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STYLE 도시의 개성 넘치는 색

개성 넘치는 색을 한껏 머금은 도시들.

2020.0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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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캅의 주민들은 인종의 다양성을 표현하기 위해 어깨를 맞닿은 집을 각각 다른 색상으로 색칠하기로 사전에 약속했다. 덕분에 도시 풍경이 더욱 경쾌하게 완성됐다.  그러나 다른 관광지와 달리 이 곳은 현지인들이 거주하는 주택가이기 때문에 상업적 성격이 강하지 않다. 때문에 담장을 들여다보거나, 소란스러운 대화 등 불편을 끼치지 않도록 유의해야 한다. 

 

다양성을 표현하는 빛깔 케이프타운의 보캅
식민 지배와 극단적인 인종 차별의 아픔을 겪은 남아프리카공화국. 그 부당한 역사의 중심인 케이프타운에 보캅이라는 작은 마을이 있다. 이곳은 16세기부터 17세기까지 동인도 회사의 식민 지배를 받던 시절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등지에서 건너온 노예들의 집단 거주지였다. 식민 지배 시기에 백인 우월주의에 근거한 아파르트헤이트 흑백 차별 정책이 점차 제도로 확립됐고, 넬슨 만델라가 대통령에 당선된 1994년까지 보캅의 강제 이주민은 고통 속에 살았다. 반인륜적인 인종 격리 정책인 아파르트헤이트가 철폐되자 당시 무슬림 거주민들은 기쁨을 표현하기 위해 이슬람 전통 주거 양식인 흰 벽면 위에 노랑, 빨강, 초록, 파랑 등의 강렬한 원색을 과감하게 칠했다. 이들은 유색 인종의 다양성을 표현하고, 나아가 인종 차별과 그에 관련된 정책을 반대하기 위해 각각의 건물을 다른 색상으로 색칠했다. 동네 주민들이 손수 완성한 빛깔이 모여 현재의 보캅을 상징하는 풍경이 된 것이다. 보캅은 현재 많은 여행객과 사진작가가 방문하는 남아프리카공화국의 명소이며, 아름다운 풍경 뒤로 기나긴 역사적 아픔을 알고 나면 더욱 의미 있는 방문이 될 곳이다. 

 

 

클레, 피카소 등 거장들의 작품을 소장하고 있는 베른 박물관. 보라색 조명이 거리까지 물들이며 몽환적인 분위기를 자아낸다.

가이드 투어로 현지인과 관광객에게 인기인 시계탑 치트글로게(Zytglogge).

 

화려한 빛을 입은 밤의 박물관 베른
스위스의 수도 베른, 무채색으로 채워진 이 도시는 1년 중 단 하루 현란한 네온 컬러를 입는다. 도시가 전혀 새로운 모습으로 변모하는 이날을 가리키는 이름은 바로 ‘박물관의 밤(Museums Night in Bern)’. 봄날의 단 하루 동안 베른에서 열리는 행사인 박물관의 밤은 여행자뿐 아니라 베른 시민에게도 특별한 날이다. 아인슈타인 하우스(Einstein-Haus), 베른 역사박물관(Historisches Museum), 파울 클레 센터(Zentrum Paul Klee) 등 총 40여 개의 박물관과 문화, 역사와 관련된 장소들이 밤마다 굳게 잠겨 있던 문을 여는 날이기 때문. 이날만큼은 칙칙한 잿빛을 띤 오래된 고풍스러운 건물에 비비드한 색감의 조명이 비춰지며 클럽을 방불케 할 만큼 화려하게 변신한다. 각 박물관은 이날을 위해 풍성한 행사와 맛있는 음식을 준비하며, 특히 파울 클레 센터에서 열리는 클레, 채플린 등의 인물들로 기획한 ‘웃음과 울음 사이’라는 주제의 프로그램이 주목할 만하다. 매년 열리는 행사 중 인파가 몰리는 구시가지의 시계탑 야간 개방도 놓칠 수 없다. 저녁 6시부터 새벽 1시 30분까지 30분마다 시계탑 가이드 투어를 진행한다. 올해 박물관의 밤은 3월 20일 저녁 6시부터 새벽 2시까지 사람들을 맞이할 계획이다. 

 

 

 낮과는 다른 매력을 지닌 밤의 니하운 운하.

도시의 여러 요소가 어우러져 한 폭의 풍경화처럼 아름다운 낮의 모습.  

 

상상력을 자극하는 코펜하겐의 니하운 운하
동화작가 안데르센이 거주하며 많은 동화를 쓰고, 노년을 보낸 곳으로 유명한 니하운 운하는 ‘새로운 항구’라는 뜻으로 1671년부터 2년 동안 바다와 도시를 연결해 만든 곳이다. 분홍, 하늘, 연보라, 상아색 등 고풍스러운 파스텔 톤 색감을 입은 연립 주택들이 300m에 달하는 긴 운하를 따라 나란히 서 있다. 예전에는 항구를 드나드는 배들이 정박하며 선원들이 휴식을 즐기던 술집이 가득했으나,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점차 쇠퇴했다. 이후 레스토랑, 카페 등이 하나둘 들어서며 관광객이 찾아오기 시작했고, 자리가 없어 부둣가에 걸터앉아 음식을 먹는 사람까지 있을 정도로 인산인해를 이루며 덴마크의 대표 명소로 활력을 되찾았다. 니하운 운하 남쪽에는 18세기의 고풍스러운 건물이, 북쪽에는 단정한 창이 달린 건물이 쭉 이어져 유람선을 타고 바라보면 시각적 대비가 주는 감동이 배가된다. 또 형형색색 빼곡히 들어선 건물과 뭉게구름이 물에 비치며 자아내는 풍경은 상상력을 자극하기에 충분하다. 

