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OPLE 정일우의 일면

올해 초 방영된 드라마 <해치> 이후 브라운관에서 잠시 물러난 정일우는 그 누구보다도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2019.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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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매치한 그레이 니트 베스트와 스트라이프 셔츠는 모두 STU OFFICE. 원석 실버 링은 FRICA.

 

“아직 시차 적응이 안 돼서 얼굴이 조금 부었네요.” 모니터를 보며 해사하게 웃는 정일우를 만난 건, 그가 영국에서 귀국한 지 이틀째 된 날이었다. 아직은 밝히기 조심스럽다는 새로운 도전을 시작하기 전, 잠깐의 여유가 생겨 영어 공부와 여행을 겸해 두 달간 영국에 머물렀다. 지난해 말 소집해제 후, 정일우는 자신에게 주어진 약 10개월의 시간을 단 한순간도 허투루 쓰지 않았다. 사회로 돌아온 그가 가장 먼저 한 일은 48부작 드라마 <해치>를 찍는 것이었다. 촬영만 해도 벅찬 스케줄일 텐데 드라마가 종영하기도 전 잡지 <크리빗>을 창간해 편집장이자 에디터로 활약했다. 드라마 종영 후엔 세 번째 산티아고 순례길에 올랐다. 돌아와서는 다큐멘터리 <와일드맵>을 촬영하며 한국 곳곳을 누볐다. 그뿐 아니라 라이프스타일 브랜드 데이오감과 손잡고 직접 조향한 룸스프레이 ‘his’도 출시했다. 인터뷰하던 날 저녁에도 새로운 도전과 관련해 미팅이 있었다.

 

 

오트밀 컬러 니트는 HALEINE.

 

 “20대의 저는 너무 조심스러웠어요. 조급하기도 했고요. 그래서 공백기도 있었죠. 그러나 돌이켜보니 더 많이 도전했으면 좋았을 거라는 후회가 남더라고요. 20대는 많이 부딪치고 깨지며 배워가는 시기잖아요. 30대에는 좀 더 많은 걸 시도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시점을 언제라고 규정할 수는 없지만 그의 변화는 20대 후반, 처음 산티아고 순례길을 떠날 즈음 시작됐다. 패션을 그토록 좋아하는 그가 단 네 벌의 옷만 배낭에 채워 2주간 하루에 40~50km씩 걸었다. 생각을 비우기 위해 길 위에 섰지만 두 다리가 움직이는 동안 생각은 오히려 정돈돼 채워졌다. 그리고 사람이 살아가는 데 그리 많은 것이 필요하지 않음을 깨달았다. 대체 복무 기간 역시 그에게 많은 걸 느끼게 한 시간이었다. “함께 복무하는 친구들이 대부분 저보다 어렸는데, 벌써부터 자신의 인생을 설계하고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모습을 보고 여러 생각이 들었어요. 그리고 깨달았죠. 아, 나는 우물 안 개구리였구나.” 2006년 시트콤 <거침없이 하이킥>을 통해 데뷔한 후 10여 년 가까이 대부분의 활동을 매니저 혹은 스태프들과 함께했다. 만나는 이들 또한 일과 관계된 사람이 대다수였다. 그러나 서울 구립 서초노인요양센터에서 사회복무요원으로 2년간 생활하며, 오랜 시간 몸담아온 연예계 생활에서 한발 뒤로 물러나 평범한 일상으로 돌아왔다. 자신보다 족히 대여섯 살은 어린 동료들과 함께 복무하며, 요양센터 어르신들을 돌보면서 삶에 대해 되돌아보게 되었다. 그렇게 오롯한 ‘정일우만의 시간’을 누렸다. 그 시간 동안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는지,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는지 수없이 생각하고 고민했다. 복무가 끝난 정일우는 다시 연예계로 돌아왔지만 작품을 쉬는 동안에는 여전히 자신에게 귀 기울이고, 다양한 도전에 나선다. 

 

 

라이트 그레이 트렌치코트와 화이트 스트링 팬츠는 모두 TRIP LE SENS. 안에 입은 스카이블루 니트는 OUR LEGACY. 파이톤 부츠는 ANDERSSON BELL. 원석 목걸이는 FRICA.

 

정일우를 만나기 전 인터뷰를 준비하면서 그의 인스타그램을 둘러봤다. 피드를 통해 느껴지는 분위기, 그리고 그가 요즘 보여주는 행보에서 어떤 공통점이 느껴졌다. “친구들은 저를 자연인이라고 불러요. 인스타그램에 사진을 올리면 ‘자연인 또 어디 갔냐?’ 하고 연락이 와요(웃음).” 그도 그럴 것이 정일우의 인스타그램은 산티아고 순례길은 물론 이탈리아 돌로미티, 영국 세븐 시스터스 클리프, 사우스웨스트 코스트 패스, 한국의 강원도, 제주도, 안산 등 세계 곳곳의 자연 풍경을 담은 사진과 영상이 빼곡히 채우고 있다. 그중 국내 풍경은 10월 3일 방영 예정인 KBS 다큐멘터리 <와일드맵>을 촬영하며 카메라에 담은 것들이다. 영상들을 통해 다큐멘터리 내용의 일부를 엿볼 수 있었는데, 영상 속 정일우는 허리까지 물이 차는 호수에서 물살을 가르며 걷고, 땅바닥을 포복으로 기고 때로는 발전기를 돌리기 위해 발을 쉼 없이 구르고 있었다. “다큐멘터리 촬영을 위해 강원도, 제주도, 안산을 갔어요. 그중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곳은 안산의 시화호라고, 도심 가까이에 있는 호수예요. 지금은 무척 아름다운데 한때 환경오염 문제가 대두된 곳이죠. 몇 년의 복구 과정을 거쳐 다시 동식물이 찾아오는 걸 보고 자연의 신비에 감탄했어요. 동시에 아름다운 자연을 지키려면 우리 모두 환경 보존에 힘써야 하지 않을까 생각했죠.” 

