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STYLE 강렬한 개성의 가구 디자이너 미샤 칸의 집

기괴한 형상에 놀라다 재치 있는 표현에 웃음이 난다. 현란한 컬러에 현기증이 나지만 에너지가 샘솟는다. 여기는 세상 강렬한 개성으로 조형 예술계 슈퍼 루키로 떠오른 가구 디자이너 미샤 칸의 집이다 .

2019.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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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괴한 가구와 소품이 현란한 컬러와 기묘한 조합을 이루는 거실. 이곳에는 미샤 칸의 작품과 그가 컬렉션한 디자인이 사이좋게 놓여 있다. 전면에 보이는 캐비닛과 브라운 퍼 소재로 만든 소파는 캄파냐 형제가 제작한 것으로, 캐비닛 표면은 물고기 비늘과 라피아 섬유로 마감했다. 천장 조명은 에토레 소트사스(Ettore Sottsass), 눈이 달린 사과를 들고 있는 손 모양 브라스 오브제는 스튜디오 욥(Jop)이 디자인한 작품 ‘CCTV Eye’다. 그 옆에 라피아를 엮어 염색한 오리너구리 모양의 플로어 스탠드는 미샤 칸이 제작했다. 

 

칠하다 만 듯 벽 모서리에는 마무리를 포기한 페인트 롤러 자국이 패턴처럼 둘러져 있고, 발로 툭 치면 와르르 무너질 듯한 지팡이 모양의 다리를 지닌 테이블이 다이닝룸의 식탁 자리를 당당히 차지하고 있다. 주방은 물감 통이 폭발한 듯 현란한 색으로 물들어 있고, 거실은 수납장과 소파 그리고 조명으로 변신을 꾀하다 만 듯한 정체 모를 존재로 가득 차 있다. 뉴욕 브루클린, 개성 강한 젊은 남자 두 명이 사는 집이라고 하면 이 기이한 인테리어가 이해될 수 있을까? “그냥 인테리어 디자인 측면에서 소개하자면 ‘이렇게 생긴 공간에서도 살 수 있다’는 것을 알려주거나 ‘이처럼 파격적으로 집을 꾸며보라’는 예시라 할 수 있을까요. 그런데 이 집은 ‘나다운 집’을 꾸미는 방법을 나 스스로 증명해 보인 결과입니다.” 

 

 

다양한 컬러의 물감이 폭발한 듯한 주방. 미샤 칸은 가스오븐레인지만 제외한 모든 주방 가구를 마치 샤갈의 그림을 해체해놓은 듯한 색감과 붓 터치가 돋보이는 시트지로 마감했다. 천장 조명 셰이드에서 내려오는 아트워크는 아티스트 케이티 스타우트(Katie Stout) 작품. 

 

버려진 물건을 수집하고 여기서 뽑아낸 다양한 요소를 특이한 기법으로 조합해 전에 없던 파격적인 가구와 오브제를 만들며 뉴욕 화랑계에 슈퍼 루키로 떠오른 가구 디자이너 미샤 칸(Misha Kahn). 이제 서른 살, 젊은 아티스트는 센세이셔널한 자신의 작품 못지않게 도발적인 홈 인테리어 디자인으로 시선을 모은다. 나와 같은 크기, 즉 ‘휴먼 스케일’에 해당하는 무언가를 만드는 게 좋아 대학에서 가구 디자인을 전공한 그는 지금 독보적인 언어로 완성한 가구를 통해 새로운 환경을 만들고 가상의 세계를 창조하는 아티스트로 성장 중이다. 2016년 첫 개인전 이래 지금까지 세 번의 개인전을 치른 칸은 전시 때마다 총체적인 공간 연출을 통해 작품을 소개해왔고, 이를 인상 깊게 본 사람들이라면 그의 집이 더욱 궁금해지는 건 당연지사. 

 

 

침실은 다른 공간에 비해 상대적으로 차분한 블루 톤으로 연출했다. 입 모양과 치아가 도드라진 여인의 모습이 담긴 프린트는 일본 작가 타다노리 요쿠(Tadanori Yokoo) 작품이다. 

