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OPLE COLOR OF LIFE

저마다 하는 일도, 사는 모습도, 나이도 다르다. 하지만 이들 모두 색을 빼놓고 삶을 이야기할 수 없다. 색을 쓰는 사람들.

2019.0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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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네이티브 스페이스에서 포즈를 취한 정혜선 작가.  

 

예뜨_______정혜선 도시에 색을 입히다

블랙 슈트에 화이트 운동화. 정혜선 작가의 옷차림은 무채색이 대부분이다. “얼마 전 전시회를 찾은 지인이 형광 노란색 운동화를 선물해줬어요. 오늘 그걸 신고 나섰는데, 딸이 말리더라고요.(웃음)” 무채색과 노란색을 좋아하는 작가의 성향을 잘 아는 친구의 선물이었을 것이다. 파주 포네이티브스페이스에서 열린 <컬러 오브 미> 전시에서 물을 머금은 블랙으로 그린 여자의 어깨에 한 줌 옐로가 쓰인 작품이 보였다. 무채색을 바탕으로 절제된 컬러를 사용하는 작가의 성향을 드러낸 대표작이다. 

 

출판사 한길사와 협업해 도서관과 서점이 공존하는 카페로 오픈한 경포호수점은 야외 테라스가 유난히 아름답다. 정혜선 작가에게 테라로사의 규모 있는 회벽은 무채색의 캔버스가 되었다. 또 작가가 자주 포인트로 사용하는 형광 핑크와 옐로는 계단과 문틀 등에 쓰이며 인상적인 풍경을 완성했다. 

 

정혜선 작가는 대학에서 회화를 전공하고 패션 일러스트로 이름을 알렸다. 당시 패션 브랜드 오브제와의 작업은 유명했다. 패션을 공부하는 학생들은 정혜선 작가의 일러스트를 보며 영감을 얻었다. 그녀의 그림체에는 힘이 있었고, 특유의 세련된 스타일이 있었다. 그녀는 패션 일러스트 작업에서 벗어나 교과서, 동화책, 브랜드 등으로 영역을 넓혀 꾸준히 작업을 해왔다. 슬하에 두 딸을 키우는 일도 만만치 않은 시간이었다. 이제는 둘째 딸이 대학에 입학해 자유를 얻은 터. 그 절묘한 타이밍에 테라로사 경포호수점의 벽화 작업 제안이 왔다. 색을 쓸 줄 아는 작가에게 주어진 붓은 회색 건물 안팎에 드라마틱한 새 옷을 입혔다. 레드, 그린, 블루 등 비비드한 색상과 함께 형광빛이 감도는 옐로와 핑크가 매치된 벽화 작업은 한눈에도 인상적이다. “런던을 여행하던 딸이 테이트 모던에 들어서자마자 심장이 턱 하고 내려앉았대요. 천장이 높은 미술관 벽면에 데이비드 트렘릿(David Tremlett) 작가의 벽화 작업을 본 거죠. 그뿐만 아니라 알렉사 브루어(Alexa Brewer)의 작업을 보면서 자신감을 얻었어요.”

 

테라로사 경포호수점의 벽화 작업은 평면 작업이 되었고, 머그컵의 패턴에도 쓰였다. 

 

워낙 규모가 큰 작업이라 실험 삼아 광화문 테라로사의 기둥 작업을 우선적으로 진행한 바 있다. 외부 벽화 작업에서는 원하는 색상이 나오지 않을 때가 가장 힘들었다. 테라로사의 김용덕 대표는 경포호수점 외벽 메인 컬러로 울트라머린을 제안하기도 했다. 그런데 지중해의 태양과 이곳의 태양은 다르기에 절대로 그 느낌이 나지 않을 것 같았다. 결국 페인트와 함께 아크릴 물감까지 동원했는데, 재료가 녹아내리더란다. 색을 내는 재료를 섞어 테스트하며 진행한 작업은 페인팅만 한 달 꼬박 걸렸다. 

 

정혜선 작가는 전시를 통해 위드홈과 컬래버레이션한 제품들을 선보였다. 

