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STYLE 경극과 창극이 만날 때

<패왕별희> 하면 장국영을 먼저 떠올릴 것이다. 국립창극단이 대만 연출가 우싱궈와 손잡고 2년간 공들여 만든 신작 창극 <패왕별희>를 선보인다. 영화와는 완전히 다른 작품이다.

2019.0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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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이면 늘 생각나는 사람, 장궈룽(장국영). 그가 <아비정전>에서 이런 말을 했다. “세상에 발 없는 새가 있다. 날아다니다 지치면 바람 속에서 쉬는 그 새가 딱 한 번 땅에 내려올 때가 있다. 바로 죽을 때다.” 영화의 저주였을까, 예술적 승화였을까. 2003년 만우절, 장궈룽은 발 없는 새처럼 땅에 나려왔다. “마음이 피곤해 더 이상 세상을 사랑할 수 없다”는 말을 남긴 채. 그를 떠올릴 때면 늘 함께 생각하는 영화 <패왕별희>가 무대에 오른다. 국립창극단의 창극 <패왕별희>다.

 

이자람, 우싱궈

 

공연 소개에 앞서 두꺼운 글씨로 밑줄 그어 강조할 사실이 있다. 창극과 장궈룽의 영화는 완전히 다른 작품이라는 사실이다. 시작은 같았다. 둘은 경극 <패왕별희>에서 비롯했는데, 경극은 초한쟁패기(楚漢爭覇期)를 배경으로 한다. 그러나 영화는 1924년부터 1977년까지, 군벌 시대부터 일본 점령, 국민당 정권, 공산당 해방, 문화대혁명까지의 격변기를 훑는 데 공을 들인다. 이에 비해 창극은 경극의 주 무대인 초한 전쟁을 온전히 가져온다. 적통을 따진다면 영화보다는 오히려 창극이 적통에 가까운 셈이다. 


이야기는 전국 각지에서 봉기가 일던 진나라 말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초나라에 항우와 유방이라는 걸출한 인물이 있었다. 대장군 가문의 항우는 ‘항우장사’라는 말을 만들어낼 만큼 기백 넘치는 용장으로, 대규모 군사를 거느리고 있었다. 그에 반해 농가 출신의 하급 관리였던 유방은 이끄는 군사 수는 적었지만 따르는 이들이 많은 덕장이었다. 두 사람은 ‘먼저 함양을 함락시키는 자를 왕으로 삼는다’는 초희왕의 말에, 함양으로 동시에 출격한다. 결국 왕의 항복을 받아낸 이는 유방이었고, 약속대로라면 유방이 초나라의 왕을 이어야 했다. 


그러나 항우는 이에 불복, 초희왕을 시해하고 스스로 서초패왕 자리에 오른다. 그리고 유방을 한나라의 한왕으로 봉해 멀리 변방으로 쫓아낸다. 이후 천하를 동과 서로 양분한 항우와 유방의 전쟁이 시작되는데, 바로 초한 전쟁이다. 전쟁은 4년간 지속되었다. 처음에는 항우가 승기를 잡는 듯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며 유방의 세력이 점점 커졌다. 그의 휘하에는 과거 항우를 모시던 이들도 있었는데, 지략가 한신도 그중 한 명이다. 결국 항우는 유방에게 건너간 한신의 지락에 의해 사면초가 신세가 된다.


모두가 항우를 떠나는 가운데서도 그의 곁을 지킨 이가 있었으니, 애첩 우희다. 제목인 ‘패왕별희’는 ‘패왕과 우희의 이별’이라는 뜻이다. ‘역발산기개세’라며 신세를 한탄하던 항우는 우희더러 유방에게 가서 목숨을 보전하라 권한다. 이에 우희는 ‘어떻게 두 지아비를 섬길 수 있느냐’며 ‘천하통일을 꿈꾸는 황제는 계집을 마음에 두면 안 된다’ 말하고 그 자리에서 자결한다. 이제야 밝히지만, <패왕별희>는 패왕 항우와 그의 총희 우미인의 애틋한, 그러나 결연한 사랑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원전이 되는 경극 <패왕별희>가 유명해진 건 메이란팡(매란방) 덕이다. 메이란팡은 여성이 무대에 출연할 수 없던 시절, 여장을 전문으로 했던 ‘단’으로 활약한 배우다. 특히 그는 아름다운 미모와 고운 음색으로 경극대왕이라 불리기도 했는데, 영화에서 장궈룽이 연기한 데이는 메이란팡을 모델로 만들어진 인물이다. 우희는 <패왕별희>에서 가장 조명을 받는 역할로, 이번 창극에서는 김준수가 우희 역을 맡는다. 김준수는 창극계에서는 시아준수(김준수) 못지않은 인기를 누리는 젊은 소리꾼으로, 이미 <트로이의 여인들>에서 헬레네 역을, <내 이름은 사방지>에서 사방지 역을 맡아 여성 역을 경험한 바 있다. 그가 메이란팡, 장궈룽을 이어 새로운 우희로 떠오를 수 있을까?


연출은 50여 년간 경극에 출연하고 또 경극을 연출해온 대만의 우싱궈가 맡았다. 그는 항우의 대인배적 면모를 부각시키고자 이번 창극에 홍문연 장면 등 경극에는 없던 장면을 추가했다. 우싱궈가 골격을 세웠다면 작품의 근육인 작창은 젊은 거장 이자람이 맡았다. 공연은 4월 5일부터 14일까지 국립극장 달오름극장에서 확인할 수 있다. 

※ 이 글을 쓴 김일송은 공연 칼럼니스트이다.

Cooperation 국립창극단 

 

 

 

더네이버, 공연, 패왕별희

CREDIT

EDITOR : 김일송PHOTO : 국립창극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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