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STYLE 휴식같은 편안함을 선사한 모로코 타운하우스

휴식차 들렀던 나라, 모로코가 인생의 새로운 터전이 되었다. 새뮤얼과 케이틀린 부부는 모로코에서 디자이너로 변신하는 데 성공했다. 그들이 제작한 타일과 수집한 가구로 꾸민 타운하우스.

2019.0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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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 바다를 닮은 블루 톤의 타일 바닥과 벽면이 인상적인 거실. 기하학 패턴의 타일은 새뮤얼 &케이틀린 다우 샌드스 부부가 디자인한 것이고, 가구와 아트 워크는 모로코 현지 앤티크 숍, 플리마켓에서 구한 것부터 파리와 베를린 등의 유럽 도시를 여행하며 공수한 1700년대 앤티크, 미드센트리 모던 빈티지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디자이너 케이틀린 & 새뮤얼 다우 샌드스(Caitlin and Samuel Dowe-Sandes) 부부가 모로코 마라케시에 첫발을 디딘 건 13년 전이다. 미국 동부 메인(Maine) 해안에서 나고 자란 부부는 고향에서 각자 직업을 갖고 활동하던 중 필름 프로듀서 겸 작가인 남편의 직장 때문에 LA로 이주해 바쁜 나날을 보냈다. 그러다 안식년을 맞은 부부는 세계 일주를 꿈꿨고, 첫 번째 목적지로 모로코 마라케시를 점찍었다. “한 번도 가보지 않았던 곳이라 기대가 컸고, 그만큼 두렵기도 했죠. 그런데 신기하게도 우리 부부는 모로코 마라케시를 보자마자 매료되었어요. 며칠 지나지 않아 도시 곳곳을 돌아다니며 우리가 살 집을 보러 다녔습니다.” 부부는 모스크 사원 옆에 자리한 지중해 감성 물씬 풍기는 오래된 모로코 전통 가옥 ‘다르(Dar)’를 구매하고, 직접 리노베이션했다. 창의적이고 긍정적인 남편 새뮤얼과 한때 건축 회사 홍보 담당으로 일한 부인 케이틀린의 이력 덕분에 거침없이 전개된 리노베이션은 흡족한 성공을 거뒀다. 이후 부부는 지금의 안정된 집을 갖기까지 세 채의 집을 직접 개조하며 자타 공인 ‘인테리어 디자이너’의 경지에 올랐다. “리노베이션으로 얻은 값진 경험은 우리 부부의 운명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에요.” 케이틀린과 새뮤얼은 집을 개조하는 모든 과정을 함께하며 모로코에서 살아야 할 이유를 발견했다. 타일부터 카펫, 가구에 이르기까지 인테리어에 필요한 모든 것이 현지 크래프트맨과 아르티장 손끝에서 탄생하고, 그들과 함께하면서 자신들이 상상하던 색감과 패턴의 타일을 제작할 수 있음을 알게 된 것. “지금 저희가 운영하는 핸드메이드 시멘트 타일 회사 ‘팝햄(Popham)’은 이렇게 탄생했습니다.”

 

 

부부가 디자인한 헥사곤 패턴의 타일을 바닥부터 벽면까지 이어지도록 붙인 주방. 육각형으로 생긴 타일의 특징을 부각시키기 위해 벽면 상부를 여백으로 남겨놓아 마치 퍼즐을 맞추다 만 듯한 느낌을 준다. 개수대가 있는 화이트 주방 가구는 이케아에서 구입했지만 여기에 주문 제작한 황동 손잡이를 설치해 새로운 디자인으로 변신시켰다. 문과 창문 위에 걸린 닭 그림은 마라케시 전통 시장에서 실제 정육점 간판으로 사용한 것이다. 

 

 깊은 바닷속에 빠져드는 듯한 느낌을 전하는 다이닝룸. 조명은 마라케시 플리마켓에서 찾은 덴마크 빈티지, 의자는 이탈리아 건축가 이코 파리시(Ico Parisi)가 제작한 미드센트리 모던 디자인, 벽면에 걸린 그림은 로버트 슈미트(Robert Schmid) 작품이다. 

 

파란색 벽과 강렬한 대비를 이루는 컬러풀한 유리 화병은 모로코 아티스트 티프(Tif), 오른쪽 벽면에 걸린 유리 조명은 무라노 글라스 빈티지

 

지중해의 분위기를 떠올리게 하는 주방. 부부가 운영하는 팝햄의 브라스 조명과 지역 장인에게 맞춤 제작한 주방 가구 손잡이가 공간에 화사함을 더한다. 

