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AUTY 패션, 뷰티가 되다

아름다움을 추구한다는 점에서 공통분모가 있는 패션과 뷰티. 다른 듯 다르지 않은 두 분야의 연결고리, 그 밀접한 관계에 대하여.

2019.10.10
페이스북 트위터 링크

 

DNA
패션과 뷰티를 구분해 생각한다는 것은 난센스다. 개인의 취향이나 기호, 라이프스타일까지 패션과 뷰티 제품을 고르는 기준은 일관되기 때문이다. 마치 동물실험을 반대하고 채식주의를 고수하는 사람이 페이크 퍼를 선호하고 비건 코즈메틱을 애용하는 것이 당연한 이치인 것과 같다. 이렇듯 패션과 뷰티, 두 분야의 공생은 눈치채지 못한 사이 일상에 자연스럽게 스며들고 있다.
패션과 뷰티의 긴밀한 관계는 이미 오래전부터 시작되었다. 1913년 시작한 글로벌 명품 브랜드 샤넬은 패션 브랜드를 설립한 지 고작 7년 만인 1921년 첫 번째 향수 N°5를 선보였다. 이어 레드 립스틱을 출시해 큰 인기를 끈 샤넬은 스킨케어 제품까지 개발해 샤넬 코즈메틱 라인의 범위를 확장해가기 시작했다. 샤넬의 라이벌 격인 디올 또한 상황은 마찬가지. 1947년 패션 컬렉션을 선보이는 동시에 미스 디올 향수를 출시한 것을 시작으로 루즈 디올까지 성공하면서 뷰티 업계에 발을 들여놓았다. 상징적인 두 브랜드 외에 이브생로랑과 조르지오 아르마니까지, 명품 패션 하우스가 전개한 원조 뷰티 브랜드들은 빠르게 뷰티 시장을 차지했다. 패션 브랜드의 DNA를 고스란히 녹여낸 제품들은 그 자체로도 풍성한 스토리를 품고 있기 때문에 그들의 성공은 예견된 것이나 다름없었다. 가브리엘 샤넬이 생전 선호했던 화이트, 블랙, 골드, 레드, 베이지 색상은 샤넬 코즈메틱의 메인 컬러이며, 그녀가 좋아했던 카멜리아 꽃과 동물인 사자, 그리고 그녀가 머물렀던 파리는 물론 유럽 전역의 다양한 장소는 향수를 비롯해 스킨케어, 메이크업 등 샤넬 뷰티 제품을 관통하는 상징으로 사용된다. 그런가 하면 디올 패션의 시그너처 패턴인 카나주는 제품에 통일성을 부여하는 요소로 활용된다. 이처럼 브랜드 스토리가 확고하게 정립되어 있는 패션 하우스 코즈메틱은 탄생부터 뷰티 시장을 선점할 필요충분조건을 모두 갖춘 셈이다.

(왼쪽부터) 조르지오 아르마니의 패브릭으로 장식된 향수 SI. 마드무아젤 샤넬이 선호했던 두 가지 컬러, 베이지와 블랙의 조화로 장식된 레베쥬 라인. 디올의 카나주 패턴이 더해진 립스틱.

 

 

 

