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STYLE 은밀한 욕망의 글쓰기

동급생 라파의 집을 훔쳐보며 소설을 완성해가는 클라우디오와 그를 통해 못다 한 문학가로서의 꿈을 이루고자 하는 헤르만. 연극 <맨 끝줄 소년>은 그들의 은밀한 욕망에 대해 이야기한다.

2019.1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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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가 해야 할 첫 번째 질문은 이거야. ‘나는 누구를 위해 쓰는가?’ 넌 누구를 위해 쓰니? 어떤 사람을 골라서 그 사람의 가장 우스꽝스러운 면을 찾아내는 건 아주 쉬워. 어려운 건 그 사람을 가까이서, 아무런 편견 없이 바라보는 거야. 그 사람의 논리, 상처, 작은 소망들, 그리고 절망을 찾아내는 거지. 인간의 고통, 이면에 존재하는 아름다움을 드러내는 것. 그게 진정한 예술의 경지야.”


클라우디오의 세 번째 작문을 받아 본 문학 선생 헤르만이 하는 충고다. 헤르만은 자신의 작가론을 들어 클라우디오의 인물 묘사 방식을 지적한다. 현재 스페인에서 최고의 극작가로 불리는 후안 마요르가의 연극 <맨 끝줄 소년>은 클라우디오가 헤르만의 도움으로 한 편의 소설을 완성해가는 이야기다. 하지만 클라우디오와 헤르만의 욕망에 관한 연극이라는 게 더 정확할 것이다.

 

 


클라우디오의 욕망은 훔쳐보기의 욕망이다. 그가 훔쳐보는 대상은 동급생 라파의 집이다. 엄마의 가출 후 아버지와 둘이 살고 있는 클라우디오는 오래전부터 라파의 화목하고 평범한 중산층 가족을 멀리서 훔쳐보았다. 욕망이 커진 클라우디오는 교환 학습을 핑계로 라파의 집을 드나들고, 이때의 경험을 소재로 한 작문을 과제로 제출한다. 그러면서 자신의 문학적 소질을 발견한 클라우디오는 헤르만에게 방과 후 일대일 수업을 받으며 글쓰기의 욕망을 키우게 된다.


문학 교사인 동시에 실패한 작가인 헤르만의 욕망은 제자를 키워 자신이 못 이룬 작가 꿈을 이루려는 대리 만족의 욕망이다. 그런데 이를 성취하기 위해서는 클라우디오의 훔쳐보기가 지속되어야 한다. 물론, 헤르만 역시 클라우디오의 작품을 통해 라파의 가족을 훔쳐보는 욕망을 품었을 것이다. 이러한 욕망에 욕망이 더해져 판단력과 분별력을 잃어버린 헤르만은 시험지를 빼돌려 유출하는 일까지 저지르게 된다.

 

 


그사이 클라우디오는 훔쳐보는 데 만족하지 못하고 점점 다른 욕망을 품게 된다. 자신에게는 없는 엄마를 소유하고자 하는 욕망이다. 처음에는 단지 모성애를 바라는 대리 보충의 욕망이었을 수도 있겠다. 그러나 이 욕망이 성적 욕망으로 전이되는 데에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는다. 이미 오래전에 멈추었어야 하지만, 클라우디오는 욕망을 제어하지 못하고, 헤르만은 클라우디오의 욕망을 제지하지 못한다. 이미 클라우디오는 헤르만을 넘어선 지 오래다. 급기야 클라우디오는 자신의 마음을 담은 시를 써 라파의 엄마에게 전한다. 부인은 이 사실을 라파와 남편에게 알리게 된다. 욕망이 빚은 파국은 어떻게 될까? 클라우디오는 무사할 수 있을까? 라파의 화목한 가정은 안녕할 수 있을까? 클라우디오의 소설은 어떤 결말을 맞게 될까? 여기서 헤르만이 클라우디오에게 하는 말을 한 번 더 옮긴다. 


“좋은 결말을 위해 필요한 게 뭔지 아니? 독자가 이렇게 말해야 돼, ‘전혀 예상하지 못했어. 하지만 이렇게밖에 될 수 없었어.’ 이게 좋은 결말이야. 필연적이면서 예상하지 못한 거. 그럴 수밖에 없으면서 반전이 있는 거.”


헤르만의 말처럼, 연극은 필연적이면서 예상하지 못한, 그러나 그럴 수밖에 없으면서 반전이 있는 결말로 끝이 난다. 한편, 작가 후안 마요르가는 허구와 현실을 교차해 이야기를 직조해내는데, 활자가 종이를 벗어나는 순간 허구와 현실의 아슬아슬한 경계가 무너진다. 


연극 <맨 끝줄 소년>은 2006년 처음 출판되었을 때, 스페인 최고 권위의 막스상(스페인 작가, 출판인협회 선정)을 수상하는 영예를 안았다. 2012년에는 프랑스 영화감독 프랑수아 오종이 <인 더 하우스>라는 제목으로 영화화하기도 했다. 국내에서는 2015년 초연 후, 2017년 재공연되었으며, 두 번의 공연 모두 평론가와 관객의 극찬을 받은 바 있다. 이번 공연은 10월 24일부터 12월 1일까지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에서 진행된다.

※ 이 글을 쓴 김일송은 공연 칼럼니스트이다.
Cooperation 예술의전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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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EDITOR : 김일송PHOTO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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