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STYLE 새가 가르쳐주는 삶의 지혜

무언가를 늘 상징해온 새. 그러나 상징을 거둬내고 면밀히 들여다본 새의 삶은 인간과 다르지 않다.

2019.0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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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는 자유를 상징한다. 그리고 인간은 ‘상징’에서 자유롭지 않은 존재다. 상징을 만들고, 상징을 어딘가에 새기고, 언어에 수시로 끼워놓고, 그곳에 갇힌다. 용맹을 상징하는 독수리는 가문의 문장 안에서 위용을 자랑하고, 부부간 금슬을 상징하는 원앙은 결혼식 테이블 위에서 갸웃거린다. 평화를 상징하는 비둘기는 성화의 불길 속에 하늘로 비상하고, 어디선가는 불길함을 대표하고 어디선가는 지혜를, 또는 효를 대표하는 까마귀는 갈팡질팡 행보를 계속한다.  


이 책은 새들이 하는 다른 이야기를 들려준다. 조류학자인 필리프 J. 뒤부아와 자연을 사랑하는 작가인 엘리즈 루소는 새의 생활을 관찰하며 얻은 정보를 토대로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이야기를 새롭게 직조한다. 독수리는 용감한가? 당연히 그렇겠지. 그 ‘독수리 같은 눈빛’을 보면 의심할 수가 없잖아? 그러나 우리가 알고 있는 것보다 훨씬 더, 독수리는 게으르다. 먹이를 잡는 능력에 비해 영역을 지키는 데는 영 신통찮다. 게다가 그 목소리 좀 들어보라지. 힘없고 귀엽기까지 한 지저귐에 헛웃음이 나온다. 저자는 용감하고 호전적인 새를 찾으려면 유럽울새를 보라고 권한다. 유리창에 자신이 비친 모습만 봐도 싸울 태세로 돌입하는 이 전투적인 새는, 그러나 가문의 문장으로 삼기에는 외모가 너무 귀엽다. 무언가를 ‘상징’으로 만든다는 것은 어느 정도 오해를 전제한다. 의도하든 그렇지 않든. 


그러나 그런 오해를 거둬내고 보면, 새의 삶은 인간에게 많은 울림을 준다. 새를 거듭 관찰하면서 저자들은 놀라기도 하고 감탄하기도 하고 생각에 잠기기도 한다. 암탉이 모래목욕을 하는 장면을 보며 저자는 지금 이 순간의 강렬한 행복에 대해 생각한다. 오래전부터 전해온 철학적 용어를 완벽하게 이해한다. “카르페 디엠(현재를 잡아라). 이 철학적 문장은 ‘현재’에 존재하라는 권유이자, 불교에서의 ‘지금 여기’에 있으라는 격려이며, 심리학에서 조언하는 ‘그날그날을 살아라’라는 의미다. 이는 지난 시간의 추억에 젖지 않고, 미래에 대한 걱정과 불안, 아니 희망과도 멀어지는 일이다. 막 초록빛 열매가 솟아오르는 벚나무 아래에서, 그리고 햇빛 속에서 암탉은 부드럽고 신선한 모래에 몸을 담근 채 목욕을 한다. 지금 그리고 여기에서, 암탉은 충만함으로 낮은 탄성을 지른다.” 우리의 삶이 이와 같을 수 있다면. 


그러나 당연하게도, 새들의 삶이 늘 행복하기만 한 것은 아니다. 오리의 털갈이를 보며 저자는 소멸의 힘에 대해서 생각한다. “재생하기 위해서는 자기 자신 안에서 무언가가 소멸하도록 놔둘 줄 알아야 한다. 새들처럼 말이다.” 털갈이의 시기 동안, 새들은 날아오르는 능력조차 잃는다. 그 기간 동안 새들은 인내하며 재생의 시작을 기다린다. 새들은 알고 있는 것이다. 비어 있는 시간의 힘을, 고통의 시간이 필요함을.     


새를 더 깊이 들여다보면, 그곳에 인간의 모습이 있다. 저자는 과연 인간만이 ‘예술’을 하는지 묻는다. 섬세하게 만들어진 박새의 둥지는 너무나 아름다워 예술 작품 같은데, 그것은 우리를 감탄시키려는 목적이 아니라 그저 번식을 위한 것이므로 예술이 아닐까? 새틴바우어새의 둥지는 더더욱 아름답다. 자신의 몸 색깔인 짙은 파랑으로 둥지를 꾸미기 위해 온갖 야생 열매와 목탄을 섞어 파란 물감을 만들고, 둥지 주위를 푸른빛이 도는 물건으로 장식한다. 병뚜껑, 펜, 라이터, 온갖 플라스틱 조각, 돌멩이까지 둥지 장식에 사용하는데, 큰 것을 앞쪽에, 작은 것을 뒤쪽에 두어 둥지가 실제로 더 커 보이는 착시 효과까지 노린다. 이것도 예술이 아닐까? 저자의 질문을 따라가다 보면 결국 궁극의 질문에 가 닿는다. 인간의 특권이라고 당연히 여기는 예술. 예술이란 무엇일까? 


그 모든 새들이 지저귀는 가르침에서 가장 귀담아들어야 할 것이 있다면, 그것은 죽음을 대하는 태도일 것이다. 저자는 홀로 죽음을 맞이하는 제비에게서 죽는 법을, 그리고 사는 법을 배운다. 새를 관찰하기 위해 전 세계를 여행한 저자는 새들에게는 오랜 질병이나 노쇠라는 것이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자연은 고통이 오래가도록 두지 않는다. 자연 속에서 최후의 순간은 언제나 짧다.” 삶과 자기 자신 사이에 작은 틈새도 없이 완벽하게 삶 속에 존재하는 새들에게 죽음을 생각하는 것은 쓸데없는 일이다. 죽음에 이르러, 새들에 관한 짧은 철학은 깊어진다. 그렇다. 우리와 새는 다르지 않다.

※ 이 글을 쓴 박사는 북 칼럼니스트이다.  

 

 

 

 

더네이버, 북, 새들에 관한 짧은 철학

CREDIT

EDITOR : 양혜연PHOTO : 김도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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