ACT 2
1세대 패션 하우스 코즈메틱이 큰 성공을 거둔 이후 패션 하우스 브랜드들 사이에서 뷰티 시장 진출이 유행처럼 번지기 시작했다. 2005년 블랙 오키드 향수를 시작으로 뷰티 시장에 진입한 톰 포드는 특유의 강렬한 컬러 칩을 장착한 립스틱 컬렉션을 연이어 출시하면서 코즈메틱 분야에 성공적으로 안착했다. 2010년에는 버버리가 고유의 체크 패턴을 새겨 넣은 패키지 제품을 선보이며 진출했고, 이 외에도 패션 하우스의 뷰티 브랜드가 우후죽순 생겨나기 시작했다. 골드 컬러에 애정이 큰 마이클 코어스는 금빛 패키지를 입은 향수, 메이크업 제품 등을 출시해 큰 인기를 모았다. 젯셋 라이프스타일을 추구하는 마이클 코어스는 같은 맥락에서 아이섀도를 선보이지 않기로 결정하며 브랜드 분위기를 유지하는 길을 택했다. 지난 2014년 코즈메틱 브랜드를 론칭한 이후 매출 부진을 겪어 한 차례 실패를 맛본 구찌는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알레산드로 미켈레가 일으킨 구찌 열풍에 힘입어 다시 한번 뷰티 시장 진입을 도모하고 있다. 복고적인 무드와 스트리트 문화를 조합해 명품 브랜드 특유의 권위를 탈피하고 새로운 차원의 패션 신을 선도하고 있는 구찌의 새로운 뷰티 컬렉션은 이러한 분위기를 반영해 뷰티 시장을 뒤흔들 슈퍼 루키로 눈길을 모으고 있다. 이 외에 록시크 무드를 담은 레더 패키지의 다양한 제품을 선보인 지방시나 독보적인 화려함을 담아낸 돌체앤가바나에 이르기까지 패션 브랜드의 아이덴티티를 고스란히 담아낸 뷰티 브랜드가 봇물 터지듯 쏟아져 나오면서 뷰티 업계에 지각변동을 일으키고 있다. 이들은 대형 그룹사와 손잡고 브랜드를 설립하거나, 유통점을 확보하고 제품을 구상하는 등 전보다 상업적인 면모가 짙어지긴 했지만 패션 하우스의 DNA를 탑재한 모습으로 큰 인기를 모으며 패션과 뷰티, 그 만남이 얼마나 큰 파급력을 지니고 있는지 새삼 느끼게 한다. 

(왼쪽부터) 구찌 특유의 복고적인 감성을 녹여낸 향수, 구찌 블룸 컬렉션. 금속 매듭 장식으로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담아낸 보테가 베네타의 향수, 놋. 

 


 

TREND
패션 하우스의 뷰티 비즈니스가 활성화되면서 패션 업계를 사로잡은 트렌드세터가 새로운 브랜드를 론칭하는 일도 비일비재해졌다. 셀렙 브랜드의 원조는 바로 할리우드 셀레브리티인 올슨 자매다. 이들은 2007년 뉴욕 특유의 분위기와 세련된 매력을 감각적으로 재해석한 컨템퍼러리 패션 브랜드 엘리자베스앤제임스를 선보였고, 이와 함께 엘리자베스앤제임스 향수를 제안하며 미국의 세포라 매장에서 높은 판매량을 기록해 화제에 올랐다. 15세부터 블로거로서 이름을 떨친 프랑스의 인플루언서 잔 다마는 프렌치 시크의 대명사로 떠오르며 디올, 미우미우, 로저 비비에 등 내로라하는 명품 브랜드와 협업한 경험을 통해 그녀만의 세련된 분위기를 고스란히 담은 패션 브랜드 루즈(Rouje)를 출시했다. 최근에는 메이크업 제품까지 추가해 그녀의 시그너처 룩인 레드 립을 연출할 수 있는 립 팔레트, 립스틱 등을 선보이며 연일 품절을 기록하고 있다. 또한 현재,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집안, 카다시안 패밀리의 활약도 빼놓을 수 없다. 맏언니인 킴 카다시안은 건강한 룩을 완성해주는 베이스 메이크업에 초점을 맞춘 뷰티 브랜드 kkw뷰티(kkwbeauty)를 론칭하자마자 단 20분 만에 전 제품이 품절되는 기염을 토했다. 그녀의 막내 동생인 카일리 제너는 이미 자신의 이름을 내건 카일리 코즈메틱(kylie cosmetics)을 통해 전 세계 10대 소녀들의 워너비 아이콘으로 입지를 굳혔다. 언니와는 달리 색조 메이크업 제품에 주력한 카일리 코즈메틱은 이미 국내에서도 ‘직구템’으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다양한 색상으로 구성된 아이 팔레트는 품절과 재입고를 반복하며 글로벌 잇 아이템으로 통할 정도. 9월, 국내 뷰티 신에 등장하며 화제의 브랜드로 등극한 리한나의 펜티 뷰티는 그녀가 패션 업계에서 쌓아 올린 명성이 뷰티 브랜드로 발현된 사례 중 하나다. LVMH라는 대기업의 힘을 빌려 선보인 펜티 뷰티는 이미 전 세계적으로 ‘품절 대란템’으로 손꼽힌다. 

