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STYLE ‘술’례자의 길

술에 대한 무한한 애정으로, 더 이상 마시는 것만으로 만족할 수 없는 이들에게 제안하는 ‘술’례자의 길.

2019.0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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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문자를 압도하는 웅장한 내부 전경. 

 

순례(巡禮)의 사전적 의미는 다음과 같다. ‘종교의 발생지, 본산(本山)의 소재지, 성인의 무덤이나 거주지와 같이 종교적인 의미가 있는 곳을 찾아다니며 방문하여 참배함.’ 한자 돌 순(巡)과 예도 예(禮)를 사용하는 ‘순례’의 사전적 의미를 조금 다르게 표현한다면 자신에게 중요한 무언가에 대한 예를 갖추기 위해 떠나는 여행, 그것이 바로 순례다. 신을 믿는 이들에게 ‘중요한 무언가’의 근원은 종교의 발생지나 성인의 무덤이겠지만 전 세계 사람이 누구나 신을 믿는 것은 아니다. 때문에 개개인의 순례지는 다를 수 있다. 애주가에게는 양조장이 순례지가 될 수도 있다는 얘기다. 소설가 무라카미 하루키의 에세이 <무라카미 하루키의 위스키 성지여행>에는 이런 구절이 있다. “이 외진 섬까지 힘들게 찾아온 것도, 그 고명한 싱글 몰트위스키를 맛보기 위해서였다. 좀 과장해서 말하자면, ‘성지 순례’ 같은 거라고나 할까?” 실제 애주가 중에는 자신이 그토록 사랑하는 신비로운 액체의 태생지를 찾아 떠나는 이들이 많다. 위스키 마니아들의 스코틀랜드 위스키 양조장 투어와 와인 애호가들의 전 세계 와이너리 투어야 말할 것도 없고 최근 국내에선 전통주 양조장을 찾아 나서는 이들도 심심치 않게 눈에 띈다. 누군가는 이해할 수 없는 여행일 수 있다. 그러나 사랑하는 이가 유년 시절을 보낸 고향이 문득 궁금해져 함께 찾아가보는 마음 같달까? 애주가들의 이런 마음을 반영해 전 세계 유명 양조장에서는 양조 과정 관람 및 테이스팅은 물론 다양한 관련 체험 프로그램을 구성해 제안하기도 한다. 여행의 목적이 ‘양조장 순례’, 단 하나일지라도 충분하도록 말이다.

 

 

오크통의 종류를 한눈에 볼 수 있는 전시물. 

 

맥캘란의 상징 이스터 엘키스 하우스. 

 

사용된 오크통 중 일부는 익스피리언스 센터에 전시돼 있다. 

 

더 맥캘란 에스테이트의 건축 포인트는 스코틀랜드 고대 언덕을 얹어놓은 듯한 지붕이다.

 

싱글 몰트위스키 마니아들의 성지
The Macallan Distillery

일명 위스키계의 롤스로이스, 세계적인 싱글 몰트위스키 브랜드 맥캘란의 증류소는 브랜드 네임 그 자체로도 방문 이유가 충분하다. 그런데 맥캘란의 증류소를 반드시 찾아야만 하는 이유가 또 하나 생겼다. 2018년, 
3년 6개월에 걸친 증류소 증설이 완료된 것. 새로운 증류소인 더 맥캘란 에스테이트(The Macallan Estate)의 탄생은 생산량 증대 효과만 가져온 게 아니다. 증류소 자체에 미적 가치를 더하고 ‘술’례자들을 위한 다양한 볼거리를 마련했다. 증류소 증설 프로젝트는 파리의 퐁피두 센터를 디자인한 것으로 유명한 세계적인 건축 디자인 그룹 로저스 스터크 하버 파트너스(Rogers Stirk Harbor + Partners)가 맡았다. 더 맥캘란 에스테이트의 건축 포인트는 스코틀랜드 고대 언덕을 얹은 듯한 지붕. 1800개의 기둥, 2500개의 각기 다른 부품을 포함해 약 38만 개의 개별 구성 요소로 이루어졌다. 20여 개 분야 전문가 400여 명이 머리를 맞대고 만들어낸 덕분에 새로운 증류소는 스코틀랜드 정부로부터 ‘경관 가치가 큰 지역(Area of Great Landscape Value)’으로 인정받았다. 내부 역시 외관 못지않게 훌륭해 방문자들의 탄성을 자아낸다. 내부에 들어서면 만나게 되는 세 종류의 증류기가 원을 그리며 세워진 모습은 그 웅장함으로 보는 이를 압도한다. 증류소의 한쪽 벽면은 840개가 넘는 맥캘란 병으로 장식된 아카이브 공간. 종류만 해도 300여 가지가 넘는다. 그동안 맥캘란 제품 숙성에 사용된 오크통들을 전시한 익스피리언스 센터(Experience Center)도 마련됐다. 벽면, 익스피리언스 센터에 걸린 병과 오크통을 구경하는 것만 해도 반나절은 순식간이다. 그러나 증류소 탐방의 묘미는 뭐니 뭐니 해도 역시 브랜드의 제품을 시음해보는 것이다. 증류소에 위치한 바 공간에서 다양한 맥캘란 제품을 시음할 수 있는데 그 종류만 600여 가지로 위스키 마니아들의 천국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심도 있는 투어를 위한 전문 가이드가 동행하는 ‘맥캘란 식스 필러스 투어(Macallan Six Pillars Tour)’도 운영 중이니 관심 있다면 공식 홈페이지를 참조하자. 
Web. www.themacallan.com

 

 

증류소는 지역을 대표하는 강 테스트 리버와 유기적으로 연결된다.

