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STYLE HOUSE ON THE ROOFTOP

둥근 돔형 천장이 인상적인 루프톱 공간. 이탈리아 건축가 조나타 달 포초는 이곳을 네모난 유리 상자 안에 담아 넣은 듯 독보적인 스타일로 변신시켰다.

2019.0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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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원형 천장 가운데 있던 기둥을 제거해 천장에 철제 빔을 설치한 것 외에 크게 구조를 변경하지 않은 거실. 증축한 창가에는 여러 사람이 모여 파티를 즐길 수 있는 아일랜드 바를 만들었다. 남자 조각상은 작가 부르노 루치(Bruno Lucchi) 작품이다.

 

세상에 없던 새로운 건물을 짓는 것이 모든 건축가의 꿈이겠지만, 이미 존재하나 의미 없는 공간에 새 생명을 불어넣는 것 또한 건축가로서 독보적인 존재감을 드러낼 수 있는 방법. 이탈리아 베네치아에서 활동하는 건축가 조나타 달 포초(Gionata Dal Pozzo)는 2년 전 자신이 쌓아 올린 명성에 확실한 방점을 찍을 수 있는 운명의 상대를 만났다.

 

가구와 작품의 조화를 중시하는 집주인의 취향을 보여주는 의자와 그림 매칭. 보색 대비로 인한 강렬한 인상이 공간에 생동감을 부여한다. 빨간 의자는 가에타노 페세가 디자인한 업(UP) 체어.   

 

1970년대 지어진 콘도 맨 위층에 자리한, 반원형 천장(Barrel Vault)으로 된 루프톱이 바로 그 주인공. 한동안 세탁소로 쓰인 이 루프톱은 건물 외진 곳에 자리해 사람들에게 세탁소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곳이었을 터. 하지만 건축가 포초는 자신이 꿈꾸던 공간을 만드는 데 이처럼 독특한 개성을 지닌 곳은 보지 못했다 말한다. 

 

기존 돔형의 루프톱은 그대로 유지하고 이를 네모난 상자 뚜껑이 덮은 듯 증축한 결과 생긴 공간에는 심플하고 모던한 주방을 마련할 수 있었다. 주방에서는 바로 정원 데크로 나갈 수 있어 파티를 열거나 야외에서 다이닝을 즐길 때 무척 유용하다.


“건축 디자인을 하면서 늘 갈망했던 건, 많은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고 영감을 떠올릴 수 있는 특별한 장소였습니다. 딱딱하고 건조한 건축 사무실과 달리 자유롭지만 특별한 기운이 흐르는 공간 덕에 풍성한 아이디어와 이야기가 생성된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반원형 천장의 루프톱은 포초가 안고 있던 그런 갈증을 한 번에 해결해주었다. 특히 이 루프톱은 반원형 공간이 연결된 구조로 실내 어느 곳 하나 네모반듯한 평범한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다고. “저는 가능한 한 이 집의 개성을 지켜주고 싶었습니다. 실내 구조를 고스란히 유지하는 동시에 공간이 품은 가치를 제대로 누리려면 여분의 공간이 필요했습니다.” 오랜 고민 끝에 포초가 내린 결론은 반원형 루프톱을 네모난 상자가 덮은 듯한 형태로 집 자체를 증축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반원형 루프톱은 증축한 큐브 가운데 자리 잡게 해 실내외 어디서나 그 특유의 모습을 즐길 수 있다. 

 

반원형 가장자리에 있는 마스터 베드룸 욕실. 공간의 확장감을 위해 욕실 상부 벽면은 모두 거울로 마감, 공간의 개성을 부각시켰다. 

 

반원형 천장 끝부분에 자리한 욕실. 곡선의 공간 특징이 드러나도록 세면대와 의자 등을 모두 유기적인 디자인으로 택했다. 

 

기존 루프톱 양쪽으로 정원을 만든 가운데, 이 정원의 모습을 실내에서도 즐길 수 있도록 한 결과, 드레스룸의 창문을 낮고 길게 내어 바깥 풍경을 안으로 들였다. 

 

“아치 중심을 떠받든 기둥을 제거하고 천장에 철제 빔을 설치했어요. 덕분에 아치의 아래 공간은 동선이 자유로운, 온전한 독립 공간이 되었죠.” 포초는 반원형 공간을 거실로 연출했고, 이를 기준으로 양쪽에 각각 주방과 침실, 홈오피스를 배치해 공간을 꾸렸다. 

 

증축된 공간에 마련한 마스터 베드룸. 기존 반원형 루프톱 건물 외벽이 새로 생긴 침실에서는 침대 헤드보드가 놓인 벽면이다. 정원과 하늘을 바라보며 숙면을 취할 수 있는 이곳은 자연 풍경을 담은 그림과 이를 닮은 색감의 쿠션이 놓인 드레스룸의 라운지 체어로 인해 한층 편안하게 다가온다. 

 

“이 집을 구상하며 빼놓을 수 없었던 것 중 하나는 실외 정원이었습니다. 야외용 가구를 새롭게 매칭해보는 실험실이 될 수 있을 뿐 아니라 휴식과 충전을 동시에 즐길 수 있어 건축 아틀리에로서는 꼭 갖춰야 할 요건이기도 했죠.” 

 

일부러 독특함을 추구하기 위해 의도한 디자인이라 착각할 수 있을 만큼 독특한 구조를 자랑하는 마스터 베드룸 욕실. 하지만 이 모든 게 기존 공간을 그대로 살린 디자인이다. 돔형 천장의 반원형 창은 공간에 입체감을 더하는 존재. 집주인은 이를 모던하게 표현하기 위해 천장과 벽면을 흰색으로 마감해 자연광이 들어오면 공간이 더 밝아지는 동시에 그림자로 인해 공간이 더 깊어 보이는 효과를 냈다. 


