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국산 품종 머루포도로 만든 레드와인을 상압식으로 증류한 뒤 미국 캘리포니아산 오크통에서 5년간 숙성한 고도리 브랜디 징기스칸. 375ml 5만원. 2 천안에서 수확한 거봉포도 와인을 감압식으로 증류한 뒤 오크 숙성한 두레앙 브랜디. 500ml 8만 5000원. 3 우희열 명인의 한산소곡주를 증류한 불소곡주를 오크통에서 장기 숙성한 오크 불소곡주. 불소곡주 500ml·오크 불소곡주 500ml 세트 6만2000원. 4 충주산 쌀로 만든 소주를 아메리카 버진 오크통에 버번위스키의 숙성법과 동일하게 숙성한 토끼소주 골드. 호랑이해를 기념하는 특별 패키지에 담았다. 375ml 5만5000원.

애주가를 위한 특별한 설 선물을 찾고 있다면 오크 숙성 전통주는 어떨까. 위스키, 와인 등 해외 태생 주류들의 전유물이라 여겨진 ‘오크 숙성’을 이제 전통주에서도 심심치 않게 찾아볼 수 있다. 대개 항아리 숙성을 거치던 전통주가 본격적으로 오크통에서 인고의 시간을 보내기 시작한 것은 하이트진로가 오크 숙성 증류식 소주 ‘일품진로’를 선보이면서부터다. 이후 광주요그룹의 ‘화요 X.Premium’, 금복주의 ‘오크젠’ 등 주류 기업들이 하나둘 오크통 숙성 혹은 오크칩 숙성 주류를 선보이기 시작했다. 2019년 즈음부터는 새로운 술에 대한 소비자의 관심, 숙성 원액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며 생긴 품귀현상 등 여러 요인에 힘입어 오크 숙성 전통주에 대한 인기가 높아졌다. 현재는 주류 기업뿐 아니라 많은 전통주 양조장에서 다양한 제품을 출시한다. 우리 땅에서 자란 농산물로 빚은 전통주를 발굴하고 소개하는 ‘대동여주도’의 이지민 대표는 오크통 숙성을 시도하는 한국 술의 주종이 다양해 맛의 스펙트럼이 넓다는 것이 큰 장점이라 말했다. “해외에서는 주로 위스키, 와인, 브랜디 등 오크 숙성 주종이 한정적이에요. 그러나 한국에서는 소주, 약주, 과하주, 소곡주, 과실 증류주 등 다양한 종류를 숙성하고 있어요. 비교해보며 마시는 재미가 쏠쏠하죠.” 실제 쌀 발효주인 소곡주를 한 차례 증류한 불소곡주의 오크통 숙성 버전을 마셔보니 첫맛은 위스키처럼 톡 쏘는 듯했지만 소곡주 특유의 부드러운 뒷맛이 인상적이었다. 농업회사법인 토끼소주의 심광섭 대표이사는 ‘찹쌀로 만든 소주를 오크통에 숙성한 토끼소주 골드의 경우 버번위스키와 비슷하게 느낄 수 있으나, 소주 특유의 누룩 향이 스치는 것이 차별화되는 지점’이라고 강조한다. 오크 숙성 과하주를 시음한 이지민 대표는 샤르도네 와인과 비슷한 듯하나 보다 묵직하고, 진한 우디함이 색다른 느낌이라 평했다. 더불어 현재 국내 양조장에서는 숙성을 위한 오크통을 프랑스, 미국, 스페인, 포르투갈에서 들여오고 있으나 영동에서는 지역에서 자란 참나무로 만든 오크통을 이용하는 등 보다 한국적인 제품을 생산하기 위한 노력이 계속되고 있으니 기대해도 좋다. 

COOPERATE & ADVICE 이지민(대동여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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