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STYLE 도시의 건축가들

지금, 서울이 주목하는 도시의 건축가들.

2019.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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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외벽의 한 면만 붉은 벽돌로 채운 ‘레드 스퀘어 하우스’. 한 면만 붉은 벽돌로 채워 마치 단색화 같은 분위기를 낸다. 

 

 ‘삶의 환영’ 프로젝트는 건축, 설치예술, 음악 등 다양한 분야의 작가가 모여 철거 직전의 집을 무대로 구현한 프로젝트다. 

 

하나의 무채색 오브제 같은 느낌을 주는 ‘건축공방 연희동 사옥’. 

 

 3대의 어선이 한강공원에 던지는 이야기를 담은 한강예술공원의 ‘한강 바다바람’ 프로젝트.

 

글램핑 파빌리온 프로젝트 중 하나인 가평바위숲의 ‘온더락’.

 

 

건축공방
일상을 아름답게 만드는 건축

지난 6월, 2019년 젊은 건축가상 수상자가 발표됐다. 매해 진지하고 재능 있는 건축가들을 발굴하며, 세간의 이목을 끈 젊은 건축가상. 올해는 총 3팀이 수상했다. 박수정 소장과 심희준 소장이 함께 이끌고 있는 건축공방은 올해의 수상 팀 중 하나다. 2013년 문을 연 건축공방은 대표작 ‘글램핑 파빌리온’ 프로젝트와 ‘건축, 예술을 품다’ 프로젝트로 <디진(Dezeen)>, <아키데일리(ArchDaily)>, <디자인붐(Designboom)> 등 해외 유수의 매체에 소개된 바 있다. 그뿐 아니라 레드닷 디자인 어워드, iF 디자인 어워드, DFA 어워드, 아이코닉 어워드, 독일 디자인 어워드, 아키타이저 어워드 등에서 수상했다. “건축공방의 건축 철학, 그 중심에 ‘일상의 건축’이 있다. 일상적인 건축의 가치를 높이는 것, 그것이 우리가 생각하는 좋은 건축이다.” 박수정 소장과 심희준 소장은 건축가에게는 사회적 책임이 있다고 말한다. 아무리 일상적이고 건축주의 사적인 작업이라 해도 건축의 특성상 공공성을 띠고, 건축가들은 이에 대한 책임이 있다는 것이다. 그들은 공간이 갖는 힘을 알기에 모든 프로젝트에는 고유의 번호를 부여하고, 규모와 상관없이 의미와 중요성을 되새기며 작업한다. 미니멀 건축의 미학을 담은 ‘건축공방 연희동 사옥’, 한 면만 붉은 벽돌로 채워 단색화 같은 느낌을 전하는 ‘레드 스퀘어 하우스’ 등 다양한 건축은 물론 다원예술 프로젝트 ‘삶의 환영’, 한강예술공원의 ‘한강 바다바람’, 경기 아트페스타 프로젝트 ‘보이는 땅, 보이지 않는 땅’ 등 다양한 규모의 아트 프로젝트도 진행한다. “건축공방이라는 이름은 두 가지 의미를 지니고 있어요. 하나는 ‘공예가의 작업실(Workshop)’이라는 의미고, 다른 하나는 서로를 공격하고 방어하는 ‘토론(Discussion)’이라는 의미예요.” 박수정 소장과 심희준 소장은 건축공방 이름에 담긴 의미처럼 일상을 조금 더 특별하게 만들어줄 건축을 위해 늘 토론과 대화를 하고, 공예가의 마음으로 건축물을 짓고 있다. 

 

 

신천천을 마주하는 ‘매곡도서관’의 외관은 숲의 나무에서 모티프를 얻어 설계했다.

 

영역별로 각기 다른 각도와 간격으로 세운 수직 루버. 덕분에 전면 도로를 따라 지나가면서 ‘매곡도서관’을 바라보면, 외부 입면이 변화하는 것처럼 보인다. 

 

‘압구정초등학교 다목적강당’의 2층 홀, 연결 복도와 이어진 3층 로비에는 차분한 강당 내부와 차별되는 포인트 컬러를 사용해 경쾌한 분위기를 더했다. 

