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AUTY 젠더 뉴트럴 뷰티 마켓

여성과 남성, 그 경계를 허물고 넘나드는 낯설고 신선한 움직임이 포착됐다. 이제 막 젠더 뉴트럴에 눈뜨기 시작한 뷰티 마켓이 마주한 새로운 세상, 그 속으로 들어가보자.

2019.0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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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TAMBURINS 감각적인 디자인으로 남녀에게 모두 어필하는 보습 토너. 워터 에센스 125ml 3만8000원. 2 AESOP 마라케시에서 영감을 받은 중성적인 향수. 마라케시 인텐스 오 드 뚜왈렛 50ml 9만5000원. 3 SERGE LUTENS 깨끗하고 시원한 향으로 성별 구분 없이 인기가 높은 향수. 로 오 드 퍼퓸 100ml 19만3000원. 

 

4 HERMES 레몬의 청량함과 스모크, 우디 향조가 어우러진 향수. 오 드 시트론 느와 오 드 코롱 100ml 15만2000원대. 5 SK-∏ 어느 피부 타입에나 높은 보습 효과를 전달하는 워터 에센스. 피테라 에센스 230ml 23만8000원대. 6 3CE 프라이머 효과로 피부를 보송하게 만들어주는 선스틱. 프라이머 선스틱 SPF50+/PA++++ 18.5g 2만2000원. 7 DIOR 가벼운 질감으로 자연스러운 피부 표현을 도와주는 리퀴드 파운데이션. 백스테이지 페이스&바디 파운데이션 50ml 6만원대.

 

OVER THE SEX
올해를 관통하는 메가 트렌드는 바로 ‘젠더 뉴트럴’이다. 여성과 남성으로 나누는 전통적인 성에 대한 관념에서 벗어나 중성, 양성, 혹은 무성까지 다채로운 성 개념을 받아들이려는 움직임에서 발생한 젠더 뉴트럴. 성 중립을 의미하는 젠더 뉴트럴은 올해의 트렌드로 손꼽히는 디지털 노마드, 싱글 오리진, 보디 포지티브 등의 키워드를 관통하는 개념이다. 사회가 정해놓은 기준을 허물고 자신만의 취향, 그리고 자기다움에 집중해 유일무이한 자신의 정체성을 정립하는 것. 젠더 뉴트럴은 이미 패션업계를 시작으로 뷰티, 라이프스타일에 이르기까지 사회 전 분야에 걸쳐 거센 변화의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젠더 뉴트럴 트렌드가 가장 먼저 시작된 곳은 패션업계다. 유니섹스 열풍이 가져온 작은 불씨가 젠더 뉴트럴에 이른 것. 그러나 유니섹스는 젠더 뉴트럴과 의미나 지향점이 다르다. 여성과 남성이 동일 제품을 사용하는 것을 의미하는 유니섹스는 주로 패션 용어로 정의되며, 여성이 남성의 패션을 따라서 보이시하게 연출했을 때 유니섹스 스타일이라고 부른다. 하지만 젠더 뉴트럴은 성별의 구분을 뛰어넘은 개념이다. 소비자를 대할 때 남성과 여성이라는 이분법적인 접근을 벗어나 양성, 중성, 혹은 성별을 특정하지 않고 사람 그 자체로 대하는 것이 바로 젠더 뉴트럴의 핵심이다. 젠더 뉴트럴은 SPA 브랜드를 통해서 전파되기 시작했다. 자라(Zara)는 언젠더드 라인(Ungenderd Line)을 통해 진과 셔츠, 점퍼 등 남녀가 함께 입을 수 있는 의류를 선보였고, H&M 역시 비슷한 의미의 데님 유나이티드(Denim United)라는 데님 라인을 통해 중성적인 데님 소재 의상을 출시한 바 있다. 이러한 움직임은 SPA 브랜드를 벗어나 하이패션 브랜드까지 이어졌다. 구찌가 남성과 여성 컬렉션을 별도로 진행하는 것을 지양하고 하나의 무대로 통합해 성별이 모호한 의상들을 남녀 모델 구분 없이 선보이는 것으로 젠더 뉴트럴 트렌드를 이끌었고, 마크 제이콥스나 버버리, 그리고 최근에는 보테가 베네타 역시 이와 같은 행보에 동참했다. 이러한 흐름은 성과 인종, 체형의 기준에 집착했던 패션계의 오랜 관행을 근본적으로 흔들면서 패션업계에 큰 변화를 일으키고 있다. 성별 구분을 없애는 패션업계의 젠더 뉴트럴 개념은 어느새 뷰티업계로 옮겨와 새로운 흐름을 만들어내기 시작했다.

