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SHION 스타일의 마무리는 운동화

가방보다 운동화를 외치는 시대.

2020.0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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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화의 유행이 식을 줄 모른다. 청바지, 캉캉 스커트, 꽃무늬 원피스, 블랙 드레스, 슈트까지 모든 스타일을 운동화로 마무리하는 것이 중력처럼 자연스러워졌다. 특히 드레시한 차림에 쉼표를 찍듯 운동화를 신는 스타일은 언제나 보통 이상의 멋과 기막힌 반전 드라마를 만든다. 

 


‘킬 힐’처럼 구두의 트렌드를 정의하는 단어를 최근에 들어본 적이 있나 더듬어보지만 도통 떠오르지 않는다. 그런데 어글리, 레트로, 청키, 클래식 등 운동화의 수식어는 차고 넘친다. 그렇다면 운동화의 인기가 이렇게 치솟은 시점은 언제였을까? 척 테일러나 마이클 조던 같은 스타급 운동선수에게 빠진 청소년들이 운동화 매장 앞에 줄지어 서던 그때? 물론 나이키나 아디다스 등 스포츠 브랜드는 청소년의 열광적인 지지에 힘입어 ‘운동’을 위해서만 만들던 운동화에 ‘디자인’이라는 미적 가치를 담기 시작했다. 이후 운동화의 영역은 스포츠 브랜드를 넘어 패션 브랜드까지 점령해버렸다. 하지만 지금의 유행과는 그 결이 사뭇 다르니 또 다른 시작점을 떠올려봐야 한다. 아디다스와 라프 시몬스가 협업한 오즈위고 모델이 탄생한 시점, 그리고 놈코어 트렌드가 ‘히트’를 친 바로 그때가 운동화의 신분이 급등한 시기로 기억된다. 아디다스와 라프 시몬스가 함께 만든 운동화는 스포츠 브랜드와 하이패션의 결합으로 열광적인 수요를 창출했고, 기능적이고 편안한 무드를 멋스럽게 표현하는 놈코어 트렌드는 운동화를 모든 룩에 매치하는 것이 더 ‘패셔너블’하다는 새로운 공식을 설립했다. 이처럼 운동화 트렌드는 각자의 방향에서 시작해 거대한 흐름을 형성하면서 여자의 스타일을 근본적으로 뒤바꿨다. 

 


하이패션 영역에서 운동화가 뚜렷한 전환점을 맞이한 결정적 요인은 동시대 여성상에 획을 그은 셀린느 덕분이다. 별다른 장식이 없는 슬립온을 선보여 늘 하이힐로 고생하던 여자의 발에 편안함과 해방감을 선사했는데, 덩달아 심플한 디자인의 아디다스 스탠스미스나 커먼 프로젝트의 운동화도 없어서 못 사는 지경에 이르렀다. 셀린느의 슬립온이 다양한 패션 브랜드의 운동화 스펙트럼을 넓히는 계기가 된 것이다. 그 무렵 밀라노와 파리, 뉴욕, 런던 등 패션쇼가 열리는 도시 거리 역시 운동화를 신은 각국의 프레스와 바이어로 가득했다. 이처럼 피비 파일로는 운동화의 새로운 앞날을 여는 데 혁혁한 공을 세웠다.  


운동화의 유행은 이쯤에서 머무르지 않고 ‘어글리 스니커즈’라는 핵폭탄급 트렌드를 가져왔다. 발렌시아가의 트리플 S가 출시한다는 소식이 ‘떴다’ 하면 트렌드를 따르는 이들은 파블로프의 개처럼 모든 매장을 돌며 남은 트리플 S 찾아다녔을 정도. 능선의 유려한 곡선을 발바닥에 구현한 루이 비통의 아치라이트 운동화도 빼놓을 수 없다. 니콜라 제스키에르는 아치라이트를 선보인 때 패션쇼의 모든 모델에게 단 하나의 신발, 바로 아치라이트를 신겼다. 마치 아치라이트를 위한 쇼인 것처럼. 보통 디자이너가 보여주고 싶어 하는 아이템이 무대 밖에서 성공하는 경우는 드문 일인데, 이 어려운 일이 실제로 일어났다. 

 


못생긴 운동화의 유행은 트렌드의 경계 밖에 있던 브랜드를 ‘쿨’한 브랜드로 변모시키기도 한다. 이를테면 살로몬이나 컬럼비아처럼 아웃도어 전문 브랜드부터 기능성을 강조하는 스포츠 브랜드의 러닝화 시장까지 섭렵했고, 스포츠 브랜드와 디자이너의 만남을 적극적으로 주선했다. 일례로 아식스는 유행에 발맞춰 지금 가장 핫한 디자이너인 키코 코스타디노브와 협업한 제품으로 이슈를 만들고 스트리트웨어 브랜드를 한데 모아놓은 온라인 사이트 ‘센스’에도 한자리를 차지했다(늘 ‘SOLD OUT’인 것이 문제지만).

 


못생긴 운동화가 처음 등장했을 때, 과연 이것이 오래 지속될 흐름인지 커다란 물음이 생겼다. 하지만 편집숍 분더샵에 생긴 운동화 전문관 케이스스터디와 도쿄를 대표하는 운동화 편집숍 아트모스가 청담동에 들어섰을 때, 운동화라는 카테고리 안에서 끊임없이 바뀌는 트렌드를 봤을 때, 물음표는 이내 느낌표로 바뀌었다. 단순히 못생긴 운동화의 유행이 아니라 운동화가 ‘운동’을 넘어 하나의 스타일로 정확히 안착했다는 방증이니까. 운동화의 전성기는 앞으로도 꺾이지 않을 것이다. 어떤 형태, 어떤 디자인이 트렌드의 중심에 설지는 두고 봐야겠지만 네온 컬러, 파워 숄더 같은 순간의 트렌드와는 완전히 다른 유형의 ‘트렌드’임은 분명하다. 어쨌든, 지금 우리는 운동화의 유혹을 외면하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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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EDITOR : 홍혜선PHOTO : Imaxtr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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