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OPLE 최진혁의 중간 호흡

일은 그 사람의 장점과 단점을 다 드러낸다. 같은 일을 10년 이상 하다 보면 반복되어 드러나는 단점을 부인할 수 없게 된다. 결국 이를 깨닫고 수정하고 보완하려고 노력한다. 장점이 많은 배우, 그래서 데뷔 때부터 좋은 사람과 멋진 작품을 만나온 최진혁은 다행히 자신의 단점도 잘 알고 있다. 스무 번째 드라마 <저스티스>는 그에게 은근하고 묵직한 반향을 가져다줄 것이다.

2019.08.16
페이스북 트위터 링크

FORMENTERA 더블브레스트 리넨 슈트. J.RIUM 오픈 칼라 니트. ALDEN BY UNIPAIR 스웨이드 레이스업 슈즈. 

 

헤어 메이크업을 시작하기 위해 의자에 앉은 배우 최진혁의 표정은 건조했다. 눈동자는 좀처럼 주변 움직임을 따라가지 않았다. 무언가 일이 있었던 모양이다. 카메라 앞에 서자 분위기를 전환시킨다. 간간이 웃음을 보이며 긴장을 풀었다. 배우 이전에 모델로 활동한 그는 훤칠한 키에 보기 좋은 신체 비율을 갖고 있었다. 오래 해온 운동 덕분인지, 목과 팔에 보이는 근육과 힘줄이 조명 아래 멋진 그림자를 만들었다. 


최진혁은 여러 드라마를 통해 괄목할 만한 성장을 해온 배우다. 2006년 KBS 서바이벌 스타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대상을 받아 데뷔한 독특한 이력을 갖고 있다. 젊은 경찰들의 삶을 그린 드라마 <일단 뛰어>에서 주인공을 맡으며 본격적으로 연기를 시작했다. 데뷔 때부터 걸출한 역할을 맡아올 만큼 부각되는 신체 조건에 재능 또한 탁월했다. <괜찮아 아빠딸> <로맨스가 필요해> <내 딸 꽃님이> 등의 드라마에서 비중 있는 역할을 맡았는데, 대중의 인지도와 배우로서의 자리매김을 확실하게 한 작품은 <구가의서>와 <상속자들>이었다. 이승기, 수지, 이연희 등이 출연한 <구가의서>에서 최진혁이 맡은 구월령은 드라마 초반에 짧게 등장한 역할이었음에도 대중에게 선명하게 각인됐다. 그는 데뷔 후 13년간 가장 고마웠던 작품에 망설임 없이 이 드라마를 꼽는다. 본래 예정에 없던 재등장까지 이끌 만큼 인기가 많은 캐릭터였고, 그의 입장에서는 연기를 계속해야 하는지 고민이 컸던 시기에 만난 단비 같은 작품이었다. 이후에도 드라마 <응급남녀> <운명처럼 널 사랑해> <오만과 편견> <터널> <마성의 기쁨>을 비롯해 지난해 말부터 올해 초까지 방영된 <황후의 품격>까지 줄곧 인기 드라마의 주인공으로 연기해왔다. 


드라마 <구가의서>와 <상속자들>을 만났을 때가 연기자 데뷔 6~7년 차였다. 6년 주기로 변화를 맞는다면 지금이 두 번째 시기다. 지금 막 방영을 시작한 그의 새 드라마 <저스티스>는 이러한 변화의 시기 한가운데 선 작품이다. 동명의 웹소설을 원작으로 한 <저스티스>는 가족을 위해 스스로 악인이 된 송우용 회장이 여배우 연쇄 실종 사건에 연루되며 VVIP의 숨은 모습을 파헤치는 소셜 스릴러다. 이 작품에서 그가 맡은 변호사 이태경은 동생의 죽음으로 권력만 좇는 타락한 변호사다. 낮고 굵은 중저음의 목소리로 신뢰감을 주던 이전 캐릭터들과는 사뭇 다르게 느껴진다. 또 송우용 회장을 연기하는 배우 손현주와의 만남에 보내는 기대도 적지 않다. 드라마는 시작되었고, 앞으로 줄곧 연기하는 일만 남았다. 한동안 새 캐릭터 이태경으로 살고, 스스로 노력한 만큼 필모그래피에 기록될 것이다. 

