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STYLE 파리에서 즐기는 전원생활

도시를 떠나지 않고도 전원의 낭만을 누리며 살 수는 없을까? 인테리어 디자이너이기에 가능했던 도전. 파리의 오래된 거울 공장이 푸른 정원을 품은, 네 식구의 보금자리로 변신했다.

2020.0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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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집이었던 것처럼 디자인한 거실. 정원과 접한 거실 일부 천장을 들어내 빛을 끌어들이고 거실 중심 벽면에는 앤티크 대리석 벽난로와 거울 프레임을 설치해 전형적인 파리 아파트 스타일을 연출했다. 마룻바닥 역시 오스만 양식 아파트를 철거할 때 나온 고재를 가져와 시공했다. 

 

입지와 채광, 어느 하나 나무랄 데 없이 좋은 집을 떠나 새로운 보금자리를 찾아야 하는 막막함. 주거 공간부터 부티크 호텔, 그리고 상업 공간을 아름답게 변화시키는 베테랑 인테리어 디자이너조차 맞닥뜨린 현실이었다. “우리 가족이 살던 집은 마레 지구와 이웃한 7층 루프톱 아파트였어요. 정남향이라 햇빛이 풍부하고 전원적인 분위기가 가득한 데다 집 밖으로 나서면 디자인 영감을 얻을 수 있는 동네를 산책하는 재미가 남달랐죠.” 인테리어 디자이너 도로테 딜라예(Dorothée Delaye)는 파리에서 나고 자랐지만 파리의 진정한 매력은 먼저 살던 집에서 깨달았단다. “계약 기간을 연장하고 싶었지만, 아이들이 커가니 좀 더 넓은 곳으로 옮기는 게 맞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대신 파리 안에서 살기 위해 싼 가격의 넓은 공간을 구입해 직접 개조하기로 결심했죠.” 대학에서 만난 친구 다프네 데주(Daphné Desjeux)와 함께 각자의 성을 딴 데주 딜라예(Desjeux Delaye)라는 인테리어 디자인 에이전시를 설립, 11년째 사업을 성공적으로 끌어온 그는 집을 구하며 새삼 깨달은 사실이 있다. “부동산 매물을 찾는 것보다 이미 정해진 공간을 개조하는 게 얼마나 쉬운 일인지요!” 

 

정원과 마주한 창고를 개조해 만든 아들 방은 블루와 라탄 우드의 조화로 내추럴한 분위기가 돋보인다. 

 

본채와 그에 딸린 창고 건물 사이 야외 공간을 안뜰로 만들어 도심 속에서 전원의 여유로움을 만끽할 수 있는 집. 소파 옆 녹슨 기둥만이 이곳이 공장 건물이었음을 알려준다. 

 

딜라예가 집을 알아보고 완성하기까지는 무려 2년의 시간이 걸렸다. 여러 곳을 다녀봤지만 원하는 조건을 충족한 공간을 찾기 어려웠고, 돌고 돌아 그 해답은 거래처 수공예 장인들이 추천해준 빈 공장에서 찾았다.


파리 12구에 자리한 거울 공장이었던 건물, 본채 외에 창고 2개가 딸려 있어 작업실과 정원까지 마련할 수 있는 여유로운 면적은 꽤 매력적이었다. 딜라예의 남편은 아내가 공간을 변신시킬 능력이 충분하다고 격려했고, 동업자인 데주는 도전해볼 만한 가치가 있는 곳이라며 확신을 주었다. “지금 와서 고백하는데, 그 어떤 프로젝트도 이처럼 자신 없던 적은 없었어요.” 주거 공간으로 산 흔적 하나 없는 데다 햇빛이 들지 않는 어둡고 황폐한 공장을 ‘오래전부터 있던 집’처럼 만들 확신이 없었다고. “스스로 ‘야심을 갖자’고 주문을 걸었어요. 이 프로젝트가 성공하면 무엇보다 디자이너로서 커리어에 엄청난 발전이 있을 거라고 말이죠.”

 

거실은 빈티지 가구와 자재로 전형적인 집의 느낌을 강조했다면 주방 바는 파리 시내에서 볼 수 있는 오래된 브라스리처럼 꾸몄다. 손님을 초대해 파티를 열면 시내 상업 공간에 있는 듯한 착각이 든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는다. 

 

딜라예가 추구하는 인테리어 스타일은 ‘원래 그랬던 것’처럼 시간의 흔적과 자연스러움이 공존하는 프렌치 시크다. 클래식한 부르주아 양식에 빈티지와 내추럴 요소가 돋보이는 보헤미안 무드를 더해 낭만적이면서도 따스한 공기가 흐르는 편안한 공간. 딜라예는 인테리어 디자이너로서 자신의 정체성을 확실히 드러내기 위해 집을 새로 짓는 수준의 개조를 감행했고, 결과는 기대 이상이었다. 

 

 마스터 베드룸 내에 자리한 욕실. 도어와 욕실 가구에 우드를 적용한 가운데 바닥과 벽면은 자연스러운 마블링이 돋보이는 짐바브웨 대리석으로 마감해 휴양지 리조트 같은 편안함과 고급스러움을 동시에 표현했다. 

 

에스닉과 프렌치 스타일의 대비가 매력적인 아들 방. 짙푸른 바다 같은 블루와 게 모양의 라탄 오브제가 마치 남프랑스 바닷가 마을의 집 같은 분위기를 자아낸다. 

