자유로운 텍스트를 이용해 실제와 허구를 중첩하고 그 경계를 모호하게 함으로써 우리를 낯선 세계로 초대한다. 때로는 불편하고 때로는 우스꽝스러운 이 세계는 우리 내면 깊은 데 숨어 있는 무의식 속이기도 하고, 정상적인 것과 합법적인 것, 이성적인 것 바깥에 있는 존재들을 만나는 곳이며, 나아가 앞으로 펼쳐질 가상세계를 어떻게 실제 감각으로 포섭할지 가늠해보는 곳이기도 하다. 

 

로르 프루보는 진보와 퇴행, 미래와 과거가 뒤죽박죽된 것 같은 동시대를 자신만의 기발한 스토리텔링으로 풀어 나간다. 그녀의 이야기 짓기는 먼 곳의 이야기가 아니라 주로 자신의 직계 가족사를 중심으로 전개되는데, 사실과 허구가 구별되지 않는 지점에 서사를 위치시킨다. 프랑스 작가로는 최초로 터너상 수상의 영예를 안겨준 작품 ‘원티 Wantee’(2013)는 개념미술가였던 할아버지가 필생의 역작으로 지하 땅굴을 파다가 실종된 이야기를 들려준다. 할아버지 실종 후 그녀의 할머니는 할아버지의 예술적 업적을 기리기 위해 ‘방문자 센터 Visitor Center’(2014)를 구상하고 자신이 만든 각종 세라믹 조각과 찻잔을 판매해 모금 활동을 한다. 이 두 이야기는 개념미술로 귀결되는 모더니즘 미술사의 가부장주의와 그 이면에서 존재조차 없이 사라져버린 여성의 역할을 되돌아본다. 

 

 

아저씨의 여행사 가맹점, 심층 여행사 Uncle’s Travel Agency Franchise, Deep Travel Ink. 설치, 2016 – 진행 중, 사진 김상태 © 로르 프루보; 에르메스 재단 제공

 

올라가셨어야죠 You Should Have Gone Up, 보드에 아크릴과 바니시, 57.1×37.2×2 cm, 2019, 사진 김상태 © 로르 프루보; 에르메스 재단 제공

 


사무실 한 켠의 책상에서 상영되는 ‘벙커/통신 시퀀스’(2012)는 작가 자신이 오랜 타국 생활을 통해 경험한 소통의 불완전성을 극단적으로 가시화하고 있다. 여행사 사무실에서 이어진 극장에서는 대형 화면으로 ‘신앙적으로 돈 버는 방법’(2014)이 상영된다. 작가의 영상 제작 방식인 보이스오버와 텍스트가 겹쳐진 중층적인 스토리텔링이 풍부하고도 촉각적인 이미지, 강렬한 사운드와 어우러진 가운데 빠른 편집으로 구성된 작품이다. 시청자인 우리에게 직접적으로 말을 걸고 세뇌시키면서 우리를 영상의 주인공으로 참여시킨다. 전시장을 나오면서 마주하게 되는 작품 ‘올라가셨어야죠’(2019)는 앞뒤 맥락이 없는 상황에서 여러 갈래의 자유로운 해석을 불러일으키며 깊은 여운을 남긴다.


과거와 미래, 의식과 무의식을 자유자재로 넘나든 심층 여행사의 여행을 마쳤다. 많은 질문을 던져준 로르 프루보의 기발한 이야기는 우리의 의식과 감각을 더욱 확장해준다. 그래서일까, 좀 다르게 다가오는 현재가 더욱 생생하게 느껴지는 것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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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EDITOR : 이지은PHOTO : HERMÈ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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