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STYLE 새로운 오리엔탈리즘을 주도하는 식스 갤러리

디자인 애호가들 사이에서 입소문이 난 밀라노의 식스 갤러리. 수도원을 개조해 그들만의 컬렉션을 소개하는 갤러리는 오랜 역사를 기반으로 새로운 오리엔탈리즘을 주도하고 있다.

2019.10.03
페이스북 트위터 링크

2019 밀라노 디자인 위크에서 선보인 식스 갤러리의 뉴 퍼니처 컬렉션. 우드 상판과 브라스 디테일 그리고 라피아로 마감한 다리가 독특한 개성을 뽐내는 테이블 QD16은 건축 디자인 스튜디오 킹코세스 드라고가 제작했다. 

 

해마다 봄이면 세계적인 가구 박람회가 열리는 밀라노. 최근 이 도시를 찾는 사람들 사이에서 밀라노의 ‘숨은 보석’이라 칭송받는 곳이 있다. 빈티지 가구와 조명, 소품 등을 수집하고 이와 조화를 이루는 디자인 컬렉션을 제작해 선보이는 ‘식스 갤러리’가 바로 그 주인공. 2017년 가을 문을 연 식스 갤러리는 기획자 마우로 오를란델리(Mauro Orlandelli)가 버려진 16세기 수도원 건물을 발견하면서 비롯된 복합 문화 공간 중 하나로, 갤러리 외에 플라워 부티크, 비스트로 그리고 곧 오픈 예정인 시스터 호텔(Sister Hotel)로 구성돼 있다. 마우로 오를란델리는 ‘식스 프로젝트(Six Project)’라는 이름하에 새로운 도전을 꿈꾸는 건축가, 디자이너, 아트디렉터, 플로리스트 등을 섭외했고, 이에 누구보다 적극적으로 화답한 건축가 겸 디자이너 다비드 로페스 킹코세스(David Lopez Quincoces)와 패니 바우어 그룽(Fanny Bauer Grung)과 함께 전에 없던 인테리어 디자인 갤러리인 식스 갤러리를 탄생시켰다. 


밀라노 다르세나(Darsena) 지역의 한적한 주택가 골목, 고풍스러운 건물을 뒤덮은 담쟁이와 수풀이 우거진 정원을 지나 거대한 유리문을 열면 짙은 회색 벽으로 둘러 싸인 너른 공간이 나타난다. 고요와 어둠이 깔린 텅 빈 동굴 같은 실내에는 대나무, 라피아 등 자연 소재로 만든 거대한 파티션이 저마다 동선을 이루고, 그 사이사이에 자리한 가구와 소품은 범상치 않은 기품을 품은 채 수도원이었던 공간과 담대한 조화를 이루고 있다. 인위적인 조명 하나 없이, 천창에서 패브릭을 투과해 은은하게 쏟아져 내리는 자연광은 각 전시 섹션마다 신비한 분위기를 선사하고, 갤러리 전체를 이내 웅장함으로 물들인다. 그래서일까, 식스 갤러리에서는 특유의 디자인 컬렉션을 보는 재미도 남다르지만 이 모든 것을 아우른 공간, 총체적인 디자인이 더 큰 감동으로 다가온다. 그리고 실제 이곳을 경험해본 사람이라면 동의할 수밖에 없는, ‘숨이 멎을 듯한 놀라움을 선사하는 인테리어 갤러리가 있다니!’라는 감탄사가 절로 튀어나온다. 이쯤에서 식스 갤러리를 만든 주인공, 다비드와 패니가 궁금해지는 건 당연지사다. 그들은 어떻게 이 멋진 공간을 만들게 되었을까? 

 

(왼쪽 상단부터) 오리엔탈 무드를 연출하는 실크 램프 셰이드 QD08 펜던트.  월넛, 유리 선반 그리고 브라스 소재로 제작한 조명이 내장된 바 캐비닛 QD20. 

골이 진 글라스 패널과 브라스 프레임의 단아한 조합이 돋보이는 캐비닛 QD19.

