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STYLE 공포 그 이상의 영화

지금 <랑종>에 대한 이야기가 뜨겁다. 나홍진 감독과 반종 피산다나쿤 감독은 일반적인 공포 영화가 보여줄 수 있는 한계를 뛰어넘어 극한으로 치달았다.

2021.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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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랑종>이 언론에 공개된 7월 2일 이후, 참으로 오랜만에 ‘영화계의 입들’이 분주해졌다. 극단적인 호평과 혹평으로 갈리긴 했지만, 모두가 <랑종>을 두고 호들갑을 떨었다. 개봉작이 이슈의 중심에 선 것이 무려 1년 반 만의 일이다. 각설하고, 결론부터 말하자면, <랑종>은 충분히 공포스럽다. 아니 그 이상이다. 특히 당신이 <곡성>에 기꺼이 홀린 관객이라면, <랑종>의 기획, 제작, 시나리오에 등장하는 나홍진이라는 이름은 너무나 매력적인 ‘미끼’임에 분명하다. 나홍진은 <곡성>의 일광(황정민)의 전사를 생각하며 구상했지만, (자의 반 타의 반으로) 태국의 ‘반종 피산다나쿤’ 감독에게 연출을 맡기면서 지금의 <랑종>으로 완성되었다. 태국어 ‘랑종’이 ‘영매’, ‘무당’을 뜻하는 단어라는 사실은 이 두 작품의 뿌리가 하나임을 증명한다.   


<랑종>은 한 다큐멘터리 팀이 태국 북동부에 사는 ‘랑종 님’(싸와니 우툼마)과 그 마을을 촬영하면서 시작된다(영화 전체가 ‘페이크 다큐멘터리’ 형식을 취한다). 마을 사람들은 자신 주변의 모든 자연에 혼이 깃들어 있다고 믿는데, 그 신들 중 최고의 신이 바로 랑종 님이 모시는 ‘바얀’이다. 도입부의 시간은 좀 더디다. 하지만 랑종 님의 조카 밍(나릴야 군몽콘켓)이 원인 모를 빙의 현상과 함께 기이한 행동을 보이면서 영화에 속도감이 붙고 긴장감도 고조된다. 평범한 회사원이었던 밍의 행동이 점차 인간으로서의 모든 금기를 넘어서고, 그런 밍과 함께 영화는 공포와 기괴함의 극단으로 치닫는다. 특히 페이크 다큐멘터리 형식이 우리 눈앞에 펼쳐지는 상황을 우연히 담아낸 듯한 착시를 불러일으키면서 공포를 배가한다. 무엇보다 퇴마를 앞둔 밍의 집 곳곳에서 포착된 장면들은 페이크 다큐멘터리 공포 영화의 원형이라 칭해지는 <블레어 윗치>를 넘어설 정도로 압도적이다. 

 

 


악령과 신의 경계가 흐릿해지고 일생을 신에게 바친 랑종 님의 믿음마저 흔들리는 모습을 보고 있자면, 관객 역시 자신이 목격한 그 어떤 것도 믿을 수 없는 혼란에서 허우적거리게 된다. 물론 이는 <곡성>을 보면서 이미 체험한 것이다. <랑종>이 <곡성>과 나홍진의 자장 안에 있다는 의미다. 허나 <곡성>을 기대하며 <랑종>을 마주한다면 당혹스러울 수도 있다. 


<랑종>은 기괴함의 끝장을 보여주는 밍의 행동을 묘사하는 방식에서 <곡성>을 넘어선다. 글로 표현하기조차 망설여지는 장면이 가득하다는 점은 꼭 유념해야 한다. 공포 영화 특유의 불쾌함 이상의 역겹고 혐오스러운 장면들에 미친 듯이 움직이는 핸드헬드 카메라까지 더해지면, 스크린을 마주하는 것 자체가 고통스럽게 느껴질 정도다. <랑종>에 대한 평가는 엇갈릴 수 있지만, 10kg을 감량하며 밍을 연기한 ‘나릴야 군몽콘켓’에 대한 평가에는 이견이 없을 것이다. 한마디로, ‘신들린 여인’을 연기하는 ‘신들린 연기’라고 해두자. 


<곡성>의 자장 안에 있다 해도, <랑종>의 반종 피산다나쿤을 나홍진의 아류 정도로 평가해서는 곤란하다. 이전 작 <피막>과 <셔터>로 그의 진가는 충분히 확인할 수 있다. 코믹스러운 공포 영화를 원한다면 <피막>을, 전통적인 공포 영화를 원한다면 <셔터>를 추천한다. <셔터>를 선택한다면 더위와 확실한 거리 두기가 가능하다. 

 

※ 이 글을 쓴 안시환은 영화 평론가이다.
Cooperation (주)쇼박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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