 

벽화 작업 중 유난히 눈에 띄는 색이 있었다. 직사각형 문틀과 계단 등 곳곳에 포인트로 들어간 형광 옐로와 핑크다. “형광 핑크는 모든 색을 살려주는 색이에요. 옐로는 받쳐주는 색이고요.” ‘살린다’와 ‘받친다’는 술어를 들으니 색의 기능이 꼭 삶을 표현하는 것 같다. 작가는 그림에도 결코 많은 색을 사용하지 않는데, 색의 매력은 물론 무서움을 동시에 알고 있기 때문이다. “살면서 백 가지 일 모두 행복할 수 없고, 그렇다고 모두 슬플 수도 없다고 생각해요. 술, 섹스, 마약, 니코틴, 소소하게는 커피의 카페인 같은 것으로 짜릿해지고 싶어 하죠. 그게 색이죠. 삶의 부분부분이 컬러여야 해요. 삶 전체가 컬러가 되면 그건 미친 삶이죠. 그렇게 자극적인 것만 컬러인 줄 알았는데, 아이를 낳고 깨달았어요. 적어도 저에겐 책임감이 색이더라고요.” 
전시장을 다시 둘러보았다. 벽화 작업 사진을 평면으로 옮긴 작품도 있고 머그잔으로 옮기기도 했다. 패브릭 브랜드 위드홈의 침구에 꽃과 나뭇잎을 그려 넣었는데, 그 어느 때보다 강렬한 비비드 컬러를 사용했다. 지금 작가는 또 다른 ‘색’의 시기를 걷고 있다.

 

 

 강남 작업실과 안양 소미니 스튜디오를 오가며 작업하는 이혜주 작가. 

 

소미니스튜디오_____이혜주 공간의 컬러 오브제
소미니스튜디오의 이혜주 작가는 유난히 둥근 모양에 정을 두었다. 대학에서 산업디자인을 전공하고 미국 시카고와 샌프란시스코에서 기업 디자이너로 근무하는 동안에도 둥근 조약돌 모양이 머릿속에 맴돌았다. 크고 작은 조약들을 쌓은 모양에서 영감을 받아 탄생한 씨스톤(C.Stone)은 뚜껑이 있는 그릇이다. 일상에서 자잘한 물건들을 보관할 수 있는 합으로, 클립과 같은 작은 문구류는 물론 주얼리나 자동차 열쇠 등을 넣는다. 물론 실용적인 기능보다 오브제의 역할이 더 큰 디자인이다. “국내 트렌드 페어에 참가했을 때, 선반 위에 전시된 씨스톤을 보고 하나가 아닌 여러 개를 원하는 사람들이 많았어요. 공간에 컬러 오브제로 디스플레이할 목적이 더 큰 거죠.” 

 

조약돌 모양의 씨스톤은 본래 쌓기 위한 용도로 만들어졌다. 와인, 오렌지, 블루 등 자신이 원하는 컬러 조합을 할 수 있다는 것도 특징이다. 

 

둥글고 납작한 형태와 반투명한 아크릴 색감은 공간에서 시선을 잡아끌기에 충분히 매력적이다. 조약돌이 쌓인 형태를 원했던 작가는 나름 크기와 형태별로 컬러를 선정해 두 가지 세트로 구성했다. “밝은 하늘색 위에 청록색, 그 위에 연두색을 올리는 조합과 와인 컬러 위에 회색에 가까운 하늘색과 진한 녹색을 올린 조합 두 가지로 제안했어요.” 컬러 조합에 특별한 법칙이 있는 것은 아니었다. 공간 오브제의 역할에 중점을 둬서 오랫동안 보아도 질리지 않고 인테리어에 포인트를 줄 수 있는 컬러이길 원했다. 특별히 색을 보강한 와인 컬러가 인기 높은 이유도 이런 기대에 부응하기 때문이다. 또 소재도 컬러에 영향을 미쳤다. 나무 트레이에는 비비드한 계열보다는 채도가 낮은 컬러가 잘 어울렸다. 그린과 블루 계열은 그런 면에서 매치가 순조로웠다. “저는 컬러뿐만 아니라 물성이 서로 다른 재료가 만났을 때의 느낌에도 관심이 많아요. 현재는 나무와 대리석 트레이를 제작했지만, 맨 처음 상품 제작 단계에서는 알루미늄도 사용했어요. 알루미늄 트레이 위에 아크릴 뚜껑을 얹으면 컬러는 마치 조명을 받은 듯한 효과를 내죠.” 제품 단가 등을 고려해 제작을 중단한 아쉬운 소재였지만, 여러 가지 느낌을 주는 소재와 컬러 매치 작업이 무척 흥미로웠다고. 시간이 지나면 뒤틀리는 나무의 단점을 아크릴이 잡아주고, 무겁고 깨질 수 있는 대리석의 단점을 나무라는 완충재로 보완하는 등 소재의 결합이 이룬 시너지도 재미있다. 