 

아레키파 아르마스 광장 북쪽에 위치한 아레키파 대성당. 대지진으로 붕괴와 재건을 거쳐 지금의 모습에 이르렀다. 

페루 아레키파 시내와 미스티화산을 한눈에 감상할 수 있는 야나와라(Yanahuara) 전망대. 

 

백색의 도시 아레키파
페루 남부에 위치한 아레키파는 페루 제2의 도시다. 화산암으로 지은 흰색 건물이 많아 ‘백색의 도시’로 불린다. 잉카 제국의 도시였던 곳에 스페인풍 백색 가옥이 들어서며 이국적인 풍경이 완성됐다. 특히 ‘아레키파 역사 지구(Centro Historico de Arequipa)’는 잉카와 바로크, 로코코 등 다양한 양식의 건물이 조화를 이룬 고풍스러운 건물이 즐비해 그야말로 거대한 박물관이라 할 수 있다. 아레키파 구도심에 자리한 아레키파 역사 지구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곳이다. 잉카 시대와 스페인 식민 시절을 거치며 만들어진 아레키파 고유의 양식을 갖춘 건축물과 그에 걸맞은 아름다운 자연 경관이 여행자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또 페루 최대 규모의 종교 건축물인 ‘산타 카탈리나 수녀원(Convento de Santa Catalina)’은 두터운 외벽과 달리 아기자기한 내부 조경이 어우러진 유서 깊은 곳으로 아레키파를 여행하는 사람이라면 한번쯤 꼭 방문해보기를 추천한다.

 

 

뉴펀들랜드 북부 해안선을 유랑하는 빙하 조각. 운이 좋으면 40톤이나 되는 거대한 혹등고래도 마주할 수 있다. 

들쭉날쭉한 날씨 덕분에 얻은 형형색색 파스텔 톤의 건물 색감. 

 

생활 속 지혜가 완성한 풍경 세인트존스
북미에서 가장 오래된 도시 중 하나이자 풍부한 수산 자원으로 발달한 음식 문화, 아찔한 절벽 등 인상 깊은 모습으로 여행자의 마음을 설레게 하는 곳. 현지인에겐 익숙하지만 세인트존스를 방문한 여행자들은 색색의 옷을 입은 건물 외관에 눈길이 갈 것이다. 이는 비가 많이 오는 지역적 특성에 따라, 악천후 속에서도 어부들이 자신의 집을 쉽게 찾을 수 있도록 고안한 방법이다. 이러한 생활 속 지혜 덕분에 세인트존스는 팔레트 속 물감처럼 각양각색의 색상으로 채워졌고, ‘젤리빈 로(Jellybeen Row)’라는 사랑스러운 별명도 갖게 됐다. 색색깔로 물든 세인트존스의 집들과 더불어 도시를 물들이는 색이 또 하나 있다. 바로 푸른 빙하 조각. 매년 5월은 원시 자연의 푸르름을 간직한 빙하 조각을 보러 온 여행자들로 북적인다. 따뜻한 날씨 때문에 1만2000여 년 된 빙하 조각이 그린란드 빙하에서 떨어져 나와 뉴펀들랜드 북부 해안선을 따라 부유한다. 보트를 타고 빙하 조각 사이를 가로지르다 보면 자연의 거대함과 숭고함을 마주할 수 있다.

 

부드러운 곡선과 색상으로 어우러진 인스부르크의 건물과 웅장한 알프스산맥이 대비를 이룬다.

인스부르크 특유의 평화로운 분위기는 전 세계 많은 여행객들을 불러모으는 이유 중 하나다. 

 

알프스와 파스텔 톤 건물들 인스부르크
오스트리아 인스부르크는 인(Inn)강과 다리(Brucke)라는 뜻에서 유래한 이름으로 알프스산맥 근처에 있는 도시 중 가장 큰 곳이다. 따뜻한 파스텔 톤 색감으로 칠해진 건물과 아름다운 자연 경관이 어우러진 압도적인 풍경으로 유명하다. 하나둘 건물의 색감을 감상하며 시선을 옮기다 보면 도시를 호위하듯 든든하게 자리한 알프스산맥에 닿게 되는데, 알프스산맥의 웅장함과 건물의 부드러운 색감이 대비되며 이색적인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노르트케테 케이블카를 타고 하펠레카르(Hafelekar)봉에 올라 인스부르크 시내를 내려다보면 파스텔 톤 건물들이 한데 어우러져 봄꽃이 몽실몽실 피어 있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킬 정도다. 관광 안내센터, 케이블카역 등에서 구입할 수 있는 인스부르크 카드를 소지하면 대중교통은 물론 주요 관광지 무료 탑승과 관람이 가능하며, 3시간 동안 자전거를 무료로 빌릴 수 있으니 여유를 갖고 도시 곳곳을 천천히 돌아보는 것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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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EDITOR : 김수지PHOTO : 더 네이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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