 

 

JACQUEMUS BY MR PORTER 벌키한 니트. 

 

모니터를 보며 팔 길이가 무척 길다는 것을 알았어요. 손가락도 그렇고요. 어릴 때 일반 옷가게에서 팔 길이에 맞는 옷을 고르기가 어려웠어요. 가을 무렵엔 입을 옷이 마땅하지 않았고요. 그나마 겨울옷은 커서 괜찮았는데. 그래서 항상 소매를 걷었어요. 
신체적인 장점은 부모님께 물려받은 건가요? 아니요. 두 분 모두 키가 작아요. 가족 중에 돌연변이가 나온 것처럼 키가 컸죠. 
팔에 근육이 많이 보여서 놀랐는데, 운동은 보통 얼마나 해요? 피트니스 위주로 꾸준히 해요. 길게 할 때는 하루에 3~4시간 정도? 
남들과 어울리는 스포츠는요? 요즘은 골프를 해요. 예전엔 축구, 농구 등 구기 종목 모임에 다 참여했죠. 축구만 해도 소속 팀이 3팀이나 됐으니까. 무릎 수술후 뛸 수가 없어서 쉬고 있어요. 
오래 활동해왔으니까, 배우로 활동하는 데 있어 자신의 장점을 충분히 잘 알겠죠. 우직함? 좋게 이야기하자면 진중한 느낌이 있다고 해요. 이번 드라마 <저스티스>의 감독님도 “사람을 집중시키는 힘이 있다”고 말씀하셨어요. 단점도 있죠. 제가 무표정하게 있으면 차가워 보여요. 화가 났다고 생각하는 분도 계시고요. 학교 다닐 때는 선배들이 오해를 자주 했어요. 
드라마 <저스티스>는 4월 말에 촬영을 시작했어요. 반 이상 촬영했나요? 아니요. 30% 정도 촬영했어요. 요즘은 근로 시간이 정해져 있어서 일찍 시작했을 뿐이에요. 
원작인 웹소설이 출연 결정에 영향을 주었나요? 전혀요. 저는 작품을 고를 때 캐릭터보다 대본을 봐요. 대본이 재미있어서 연기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손현주 선배가 하신다고 해서 무조건 하겠다고 했죠. 나중에 들어보니 선배도 제가 한다고 하여 결정했다고 하더라고요. 무척 기뻤어요. 

 

 

PRADA 비즈 장식 셔츠와 팬츠. 

 

손현주 배우가 연기하는 송 회장과는 결탁 관계인가요? 처음엔 그렇죠. 제가 연기하는 태경이가 초반에는 반말을 할 정도로 친형과 같은 관계로 등장해요. 그 관계가 흥미진진해요. 개인적으로는 손현주 선배에게 반말한다는 사실도 재미있었어요. 
호흡이라고 하나요? 대선배와 연기의 합이 한순간에 맞진 않았을 것 같은데요? 선배님은 묵직한 캐릭터로 나와요. 초반에 제가 좀 가볍게 까불죠. 호흡이라는 게 제가 이만큼 하고 상대가 이만큼을 해서 둘이 합쳐 결과를 얻어야 한다고 생각하지는 않아요. 서로 주고받는 연기가 물 흐르듯 억지스럽지 않은 게 호흡이라고 생각해요. 지금은, 선배님이 던지면, 아, 이게 무슨 의미로 던지는거구나라는 게 느껴져요. 이제 호흡이 잘 맞는다고 생각해요. 
촬영 초반인데 그 정도의 궁합이면 좋은 것 아닌가요? 두 사람 모두 센 사람들로 보이거든요. 아니에요. 전혀 그렇지 않아요. 제 본모습에는 장난기도 많아요. 선배님 또한 의외로 낯을 가리고요. 물론 처음엔 나이로 보나 경력으로 보나 차이가 커서 어려웠죠. 그런데 선배님도 장난치는 걸 좋아하셔서 쉽게 친해졌어요.
군 입대를 하기 전의 <오만과 편견>에서도 검사를 연기했지만, 이태경은 이전 캐릭터와 결이 다르죠.어떤 부분에 중점을 두어 연기하나요? 저에겐 연기에 ‘중점을 둔표현은 맞지 않아요. 어떤 드라마든지 현장에서 집중하려고 하는 편이에요. 드라마 속으로 빠져들어서 고민하고 집중해야 좋은 연기가 나온다고 생각해요. 태경이가 겪고 있는 고민이나 고통은 외동아들로 자란 제가 완벽하게 이해할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비슷한 상황에 대치해보곤 했죠. 
이태경은 어떤 인물인가요? 태경은 동생이 억울하게 죽어서 울분에 차 타락해요. 결국 권력만 좇는 쓰레기 변호사가 돼요. 누가 죽어서라기보다 어떤 사건 때문에 울분에 차서 복수심에 성공해야겠다고 마음먹고 돈과 힘을 좇는 사람을 몇 번 봤어요. 극 중 태경의 대사도 굉장히 강도가 세요. 거기에 그런 사람들의 눈빛과 표정까지 덧붙이면 너무 과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죠.
캐릭터를 연구하는 시간이 궁금해요. 솔직히 말하면 현장에 임해야 확실한 감이 생기는 타입이에요. 물론 대본을 보면서 연기를 어떻게 할 것인지 고민하지만, 현장에서 특정 공간과 인물들을 마주해야 비로소 집중할 수 있더라고요. 

