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STYLE 자전소설과 에세이 사이

<자전소설 쓰는 법>은 정확한 기억력, 뛰어난 균형 감각으로 정교하게 엮어낸 에세이가 주는 감동이 무엇인지 알려준다.

2019.11.01
페이스북 트위터 링크

 

이 책을 액면 그대로 믿지 말라. 이 책은 자전소설이 아니고, 자전소설 쓰는 법을 가르쳐주는 작법서도 아니다. 하지만 이 책을 자전소설로 읽는다면 그처럼 읽히고, 자전소설 쓰는 법을 가르쳐주는 작법서로 읽는다면 또 그처럼 읽힌다. 자전소설을 쓰고 싶다고? 자, 이렇게 써라. 저자의 말이 들리는 듯하다. 독자는 이 에세이집을 읽으며 자신만의 자전소설을 쓸 힌트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좌절하리라. 아무리 해도 이렇게는 쓸 수 없을 것이라고 가슴을 치며. 넘볼 수 없을 만큼 아름답고 문학적이어서일까? 그렇다고도 할 수 있다. 이 책에 쏟아진 찬사는 말 그대로 천사의 나팔소리 같다. 통찰, 솔직, 현명, 아름다움, 예술, 탁월, 황홀, 도취, 감화, 성찰, 감동, 훌륭, 독창, 설득력, 매혹, 정교, 경이로움, 신비, 너그러움, 미묘함, 세련, 지적, 내밀, 진실, 탐닉, 영감, 뭉클, 통렬. 냉혹, 로맨틱, 반짝임, 지혜, 능숙함, 충격, 생생함, 시적임…. 온갖 화려하고 아름다운 단어들이 총출동한다. 텅 비어 보일 정도로. 

 

그렇지만 어쨌든 내 인생은 내가 제일 잘 아는 법이고, 다른 사람과 비교하는 것은 불가능하니 내 인생으로 소설을 쓴다면 나만큼 잘 쓸 사람은 없을 것이다, 라고 생각하는 이가 있다면 표제작 에세이인 <자전소설 쓰는 법>을 읽어보라. 실제로 그는 2002년에 자전소설 <에든버러>를 발표하며 비상한 주목을 끌었다. 그의 ‘조언’이 꽤 실감 나는 까닭은 그러한 경험을 바탕으로 했기 때문이다. 


 “처음 시작할 땐 혼자 숲에 남겨져 집을 지을지 말지 결정하는 사람처럼 느껴질 거야. 손에는 도끼 한 자루 달랑 들고, 집에 대한 또렷한 기억만 가지고서. 당신은 그 도끼로 모든 걸 만들어서 집을 채워 넣을 방법을 혼자 터득하기로 결심하지. 당신은 도끼야. 숲은 당신 인생이고.” 저자는 자전소설 쓰는 과정을 자신의 인생이라는 숲과 대면한 벌목자의 관점에서 시작한다. 그러고서는 그 과정이 얼마나 지난한지, 얼마나 고통스러운지, 얼마나 당황스러운지 하나하나 열거한다. 더구나 그 대가로 받는 것이라니.“대가는 당신이 소설의 정수를 얻기 위해 당신 자신으로부터 무엇을 끄집어냈든지 간에 일단 소설을 쓴 다음에는 돌려받지 못한다는 거지.”


이 대가 같지도 않은 대가에 비해, 그로 인해 생길 문제는 만만치않다. “요구와 처벌은 책이 다 완성될 때까지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당신이 한때 살았던 세상 밖 어딘가에서 기다리고 있을 것임.” 아무리 생각해봐도 밑지는 장사인데, 저자는 천연덕스럽게 독자의 손을 잡는다. 거칠거칠한 나무 자루를 쥐여준다. “자 여기 도끼.”


한국계 미국인이자 성소수자인 저자는 자신의 경험을 더할 나위 없이 얇게 저며내어 투명하게 들여다본다. 놀라울 만큼 정확한 기억력과 자기 연민에도, 자기 과시에도 빠지지 않는 훌륭한 균형 감각을 가지고 그 경험들로 하나의 세계를 다시 구성한다. 나와 아무런 공통점이 없는 사람인데도, 읽다 보면 내 이야기를 보는 것 같다. 속수무책으로 달려왔다 지나쳐버리는 사건 사고와 풍경을 바라보는 어린 소년의 눈. 기대와 죄책감과 추억이 담백하게 풀려 나온다. 그와 함께 성장하는 것은 특별한 경험이다. 우리가 누군가의 자전소설을 읽는다면, 바로 이런 경험을 기대하면서이리라. 그러나 누차 말했듯이 이 책은 자전소설이 아니다. 정교하게 잘 짜여진 에세이다. 작가가 되고자 하는 이들이라면 이 책이 더욱 특별하게 느껴질 것이다. 자신에게 재능이 있다는 것조차 믿지 못하던 소년이 작가가 되는 과정을 따라가다 보면 글쓰기에 대한 생각이 낱알 떨어지듯 우수수 떨어진다. 줍기만 하면 된다.  


읽으면서 문득, 저자를 사랑하는 사람을 부러워한다. 사랑하면 그 사람에 대한 모든 것을 알고 싶어지는 법인데, 그 사람이 자신에 대해 이렇게 잘 말할 수 있는 사람이라면 얼마나 좋을까. 어떻게 자라났는지, 무엇에 몰입했는지, 어떤 마음의 걸림돌을 갖고 있는지, 어떤 꿈, 어떤 환상, 어떤 목표, 어떤 내밀한 믿음을 갖고 있는지 이렇게 섬세하게 알려줄 수 있는 사람을 사랑한다면 얼마나 충만할까 싶다. 그리고 그 생각을 한번 뒤집어본다. 나는 그런 사람이 될 수 있을까?

※ 이 글을 쓴 박사는 북 칼럼니스트이다.  

 

 

 

더네이버, 북, 자전소설 쓰는 법

CREDIT

EDITOR : 양혜연PHOTO : 김도윤

아이매거진코리아닷컴, 더네이버, 동방유행
©imagazinekorea.com,
©theneighbor.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