 

“이 집으로 이사 오기 전에는 원하는 가구 한 점 제대로 들여놓을 여유 없는 아주 작은 아파트에서 살았어요. 그동안 제게 영감을 준 가구와 소품을 모두 들여놓을 수 있는 공간으로 이사해 무척 기쁩니다.” 칸은 현재 브루클린 북부 윌리엄스버그와 리지우드 사이에 자리한 부시윅(Bushwick)에 있는 3층짜리 벽돌 건물 맨 위층에 산다. 자신의 파트너인 매거진 <인터뷰(Interview)>의 에디터 닉 하라미스(Nick Haramis)와 함께 살 집을 찾다 예술가와 힙스터들의 성지인 부시윅에서 마음에 드는 집을 찾았다. “실내가 개방적이고 햇빛이 잘 들고 밝아서 좋았어요. 다만 인테리어가 진부한 느낌이라 집주인의 동의를 얻어 제가 원하는 스타일로 바꿨습니다.” 패션부터 작품까지 색상에 집착하는 칸은 집에도 모험을 감행했다. 집에서 ‘색깔에 압도당해보고 싶다’ 생각한 그는 각 공간마다 다른 컬러를 칠하고 색감에 맞게 가구와 소품을 매치했다. 거실은 따뜻하고 경쾌한 보라색, 드레스룸은 트렌디한 클럽 같은 청록색, 주방은 미친 듯이 화려한 색깔의 조합으로 채워졌고 침실은 안개 자욱한 바다처럼 푸른색이 감돈다. 

 

 

드레스룸에 놓인 독특한 형태의 사이드 테이블은 미국의 가구 예술가이자 공예가 웬델 캐슬(Wendell Castle)이 제작한 것이다. 

 

“거실은 신경을 많이 썼어요. 파트너와 함께 많은 시간을 보내는 곳이기도 하고 디자이너로서 즐겁게 작업할 수 있는 휴식처가 되기를 바랐기 때문이죠.” 자신의 작품 중에서 의미가 남다른 것과 자신에게 영감을 선사하는 다른 작가의 가구로 가득 찬 거실. 그중 노란색 프레임이 강렬한 거울은 칸의 대표작이다. 마치 풍선이 아닐까 싶은 거울 프레임은 레진으로 만들었다. “이걸 제작할 때 얼마나 많은 생각을 했는지, 그 모든 순간이 다 떠올라요. 확신에 찼지만 실패를 거듭했고 포기해야 하나 싶을 때 드디어 원하는 느낌을 표현할 수 있는 제작 방식을 찾아냈죠!” 역경을 극복한 환희의 순간을 상징하는 거울은 보라색 벽면과 대비를 이루며 거실을 환히 밝히고 있다. 

 

 

주방에서 바라본 거실. 전면에 보이는 노란색 벽 거울은 미샤 칸이 레진 소재로 제작한 ‘토요일 아침’ 시리즈 중 하나다. 그 옆의 골드 톤 플로어 스탠드는 미샤 칸이 브라스와 유리로 제작한 ‘어린 왕자(Le Petit Prince)’ 조명 시리즈 중 하나다. 이브 클랭(Yves Klein)의 블루를 떠올리게 하는 테이블은 유리 박스 안에 청금석 피그먼트를 채운 것으로, 미샤 칸이 그의 동거인이자 파트너의 생일 선물로 만들었다. 