 

소미니스튜디오 한편에 정리해놓은 나무 트레이. 트레이는 대리석으로도 개발되었다.

 

소미니스튜디오의 기계 작업하는 분들이 틀을 만들고, 샌딩 작업과 오일을 바르는 단계에서 수작업이 동원된다. 

 

직장에서 주로 전자제품을 다뤄온 경력과 달리, 작가는 일상의 물건에 관심이 많았다. 홀로 디자인을 시작한 독립 초기에는 디자인에만 몰두하느라 상품화가 되지 않을 뻔한 우여곡절도 겪었다. KCDF에서 주관하는 스타상품개발 프로젝트를 통해 생산과 유통 과정의 솔루션을 얻어 지금의 씨스톤이 탄생했단다. 씨스톤은 기계로 틀을 제작하고 수작업으로 마무리를 한다. 샌딩이나 오일 페인팅 등을 손으로 직접 마무리해 제품의 완성도를 높이고 있다. 오는 하반기에는 메종 오브제에 독립 부스로 참여한다. 씨스톤뿐만 아니라 새 상품도 출품할 계획이다. “사람들이 버린 유리 조각이 마모된 ‘시 글라스’가 씨스톤 아크릴의 뽀얀 느낌과도 많이 닮았어요. 투명한 시 글라스 컬러들을 시도해볼 예정이에요.”
 

 

수업이 이뤄지는 테이블 앞에 앉은 명지은 대표. 정확하고 군더더기 없는 성격이 돋보이는 공간이다. 

 

문래공방_____명지은 계절의 색을 담다
“손재주라면, 자신이 있었어요.” 직장 생활 5년 차에 과감히 사표를 제출한 사람에겐 역시나 믿을 구석이 있었다. 문래공방의 명지은 대표는 브랜드 PR 업무를 진행하는 홍보대행사 커리어를 끝으로 직장 생활을 접었다. 직장인이라면 누구나 느끼는 부분이지만, 직장 생활에는 내 것이 많지 않다. “전통 과자를 만들고 있으면 제가 원하는 대로 표현할 수 있어요. 빚고 싶은 모양과 색도 얼마든지 제 뜻대로 펼칠 수 있죠. 제가 상상한 것을 그대로 형상화하는 작업이 즐거워요.” 

 

알록달록한 컬러와 모양이 재미있는 한천 과자 

 

야근 많은 직장인으로 살면서도 손으로 무언가 만드는 것이 좋아 빠듯한 시간을 쪼개 꽃꽂이를 배웠다. 오랫동안 난을 가꿔온 아버지의 취미가 딸에게도 영향을 준 듯, 유럽보다 동양의 꽃꽂이가 마음에 와닿았다. “적은 양의 꽃으로 계절과 자연을 표현하는 간결한 아름다움이 좋았어요.” 찻자리에 놓이는 꽃꽂이 ‘다화’를 접하고 본격적으로 차와 과자에 관심이 기울어 일본의 화과자와 한국의 궁중 떡, 과자까지 배우게 되었다. 그것이 문래공방의 시작이다. 

 

여름을 위한 티 테이블에 놓을 화과자들. 수국, 우물, 파도 등 작지만 여름이라는 계절이 담겼다.

 

화과자는 시각적 요소가 아주 큰 음식이다. 계절을 담아야 하고 자연에서 본뜬 형태로 빚어야 하는 법칙이 있다. 한여름인 지금 벚꽃 모양을 빚고 싶다고 해서 빚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일본의 오랜 역사와 전통을 품은 화과자의 룰이다. 명지은 대표가 여름 다과로 준비한 화과자 역시 푸른 색감과 소재로 계절을 담고 있다. 반죽을 절단한다는 뜻인 ‘네리키리’는 만들 수 있는 디자인이 정해져 있는데 종류가 무척 다양하다. “겉면을 이룬 팥소에는 찹쌀을 섞어 약간 퍽퍽한 상태인데 수분을 첨가해 촉촉하게 만들어요. 속에는 보통 팥소를 넣고요. 여름이라서 겉과 속의 색감을 살짝 달리해 우물을 만들었어요.” 옆에서 보면 파도를 형상화한 네리키리는 겉면에 하얀 바닷물의 거품과 마블링이 표현돼 있다. 또 푸른 수국을 형상화한 꽃잎은 크기가 매우 작고 섬세하다. 시원한 색감의 네리키리와 바다를 형상화한 양갱을 신선한 허브 에이드에 곁들이면 근사한 여름 티 테이블을 완성할 수 있다. “제철 재료를 준비해 직접 손으로 빚어 만든 섬세한 과자와 맛있는 차, 그리고 그와 어울리는 꽃으로 계절을 표현하는 일이 얼마나 즐거운 행위인지 과자를 배우면서 알게 되었어요.” 