 

 

 

 

BEAUTIFUL GATHERING
사실 뷰티업계는 성에 대한 구분이 그 어떤 분야보다 확고한 곳이다. 제품 생산 과정부터 마케팅에 이르기까지 성을 특정하고, 그 구별을 강조하고, 유지 강화하는 데 집중해왔으며, 지금도 여전히 그렇다. 화장품은 여성의 것이며, 남성용으로 출시되는 제품은 ‘포 옴므(For Homme)’나 ‘메일(Male)’이라는 별도의 표현이 붙는다. 때문에 주로 화장품은 여성스러움을 상징하는 분홍색과 플로럴 패턴을 사용한 패키지로 선보이며, 뛰어난 외모의 여배우를 모델로 내세운 광고로 여심을 흔든다. 남성용 화장품은 블랙, 그레이, 블루 등 무채색 계열의 컬러와 심플한 디자인으로 출시되며 남자 배우를 광고 모델로 내세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화장품을 남자가, 혹은 남성용 화장품을 여자가 사용하는 것은 거의 금기에 가까운 일이었다. 하지만 최근 몇 년 사이 뷰티업계 역시 젠더 뉴트럴 트렌드의 흐름을 타고 급격히 변화하기 시작했다. 시대가 바뀌었기 때문일까? 34세 이하를 지칭하는 밀레니얼 세대는 성별의 차이에 크게 구애받지 않는다. 전통적인 성 역할에 저항하고 새로운 정체성을 지속적으로 탐구해가는 세대인 것이다. 이로 인해 여성과 남성이라는 이분법적 가치관에서 벗어나 성 소수자에 대한 인식 또한 빠르게 바뀌고 있다. 성 소수자를 가리키는 LGBT 인구의 증가도 인식의 변화를 이끌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뷰티업계 역시 거대한 변화를 맞고 있다. 


샤넬에서 보이 드 샤넬 라인을 출시한 것도 이 같은 흐름과 맥락을 같이한다. “뷰티는 스타일에 관한 거죠. 성별과는 상관없어요”라며 젠더 뉴트럴적인 멘트를 남긴 코코 샤넬의 정신을 담아 글로벌 브랜드에서는 드물게 남성용 메이크업 라인을 출시해 모두를 놀라게 한 것이다. 샤넬에 이어 맥도 새로운 시도를 감행했다. 출판사 재벌 아버지와 슈퍼모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뉴욕 사교계의 프린스, 피터와 해리 브랜트 형제와 함께 유니섹스 메이크업 라인을 선보인 것. 여자와 남자, 모두가 사용해도 매력적인 룩을 완성할 수 있는 브로 젤과 립 스테인, 스컬프팅 크림과 뉴트럴 아이섀도까지 제품군도 다양하게 소개해 큰 인기를 끌었다. 지방시 뷰티도 젠더 뉴트럴 콘셉트의 제품으로 구성된 라인을 선보였는데, 투명한 브로 젤과 컬러 피그먼트를 캡슐에 담아 자연스러운 피부 표현이 가능한 베이스 메이크업 제품, 프라이머처럼 피붓결을 매트하게 잡아주는 스틱 타입의 매티파잉 제품 등 신선한 제품 구성으로 시선을 모았다. 또한 글로벌 코즈메틱 브랜드인 커버걸은 유명 남성 브이로거인 제임스 찰스(James Charles)를 브랜드 얼굴로 발탁해 그의 얼굴에 화려한 메이크업을 입힌 광고 비주얼을 선보여 화제가 됐다. 실제로 그는 SNS상에서 수많은 악플에 시달려야 했지만 커버걸과의 작업을 여전히 긍정적으로 생각한다고 밝혔다. “커버걸과 저의 작업을 통해 성별에 상관없이 누구든지 메이크업을 할 수 있고, 원한다면 어떤 일이든지 할 수 있다는 희망적인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라며 자기만의 정체성을 찾고자 하는 수많은 밀레니얼 세대를 대변했다.