 

대대적인 개조가 진행되었지만 밖에서 보면 여전히 공장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하지만 현관문을 열면 파리의 오래된 루프톱 아파트로 순간 이동한 듯 놀라운 풍경이 펼쳐진다. “바닥재부터 문짝, 벽난로 등 모든 요소는 오스만 양식의 아파트에서 볼 수 있는 고재를 가져와 시공했습니다.” 거실 중심 벽면에는 여느 파리 아파트와 마찬가지로 대리석 벽난로와 바로크 스타일의 거울이 짝을 이루고, 바닥은 우아한 세련미를 풍기는 셰브런 패턴으로 마감했으며, 블랙&화이트 헥사곤 패턴 타일이 깔린 키친 바는 파리 시내 오래된 브라스리를 연상시킨다. “거실의 녹슨 철제 기둥 한 쌍 외에는 이곳이 공장이었다는 사실을 말해주는 요소는 하나도 없어요.” 딜라예의 눈에는 녹슨 기둥이 공장을 알리는 표식이지만 보통 사람들에겐 고풍스러운 집에 으레 있는 기둥처럼 보일 뿐이다. 고증을 하다시피 심혈을 기울인 딜라예의 인테리어는 전형적인 오스만 양식의 아파트를 지향하는 듯하지만 그렇게 간단히 말하기엔 숨길 수 없는 특별함이 존재한다. 거실과 주방만 90m²에 이를 만큼 넓은 면적에 개방적인 구조를 지닌 데다, 집 전체를 두고 보면 가운데 푸른 정원을 품고 있어서 전원의 여유마저 느껴진다. “원래는 실내 채광이 거의 없는 곳이나 마찬가지였어요. 정원을 마주한 거실 전면 유리창 부분은 외부를 향해 확장해 만든 것으로 실내에 자연광을 들이죠.” 델라예는 이 전면 창을 설치함으로써 집에 대한 모든 고민을 풀 수 있었다. 빛이 전면으로 들어오는 거실과 주방은 각각 짙은 자주색과 회색을 칠했지만 칙칙하지 않았고, 벽 없이도 자연스레 영역이 구분되는 효과가 생겼다. 게다가 정원을 사이에 두고 양쪽에 별채로 있던 창고는 두 남매의 방이 되었고, 이곳 역시 햇빛이 잘 들도록 전면을 창으로 만든 덕에 짙은 블루와 그린 컬러를 적용해 내추럴한 스타일로 꾸밀 수 있었다. “아이들 방을 별채로 구성하다 보니 목가적인 색채를 좀 더 강하게 낼 수 있었죠. 물론 아이들 의견도 반영했지요. 라탄 가구와 소품 등 방에 있는 물건 대부분은 벼룩시장에서 구한 빈티지입니다.”  

 

정원과 마주한 딸 방은 영국 특유의 플라워 패턴 벽지로 마감해 아늑하고 차분한 느낌이 들도록 꾸몄다. 

 

딜라예는 오래된 것과 새로운 것, 세련미와 보헤미안, 그리고 현대와 복고를 대비시키는 것을 즐긴다. 하지만 업무 차원에서는 객관성을 유지해야 하기에 이런 ‘본능’을 억제해야 할 경우가 많았다고. “사람들은 본능적으로 튀어나오는 창의력을 무조건 믿기보다는 의심하는 경향이 짙어요. 저도 그런 편이지만 이 집을 만들 때만큼은 그런 분출하는 욕구를 자제하지 않았답니다.” 딜라예가 집을 개조하며 욕심을 낸 부분은 ‘리얼리즘’이다. 거실의 벽난로는 실제 굴뚝을 만들어 겨울에 사용할 수 있게 했고, 키친 바 아일랜드는 프렌치 가구를 만드는 아티잔을 섭외해 제작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전문가의 손길이 필요한 정원은 시간을 두고 자연스럽게 조성되길 원해 일 년간 직접 나무와 화초를 하나둘 사다 심으면서 가꾸고 있다. 

 

봄부터 가을까지 가족의 주요 활동 무대는 안뜰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녹음이 우거진 정원은 한창 뛰어놀 아이도 차분히 앉아 책을 읽게 하는 신비한 힘을 갖고 있다. 

 

 디자이너 도로테 딜라예와 그녀의 딸은 정원에서 검은색 토끼를 키우고 있다.   

 

“우리 집을 방문한 사람들이 해준 가장 큰 칭찬은 ‘여기에 더 머물다 가고 싶다’는 말이었어요.” 예전에 살던 집에서도 모임을 자주 가졌지만 이런 이야기는 듣지 못했던 터. 특히 큰딸 친구들이 집에 놀러 왔을 때 보인 반응은 딜라예를 들뜨게 했다고. 넓고 편리하게 디자인된 주방은 아이들이 스스로 요리를 해 먹는 놀이터가 되었고, 키친 바는 이제 막 10대가 된 소녀들이 둘러앉아 수다를 떠는 카페가 되었다. 그렇게 일회적인 이벤트가 아닌, 방과 후 아이들의 아지트로 인정받았으니 이처럼 더 큰 칭찬이 또 있을까 싶다. “이 집은 우리 아이들이 독립적으로,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줬어요. 정원에서 토끼도 키우고 나무에 물도 주고, 하고 싶은 것을 알아서 실천하고 있습니다.” 파리를 떠나지 않고 그 안에서 여유롭게 살 방법을 강구한 시간. 딜라예는 처음엔 괜한 욕심이 아닐까 싶었지만 요즘은 그 고민과 도전을 기꺼이 감내한 게 얼마나 큰 행운으로 돌아오고 있는지 피부로 느끼고 있다. “물론 예전처럼 집을 나서면 트렌디한 문화의 거리를 마주할 수 있는 것은 아니에요. 그렇지만 현재 집 앞에는 온 가족의 자전거가 일렬로 주차되어 있으니, 어디든 돌아다닐 자유가 더 커진 셈이죠.”  

WRITER LEE JUNG M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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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EDITOR : 한지희PHOTO : Bndicte Drummond(Photofoy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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