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STYLE 내추럴 크리스마스 홈 이야기

나무와 화이트, 그리고 푸른 잎, 세 가지 요소로 정갈하게 꾸민 집에 크리스마스가 찾아왔다. 암스테르담에 사는 잔네 가족의 내추럴 크리스마스 홈 이야기.

2019.1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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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얀 벽면과 뽀얀 속살 같은 나무 바닥으로 편안하게 꾸민 거실. 푸른 전나무 가지를 벽난로 위에 길게 늘어놓거나 나무 바구니에 담아놓는 것만으로도 내추럴한 크리스마스 데커레이션이 완성된다. 막내딸 카처는 엄마와 함께 나뭇잎과 열매로 크리스마스 데코 소품을 만들며 연말을 재미있게 보내고 있다.   

 

밝은 햇살이 쏟아지는 거실. 집주인 잔네는 크리스마스 시즌이 다가오면 원형 식탁 위에 캔들을 놓아 불을 밝히고 빨간색 티포트를 꺼내놓는다. 여기에 꽃 시장에서 산 소재를 바구니에 자연스럽게 꽂아두어 형태가 잘 보존되도록 말리면 크리스마스 장식으로 손색없다고.

 

‘올해는 어떤 스타일로 꾸며야 할까?’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데커레이션을 고민하고 있다면 잔네 홉(Sanne Hop)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볼 일이다. 사학자이자 4명의 자녀를 둔 30대 엄마인 잔네는 세상 누구보다 바쁠 것 같지만 푸른 잎 나뭇가지와 캔들, 전구의 빛만 이용해 집 안 곳곳을 의외로 손쉽게 크리스마스 분위기로 물들이기 때문이다. “자신만의 확고한 취향이 있다면 어렵지 않은 일이죠. 저는 특정한 유행을 따르지 않고 저만의 스타일로 꾸밉니다.” 크리스마스 시즌이 다가오면 잔네는 아이들과 함께 동네 광장에서 열리는 꽃 시장을 찾는다. 여기서 잔네가 구입한 것은 파인트리와 유칼립투스 그리고 올리브 나뭇가지다. 수레처럼 생긴 유모차에 푸른 나뭇가지를 잔뜩 실은 그는 꽃 시장을 놀이터 삼아 뛰놀던 아이들을 데리고 집으로 돌아가 ‘크리스마스 놀이’에 돌입한다.

 

 

온 가족이 함께 꾸민 크리스마스트리가 놓인 거실. 진짜 전나무에 나무와 종이로 만든 오너먼트를 매달고 그 아래는 크래프트 종이와 지끈, 나뭇잎으로 포장한 선물 꾸러미를 쌓아두었다. 선물 포장은 가족이 함께해서 더 의미가 깊다. 

 

이제 제법 큰 아홉 살 첫째 아들 올레(Ole)와 일곱 살 둘째 딸 한네스(Hannes)는 엄마의 지휘하에 갖고 놀던 낡은 나무 블록 장난감을 탑처럼 쌓아 올리며 촛대를 만들고, 아직 어리광이 한창인 다섯 살 셋째 딸 핍파(Pippa)와 두 살배기 막내 카처(Kaatje)는 전나무를 엮어 갈란드를 만드는 엄마 옆에서 실을 잡아주며 크리스마스 데커레이션에 동참한다. 그리고 이 모든 ‘홈 메이드’ 오너먼트는 고풍스러운 벽난로, 우윳빛 거실 벽면, 밝은 우드 식탁에 자리 잡으며 온 집 안을 자연스럽게 크리스마스 분위기로 물들인다. 

 

 

일상에서 사용하는 목기와 세라믹 그릇에 촛대와 별 모양 받침, 그리고 작은 목각 사슴 인형 등을 더해 동화 같은 분위기를 연출한 크리스마스 테이블 세팅. 

 

빈티지 국자와 세계 각지에서 구한 목기와 세라믹, 그리고 바구니가 정리된 주방 코너. 정물화는 남편이 구입한 것이다. 

 

“저는 빈티지 오브제를 모던한 물건과 매칭하는 것을 좋아해요. 또 자연스러운 색감과 소재에 심취해 있고요. 원색보다는 황토색이나 점토 같은 빛깔, 플라스틱보다는 나무가 편안하고 아름답게 다가와요.” 잔네와 아트 디렉터인 남편 빔(Wim de Boer)은 가족의 공간에 현란한 색상은 필요 없다고 생각한다. 밝게 웃고 뛰노는 아이들이 곧 알록달록한 색깔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부부가 생각하는 가치 있는 인테리어란 가족 구성원이 서로를 인식하고 존중할 수 있는 고요함과 긍정적인 정서가 흐르는 순수함 그 자체다. 이를 표현하는 가장 효과적인 출발점은 우드와 화이트 그리고 빛의 조합이라는 것이다. 

 

 

창문 주변을 따라 설치한 꼬마전구와 창틀 사이사이에 꽂아둔 전나무 가지로 크리스마스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주방. 집주인은 고풍스러운 창문이 있어 운치 있는 연출이 가능했다고 말한다. 