 

젠 스타일로 연출한 식스 갤러리 퍼니처 컬렉션 전시. 

 

식스 갤러리를 이끄는 패니 바우어 그룽과 다비드 로페스 킹코세스.  

 

가구와 소품 컬렉션도 멋지지만 무엇보다 갤러리 자체의 신비한 분위기가 압도적이다. 공간을 이렇게 연출한 특별한 의도가 있는가?  
FANNY 우리는 언제나 공간, 장소가 지닌 역사적 의미와 물리적 특징을 파악하고 이를 테마로 작업해왔다. 두 사람 모두 대학에서 건축과 디자인을 전공하기 전에 예술사를 공부했기 때문이다. 식스 갤러리는 16세기 수도원으로 아치형 골조와 벽돌 같은 전형적인 수도원 건물의 특징이 그대로 남아 있다. 우리는 최대한 건물이 지닌 원형을 보존하는 데 집중했고, 이곳이 갤러리가 되었을 때 새롭게 배치한 가구나 소품이 원래 이곳에 있었던 것처럼 느껴지도록 벽을 짙은 회색으로 칠했다. 그 외에 크게 변화를 준 건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수도원이라는 건물의 의미를 존중한 결과 갤러리 전반에 신비로운 분위기가 감도는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  


식스 갤러리에서 각자 어떤 역할을 맡고 있는가?  
DAVID 패니가 역사적으로 가치 있는 가구를 조사하고 수집한다면 나는 이를 어떤 테마로 편집해 보여줄지 구체적인 계획을 세운다. 역사적인 가구 컬렉션에서 키워드를 뽑고 그와 어울리는 가구 컬렉션을 디자인한다. 가구 디자인은 나와 패니가 속해 있는 디자인 스튜디오 킹코세스 드라고(Quincoces-Dragò)에서 함께 진행하고 밀라노 가구 디자인 박람회 기간에 맞춰 식스 갤러리에서 전시한다. 
FANNY 가구 선별과 제작, 그리고 디스플레이 디자인까지 모두 포함해 식스 갤러리의 큐레이팅에 관한 한 긴밀하게 협업하고 있다. 목표를 실현할 때까지 서로에게 영감을 불어넣는 중요한 임무도 빼놓을 수 없다. 

 

 

시각적 긴장감을 선사하는 스틸 콘솔 QD18. 

 

디자이너 잉고 마우러가 1977년에 제작한 ‘우치와(Uchiwa)’ 부채 플로어 램프. 

 

식스 갤러리의 큐레이션 원칙은 무엇인가?     
FANNY 식스 갤러리는 특정한 클라이언트를 목표로 기획한 곳이 아니라 디자이너가 운영하는 ‘리빙 실험실’이라 할 수 있다. 디자인적인 의미가 있고 예술적 영감을 받은 아이템이라면 컬렉션 대상이 된다. 식스 갤러리에는 무명의 장인이 만든 의자에서 세계적 거장 디자이너가 제작한 조명에 이르기까지 동등하게 공존하고 우리는 이를 우리가 보여주고 싶은 방식으로 소개한다. 컬렉션에 어울리는 가구와 소품을 만들고 해당 제품을 돋보이게 할 마감재까지 디자인한다. 선입견 없이, 경계를 허무는 총체적 디자인이 식스 갤러리가 추구하는 큐레이션 원칙이다. 


빈티지 가구는 세계 어느 도시에나 있다. 그들과 차별되는 컬렉션 기준이 있는가?  
FANNY 밀라노에서도 진귀한 작품을 보여주는 가구 갤러리들이 무척 많다. 우리는 처음부터 그들과 경쟁하거나 비교되는 것을 원하지 않았다. 특정 희귀품 하나를 구해 그것에 의존하기보다는 식스 갤러리가 발전시켜 나갈 수 있는 이야기의 원동력이 되는 디자인을 선택하고 싶었다.  우리에게 빈티지 수집은 무언가를 창조하고자 하는 출발점이다. 갤러리를 시작할 때 가브리엘라 크레스피(Gabriella Crespi), 조 폰티(Gio Ponti), 카레 클린트(Kaare Klint) 등 거장 디자이너 컬렉션이 출발점이었다면 지금은 그와 동등하게 매칭할 수 있는 무명 디자이너의 컬렉션과 식스 갤러리 제작 디자인 가구가 늘어가고 있다. 