 

 

이처럼 대형 뷰티 브랜드가 젠더 뉴트럴 화장품 라인 확장을 꾀하는 한편, 젠더리스 콘셉트를 브랜드 철학으로 내세운 신생 브랜드도 대거 등장하며 이러한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모두를 위한 메이크업(Makeup For Everyone)을 위해 탄생한 브랜드 ‘플루이드(Fluide)’는 다양한 성 정체성을 가진 사람들을 모델로 기용하고, 메이크업이 비단 여성의 것만이 아님을 강조하기 위해 블루 컬러 립스틱이나 글리터 네일을 남녀 구분 없이 연출해 광고 비주얼을 제작하고 있다. ‘메이크업에는 성별이 없다(Makeup Has No Gender)’라는 문구를 강조하는 ‘제카(Jecca)’ 역시 젠더 뉴트럴을 브랜드 철학으로 삼은 코즈메틱 브랜드다. 런던에서 활동하는 메이크업 아티스트인 제시카 블래클러(Jessica Blackler)는 수많은 트랜스젠더로부터 메이크업 팁 문의를 받은 뒤, 제카를 설립했다고 한다. 판매 수익금의 5%를 영국 LGBTQ 단체에 기부하며 봉사 활동이나 관련 행사에 적극적으로 참여해 브랜드 홍보를 겸하고 있다. 브랜드명부터 콘셉트를 확실히 보여주는 ‘논 젠더 스페시픽(Non Gender Specific™)’은 모든 사람을 위한 브랜드(Brand For All Humans)를 지향하며 퀄리티 있는 스킨케어 제품을 선보인다. 그중에서도 에브리띵 세럼은 성별에 관계없이 모든 피부 타입에 사용할 수 있는 멀티 효과의 제품으로 NGS의 시그너처 아이템이다. 또 하나 주목해야 할 브랜드는 바로 ‘파나세아(Panacea)’다. 파나세아는 K뷰티에서 영감을 받아 한국에서 제조되는 미국의 스킨케어 브랜드다. ‘스킨케어는 모두를 위해야 한다(Skincare Should Be For Everyone)’라는 모토 아래 자외선 차단제부터 클렌저, 보습제까지 총 3가지 제품만 생산한다. 브랜드의 창립자 테리 리(Terry Lee)는 생물학적 여성뿐 아니라 다양한 성 정체성을 아우를 수 있는 브랜드가 되고 싶다며 젠더 뉴트럴에 대한 브랜드의 생각을 밝혔다. 


국내에서도 성 중립적 성격을 가진 뷰티 브랜드가 속속 생겨나는 중이다. 가장 대표적인 브랜드는 바로 ‘라카(LAKA)’다. 지난해 5월 첫선을 보인 브랜드, 라카는 젠더 뉴트럴을 콘셉트로 여자와 남자가 모두 즐길 수 있는 메이크업 제품을 출시한다. 이를 증명하듯이 라카의 광고 비주얼에는 동일한 제품, 동일한 컬러로 메이크업한 여자와 남자가 함께 등장하며, 제품의 디자인 또한 베이지 컬러로 제작해 어떠한 성별에도 속하지 않는 중립적인 분위기를 더했다. 라카의 대표 제품이 립스틱이라는 것도 주목할 만한 부분이다. 남성을 위한 색이나 여성을 위한 색을 따로 구별하지 않고 고객이 개인의 취향에 맞게 컬러를 선택해 사용할 수 있도록 유도한 것. 국내에서는 아직 생경한 콘셉트지만 남성 고객이 전체 판매량의 30%를 차지할 만큼 남성들 사이에서 긍정적인 반응을 얻고 있다. 인테리어 디자이너 양태오가 선보인 브랜드 ‘이스 라이브러리’, 감각적인 아트와 뷰티를 접목한 ‘탬버린즈’와 같은 브랜드 모두 젠더 뉴트럴 콘셉트의, 혹은 젠더 뉴트럴 무드를 지향하는 브랜드다. 이들 브랜드는 여성과 남성으로 구분하지 않고 오롯이 나 자신으로서 누구든지 어디에도 구애받지 않고 원하는 스킨케어, 메이크업 제품을 사용해도 된다는 긍정적 메시지를 전한다. 젠더 뉴트럴이 이처럼 메가 트렌드로 떠오른 지금, 뷰티업계에서도 젠더 뉴트럴에 대한 유연한 사고와 대처를 통해 브랜드가 나아가야 할 방향성을 다시금 짚어봐야 할 때가 아닐까? 지금 당장 답을 내기는 어렵지만 앞으로 지속적으로 생각해봐야 할 문제임엔 틀림없다. 그러는 동안 우리는 그저 젠더 뉴트럴 트렌드로 인해 뷰티업계가 변해가는 모습을 보고 즐기며 자신만의 색을 찾을 수 있는 기회를 잡으면 그뿐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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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EDITOR : 김주혜PHOTO : 김도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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