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STYLE 내면으로 향하는 여행

소설가 정세랑의 첫 에세이 <지구인만큼 지구를 사랑할 순 없어>는 여행의 순간을 담았다. 이 책은 각 도시의 풍경을 비추는 동시에 작가의 내면을 비춘다.

2021.0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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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기와 에세이의 차이는 무엇일까. 여행기 또한 에세이에 포함되는데, 굳이 ‘정세랑의 첫 번째 에세이’라고 소개하는 이유가 궁금했다. 여행기는 시선이 주로 밖으로 향하고 에세이는 주로 안으로 향하는 차이 아닐까. 그러나 그것도 정확한 구분은 아닐 것이다. 여행을 하면서 낯선 환경 속에서 그동안 살피지 못했던 나의 안이 제대로 보이는 일도 무척 많고, 스스로를 살펴보는 과정에서 나의 밖에서 벌어지는 에피소드가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일도 적지 않기 때문이다. 


이 책은 뉴욕, 아헨, 오사카, 타이베이, 런던의 여행기다. 여행을 싫어하는 작가가 9년 동안 각 도시를 돌아다니고 쓴 이야기를 한 권으로 묶었다. 작가는 서두에서 ‘이 지난 여행의 기록들은 사실 여행 그 자체보다는 여행을 하며 안쪽에 축적된 것들에 중점을 두고 있는 듯하다’라며 느긋하고 생각의 흐름이 자유로운 여행기를 슬쩍 에세이로 밀어둔다. 


첫 여행은 뉴욕이었다. 그는 직장인과 전업 소설가라는 두 가지 선택지 중 전업 소설가를 택하고 직장을 그만둔다. ‘작가로서의 커리어가 하향곡선을 그리고 있었기 때문에 망하지 않으려고’ 한 선택이었다. 멀쩡한 정규직을 그만두고 불안한 미래를 선택한 마음은 자신도 알 수 없었다. ‘스스로도 어이없고 두려워서 눈물이 절로 났다’고 말한다. 글을 쓰기 위해 모아두었던 돈의 일부를 헐어 뉴욕 여행을 떠나는 마음이 어땠을까. 그는 ‘뉴욕으로 가는 비행기 안에서 전혀 자지 못하고 열세 시간 동안 내적 비명을 질렀’다. 


뉴욕을 여행하는 내내 불안함은 내면에 잠복되어 있었다. 지하철과 버스를 타고 넓은 도시를 누빌 때도, 뉴욕 사람들과 짧은 잡담을 나누며 산책할 때도, 친구들과 센트럴파크에서 소풍을 즐길 때도 마음 어디에선가 깜박이고 있었을 불안은 하이라인 파크에서 드디어 답을 얻는다. ‘탁 트인 공간에 이르러서였다. 오래 품고 있던 질문의 답이 갑자기 분명해졌다. 우리의 뇌는 신기한 방식으로 작동해서, 끙끙거리고 생각하고 있지 않을 때도 연산을 계속하다가 그런 식으로 대뜸 결과를 알려주기도 한다. 왜 안정적인 삶을 버리고 불안정한 경로를 굳이 선택한 걸까. 선택하면서도 명확하지 않았던 동기를 그제야 이해하게 되었다. 나는 나의 최대 가능성을 원해.’


최대 가능성이라는 단어에 눈이 머문다. 나도 답을 얻은 기분이다. ‘이 불완전하고 가혹한 세계에서, 그래도 할 수 있는 데까지 성장해보고 싶다’는 그의 말에 완전히 공감할 수 있는 것은 아마도 그와 같은 불안을 품고 눈으로 함께 뉴욕을 걸어다녔기 때문일 것이다. 내 고민과 그의 고민이 겹쳐지고 내가 여행하며 겪었던 뉴욕과 그가 묘사하는 뉴욕이 겹쳐진 끝에 나온 답이어서일 것이다. 그래서 여행이다. 이 눈부신 일치의 순간이 귀해서 우리는 여행기를 읽는다. 


그러나 모든 여정이 끝난 후, 그는 앞으로 여행할 일이 별로 없을 것이라고 선언한다. 여전히 여행을 싫어하기 때문이 아니다. 그의 발길이 닿았던 아름다운 곳들이 망가지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에서다. 하와이를 사랑하게 되면서 이제 되도록 하와이에 가지 않겠다고 마음먹는다. 여행의 기회를 아직 더 여행해야 할 사람들에게 양보하겠다고 결심한다. 앞으로는 그의 여행기를 볼 수 없는 것일까? 상관없다. 이 책이 에세이였듯이, 앞으로 나올 그의 에세이는 모두 여행기일 것이기 때문이다. 내면과 외면을 자유롭게 드나들며 섬세하고 소탈하게 펼쳐낼 그의 앞으로의 ‘여행’이 기대된다.  

 

※ 이 글을 쓴 박사는 북 칼럼니스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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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 : 양혜연PHOTO : 성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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