 

베이지색 이형 벽돌을 이용해 운동장 흙바닥과 건물이 이질감 없이 어우러진 ‘압구정초등학교’. 

 

사각 면이 조합된 ‘명동센트럴’의 정면 입면은 균형 잡힌 분할을 이룬다.

 

 벽체를 따라 내려와 입면을 분절하는 구조 모듈은 자연광을 통과시켜 ‘언북중학교 다목적강당’ 내부에 빛의 띠를 형성한다.

 

 

아이디알 건축사사무소
모두가 향유할 수 있는 건축

‘공공 건축이 지닌 많은 제약과 한계를 사용자 중심의 사고로 문제를 해결하는 유연한 작업 방식이 뛰어남.’ 2019 젊은 건축가상의 또 다른 수상자 아이디알 건축사사무소에 대한 심사평이다. “2014년 사무실 개소 후 마땅한 일이 없어 시작한 공공 건축은 어느새 우리의 작업을 관통하는 주제가 되었어요.” 세 개 남짓한 준공작과 그보다 네댓 배 많은 낙선작을 거치는 동안 이승환 소장과 전보림 소장은 좋은 공공 건축의 지향점에 대해 치열하게 고민하고 아이디알 건축사사무소만의 답을 찾아 나갔다. 그들은 공공(公共)은 모두에게 열린(公) 자원을 함께(共) 나누는 일이라 말한다. 공간의 근본적인 성격을 정확히 파악하고 이를 건축을 통해 드러내는 것. 그렇게 지어진 건축물의 혜택이 모든 사람에게 최대한 고르게 전달될 수 있는 건축을 지향한다. 주어진 조건 안에서 할 수 있는 것과 할 수 없는 것을 구분하는 것으로 아이디알 건축사사무소의 건축은 시작된다. 형태를 구체화하는 과정에서는 과장된 스케일을 비롯한 조화를 해치는 요소는 가능한 한 배제하고 단순하고 반복적인 프로그램, 지형 조건의 내적 질서를 고려한 조형 어휘를 사용해 환경과 조응하는 건축물을 짓는다. 반복 설치된 트러스 구조 모듈을 통해 들어오는 자연광이 띠를 만드는 ‘언북중학교 다목적강당’, 종이접기에서 모티프를 가져온 ‘압구정초등학교 다목적강당’, 경사진 지형의 특성을 이용해 건물에 독창성을 부여한 ‘매곡도서관’ 등 지금까지 보여준 공공 건축물은 그들의 철학을 한껏 품고 있다. 공공 건축에서 두각을 보이는 아이디알 건축사사무소지만 그 외의 건축물 역시 주목할 만하다. 그들의 첫 민간 건축물인 ‘명동센트럴’은 소유주가 명확히 다른 두 개의 매장을 한 건물 안에 담아야 하는 조건에서 진행됐다. ‘명동센트럴’ 건물은 스스로를 과하게 드러내지 않으면서 진한 색상의 벽돌을 공간 쌓기로 올려 공극에 미묘한 변화를 주었다. 또 입면을 두 개로 구분해 깊이에 차이를 둬 두 매장을 구분했다. ‘명동센트럴’ 건물은 극명히 드러낸다. 그들의 건축 철학과 방식은 민간 건축에서도 관통한다는 사실을.

 

 

덕수궁 중화전 앞마당 박석 위에 설치된 임시 설치 작품인 ‘대한연향(大韓宴享)’. 끊임없이 이뤄지는 빛의 반사와 바람의 충돌이 매 순간 새로운 풍경을 선사한다.

 

커튼월로 싸인 네모반듯한 강남의 사무실 건물들 사이에서 찰나의 환상을 경험하게 해주는 ‘더 일루전’. 

 

 아름다운 벨기에의 브뤼헤 풍경에 작은 변화를 불러일으키는 설치 작품 ‘더 플로팅 아일랜드’. 브뤼헤 시내 북부 지역 운하에 설치된 이 기다란 유선형의 파빌리온은 딱딱한 분위기의 운하를 사람들이 걷고, 쉬고, 사색할 수 있는 장소로 탈바꿈시켰다. 