 

 

천장에 종이 우산을 거꾸로 설치해 신비한 분위기를 연출한 전시 공간. 

 

(왼쪽 상단부터) 컬러 글라스 상판과 브라스 소재로 테두리를 마감한 모듈형 테이블 QD15. 벽에 고정시켜 원하는 방향으로 램프를 이동할 수 있는 브라켓 조명 QD21. 

 

2019 밀라노 디자인 위크 때 식스 갤러리 전시를 봤다. 동양적인 단아함이 깃든 가구가 자연 소재의 배경과 함께 담대하게 펼쳐진 모습이 아주 인상적이었다.  
DAVID 우리는 가구든 디스플레이 집기든 이를 디자인할 때 공예적인 제작 방식으로 접근한다. 다양한 나라의 전통 공예를 탐구하는데, 그중 일본 전통 공예만큼 매력적인 것을 아직 발견하지 못했다. 그 전시에서 동양적 아름다움이 강하게 느껴질 수밖에 없었던 것은 빈티지 컬렉션이나 새로 제작한 가구 컬렉션이 일본 공예에 대한 오마주를 기반으로 했기 때문일 거다. 

 

 

식스 갤러리에 있는 비스트로 시지엠은 식품학을 바탕으로 전문 요리사와 믹솔로지스트가 음식과 음료의 이상적인 궁합을 찾아 이를 차별화된 메뉴로 제안한다. 

 

식스 갤러리에서 디자인한 시스터 호텔 객실과 욕실. 식스 갤러리에서 제작 및 컬렉션한 가구로 꾸민 가운데 로맨틱과 컨템퍼러리 스타일을 절충한 점이 특징이다. 

 

올해로 2주년을 맞이했다. 단시간에 디자인 애호가들로부터 높은 호응을 얻었는데, 성공 요인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DAVID 
‘갤러리’이지만 자유롭게 수집하고 제작한 컬렉션을 실험적으로 전시한 점이 재미있게 느껴진 듯하다. 무엇보다 이 모든 것에 우리의 열정이 가감 없이 담겨 있다는 점이 궁극적인 매력 포인트가 아닐까.       
FANNY 사실 특별한 전략은 없었다. 옛 수도원이라는 장소적 특성과 갤러리 외에 비스트로, 바, 플라워 숍 등 다양한 문화 공간이 모여 있어 매력적으로 다가간 듯하다. 조만간 이 건물에 우리가 디자인한 ‘시스터 호텔’이 오픈할 예정이다. 객실마다 식스 갤러리 가구 컬렉션으로 채워진다. 


전시 기획에서 인테리어 외 아트워크 등 컬렉션 범위를 넓힐 계획은 없는가?  
FANNY 
전시는 1년에 두 번 진행되고, 그중 메이저 전시는 밀라노 가구 박람회 시즌에 맞춰 열린다. 실질적으로 2번의 메인 전시가 있었는데, 이를 준비하는 데 시간이 무척 오래 걸린다. 그리고 우리는 디자인 분야에만 집중할 거다. 아트 컬렉션은 또 다른 전문 지식을 요하는 별개 분야라고 생각한다. 

Photographer Alberto Strada(인테리어, 인물) Claudia Castaldi(푸드) Cooperation Six Gallery (Www.six-Gallery.com) 

 

 

 

 

더네이버, 전시, 식스 갤러리, 뉴 퍼니처 컬렉션

 

CREDIT

EDITOR : 한지희PHOTO : Alberto Strada, Claudia

아이매거진코리아닷컴, 더네이버, 동방유행
©imagazinekorea.com,
©theneighbor.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