 

바닥부터 벽면까지 모두 블루 톤의 같은 타일로 시공한 욕실. 원형 거울은 마라케시 플리마켓에서 구한 것을 빨간색 페인트를 칠해 리폼한 것이다. 빨간 프레임 거울은 푸른 공간과 보색 대비를 이루며 시선을 사로잡는다.   

 

부부가 미국에서의 안정된 삶을 버리고 타일 제작자로 제2의 인생을 시작한 것은 모로코에 정착한 지 1년도 채 되지 않았던 때다. “그만큼 확신이 있었습니다. 모로코 시멘트 타일 특유의 화려한 색감과 패턴은 우리에게 많은 영감을 주었고, 이를 기하학적 패턴과 핸드메이드 특유의 색감으로 재해석하면 미국과 유럽 여느 가정집도 멋지게 변신시킬 수 있는 근사한 마감재가 될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사업가로서 성공 가도를 달리고 있는 부부는 3년 전 마라케시 겔리즈(Gueliz)에 자리한 타운하우스 내 주택에 안정된 보금자리를 마련했다. 마라케시 뉴타운에 해당하는 겔리즈는 부유층이 모여 사는 곳으로, 프랑스가 지배하던 1920년대 당시 프랑스인 거주지로 유명하다. 지금은 프랜차이즈 카페와 패션 브랜드 숍이 즐비한 세련된 도시로, 마라케시를 찾는 여행객 사이에서도 필수 방문 코스로 여겨진다. “저희가 이곳에 자리를 잡은 건 무엇보다 편리한 생활 인프라 때문이에요. 걸어서 5분 안에 아이 학교에 도착하고, 웬만한 레스토랑과 숍도 걸어서 5분 거리에 있습니다.” 케이틀린이 입지 조건을 높이 평가한다면 남편 새뮤얼은 집 그 자체가 지닌 가치에 주목한다. “번잡한 마라케시 도심에서 프라이빗 가든과 작은 수영장이 있는 집을 만나기란 쉽지 않아요. 게다가 2층까지 뻥 뚫린 중앙 계단부의 높은 천장 볼륨은 실내에 밝은 햇살과 기운을 전해주니, 지중해 모로코에 살고 있는 보람을 느끼게 해줍니다.” 마라케시에서 여러 번 집을 개조해본 새뮤얼이 설명하길 이 집은 예전에 살던 곳에 비하면 나무랄 데 없이 좋은 조건이었다고. “하지만 지금처럼 집에 빛이 잘 들어 환하고 밝으려면 꼭 해결해야 할 점이 있었습니다.” 겔리즈에서 나오는 돌로 지은 2층 주택에서 아쉬운 점이라면 집 후면으로 난 창이 너무 작다는 것, 그리고 현관 복도와 리빙룸 사이를 반벽으로 애매하게 나눠 답답해 보이는 점이었다. “창을 넓게 내고 공간을 가로막는 벽을 없애고 싶었는데, 집 자체가 단단한 돌로 지어진 터라 이를 제거하기 위해선 ‘굴착’을 해야 했습니다.” 마치 암벽에 박힌 바위 덩어리를 끌어내듯 조심스럽게 진행된 구조 변경은 한줄기 빛이 들어오던 동굴 같은 실내에 눈부신 햇살을 선사하며 부부가 기대하던 모습으로 변모했다. 이 구조 변경은 부부의 침실과 외동딸 지지(Gigi)의 방이 있는 2층에서 확실히 그 진가를 발휘했다. 두 개의 작은 방을 하나로 통합해 만든 마스터 베드룸은 넓은 창가 아래 벤치와 벽난로까지 설치할 수 있을 만큼 공간에 여유가 생겼다. 2층에서 가장 컸던 방은 침대와 구형 라운지 체어를 놓아도 어린아이가 뛰어놀 만큼 넓은 동선이 돋보이는 공간이 되었다. 지금 이곳은 딸아이의 침실로 사용하고 있다. 그러나 이 집이 부부가 연출한 공간으로서 남다른 가치를 인정받은 건 새뮤얼과 케이틀린이 디자인한 타일과 플리마켓과 여행지에서 모은 가구 컬렉션이 집 안 곳곳을 멋지게 장식한 덕분이다. “저희의 타일 디자인이 성공할 수 있었던 건 실제 집이 실험 무대가 되었기 때문입니다. 집을 개조할 때마다 그에 맞는 색상과 패턴의 타일을 제작해 붙였으니까요.” 그래서일까, 이 집은 당연하고 자연스럽게 ‘팝햄’의 시그너처 컬러인 블루와 그레이 패턴 타일로 마감되었다. “특히 실내를 파랗게 물들인 건 이 도시의 특성을 존중한 결과랍니다.” 마라케시는 ‘핑크 시티’로 불릴 만큼 많은 건물과 집이 분홍빛을 띤다. 부부는 강렬한 핑크 도시에서 활동하다 집에 들어선 순간 푸른 심연으로 빠져드는 듯 고요한 안식처를 만들고 싶었고, 이 대비가 강렬하면 강렬할수록 집에 대한 애정이 샘솟는다고 말한다. 

