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TOK Live+ ITA Live <오이디푸스>

그리스 비극의 정수 ‘오이디푸스 신화’가 현재의 정치극으로 재탄생했다. 영국의 극작가 겸 연출가 로버트 아이크(Robert Icke)가 네덜란드의 ‘인터내셔널 시어터 암스테르담(Internationaal Theater Amsterdam, 이하 ITA)’과 함께 제작한 <오이디푸스>다. 그리스 3대 비극 시인 중 하나인 소포클레스에 의해 작품화된 이 신화는 아버지를 죽이고 어머니와 결혼하게 되리라는 신탁을 안고 태어난 오이디푸스를 주인공으로 한다. 로버트 아이크는 이 오래된 신화를 21세기로 가져온다. 

이야기는 선거일 단 하루 동안으로 압축되어 실시간으로 진행된다. 연극 속 오이디푸스는 이방인(소수자) 출신이나, 타고난 통솔력과 정치력으로 대통령 후보 자리에까지 오른 입지전적인 인물이다. 비극의 전조는 그가 마지막 TV 연설에서 정치가에게 왜 과거의 거짓말과 비밀을 폭로할 의무가 있는지 주장하면서 시작된다. 신화 속 오이디푸스는 전임자였던 라이오스의 죽음과 관련된 철저한 진상조사를 요구하고, 우리는 그가 그 사건에 깊이 연루되었음을 알고 있다. 작품은 이러한 원작의 설정을 고스란히 유지한다. 다만, 모든 비밀을 알게 된 그가 어떤 결정을 취하게 될지는 직접 작품을 보고 판단해도 늦지 않을 것이다.

1, 2 NTOK Live+ Pathé Live <스카팽의 간계> 

ITA에서 제작한 연극 <오이디푸스>는 국립극장이 올해 처음 선보이는 NTOK Live+의 공연 중 하나다. NTOK Live+는 영국 국립극장 공연 실황을 스크린으로 상영하는 기존의 NT Live에 ITA의 ITA Live와 프랑스 코메디 프랑세즈의 Pathé Live를 더한 국립극장의 새로운 공연 실황 상영 프로그램. 이번에 NTOK Live+를 통해 선보일 공연은 총 4편이다. 

NT Live로는 지난해 선보인 <시라노 드 베르주라크>와 스티븐 손드하임의 뮤지컬 <폴리스>가 준비되어 있다. 먼저 제임스 매커보이의 출연으로 유명한 <시라노 드 베르주라크>는 17세기 실존 인물 시라노를 주인공으로 프랑스 문호 에드몽 로스탕이 쓴 작품이다. 그는 시라노의 ‘큰 코’에서 착안, 외모 콤플렉스로 인해 사랑하는 이를 떠나보내고, 그녀를 향한 다른 남자의 구애를 돕는 한 남자의 슬픈 사랑 이야기다. 

<폴리스>는 뮤지컬을 예술의 경지로 끌어올린 스티븐 손드하임이 1971년 선보인 뮤지컬이다. 청춘을 함께 보낸 두 커플이 30년 만에 해후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가 주 내용이다. 여기서 제목은 중의적으로 쓰인다. ‘follies’에는 어리석은 행동이란 뜻 외에, 1920~30년대 브로드웨이 최고의 흥행작이었던 <지그펠트 폴리스>에 공연된 춤과 노래를 곁들인 화려한 레뷔 형식 뮤지컬을 의미한다. 뮤지컬에서는 이러한 두 가지 의미를 발견할 수 있다. 
대미는 Pathé Live의 <스카팽의 간계>가 장식한다. 프랑스 극작가 몰리에르의 작품으로, 몰리에르는 희극이 우스꽝스러운 오락물이라는 17세기 당대의 편견을 깨고, 인간과 세계의 모순과 부조리를 풍자하면서 비극과 동등한 반열로 끌어올린 인물이다. <스카팽의 간계>는 그의 여러 작품 중 가장 자주 상연되는 대표작으로, 대담하고 영리한 하인 스카팽이 귀족의 허위의식을 조롱하며 권력층을 비판하는 내용으로 꾸며져 있다. NTOK Live+는 10월 2일부터 10일까지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진행 예정으로 어떤 작품을 선택해도 후회는 없을 것이다.  

※ 이 글을 쓴 김일송은 공연 칼럼니스트이다.
Cooperation 국립극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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