 

 

HUGO BOSS 실크 셔츠와 팬츠. MAISON MARGIELA 실버 뱅글.

 

현장 분위기에 영향을 많이 받는 편이네요? 어느 순간 불이 붙어요. 그게 느껴지는 타이밍이 있어요. 그럴 때 연기가 잘 표현되는 것 같아요. 
법정 드라마 중 참고한 드라마가 있나요? 연기에 도움을 받을까 하고 <리갈하이> 
<히어로> 정도를 재미 삼아 봤어요. 
<황후의 품격>에서처럼 거친 액션신이 있나요? 아뇨, 전혀 없어요. 
그러면 드라마 특성상 대사가 많겠네요. 대사 외우는 것이 고역이라고 하는 배우도 봤어요. 대사 외우는 일은 저에게 매우 자연스러운 일이에요. 대사를 외운다기보다 상황 자체를 외워요. 책을 읽을 때 장면이 머릿속에 그림으로 그려지잖아요. 어떤 때는 제가 본 페이지가 기억이 나요. 그 대사가 생각날 때도 있고. 대본에서 제일 집중하는 건 상대방이 하는 말이죠. 그럼 자연스럽게 제가 할 대사가 떠올라요. 
극 중 옛 연인 관계이기도 하고 태경과는 대립되는 서연아를 나나 씨가 연기해요. 현장에서도 서로 적당히 긴장감을 갖고 있지 않나요? 그런 건 없어요. 배우끼리 몇 번 밥과 술을 먹는 자리도 가졌고요. 굉장히 잘 따라주고 밝은 타입이죠. 물론 먼저 다가오는 타입은 아니지만 긍정적이고 털털한 편이에요. 나나 씨는 연기를 깡 있게 해요. 그때 그렇게 깡 있게 하기가 어렵거든요. 좀 놀랐어요. 
그때라고 하면? 몇 작품밖에 안 했을 때? 그때 저는 아무것도 몰랐어요. 겉으로 보기엔 어땠을지 모르겠지만 속으로는 많이 위축되어 있었죠. 현장도 좀 거칠었고요.  
태경과 달리, 본인은 불의를 못 참는 캐릭터로 알고 있어요. 자제하려고 하죠. 쉽게 화를 낼 수 없는 직업이잖아요. 속으로 담고 살다 보니 더 예민해지는 것 같네요. 
스트레스를 푸는 법을 익혀야겠네요. 차에서 노래 부르거나 지인들과 술 마시면서 풀었는데, 너무 바쁠 땐 그마저도 여의치 않아요. 그래서 더 예민해지죠. 
 

 

BRUNELLO CUCINELLI 셔츠, 리넨 체크 팬츠. BERLUTI  와인과 블루 컬러의 투톤 로퍼. 

