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OPLE 열정적인 문화 탐험가, 주얼리 디자이너 정지현

주얼리 디자이너 앨리슨정. 구조적이고 입체적인 주얼리를 비롯해 가구까지 선보이며 새로운 영역을 탐험하는 정지현의 두 번째 라운드가 시작된다.

2019.0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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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얼리 디자이너 정지현은 열정적인 문화 탐험가다. 낮은 어조로 조곤조곤 말하는 그녀의 말을 들어보자면, 삶에 영감을 받는 관심사가 디자인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미술, 건축, 패션, 영화, 음악 등 다방면에 조예가 깊다. 로체스터 공과 대학(R.I.T)에서 파인 아트와 금속 공예 디자인을 전공한 그녀는 ‘앨리슨정’이라는 주얼리 브랜드를 국내 성공적으로 론칭하며 디자이너로 활동해왔다. 앨리슨정의 디자인은 질감이 독특하고, 건축물을 연상시키는 구조적 형태가 특징이다. 그녀의 손끝에서 탄생한 주얼리의 리듬감 또한 인상적이다. 스타들을 포함해 적지 않은 마니아층을 둔 주얼리 디자이너로서의 활동은 결혼을 하고 아이를 출산해 기르면서 휴지기를 가졌다. 


그렇다고 완전히 쉴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앨리슨 정을 아는 이들로부터 다양한 제안을 받았다. 압구정 쇼룸 곳곳에 한눈에도 작품처럼 보이는 테이블과 거울들이 놓였는데, 그간 가구 디자인 작품을 전시해왔다고 한다. 자개를 소재로 작품을 만드는 김현주 작가와 함께 작업한 가구들이다. 금속을 두들기거나 가느다란 끌로 질감을 낸 머티리얼과 작품 스타일이 앨리슨정 주얼리 컬렉션과 맥을 같이한다. 현재 가구 컬렉션의 대부분이 판매되고 몇 점 남지 않았지만, 한국적이면서도 모던한 감각이 배어 있는 디자인으로 평가받았다. “학교에서 배운 전공은 하나여도 다른 분야에서도 자신만의 색깔을 담아 창작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건축을 배운 패션 디자이너가 건축의 속성을 옷에 표현하는 것처럼요.” 재능과 뜻만 있으면 어떤 분야든 새롭게 접목해 창작을 확장시킬 수 있는 시대이기도 하다. 

 

 

 

1 은행나무의 잎사귀를 모티프로 디자인한 징코 이어링.  2 영국 도버 스트리트 마켓 런던에서 구매한 지갑. 둥근 헤드가 포인트인 앨리슨정의 반지.  4 이탤리언 핸드메이드 선글라스 데이비드 마크(David Marc).

 

어릴 때 유리 공예를 배웠고, 전공으로 금속 공예를 깊이 있게 다루며 보석감정사 자격증까지 획득한 그녀는 스테인드글라스 등 배움에 빈틈을 두지 않았다. 클래식에 조예가 깊은 아버지가 꽤 까다롭게 고르신 좋은 음질의 스피커로 볼륨을 높여 들려주셨던 음악이 어릴 때는 무척 싫었는데 지금은 열광하며 좋아하는 분야가 되었다. 벤 폴즈나 U2 등 좋아하는 가수의 국내외 콘서트도 꼼꼼히 챙기고 있으니 말이다. 영화 시나리오 작업을 하는 남편과 함께 영화 얘기를 하며 저녁 시간을 보내고, 아이와 함께 국내외 미술관과 박물관을 다닌다. 