 

 

손님 욕실은 욕실이 위치한 복도 컬러와 함께 봐야 그 매력을 확실히 느낄 수 있다. 부부가 좋아하는 사프란 옐로 타일로 마감한 욕실은 복도의 그레이 톤 타일 바닥, 그리고 페인팅 벽면과 대비를 이룸으로써 존재감을 드러낸다.

 

지중해 모로코 감성과 유러피언 디자인 감각이 공존하는 딸 방. 침대는 마라케시 플리마켓에서 구한 빈티지, 침대 옆에 놓인 둥근 의자는 에로 아르니오(Eero Aarnio)의 ‘볼 체어’, 창가에 놓인 테이블은 에로 사리넨(Eero Saarinen) 디자인 빈티지, 스툴은 소리 야나기가 디자인한 ‘엘레판트’다. 침대 양옆에 놓인 조명은 부부가 운영하는 디자인 브랜드 팝햄 디자인, 커튼과 이불은 지역의 장인에게 주문 제작했다. 인체 해부도 포스터는 베를린 플리마켓, 침대 머리맡에 걸린 초상화 역시 마라케시 플리마켓에서 구한 것이다.

 

핑크 도시라 불릴 만큼 모로코 마라케시의 많은 집 외벽은 붉게 물들어 있다. 집 담벼락 옆에 세워진 자동차는 르노 4 빈티지로, 스카이블루 컬러로 도색했다. 

 

무더위를 극복하고 휴양을 즐길 수 있는 집을 위해 정원에 만든 수영장. 우거진 나무 그늘 아래 자리한 수영장은 딸이 무척 좋아하는 놀이터이기도 하다. 레드 체어는 프란코 알비니(Franco Albini).

 

수영장이 있는 정원에서 이어지는 게스트 욕실. 외부 시선에서 자유로운 만큼 밝고 잔잔한 패턴의 타일과 투명 유리창으로 개방적으로 연출했다. 컬러풀한 원통형 세라믹 대형 화분은 모로코 아티스트 티프(Tif) 작품.

 

모로코에서 디자이너로 변신, 인테리어 타일 및 디자인 브랜드 팝햄을 설립한 새뮤얼 &케이틀린 다우 샌드스 부부.  

 

육각형 내부에 화이트 도트 패턴이 들어간 그레이 타일이 독특하다. 벽난로가 놓인 마스터 베드룸. 창가 양옆으로 가벽을 설치해 창 아래 벤치를 마련하고 그 앞에 데이베드를 놓아 아늑한 휴식처를 연출했다. 카펫은 모두 아틀라스산맥에서 방목되는 양의 털을 사용해 모로코 전통 방식으로 짠 것이다.    

 

“우리는 자연에 존재하는 블루 컬러를 사실적으로 표현하기 위해 연구를 거듭하고 공을 들였습니다. 그 결과 우리 부부가 기억 속에서 공유하는 블루 컬러, 우리의 고향인 미국 메인에서 본 바다 색깔을 찾아 타일에 반영했죠.” 독특한 패턴과 색감이 매력적인 케이틀린과 새뮤얼의 타일 디자인이 탄생했다. 누군가는 이를 두고 마라케시와 아프리카에서 취한 것이라 하지만, 정작 부부는 그것의 기원이 고향인 미국이라는 것을 깨달았다고 밝힌다. “모로코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사프란 옐로와 터키 블루의 강렬한 대비는 분명 멋지지만 우리 집, 팝햄 타일의 터키 블루는 그레이로 대치됩니다. 왜냐하면 우리는 어쩔 수 없는 아메리칸이라 이 컬러 조합이 더 마음에 와닿거든요!” 부부의 솔직한 생각은 이미 처음 타일 회사를 설립할 때 명확히 한 바, 브랜드 팝햄은 고향인 메인주의 해변 이름과 똑같다. 

WRITER LEE JUNG M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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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EDITOR : 한지희PHOTO : Richard Powers (Photo Foy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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