 

수상한 모양새의 글라스 하우스에서는 봄베이 사파이어의 핵심 원료가 재배되고 있다.

 

봄베이 사파이어 증류소에서는 봄베이 사파이어 진을 제조하는 공정을 눈앞에서 관람할 수 있다.

 

원료가 살아 숨 쉬는 진 증류소
Bombay Sapphire Distillery

영국 햄프셔주 레이버스토크(Laverstoke)에 위치한 옛 지폐 제지 공장을 리노베이션해 지은 봄베이 사파이어 증류소. 멀리서부터 시선을 사로잡는 수상한 유리 온실은 이곳에 무궁무진한 즐길 거리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암시한다. 세계적인 디자인&건축 스튜디오 헤더윅 스튜디오(Heatherwick Studio)가 디자인한 봄베이 사파이어 증류소의 공간은 크게 세 곳으로 나뉜다. 헤리티지 룸, 갤러리, 바가 모여 있는 공간, 다양한 허브와 향신료를 증류한 알코올에 향을 입히는 봄베이 사파이어의 핵심 제조 과정인 증기 주입 공정이 이루어지는 공간, 그리고 진의 원료가 재배되는 글라스 하우스(Glass House)라 불리는 온실 공간이다. 남다른 형태가 돋보이는 온실에서는 봄베이 사파이어 진을 제조하는 데 필요한 노간주나무, 레몬피, 그레인 오브 파라다이스, 고수 등이 재배되고 있다. 와인처럼 주요 원료의 가짓수가 적지 않은 한 원료의 원물을 증류소에서 만나보기는 힘들 터, 그래서 10여 종이 넘는 원료를 식물 상태로 만나볼 수 있는 봄베이 사파이어 증류소는 더욱 특별하다. 그 외 봄베이 사파이어 진으로 만든 다양한 칵테일을 즐길 수 있는 더 밀 바(The Mill Bar), 기존의 화폐 제지 공장과 봄베이 사파이어의 역사를 살필 수 있는 전시 공간 등 볼거리가 풍부하다. 증류소 투어는 기본 투어부터 칵테일 마스터 클래스, 온실 공간 투어, 역사 탐방 등 다양한 주제로 구성돼 취향에 따라 골라 즐길 수 있다. 
Web. distillery.bombaysapphire.com

 

 

죠셉 펠프스 빈야드의 핵심은 테라스 공간이다. 광활한 빈야드를 바라보며 와인을 시음해볼 수 있다. 

 

오크통에서 숙성되고 있는 와인들.

 

나파밸리 와이너리 중에서도 규모가 크기로 손꼽히는 죠셉 펠프스 빈야드의 전경. 

 

와이너리의 역사를 살펴볼 수 있는 라이브러리 공간.

 

미국 나파밸리 와인의 심장
Joseph Phelps Vineyards

미국 와인의 중심지 나파밸리에서도 가장 넓은 빈야드를 보유한 것으로 손꼽히는 죠셉 펠프스는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와이너리다. 건축가 존 마시 데이비스(John Marsh Davis)가 1973년 지은 와이너리 건물은 2015년 리노베이션됐는데, 완전히 새로운 모습으로 탈바꿈하지 않고 원래의 건축적 특징은 살리면서 보다 모던하고 세련되게 공간을 업그레이드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따스한 분위기의 나무 소재로 마감된 건물 내부에는 숙성고와 같은 양조 시설부터 빈야드의 역사를 기리는 라이브러리, 와인과 요리를 함께 즐길 수 있는 레스토랑 등이 들어섰다. 그중 백미는 테라스 공간이다. 드넓은 빈야드가 끝없이 펼쳐지는 풍경을 파노라마로 즐기며 죠셉 펠프스의 최고 등급 와인인 인시그니아(Insignia)부터 와인 전문가의 가이드에 따라 다양한 나파밸리, 소노마 코스트 지역의 다채로운 와인들을 시음해볼 수 있다. 테라스 테이스팅은 개인 맞춤으로도 진행 가능하다. 다양한 와인보단 하나의 와인을 심도 있게 탐구하고 싶다면 인시그니아 빈티지 테이스팅 프로그램을 주목할 것. 6가지 빈티지의 인시그니아를 시음하며 비교해볼 수 있다. 단순히 맛을 음미하는 것에 만족할 수 없는 이들을 위해 인시그니아 블렌딩 클래스도 준비됐다. 죠셉 펠프스의 시그너처 와인인 인시그니아의 배합 기술을 배우고 직접 블렌딩해볼 수 있는 절호의 기회. 빈야드를 둘러보고, 다양한 와인을 시음하고 만들다 보면 어느새 허기가 밀려올 것이다. 마지막은 캘리포니아 로컬 식재료로 만든 수준급 요리를 선보이는 내부 레스토랑에서 식사하는 것으로 마무리한다면 완벽한 투어가 완성된다.
Web. www.josephphelps.com 

Cooperate 에드링턴 코리아, Bombay Sapphire, Joseph Phelp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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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EDITOR : 양혜연PHOTO : 에드링턴코리아, Bombay Sapphire, Joseph Phelp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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