 

신인 시절엔 따라가게 될까 봐, 좋아하는 배우를 일부러 언급하지 않았더라고요. 물론 많아요. 그중 배우로서 좋아하는 분은 이병헌 선배. 스크린에서 걸음걸이만 봐도 어떤 감흥이 있어요. 출연 작품마다 대중의 관심을 모은다는 것도 대단하고요. 요즘 모 채널에서 방영되는 <올인>을 보고 있어요. 한 6번 정도 봤는데, 다시 봐도 재미있어요.  
장르에 대한 갈증은 없나요? 누아르 영화는 <신의 한수> 한 편이었고, 드라마 <오만과 편견> <터널>이 장르물이고 나머지는 로코 위주의 드라마였어요. 솔직히 장르에 대한 갈망은 없어요. 어떤 장르든 재미있는 작품을 하고 싶을 뿐이죠. 
그렇다면 새 드라마 <저스티스>에서 어떤 재미 요소를 찾을 수 있을까요? 긴장감? 긴장감이 살아 있는 대본이에요. 두 사람의 관계가 언제 무너질까, 이 사건이 언제 터질까,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추리하는 재미가 있어요. 
배우로서 어느 정도 인기도 얻고 작품도 꾸준히 제안받으며 활동해왔어요. 자칫 마음이 느슨해지기도 할 텐데, 마흔이 되기 전에 해야 할 것들이 있을까요. 이제는 영화에 도전하고 싶어요. 어떤 배우라도 욕심 내는 부분인데, <신의 한수>에 조연으로 출연한 경험이 진했어요. 큰 스크린으로 제 연기를 보는 게 인상 깊었고, 또 연기를 하고 나서 긴 시간 있다가 개봉하는 것도 매력이 있더라고요. 기다리게 되고요. 최근 몇몇 제안이 있었는데, 저와는 맞지가 않아서 못 했어요. 
새롭게 생긴 꿈이 있을까요? 과거엔 고향인 목포에 부모님을 위한 집을 짓고 싶다고 했어요. 여유가 될 때 서울과 목포를 왔다갔다하시도록 거처를 마련해드리고 싶었는데, 기회가 닿지 않았죠. 저 또한 목포에 가본 지 5~6년 됐거든요. 최근 영화 
<롱 리브 더 킹: 목포 영웅>을 보니까, 목포는 예전 모습 그대로더라고요. 거창한 꿈을 꾸기엔 좀 그렇고. 열심히 살아야겠다고 생각해요. 
지금보다 더요? 개인적으로 돈 관리도 하고, 일도 더 열심히 하고요. 20대 때 델 것처럼 뜨거운 열정으로 살던 시간에 비하면 부족하죠. 그때만큼 열정을 끌어올리고 싶어요. 
아니, 아직 30대 중반이니까, 할리우드 진출을 꿈꿀 수도 있잖아요. 이병헌 배우처럼? 글쎄요. 저는 구체적으로 생각하면, 정말 해야 하는 성격이에요. 아직 제가 한국에서 자리 잡은 배우라는 생각은 하지 않아요. 더 열심히 해야 해요. 
아까 드라마 <저스티스>에 대해 말하면서 물불 안 가리고 성공을 좇는 캐릭터에 대해 말했잖아요. 부자가 되고 상류층으로 이동하고 싶어 하는 건 자연스러운 본능 아닌가요? 본인에겐 그런 야망이 없나요? 그런 목표가 어느 정도 있긴 해요. 하지만 그렇게 치열하게 살고 싶진 않아요. 그런 분을 몇 번 만나도 보고 곁에서 상처 받은 적이 있죠. 욕심을 과도하게 부리게 되면 잃는 것이 있더라고요. 저는 개인적으로 싫어요. 여유 있게 천천히 제 갈 길을 가는 것이 나은 것 같아요. 
처음 스튜디오에 왔을 때, 예민해 보여서 놀랐어요. 지금은 좀 해소가 되었나요? 
아, 네. 언짢은 일이 있었어요. 지금은 괜찮아요. 놀랐다면 미안해요. 

Stylist Jun Jin O Hair 김주은(에이바이봄) Makeup 노미경(에이바이봄)

 

 

 

 

더네이버, 인터뷰, 최진혁

 

CREDIT

EDITOR : 한지희PHOTO : 안하진

아이매거진코리아닷컴, 더네이버, 동방유행
©imagazinekorea.com,
©theneighbor.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