 

 

화이트 니트는 PLAC. 화이트 데님 팬츠는 LAB101. 블랙 스퀘어 뮬은 ANDERSSON BELL. 실버 묵주 목걸이는 FRICA. 

 

사실 정일우가 환경 이슈에 마음을 쏟은 건 오래전부터다. 특별한 계기가 있었던 것은 아니지만 국내외 환경 관련 소식을 접하고, 해외 다큐멘터리를 보며 자연스럽게 환경 보호의 필요성을 절감했다고. 작은 것부터 실천해보자는 마음에서 비닐봉투 대신 사용할 수 있는 접이식 가방과 텀블러를 소지하고 다닌 지는 이미 오래다. 다양한 활동을 통해서도 환경 보호를 실천하고 있다. 데이오감과 컬래버레이션해 출시하는 룸스프레이 ‘his’ 역시 그가 행하는 다양한 환경 보호 활동의 연장선이다. “몇 해 전 중국 심장병 어린이 돕기 행사에 참여하며 데이오감 대표님과 연을 맺었어요. 그 대표님이 친환경 라이프스타일 브랜드 데이오감을 론칭한다는 소식을 듣고 꾸준히 지켜보았죠. 그러다 환경 보호라는 공통 관심사를 바탕으로 컬래버레이션 제품을 선보이게 됐어요. 이번에는 룸스프레이를 출시했지만 조만간 비누도 선보일 예정이에요.” 그의 복무 시기부터 구상된 데이오감과의 협업은 거의 1년간 공들여 세상의 빛을 보게 되었다. 정일우의 향이라고도 할 수 있는 룸스프레이 ‘his’는, 향수만 200~300여 개를 수집할 정도로 향에 민감한 그가 수많은 향을 테스트하고 조합해 만들었다. 여행에서 마주한 맑은 공기와 부드러운 흙, 촉촉한 나뭇잎과 청명한 하늘이 만들어낸 자연의 향에 대한 추억을 담았다고. 룸스프레이 ‘his’의 판매 금액 일부는 두 사람의 뜻대로 자연 보호를 위해 쓰인다. 설명을 듣고 나니 과연 어떤 향일지 궁금했는데, 샘플이 눈에 띄었다. 허공에 분사해보았다. 향에 대해 직관적인 느낌을 표현해달라는 말에 ‘숲길을 걷는 기분’이라고 답한 그의 표현은 적확했다.

 

 

다이드 핑크 카디건은 OUR LEGACY. 안에 입은 핑크 티셔츠는 THE KNITCOMPANY. 베이지 컬러 슬랙스는 DRUG HOMME. 실버 체인 네크리스는 HERMES. 실버 링은 FRICA. 

 

“올 하반기 계획은 아직 다 정해지지 않았어요. 요즘엔 아까 말한 새로운 도전을 준비하며 설레는 나날을 보내고 있죠. 차기작도 검토 중이고요. 아마 올해가 가기 전 촬영에 들어가지 않을까 싶어요. 여행은 충분히 해서 그만해도 될 거 같고요(웃음).” 지금은 잠시 새로운 도전에 매진하고 있지만 본업 또한 잊지 않고 준비 중이다. 앞으로 어떤 작품을 하고 싶냐는 질문에 특정 장르나 캐릭터에 국한되지 않고 다양한 배역에 도전하고 싶다고. 아직 남은 올해의 계획이 다 정해지지 않았다지만 한 가지는 유추할 수 있었다. 정일우는 분명 남은 2019년도 빈틈없이 채워 보낼 것이다. 그러나 이 모든 스케줄을 소화하고 있는 정일우는 버겁거나 지쳐 보이지 않았다. 되려 여유롭고 생기 넘쳤다. 


여행지에 가서도 꼭 빼놓지 않고 하는 것과 스케줄이 한가할 때 하는 일에 대해 주저 없이 걷기를 꼽은 정일우. 산티아고 순례길을 세 차례나 다녀온 것만 봐도 짐작할 수 있듯, 정일우의 인생에서 걷기는 중요한 행위이자 의식이다. 그리고 지금 그는 자신의 인생도 뛰기보다는 꾸준하고 부지런한 발걸음으로 걷고 있다. 아마 자신만의 길 위에 선 그는 길을 따라 자라난 나무와 꽃을 눈과 가슴에 오롯이 담을 테고, 예쁜 오솔길을 발견하면 조금 돌아갈지언정 걸어볼 것이다. 조금 지칠 땐 산들바람을 맞으며 쉬어 갈지도 모른다. 오직 단 하나의 결승점만을 바라보고 정신없이 달린 이들보다 조금 늦을 수도 있다. 그러나 끊임없이 걷는 시간 속에서 정일우는 훨씬 풍성하고 단단해질 것이다. 

Stylist 이진규(NFS Gallery) Hair 보리(살롱하츠) Makeup 김수빈(살롱하츠)

 

 

 

 

 

더네이버, 인터뷰, 정일우

CREDIT

EDITOR : 양혜연PHOTO : 임한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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