 

교토의 과자 숍 칸도에서 시작된 바다를 형상화한 디자인 양갱.

 

직접 디자인한 양갱. 레몬과 귤의 속을 파고 양갱을 넣어 굳혀 만든다. 

 

문래공방을 연 지 3년 남짓 자신만의 레시피와 형태를 만들기 위해 노력해왔다. 가령 디자인이 정해진 네리키리는 식재료를 새롭게 사용하고, 특별한 제약이 없는 양갱은 컬러와 디자인을 창작하기도 하며, 모찌에는 속 재료에 변화를 주기도 한다. 레몬과 오렌지 속을 파서 양갱을 넣은 것은 그녀만의 디자인이다. 최근 유행하는 흑당을 밀크티 베이스의 양갱에 올리고, 바람떡에 마블링을 넣어 실제 바람을 표현하거나, 구름떡에 푸르고 하얀 고물을 매치해 진짜 구름 모양을 형상화하는 등 다양한 레시피와 창작을 시도하고 있다. 

 

과자가 놓인 접시 안에는 많은 것을 놓지 않는다. 

 

밀크티 베이스에 흑당을 얹어 만든 양갱. 

 

문래공방에서는 현재 클래스만 진행하고 있다. 빵이나 떡과 달리 많은 수량을 한 번에 만들 수 없기 때문에 재료 준비뿐만 아니라 하나하나 손으로 직접 만지며 완성해야 한다. “여러 가지 플랫폼에서 제안이 오고 있지만, 여력이 안 돼서 현재 클래스만 진행하고 모두 거절하고 있는 상황이에요. 올해 안으로 문래공방의 레시피를 담은 출판물이 출간될 예정이에요. 요리 도구나 식재료 브랜드와 협업해 이벤트성 클래스를 꾸리는 일도 계획하고 있어요.”

 

 

공방 드 은자의 한은경 대표. 최근 아이디어스 핸드메이드 작가 입점을 제안받았다. 

 

공방 드 은자_____한은경 건강한 자연을 품은 색
작은 비누 하나에도 정성을 쏟는 시대다. 건강한 삶을 지향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는 방증이다. 그저 잘 닦이는 비누가 아니라, 사람과 환경을 건강하게 하고 심미적인 만족까지 주는 비누를 사용하고 싶어 한다. 공방 드 은자의 한은경 대표는 손으로 비누를 만든다. 패션 잡지 <얼루어>에서 오랫동안 뷰티 에디터로 일할 당시에는 상상하지 못했던 일이다. 에디터로 일할 때 매달 진행되는 기획회의에서 채택되지 않아 마음에 두고 있던 주제가 있었다. 바로 아로마테라피다. “아마도 아로마테라피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낮아서였을 거예요. 미국이나 유럽에 비해 우리나라에서는 대중화된 분야가 아니니까요. 3년 전 일을 그만둔 후 본격적으로 공부를 시작했어요. 그런데 너무 어렵더라고요. 워밍업으로 비누를 배운 것이 현재 ‘공방 드 은자’로 이어졌죠.” 에디터 일이란 뭐 하나 그냥 진행되는 것이 없다. 작은 기사 하나도 머릿속에 폴더를 만들어 계획하고 실행해야 한다. 그와 달리 비누를 만드는 시간에는 스트레스가 없다. 일이라는 생각이 전혀 들지 않을 만큼 무척 재미있다. “자연에서 난 재료를 활용해 비누를 만드는 동안에는 아무것도 생각나지 않아요. 오로지 만드는 과정에 집중하게 되거든요.” 두 번째 커리어는 그렇게 안착한다. 

 

자연에서 얻은 색과 질감이 있는 재료로 완성된 비누들. 제조 레시피 별로 비누를 사용하는 대상과 기능도 천차만별이다. 

