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STYLE 혐오를 넘어서

연극 <빈센트 리버>는 동성애 혐오로 죽음에 이른 소년 빈센트 리버에 대한 이야기를 다룬다. 그러나 이 이야기는 비단 그에게만 국한되지 않는다. 빈센트는 소수자로 이 시대를 살아가는 이들의 또 다른 이름이다.

2021.0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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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신의 최초 발견자인 소년은 참혹했던 현장의 기억에 붙들려 고통스럽다. 한편 피해자의 어머니는 아들이 동성애자였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더욱 참혹하고 고통스러운 나날을 보내고 있다. 이 두 사람이 오늘 밤, 처음 만난다. 과연 두 사람은 무슨 이야기를 나누게 될까.


이 정도 정보만으로도, 눈치 빠른 이들은 소년과 피해자의 관계 혹은 소년의 성적 정체성 혹은 지향성을 유추할 수 있을 것이다. 그 예상에서 결론이 크게 벗어나지 않을 수도 있다. 영국 작가 필립 리들리의 <빈센트 리버>는 동성애 혐오 범죄를 정면으로 다루는 연극으로, 자잘한 꼼수를 부리지 않는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그 이면, 혹은 이상에 있을 것이다.


제목인 ‘빈센트 리버’는 동성애 혐오 범죄로 사망한 피해자의 이름이다. 연극은 빈센트의 어머니 아니타가 정체 모를 소년 데이비를 집으로 들이면서 시작된다. 아니타는 이웃들의 냉대와 폭력을 피해 런던 이스트엔드의 정든 아파트를 떠나 런던 외곽 낡은 집으로 막 이사한 참이었다. 아니타는 사건 이후 자신의 주변을 서성이는 소년의 존재를 이미 알아채고 있었다. 그러나 소년이 최초 발견자이자 신고자라는 사실이나, 그리고 자신의 곁을 맴도는 이유까지는 알 수 없었다. 그 밤 아니타는 데이비로부터 빈센트의 죽음에 대한 진실을 듣게 된다. 

 


한편 데이비의 관점에서 <빈센트 리버>는 아니타와 빈센트의 과거를 알아가는 과정이기도 하다. 범죄의 참혹한 현장을 잊지 못해 피해자의 환영에 시달리는 데이비는 피해자를 아는 것이 트라우마로부터 탈출하는 방법이라 생각한다. 그렇게 아니타의 뒤를 쫓던 그는 우연히 아니타의 부름(?)을 받게 된다. 그리고 아니타로부터 빈센트의 조부모 이야기부터, 젊은 시절 아니타의 이야기, 그리고 빈센트의 출생 등과 관련된 이야기를 듣는다. 그렇게 데이비는 아니타로부터 빈센트의 삶에 관한 이야기를 듣게 된다. 연극은 데이비가 아니타의 집을 나서며 끝난다.


대화를 통해 두 사람은 각자의 상처와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이에 대해서는 함구해야 할 듯싶다. 중요한 사실은 한 남자가 동성애 혐오 범죄로 사망했으며, 피해자 유족이 동성애 혐오로 인해 피해를 당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보다 더 중요한 사실은 <빈센트 리버>가 2000년에 발표된 작품인데, 작품 속 현실이 지금의 현실과 그리 다르지 않다는 점, 심지어 현실은 더 나빠졌다는 사실일지 모른다.


다음은 지난달 국내 언론 기사의 한 대목이다. “벨기에 베베른의 크레인 기사 데이비드가 최근 공원에서 숨진 채로 발견됐다. 그는 성소수자 전문 데이팅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약속을 잡고 나갔다가 변을 당했다. 범인은 16~17세 소년들이었다. 범인들은 약속 장소 근처에 숨어 있다가 데이비드를 살해했다. 미국에서도 최근 한 10대가 증오 범죄 혐의로 기소됐다. 아일랜드에서도 비슷한 폭행 사건이 발생했다.” 기사에서는 세계적으로 동성애 혐오 범죄가 증가하고 있다고 덧붙였는데, 실제로 지난해 영국 BBC 보도에 따르며 동성애 혐오 범죄 신고 건수는 동성결혼이 합법화된 2014~2015년(6655건)에 비해 2019~2020년(1만8465건) 약 3배 증가했다.


그리고 아직 남은 이야기가 있다. 작품의 방점이 동성애 혐오에 있는 건 분명하다. 그러나 그 안에서 관객들은 또 다른 편견과 이로 인한 폭력을 마주하게 될 것이다. 소수자를 향한 폭력이 동성애자에게만 행사되지 않는다는 사실은 현실에서도 발견할 수 있다. 성소수자, 노동자, 난민…. 그들 모두 빈센트 리버일 것이다. 그리고 저 멀리 미국 내 아시아인들 또한.    

 

※ 이 글을 쓴 김일송은 공연 칼럼니스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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