(왼쪽부터) 잔 다마가 선보인 패션 브랜드 루즈(Rouje)의 립 팔레트와 립스틱. 시크한 패키지로 큰 인기를 끌고 있는 엘리자베스앤제임스의 향수. 


 

 

NEXT
패션과 뷰티는 아름다움을 추구하고 개성을 표현한다는 점에서 지향점이 같다. 그래서인지 패션과 뷰티를 결합한 토털 브랜딩이 트렌드로 떠올랐고, 미국이나 유럽 등 패션 선진국은 패션과 뷰티를 결합한 토털 비즈니스가 정착된 지 오래다. 앞서 언급한 디올이나 샤넬, 지방시, 톰 포드, 겐조 등 명품 패션 브랜드들은 버젓이 브랜드명 뒤에 ‘뷰티’라는 라벨을 부착하고 오래전부터 뷰티 업계를 주름잡고 있다. 그리고 명품 화장품 브랜드라는 하나의 카테고리를 형성하고 다른 뷰티 브랜드를 제치고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국내 패션 업계 역시 갈수록 둔화되는 패션 시장의 성장 속도를 높일 동력으로 뷰티 비즈니스를 선택하며 다양한 시도를 이어오고 있다.


지난해 뷰티 업계에서 가장 많이 회자된 사건은 바로 국내 의류 쇼핑몰 스타일난다의 뷰티 브랜드, 3CE가 글로벌 코즈메틱 기업인 로레알에 매각된 소식이다. 패션 쇼핑몰 스타일난다의 눈에 띄는 성공 이후, 국내에서도 새로운 브랜드가 속속 등장하고 있는 추세다. 스킨케어와 향을 메인으로 전개하는 탬버린즈는 힙한 아이웨어를 선보이는 젠틀몬스터로부터 탄생한 브랜드다. 결이 달라도 너무 다른 두 브랜드는 미적 기준이 서로 다르지만 한 분야에서 뚜렷한 존재감을 드러낸다는 점에서 공통점을 가진다. 탬버린즈의 핸드크림이나 고체 향수는 체인과 같은 패션 요소를 접목해 독창성을 더하고 있다. 국내의 유명 패션 그룹 또한 침체된 패션 업계를 부흥시키기 위해 사업 다각화의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신세계인터내셔널은 이미 화장품 편집숍인 라페르바와 해외 유명 브랜드 바이레도, 그리고 산타 마리아 노벨라 등 브랜드 라인업을 화려하게 구축했다. 이어 지난해 연작이라는 한방 스킨케어 브랜드를 탄생시키며 놀라운 성장세를 보였고, 비디비치를 새롭게 브랜딩해 중국 시장에서 뜨거운 인기몰이를 이어오고 있다. LG패션은 헤지스맨 RULE429를 성공적으로 론칭하고 다음 단계를 향해 힘찬 발걸음을 내디뎠고, 바바패션은 더뷰티풀 팩터를 선보이며 뷰티 업계에 조심스럽게 진입했다. 전 세계를 넘어 드디어 국내에서 펼쳐진 패션 브랜드의 뷰티 비즈니스 전쟁. 그들의 치열한 경쟁이 이어질수록 뷰티 신은 점차 풍성해진다. 이들의 상업적인 목적을 이성적으로 바라보거나, 다채로운 뷰티 시장을 마음껏 즐기거나. 선택은 당신의 몫이다. 


(왼쪽부터) 신세계인터내셔널의 한방 브랜드 연작(YUNJAC)의 스킨케어 제품. 2 탬버린즈가 선보인 룸 퍼퓸. 더뷰티풀 팩터에서 출시되는 워터 에센스.

Model yeli makeup 서아름 hair 최은영 

 

 

 

더네이버, 패션 앤 뷰티, 패션 하우스 코즈메틱

CREDIT

EDITOR : 김주혜PHOTO : 이담비

아이매거진코리아닷컴, 더네이버, 동방유행
©imagazinekorea.com,
©theneighbor.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