 

 

OBBA
세상과 이어지는 건축

국립현대미술관이 문화재청 궁능유적본부 덕수궁 관리소와 손잡고 <덕수궁-서울 야외 프로젝트 : 기억된 미래를>을 개최한다. 9월 5일부터 2020년 4월 5일까지 진행되는 이 프로젝트는 문화유산과 현대 건축의 새로운 만남을 제안한다. 참가하는 팀은 총 5팀. 아시아 지역에서 활동하는 건축가들이다. 덕수궁의 법전인 중화전 앞 설치된 ‘대한연향(大韓宴享)’을 선보인 OBBA는 5팀 중 유일한 한국 팀이다. 2018 젊은 예술가상, 2014 젊은 건축가상을 수상한 바 있는 OBBA는 2012년 이소정 소장과 곽상준 소장에 의해 설립됐다. 그들은 다중적 의미의 경계에 관심을 가지며, 통합된 시각을 바탕으로 혼합된 해결책을 추구한다. OBBA는 유수의 국내 건축상 수상은 물론 <아키텍추럴 레코드>에서 선정하는 세계를 리드하는 10팀의 건축가(Design Vanguard)에 뽑히기도 했으며, 지난해엔 아시아에서 유일하게 벨기에 브뤼헤 트리엔날레에 초청받아 설치 작품 ‘더 플로팅 아일랜드’를 선보이기도 했다. 그 외에 반사성 강한 미러 소재 금속 육각 패널을 건물과 건물을 잇는 다리에 적용해 찰나의 환상을 선사하는 오피스 건물 ‘더 일루전’, 높이 차가 있는 대지의 형상을 따라 자연스럽게 흘러가며 주변의 산세와 절묘하게 어우러지는 단독 주택 ‘더 페이드’ 등 다양한 건축 작품과 공공예술, 설치 작업 등을 통해 세상과 관계 맺기를 실험하고 있다.

 


한때 석유를 저장했던 ‘문화비축기지’의 탱크들은 각기 다른 쓰임새의 공간으로 새롭게 재탄생했다. 

 

국내 최초 수장형 미술관으로 주목받은 ‘국립현대미술관 청주관’의 전경. 

 

1970년대 말 오일 쇼크로 긴급 구축되었던 석유비축기지는 이제 문화의 장이 되었다.

 

하나의 오브제처럼 우뚝 서 있는 ‘경덕원 차문화관’. 

 

 

허.가.방(許.家.房)
마음을 오롯이 담은 건축

오래된 석유비축기지가 폐쇄된 지 약 17년 만에 문화 공간으로 재탄생했다. 그리고 이 공간은 올해 7월, 서울시 건축상 대상을 수상했다. 마포구에 위치한 ‘문화비축기지’ 이야기다. 이러한 변화의 중심에 허.가.방(許.家.房)의 허서구 대표가 있었다. 2014년, 문화비축기지 아이디어 공모전에 당선된, 당시 한양대학교 건축학부 교수였던 허서구 대표는 그의 제자들이 주축이 돼 설립한 RoA 건축사사무소와 손잡고 문화비축기지를 설계해 완성했다. 서울시 건축상 외에 한국건축가협회상, 한국건축문화대상 등 다양한 상을 받은 그는 청주 연초제조창을 리모델링해 ‘국립현대미술관 청주관’을 설계한 인물이기도 하다. 그 외 조형미가 돋보이는 제주도의 ‘경덕원 차문화관’, 작은 집의 아름다움을 한껏 보여주는 ‘한솔집’ 등을 설계했다. “연인 같기도 합니다. 집이 완공되면, 그제야 건축가는 본인이 집의 주인이 아님을 문득 깨닫게 됩니다. 늘 반복합니다. 웃음소리와 밝은 몸짓들 속에서 비쳐 나오는 그 집밖 마당에 홀로 서 있는 타인임을 발견합니다. 집과 이별을 예감합니다. 건축가는 또 다른 사랑에 빠집니다.” 허서구 대표는 건축가의 역할은 건물이 완공되었을 때까지라고 말한다. 그리고 그는 건물의 새로운 얼굴을 새로운 주인에게 맡기고 떠난다. 그렇게 매 순간 마음을 오롯이 담아내고, 떠나보내며 건물을 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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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EDITOR : 양혜연PHOTO : P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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