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STYLE 거짓과 진실의 전복

아직도 해결되지 않은 천경자 화백의 ‘미인도’ 진위 논란. 이 논쟁을 모티프로 제작된 연극 <‘미인도’ 위작 논란 이후 국립현대미술관 제2학예실에서 벌어진 일들>은 가짜가 진짜가 되는, 혹은 진짜가 가짜가 되는 현시대에 물음표를 던진다.

2019.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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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히 진위 여부를 두고 논란이 끊이지 않는 천경자 화백의 ‘미인도’. 이 오랜 논쟁의 시작은 1991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991년 국립현대미술관은 미술에 대한 시민의 관심을 제고하고자 복제품 보급 운동을 벌였고, 그 일환으로 천 화백의 ‘미인도’ 복사본을 대량 제작해 판매하였다. 위작 논쟁은 이 복제품을 본 천 화백이 문제의 작품이 자신의 그림이 아니라고 주장하면서 촉발되었다.


처음 국립현대미술관은 천 화백에게 검증 절차 없이 위작을 소장하게 되어 유감이라며 사과의 뜻을 밝혔으나 사건이 언론에 보도되면서 태도가 돌변했다고 한다. 국립현대미술관은 작품의 입수 경로를 밝히고 감정을 의뢰하는 등 적극적 공세에 나섰다. 감정을 맡은 한국화랑협회는 문제의 작품이 천경자 화백의 진작이라는 판정을 내렸다. 이 일로 천 화백은 ‘자기 그림도 몰라보는 정신 나간 작가’라 불리게 되었고, 이후 천 화백은 모든 작품 활동을 중단하였다.

 


‘미인도’가 다시 세간에 오르내리게 된 것은 8년 후의 일이다. 1999년 고서화 전문 위조범 권춘식이 “문제의 작품은 자신이 위작한 것”이라고 주장하였다. 이에 당시 국립현대미술관 학예연구실장과 한국화랑협회 전 대표는 “동양화 위조범과 국립현대미술관 중 어느 쪽을 신뢰하느냐” 반문하며 논란을 일축했고, 검찰에서는 공소시효가 지난 사건이라며 수사를 포기했다. 진위 여부는 다시 미궁에 빠졌고, 사건은 잊혔다. ‘미인도’가 다시 등장한 건, 2015년 천 화백이 사망하면서다. 다시 한번 진위 논란이 일었고, 이와 관련해 유족은 국립현대미술관 학예연구실장을 지낸 평론가에 대해 사자명예훼손 혐의로 검찰에 고발하였다. 사건은 현재 2심까지 진행되었고, 법원은 피고 측의 변론을 인정하여 무죄 판결을 내린 상태다.


8월 3일 두산아트센터 스페이스111에서 막을 올리는 <‘미인도’ 위작 논란 이후 국립현대미술관 제2학예실에서 벌어진 일들>은 바로 이 사건을 소재로 한 연극이다. ‘미인도’를 둘러싼 논란은 작품의 주축이지만, 그것만이 전부는 아니다. 연극은 여기에 또 하나의 실재 사건을 겹쳐놓으며 질문의 층위를 넓힌다. 미인도 위작 논란이 벌어진 1991년 있었던 강기훈 유서 대필 사건이다.


강기훈 유서 대필 사건이란 노태우 정권의 퇴진을 주장하며 분신 자살한 대학생 김기설의 유서가 동료였던 강기훈에 의해 작성된 것이라고 알려진 사건이다. 당시 검찰은 이 일로 강기훈을 구속•기소했고, 법원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필적 감정 결과를 근거로 강기훈에게 유죄를 선고하였다. 그리고 지난해 11월 검찰 내 과거사위원회는 이 사건에 대해 “검찰 조직 상부의 압력에 의해 증거 은폐와 위법한 필적 감정, 위법한 강제 수사 및 피의사실 공표가 이루어진 사건”이라 고백하였다.

 


주인공은 ‘미인도’를 담당한 국립현대미술관 신입 학예사 예나다. 처음 그는 화백의 말을 받아들여 위작임을 인정하지만, 조직의 보호와 자신의 안위를 위해 진품임을 증명하는 데 앞장서게 된다. 한편 그에게는 미래를 약속한 선배 창기가 있다. 함께 학생운동을 하면서 애정을 키웠던 둘은 ‘미인도’ 사건이 마무리되고 정국이 안정되면 양가에 인사를 드리려 한 참이었다. 그렇게 ‘미인도’ 사건이 마무리될 즈음, 창기가 유서 대필 사건의 피의자로 구속된다.


연극은 미인도 위작 논란과 강기훈 유서 대필 사건을 나란히 놓는다. 그 외에도 독일 현대미술가 요셉 보이스 사례 등을 넌지시 삽입해 진짜와 가짜에 대해 질문한다. ‘가짜를 진짜로 둔갑시키는 조직(사회)’과 ‘진짜에서 가짜로 전락하는 개인(들)’을. 연극은 ‘실화를 바탕으로 하고 있으나, 특정 인물 혹은 특정 사건과는 아무런 연관이 없다’며 연관성을 거푸 부인하는데, 이 원고 또한 같은 맥락에서 쓰였음을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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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 : 김일송PHOTO : P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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