 

“저는 작품을 만들 때 텍스처를 무척 중요하게 생각해요. 거대하고 기괴해서 눈길을 끄는 가구도 재미있지만 의외의 재료가 결합해 독특한 질감 대비를 이루면 누구나 만져보고 싶은 마음이 들게 마련이니까요. 관람객에게 작품을 만지고 싶은 자극을 줄 때 작가로서 희열을 느낍니다.” 이런 의미에서 칸이 수집하는 작품은 자신을 자극시키는, 독특한 재료를 사용한 것이 많다. 거실 창가에 놓인 그로테스크한 느낌의 캐비닛과 털 짐승을 연상케 하는 소파는 세계적인 가구 디자이너 캄파냐(Campana) 형제가 만든 것으로 칸이 높이 평가하는 컬렉션이다. “캐비닛은 피라루쿠(남미 북부 지방에 사는 세계 최대의 민물고기) 스킨에 라피아 소재 밧줄과 태슬로 만든 거예요. 저는 이를 볼 때마다 이렇게나 상이한 소재를 어떻게 결합했는지 디자이너의 상상력과 기술에 감탄합니다.”

 

 

다이닝룸에는 미샤 칸이 좋아하는 이탈리아 디자이너 가에타노 페세(Gaetano Pesce)가 디자인한 테이블이 놓여 있다. 이 테이블은 페세가 ‘유럽연합의 불안정성’이라는 주제를 갖고 시리즈로 만든 가구 중 하나. 테이블 상판은 덴마크 지도 모양으로 완성하고 지팡이 모양의 크리스마스 사탕처럼 생긴 다리는 부드러운 고무 소재로 만든 것이라 잘 흔들리고 무거운 것을 올릴 수 없다고. 미샤 칸은 이를 두고 주제에 충실한 디자인이라 말한다. 오른쪽 벽면에 걸린 그림은 도널드 미첼(Donald Mitchell ) 작품이다. 

 

디자인과 조형의 교차점에서 작업하는 칸은 비전통적인 재료를 사용해 가구를 만든다. 콘크리트, 알루미늄, 페인트, 패브릭, 유리, 레진 등 다양한 재료를 활용해 그 누구도 예측할 수 없는 결과물을 내놓는다. 미래 지향적인 형태, 유쾌한 컬러 콘트라스트, 만화적인 유희 그리고 원시 공예의 자연미까지, 실재와 상상의 경계를 자유롭게 넘나드는 칸은 밀레니얼 세대, ‘궁극적인 신(新)세기 디자이너’라는 평가를 받는다. 한 작가가 만든 게 맞나 싶을 만큼 다양한 제작 기법을 자유자재로 구사하는 것으로 유명한 칸은 신작 발표 때마다 화제의 중심에 선다. 생경함에 따라 무수히 엇갈리는 반응과 평가는 당연지사. 그러나 칸의 작품을 제대로 즐기고 싶다면 이것만 기억하면 된다. 칸이 한순간도 놓치지 않은 ‘실험과 재미’라는 핵심 가치는 그의 모든 작품에 일관되게 흐르고 있다는 것을. 


“나는 세상에 지금보다 더 많은 물건이 필요하다 믿지 않아요. 그래서 내가 만드는 가구는 ‘단수’로 존재하고, 고유의 이야기를 갖고 세상에 메시지를 전하는 소통하는 존재가 되어야 합니다.” 

 

침대 양옆에 설치한 도금된 잎으로 덮인 벽 조명은 줄리아드 음대에서 열린 프란체스코 카발리의 오페라 ‘칼리스토(La Callisto)’ 무대를 위해 제작한 것이다. 위트 넘치는 커플이 이 조명 가지 사이에 인형을 걸쳐놓으면서, 조명은 인형의 집이 되었다. 침대 헤드보드는 원래 회색 패브릭으로 되어 있는데, 컬러 포인트를 주기 위해 다양한 색상의 헝겊 조각을 입체적으로 조합한 모로칸 러그를 구입해 커버처럼 씌워놓았다. 침대 사이드 테이블처럼 활용한 스툴은 미샤 칸이 알루미늄으로 제작한 ‘콘 티키(Kon Tiki)’ 작품이다.  