창작을 향한 욕구와 다양한 문화에 관심이 높은 그녀가 작업 영역을 확장하는 것은 필연으로 보인다. 몇 년 전에는 전시 기획 제안을 받아 성공적으로 진행하기도 했다. 2014년 중동 지역에서 열리는 시티은행의 엑스포를 ‘시티 월드 럭셔리 엑스포’라는 이름으로 서울에서 개최하며 운영에 참여했고, 이듬해엔 직접 ‘자운(Ja Un) 페어’의 대표로 예술과 패션을 아우르는 전시회를 기획해 진행했다. 훈민정음 해례본과 탄은 이정의 삼청첩을 현대 작가 송강석이 모사한 작품, 강익중의 달항아리 등 진귀한 작품들이  미술관 밖에서 이뤄진 기념할 만한 전시였다. 

 

 

피카소, 샤갈 등의 작품집을 자주 본다. HR 기거의 책은 작품의 질감 표현에 종종 영감을 준다.  구조적인 디자인의  앨리슨정 뱅글들.  7 10꼬르소꼬모 밀라노에서 구입한 알라이아 백. 8 시칠리아산 꽃과 식물의 향기들을 직접 조향해 가져온 향수.

 

오래전부터 본인만의 취향을 탐색하고 연마해온 그녀는 청개구리처럼 남들이 잘 선택하지 않는 쪽을 택했다. 학창 시절의 옷장에는  개성이 강한 디자인이 많았단다. 지금은 흔하지만 당시 양말이 달린 운동화 같은 디자인은 특이했다. 특별하지 않으면 직접 디자인 요소를 더하기도 했다. 옷에 방울을 달거나, 네온 컬러 리본을 목에 길게 묶어 슬리브리스 톱에 매치하기도 했다. 앨리슨정의 주얼리 컬렉션이 특유의 볼륨감이 있다 보니, 주얼리 론칭 이후 옷은 자연스럽게 심플한 것을 선택하게 된다고. 출산 후 변화한 체형도 디자인의 선택에 큰 비중을 차지한다. 그렇다고 해도 어느 한 부분이 독특한 요소가 있어 시선을 끄는 디자인에는 늘 마음이 간단다. “브라운과 블루처럼 안정적인 배색보다, 그린과 블루 등 다소 맞지 않는 선택을 즐겼어요. 한때는 특이한 선택에 보내는 시선이 불편하기도 했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제 취향을 자연스럽게 인정하게 되었죠.” 


젊은 시절 현미경으로 들여다보며 한 치의 오차도 허용하지 않았던 휘트니 보인 스튜디오의 플래티넘 주얼리 작업을 했었다. “고객과의 시간 약속이 다 되어가는데, 작업을 망쳐서 낙담했던 적도 있었죠. 그땐 망치면 새롭게 할 궁리만 했어요. 그런데 지금은 부러진 작업물에서도 길이 보여요.” 무척 예민했고 치열했던 삶이 훑고 간 자리에는 전문성과 탄탄한 기본기가 남았다. 여기에 나이가 주는 여유는 작업을 더 풍요롭게 한다. 


압구정 쇼룸 바닥에는 기왓장이 놓여 있다. 공간을 가로막고 있는 파티션을 철거하자 바닥에 드러난 흔적이 보기 좋지 않았다. 좋아하는 기와를 연결해 틈새를 덮고 식물을 놓으니 그 조합이 새롭다. 아이가 학교에 들어가고 개인 시간이 좀 더 생긴 요즘, 와인 소믈리에와 티소믈리에 자격증을 따고 요가도 부지런히 하고 있다. 작업 구상뿐만 아니라 좋아하는 관심사도 하나씩 꺼내고 있는 것. “머릿속에 여러 가지 창작해보고 싶은 구상이 많아요. 평면에 주얼리를 접목한 작업도 해보고 싶어요. 지금 당장은 새로운 주얼리 컬렉션을 준비해 가을쯤 발표하려고 해요. 50대가 되기 전에 뭔가를 해야 한다는 생각을 하니 부지런해질 수밖에 없네요.” 

 

 

 

 

 

더네이버, 인터뷰, 앨리슨정

CREDIT

EDITOR : 한지희PHOTO : 김태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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