 

암스테르담 시내 중심, 18세기 고풍스러운 건물에 자리한 잔네의 집은 부부의 설명처럼 화이트 벽면과 우드 바닥 그리고 밝은 채광이 삼위일체를 이루며 더없이 순수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사실 이 집은 임시 거처인데 손을 볼 수밖에 없었어요. 시대 양식을 엿볼 수 있는 천장 장식, 고색창연한 창문 등 디테일은 마음에 들었지만 좁은 주방과 어두운 마감재는 어떻게든 해결하고 싶었죠.” 

 

 

자녀들과 함께 자리한 시간. 왼쪽부터 7세 둘째 한네스, 2세 막내 카처, 엄마 잔네, 5세 셋째 핍파 그리고 첫째 9세 올레. 

 

잔네의 가족이 이사를 결심한 건 막내 출산을 앞둔 때였다. 암스테르담 운하를 따라 지어진 역사적인 건물에 있던 아름다운 집은 사학자인 잔네에게 자부심과 같았던 곳. 하지만 아이가 넷이 되면 공간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사실을 뒤늦게 깨달았다. “다행히 좋은 조건에 집을 처분했고, 정원이 딸린 큰 집을 찾는 도중에 지금의 아파트에 머물게 되었죠. 이곳은 두 개 층으로 되어 있어 가족 간 사생활이 보장되는 장점이 매력적이에요.” 위층은 다락, 아래층은 거실과 주방 그리고 마스터 베드룸이 있는 구조다. 부부는 공간 전체를 흰색 페인트로 칠하고, 바닥은 실제 바닥재로 쓰이는 마루재가 아닌 미송 패널을 시공하는 모험을 감행했다. 경제적이면서도 내추럴한 스타일을 연출하는 데 이처럼 효과적인 마감재는 없기 때문. 물론 바닥은 생활하는 데 문제가 없도록 특수 바니시를 발라 표면 처리를 했다. “사실 마감재만 바꾸면 충분할 줄 알았어요. 그런데 막상 진행하고 보니 주방을 개조하지 않고는 채광을 제대로 끌어들일 수 없다는 걸 알아차렸습니다.” 잔네와 남편은 주방과 거실을 분리하던 2개의 가벽을 철거했고, 주방 가구 역시 이케아에서 가장 베이식한 화이트 디자인을 선택해 시공하는 ‘투자’를 아끼지 않았다. 그 결과 큰 창으로 쏟아져 들어오는 햇살은 거실과 주방을 한층 더 밝고 넓게 만들어 모두에게 흡족한 공간을 선사했다. “여섯 식구가 이곳에 다 모여 있어도 북적거린다는 느낌이 들지 않아요. 각자 방이 있음에도 여기서 지내는 시간이 더 많답니다.” 잔네는 이 집을 코지한 패밀리 룸으로 바꾸는 게 생각보다 쉽지 않았지만 재미있는 도전이었다고 말한다. 깨끗한 화이트와 우드로 새롭게 포장한 집이 자칫 생경한 느낌이 들지 않을까 우려되기도 했지만 집 안 곳곳에 살아 있는 고풍스러운 창문과 계단 등 역사적인 디테일은 예의 아늑함을 선사했다. 그리고 이 아늑함에는 잔네의 일관성 있는 취향 컬렉션이 한몫을 했다. 자연의 물성을 선호하는 그는 우드나 밀짚으로 엮은 다양한 종류의 바구니를 꾸준히 모아왔고, 이를 살림으로 적극 활용한다. “바구니는 무엇이든 담아두고 정리하는 데 유용할 뿐 아니라 시각적으로도 편안함을 선사하죠. 아이들의 잡다한 장난감도 바구니에 담기면 멋진 오브제가 된다니까요.” 

 

 

뽀얀 나무 속살 색감으로 물든 잔네 부부의 침실. 우드와 화이트의 잔잔한 조화가 침실을 평안한 분위기로 만들어준다. 침대 헤드보드는 네덜란드 침대 브랜드에서 디자인하고 제작한 것인데, 스칸디나비안 스타일처럼 느껴진다고. 

 

거실 벽난로 옆에 놓인 우드 드레서는 오래된 빈티지로 집주인이 아끼는 가구 중 하나다. 이 드레서 맨 위에 놓인 코퍼 저그 또한 매우 오래된 골동품. 창가에 놓인 캠핑 베드는 아이들이 오르내리며 놀기 좋아하는, 거실의 핫 플레이스다.     