 

칸에게 집이란 ‘당신의 취향이 깃든 세상 유일무이한 곳’이다. 이를 분명하게 실천한 칸은 자신과 정반대로 노멀한 스타일 코드를 지닌 파트너 하라미스로부터 ‘인형의 집에서 소꿉놀이하며 사는 듯한 기분’이라는 평가를 듣고 무척 흡족했다고. “이제는 우리 집에 온 사람들로부터 눈이 충혈될 정도로 아프다는 이야기를 듣지 못하면 제가 먼저 ‘뭐가 문제지’ 고민해요.” 미샤 칸 월드에 완벽하게 적응한 동거인의 반응이다.

 

 

컨템퍼러리 아트&디자인 컬렉션을 소개하는 ‘노마드 모나코(Nomad Monaco)’의 2018년 전시회. 생전 칼 라거펠트가 소유한 몬테카를로 아파트에서 열린 이 전시회에 미샤 칸은 뉴욕 프리드먼 벤다 갤러리를 통해 그의 대표작을 대거 선보였다. 발이 여러 개인 테이블 ‘Back Bend Starfish Puts on All Her Jewels for Her Workout’(2018)은 스테인리스 스틸과 유리로 제작. 이와 같은 시리즈로 제작된, 창가에 놓인 캐비닛 ‘X Marks the Spot’(2018)과 손이 뻗어 나오는 독특한 형태의 플로어 스탠드 ‘Enchanté’(2018)는 브라스와 유리로 제작했다. 등받이가 생선 뼈를 연상케 하는, 창가에 놓인 브론즈 의자 한 쌍은 ‘Miss Fishy’(2016), 오른쪽 코너에 놓인 색색의 실을 엮어 만든 토템 조각은 미샤 칸이 스와질란드 수공예 조합과 협업해 제작한 시리즈 중 하나다. 

 

즉흥적이고 광기 어린 예술가의 천재성이 빚어낸 우연의 결과가 아닐까 싶은 칸의 초현실적 작품은 꽤 진지하게 다진 내공이 있었기에 빛을 발한 것이다. 벨기에에서 청소년기를 보낸 칸은 중동을 여행했고, 로드아일랜드 디자인 스쿨에 입학해 가구 디자인을 전공했다. 이후 세계적 권위의 국제 장학 프로그램인 풀브라이트(Fulbright Fellowship)에 선발되어 이스라엘 텔아비브 베자렐 아카데미에서 현지 장인으로부터 패션 소품 디자인을 수학했다. 프랑스 초현실주의 인테리어 디자이너이자 패션 브랜드 모스키노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를 역임한 뱅상 다레(Vincent Darré) 밑에서 디자이너로 일했고, 미국 유리 산업 발상지인 ‘유리창작센터 CGCA(Creative Glass Center of America)’의 지원을 받아 유리를 작업에 접목하며 표현의 스펙트럼을 넓혔다. “컴퓨터를 사용해 가구를 디자인하지 않아요. 무엇이든 제 손으로 만들죠. 다양한 질료, 제작 기법을 응용하는 가운데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해요.” 

 

 

 독창적, 즉흥적, 전위적 스타일로 누구도 예상할 수 없는 가구와 오브제를 만들며 전 세계 화랑가에 슈퍼 루키로 떠오른 미샤 칸. 

 

미샤 칸은 오는 10월 2일부터 11월 24일까지 한국에서 첫 개인전을 갖는다. 더페이지 갤러리에서 선보이는 <Blooming into Reality> 전시는 2015년부터 제작된 최근작을 중심으로 칸의 상상과 모험이 현실 세계에서 자연스럽게 피어나 우리와 교감을 나누는 존재가 되는 과정을 경험할 기회를 제공한다. “한국에서 전시는 처음이라 관객의 반응이 기대됩니다. 저는 제 작품이 무관하게 보이는 방식으로 전시를 구성하는 것을 좋아해요. 감상자 스스로 작품을 묶어 나가면서 이해의 실마리를 찾아가는 재미를 주고 싶어요.”  

WRITER LEE JUNG MIN

 

 

 

더네이버, 공간, 디자이너 미샤 칸

CREDIT

EDITOR : 한지희PHOTO : Manolo Yllera(Photofoy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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