 

작업 공간에 늘 대기하고 있는 재료들. 

 

비누의 세계가 무척 방대하다는 것은 테이블 위에 가득 오른 재료들을 보면 짐작할 수 있다. 비누를 만드는 기본 재료 외에 로즈 페탈, 재스민, 라벤더, 통장미, 홍화, 오트밀 플레이크 등 첨가하는 말린 허브와 꽃잎만 해도 수십 가지나 되니 말이다. 제조 비누는 재료와 만드는 방법에 따라 MP(Melt&Pour)와 CP(Cold Process)로 나뉜다. 원데이 클래스에서 담소를 나누며 만들 때는 기본 재료가 주어지는 MP 비누가 적합하고, 다양한 레시피의 디자인 콘셉트로 제작할 때는 CP 비누가 적합하다. 어떤 사람이 어떤 목적으로 사용할 것인지에 따라 제작되는 비누의 종류는 무한대다. 이를테면 어른과 아이에게 쓰는 재료가 다른 것은 물론, 얼굴과 몸, 발 등의 사용 부위와 계절에 따라서도 다른 비누를 제작할 수 있다. 요즘처럼 땀이 많이 나는 여름에는 쿨링 효과가 있는 ‘멘톨 샤워바’를 쓰고, 거칠거칠한 발뒤꿈치에는 천연 수세미를 넣어 굳힌 ‘루파 풋 비누’를 쓴다. 어디 기능뿐인가. 비누는 하나의 창작물이다. 몰드에 여러 가지 재료를 담을 때, 단면의 컬러와 형태를 의도한다. 단면의 그림을 그리는 데 비누액의 농도와 물기가 관건인데,  너무 묽지 않게 조심히 부으면 레이어가 생기며 원하는 그림을 완성할 수 있다. 만드는 사람의 의도에 따라 충분히 색감과 모양을 구상할 수 있는 것. 덕분에 여름 욕실에서 수박 비누를 만나게 되는 즐거움을 얻는다. 또 모기와 벌레가 싫어하는 에센셜 오일 블렌딩과 말린 식물을 넣어 물방울 모양으로 굳힌 ‘모기기피 행잉 비누’도 여름을 위한 특별 디자인이다. “콘셉트를 잡고 레시피를 짤 때가 가장 재미있어요. 재료가 결정되면 나름 스케치를 해요. 수박 비누를 만들 때도 단면을 크레용으로 그리면서 색감까지 결정하죠.” 그런데 좋아하는 재료만으로는 선명한 색을 내기엔 한계가 있다고. “천연 광물로 제작한 옥사이드 색소가 있어요. 산을 표현하기 위해 클로렐라, 쑥, 브로콜리 같은 재료를 사용해도 원하는 색이 나오지 않거든요. 그럴 때 가끔씩 사용해요. 하지만 자연의 광물에서 취한 재료가 제 취향은 아니에요. 저는 투박해도 자연색 그대로를 지향해요.” 

 

 CP 비누를 제작 중인 모습. 

 

코코넛과 올리브 오일, 시어버터 베이스는 동일하다. 여기에 각각 오트밀 분말과 벌꿀, 유기농 라벤더와 오렌지 분말, 대나무숯 분말과 프렌치 화이트 클레이를 더해 세 가지 비누를 만들었다.   

 

뷰티 에디터로 일하면서 얼마나 많은 화장품을 사용해봤겠는가. 천연 재료로 비누를 만들고 사람들을 가르치는 동안 환경에 대한 생각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졌다. 클렌저만 해도 여러 가지 종류를 사용했던 과거와 달리 비누 하나로 해결하고, 자신에게 맞는 재료로 스킨케어 화장품을 직접 만들어 사용하니 불필요한 플라스틱 소비가 줄었다. 또 아로마테라피 공부도 성과를 냈다. 얼마 전, 미국 아로마테라피 자격증을 취득한 것. 역시나 아로마테라피는 단순한 ‘향’의 영역이 아니었다. 아로마가 몸에서 어떤 치유력을 갖고 있는지에 대한 공부다. 무척 어렵지만 매력적임을 깨달았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해부 생리학과 마사지 실습까지 포함되어 고난도로 알려진 영국 아로마테라피 자격증에 도전할 계획이다. 

 

 

 

 

 

더네이버, 피플, 색을 쓰는 사람들

 

CREDIT

EDITOR : 한지희PHOTO : 양성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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