‘공간 속 공간’으로 구성된 이 집의 동선은 실제 경험해보면 무척 흥미롭다. 상대적으로 낮은 반원형 천장을 인 거실은 아늑하고 편안한 아지트 같지만 이 공간 양쪽으로 난 동선을 따라가보면 천고가 높은 개방형 주방이 나타나고, 정원으로 나가는 문을 열면 눈높이로 하늘이 펼쳐진다. 공간의 강약과 음양이 이상적 조화를 이루는 조건이라면 맞는 표현일까.

 

연속으로 이어지는 반원형 루프톱 공간을 수렴해 증축한 큐브 공간은 주방이 자리하고, 이 주방과 루프톱 공간 사이는 정원으로 꾸몄다. 정원의 마치 두상 조각상처럼 보이는 것은 디자이너 파비오 노벰브레의 아웃도어용 의자다.  

 

“저는 건축가이지만 가구와 작품에도 관심이 커 꾸준히 연구하고 배워서 상당 수준의 전문성을 갖췄습니다. 특히 공간의 색감과 분위기를 좌우하는 것은 마감재 역할도 크지만 가구와 아트워크의 조합에 따라 얼마나 그 의미가 달라지는지 잘 알고 있지요. 가구와 작품을 다루는 것은 제 직업상 또 다른 특권 중 하나라고 할 수 있죠.” 포초가 이 공간을 만든 목적 중 하나는 개인의 의미 있는 삶터 외에 직업적으로 실전이 이뤄지는 ‘실험실’로서의 집이 필요했단다. “저는 이 집의 독특한 구조를 배경으로 무언가 이야기가 펼쳐질 수 있기를 바랐습니다. 그리고 그 소설을 이끌어가는 등장인물은 다름 아닌 가구와 아트워크라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그런 의미에서 포초는 우선 이 ‘소설’ 속에 등장하는 가구는 무엇보다 각자 독특한 형태, 특유의 색깔을 지닌 ‘개성파’이길 원했다고. “구조가 독특하지만 상대적으로 어둡고 답답해 보일 수 있는 단점이 있었거든요. 그래서 거실에 들일 가구의 컬러와 형태는 과감할 필요가 있었습니다.” 포초가 거실을 위해 선택한 가구는 한마디로 비범하다. 장미꽃 모양의 라운지 체어, 빨래집게 모양의 사이드보드, 비정형 모듈 소파 등 어느 하나 전형성을 찾아보기 힘든 디자인. “하지만 알고 보면 이 모든 가구는 디자인사에서 ‘고전’이라 불릴 만큼 그 심미성과 기능성을 인정받은 것입니다. 고전 소설에서 보면 등장할 법한 전형성을 지닌 캐릭터라고 할까요. 그리고 저는 이 캐릭터의 의미를 돋보이게 연출하기 위해 아트워크 선정에도 신중을 기했습니다.” 예를 들면 정원과 거실 사이에 있는 계단에는 마치 문을 열고 집으로 들어오는 듯한 모습을 한 신사를 표현한 조각상이, 벽면 선반 끝에는 한쪽 다리를 접고 계단에 걸터앉은 듯한 형상의 조각 작품이 원래 제자리인 듯 놓여 있다. 그리고 잘 살펴보면 이 집에 존재하는 조명이나 소품 역시 마찬가지. 전형적인 데스크 램프처럼 보이는 조명도 무언가를 잡고 있는 손 모양 장식을 더한 위트 있는 디자인으로, 어느 하나 눈길이 머물지 않는 것이 없다. 

 

푸른 하늘이 배경이 되는 옥상 정원. 대형 화분에 잎이 풍성한 나무를 심어 그늘을 만들고 그 옆에 자연의 색감을 부각시킨 아웃도어 가구를 놓아 휴양지처럼 특별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이 모든 것이 누군가에게는 과하게 보일 수는 있겠죠. 하지만 그렇다 해도 이로 인해 생성되는 숱한 이야기가 우리 삶에 중요한 자양분이 된다고 자부합니다. 이 집은 제가 일상을 보내기도 하지만 동료 건축가나 디자이너, 예술가 등이 모여 회의도 하고 파티를 하며 미팅도 갖는 아틀리에 성격도 강하죠. 그러다 보니 화제를 끌어내고 상상력에 자극을 주는 모티프로서 가구와 작품의 조합은 중요할 수밖에 없습니다.” 포초가 이 공간을 꾸미며 키워드로 삼은 건 바로 ‘놀라움’과 ‘즐거움’ 그리고 ‘아이러니’라고. 그리고 이러한 포초의 의도는 루프톱 정원에서 ‘반전’으로 대미를 장식한다. 의자의 뒷모습을 사람 얼굴로 표현한 파격적인 디자인의 아웃도어 의자가 정원에 들어선 사람들을 무심한 표정으로 맞이하고 있으니 말이다. “예술과 디자인만큼 사람을 이해하고 인생을 보듬을 수 있는 매개체는 없는 거 같아요. 우리 집에서만큼은 많은 사람들이 유쾌한 예술적 자극을 기꺼이 받아들이고 서로 소통하며 관계를 발전시켜간다면 이보다 멋진 집은 또 없을 거라 자부합니다.”  

WRITER LEE JUNG MIN​

 

 

 

더네이버, 공간, 인테리어, 조나타 달 포초

CREDIT

EDITOR : 양혜연PHOTO : Mattia Aquil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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