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STYLE 수컷 고니들의 귀환

가녀린 발레리나들 대신 근육질 발레리노들의 거칠고 역동적인 춤사위로 채워지는 댄스 뮤지컬 <백조의 호수>가 돌아왔다.

2019.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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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광 노동자 아들의 성장담을 그린 영화 <빌리 엘리어트>. 쇠락해가는 탄광촌을 배경으로 한 영화는 친구들의 놀림과 집안의 반대 속에서도 발레리노의 꿈을 키워가는 빌리의 성장기다. 이 영화에는 인상적인 장면이 꽤 많은데, 많은 이들이 명장면으로 꼽는 장면은 엔딩 크레디트가 오르기 전 마지막 10초일 것이다. 영화는 성인이 된 빌리가 한 마리 백조처럼 도약하는 장면으로 끝이 난다. 이 10초를 위해 110분을 준비한 느낌마저 든다.


이 한 장면으로 전 세계 관객들의 뇌리에 각인된 아담 쿠퍼는 <빌리 엘리어트> 이전까지 영화에 한 번도 출연한 적이 없었다. 대신 그는 주역급 발레리노로 무대에 출연했는데, 영화에 삽입된 <백조의 호수>는 그가 주역으로 오른 대표작이었다. 항간에는 영화감독 스티븐 달드리가 댄스 뮤지컬 <백조의 호수>를 보고 <빌리 엘리어트>를 구상했다는 설도 있다. 이 10초를 위해 110분을 준비했다는 말이 수사가 아닌 진실인 셈이다.

 


스티븐 달드리에게 영감을 준 <백조의 호수>는, 이제는 영화감독으로 더 유명한 매튜 본이 제작한 댄스 뮤지컬이다. 그는 영화 <킹스맨> 시리즈의 제작자 겸 영화감독이다. <킥 애스: 영웅의 탄생>(2010), <엑스맨: 퍼스트 클래스>(2011) 또한 그가 연출한 작품인데, 외에도 그는 감독으로, 작가로, 제작자로 많은 영화 작업에 참여했다. 그러나 앞서 언급했듯 ‘이제는’ 영화감독으로 더 유명하지만, 원래 무대 연출로 더 유명했던 연출가였다.


10월 9일 LG아트센터에서 막을 여는 댄스 뮤지컬 <백조의 호수>는 그의 대표작이다. 작품은 1995년 11월 영국 런던 새들러스 웰즈 극장에서 초연되었으며, 1996년 올리비에상, 1997년 타임아웃 댄스 어워드, 1999년 토니상을 수상하였다. 국내 초연은 2003년 이루어지면서 관객들의 요청 속에 거듭 재공연되었고, 이번에 5번째로 관객을 만난다. <백조의 호수> 성공에 힘입어 그가 연출한 <호두까기인형>(2004)과 <가위손>(2006), <잠자는 숲속의 미녀>(2016)가 국내 관객에게 선보이기도 했다.


그중 대표작을 꼽으라면 역시 <백조의 호수>다. 지금이야 매튜 본 최고의 걸작이라는 호평을 받지만, 초연 당시 작품은 망작이라는 악평도 받아야 했다. 공연을 준비하던 아담 쿠퍼마저 ‘매튜 본이 제정신일까?’라며 혀를 내두를 정도였다고. 실제로 초연 공연을 보던 관객 중 일부는 20분 만에 일어나 극장을 나가기도 했다. 바로 왕자와 남자 백조가 춤을 추는 장면 때문이었다. 그들은 ‘게이 백조의 호수’라고 야유를 보내기도 했다.

 


제목처럼 작품은 차이콥스키의 3대 발레 중 하나인 <백조의 호수>를 뼈대로 한다. 차이콥스키의 음악은 그대로다. 주된 내용은 저주에 걸려 백조가 된 오데트와 지그프리드 왕자 사이의 지고지순한 러브 스토리. 짐작했듯 고전과의 가장 큰 차이는 여성 발레리나가 맡던 오데트와 백조 역을 남성 발레리노들이 맡는다는 점이다. 성별의 전환은 작품의 전반적 분위기에도 영향을 주는데, 특히 군무 장면에서 이를 확인할 수 있다. 같은 동작이라도 발레리나들의 섬세하고 우아한 몸짓과 발레리노들의 거칠고 역동적인 몸짓은 작품의 분위기를 바꿔놓는다. 물론 주역들의 성격에도 변화가 있다. 고전 발레 속 오데트가 왕자로부터 구원을 기다리는 수동적 인물에 가깝다면 댄스 뮤지컬 속 ‘백조’는 왕자를 보호하는 능동적인 인물로 등장한다.


이번에 내한하는 댄스 뮤지컬 <백조의 호수>는 기존에 보았던 공연과 또 다르다. 일단 1960~70년대식으로 비쳤던 인물이나 이야기를 과감하게 걷어냈다. 또한 무도회와 나이트클럽 장면 등은 화려해졌으며, 조명을 통해 호숫가 장면의 일루전을 강화했다. 무엇보다 가장 큰 차이는 백조 역으로 새롭게 합류한 윌 보우지어, 맥스 웨스트웰에게 찾을 수 있다. 연기파 백조 윌을 선택할지, 정통파 백조 맥스를 선택할지, 그것만 문제다.

※ 이 글을 쓴 김일송은 공연 칼럼니스트이다.

Cooperation LG아트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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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 : 김일송PHOTO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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