 

잔네는 이 집으로 이사 온 후 새롭게 가구를 들였다. 기존 집과 달리 붙박이장이 부족한 까닭에 별도로 옷장을 구입해야 했다. 이때 부부의 발길이 향한 곳은 암스테르담에서 가장 큰 워털루플레인 플리마켓이었다. “사실 벼룩시장이라고 해서 다 저렴한 건 아니에요. 하지만 이곳에 오면 이야기가 담긴 오래된 물건을 만날 수 있습니다. 판매자들은 언제나 물건을 소개할 때 가격보다는 사연을 먼저 설명하고, 저는 거기서 의미를 찾아 우리 집에서 어떤 존재로 거듭날 수 있을지 고민하죠.” 부부가 발품을 팔아 구해 온 빈티지 나무 가구와 소품은 그렇게 거실과 침실에 자리하게 되었고, 이 모든 것은 그가 꾸준히 모아온 바구니처럼 유용한 데다 원래 이 집에 있던 것처럼 친근한 느낌을 전한다. “빈티지 가구 중 탁월한 선택이라 생각하는 건 바퀴가 달린, 프랑스 철제 침대예요. 막내를 위해 구입한 건데, 밤에 아이가 잠에서 깨어 칭얼거리며 우리와 함께 자고 싶어 할 때 그냥 침대를 우리 옆으로 끌고 오기만 하면 모든 문제가 쉽게 해결된답니다.”

 

셋째 핍파와 첫째 올레 남매가 거실에서 우드 블록과 목기로 놀이를 하고 있다. 자연 물성을 존중하는 엄마 잔네는 아이들에게 현란한 색감과 매끈한 감촉의 플라스틱 장난감을 한 번도 사준 적이 없다. 대신 아이들은 다양한 수종에 색감도 다채로운 우드 블록으로 창의적인 놀이를 즐기게 되었다고. 

 

자연스러운 촉감과 색감으로 물든 리넨 침구로 꾸민 부부 침실. 한네스와 막내 카처가 천사 날개를 입고 침대 위에서 뛰어논다.

 

막내를 위해 마련한 장난감과 옷을 정돈한 코너. 일시적인 유행을 따르기보다는 정감 있는 기본형 디자인의 빈티지 장난감과 가구, 옷을 선택해 정서적으로 안정감을 준다. 
 

크리스마스가 다가올 즈음이면 암스테르담의 낮은 매우 짧아진다. 그리고 어둑한 시간이 길어질수록 잔네의 손길과 마음은 더 바쁘고 세심해진다. “아이들이 따스하고 안정된 분위기 속에서 크리스마스를 맞이하고 겨울을 즐겁게 날 수 있도록 해주고 싶거든요.” 아이들에게 한 번도 자극적인 색상의 플라스틱 장난감을 사준 적이 없다는 잔네는 자연물과 오래된 물건을 통해 사물의 본질을 접하고 창의성을 키워주고자 한다. 예를 들면 벼룩시장에서 구입한 빨간 페르시안 카펫을 깔아 공간에 온기를 더하고, 어두운 복도 벽면에 있는 코트 행어에 파인트리 가지와 꼬마전구를 함께 매다는 것으로 겨울 실내에 밝고 따뜻한 빛을 더해주는 일을 아이들과 함께하는 것. 큰 아이들이 학교와 유치원에 가면 막내와 함께 식탁에 앉아 클레이 아트 놀이를 한다. 아이가 울퉁불퉁 둥글게 빚은 찰흙 덩어리에 엄마가 막대 초를 꽂아놓으니 이내 막내딸 표 크리스마스 캔들 홀더가 완성된다.

 

 

막내딸을 위해 꾸민 침실은 부부 침실 내에 자리한다. 이 집의 모든 벽은 화이트 페인트로 마감했지만, 막내 침실 한쪽 면은 벽지를 발랐다. 

 

첫째 아들 올레는 자신만의 공간을 갖고 있다. 공부방에 마련된 가구 역시 나무로 만든 것인데, 책상 상판에 연필과 가위 등을 꽂아둘 수 있는 구멍이 있다. 

 

박공지붕 천장의 다락 공간은 두 곳으로 분리해 각각 아들 방과 두 딸이 함께 쓰는 방으로 꾸몄다. 지붕 양쪽 경사면 아래 두 딸의 침대를 각각 놓아 공간이 분리된 듯한 효과를 주었고, 빈티지 트렁크에는 장난감을 정리해두었다. 왼쪽 나무 침대는 목수 친구가 제작해준 것이고, 오른쪽 등나무 침대와 인디언 텐트는 플리마켓에서 구한 것이다. 

 

베이식 스타일의 욕실은 대나무 수납 선반과 우드 소품 등으로 연출해 아늑하게 변신했다. 

 

다시 아이들이 집으로 돌아올 즈음 잔네는 원형 식탁에 유칼립투스를 담은 바구니와 촛불을 놓고 따뜻한 차가 담긴 빨간 티포트와 간식을 마련해놓는다. 그리고 이런 오후의 풍경은 음식만 달라질 뿐, 크리스마스 당일 역시 똑같이 이어진다. “우리 집 크리스마스는 어쩌면 일상의 연장선상에 있는지 모르겠어요. 기존 생활 공간에 나뭇가지와 리스, 불빛을 더해 연출하는 편안하고 아늑함 그 자체니까요.” 고요히 은근하게 감성을 자극하는 잔네의 내추럴 크리스마스 데커레이션, 과연 우리 집에도 가능할까? 잠시 눈을 감고 각자의 집을 떠올려보길!   

WRITER LEE JUNG MIN

 

 

 

더네이버, 공간, 인테리어, 내추럴 크리스마스 홈 

CREDIT

EDITOR : 한지희PHOTO : JELTJE JANMAAT(Photofoy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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