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m 32cm. 그를 설명할 때 신체적 장애를 거론하지 않기란 쉽지 않다. 귀 밝은 이라면 그의 음악성에 대해 이야기하겠지만, 그것은 필자의 역량 밖 일이다. 귀가 어두운 필자 입장에서는 그의 인간극장만이라도 온전히 전하면 다행이겠다. 독일 출신 성악가 토마스 크바스토프. 앞서 밝혔듯 그의 키는 성인 비장애인의 가슴팍에 닿을 듯 작다. 신장만 작은 게 아니다. 짧은 그의 팔로는 박수를 치기조차 쉽지 않아 보인다. 손가락은 모두 일곱. 그 모든 건 어머니가 임신 중 먹은 입덧방지제 탈리도마이드 한 알 때문이었다. 이 약은 임신부에게는 효과적이었지만, 태아에게는 치명적이었다고. 크바스토프는 자서전 <빅맨 빅보이스>에서 그 피해자가 1만2000명 정도라고 추산했다. 그가 자라면서 장애인으로서 겪었을 차별, 고통, 그리고 고독을 상상하기란 쉽지 않다. 그의 고백에 따르면 예민한 사춘기 시절, 그를 위로해준 건 음악이었다고. 어린 시절부터 음악에 재능을 보여 꼬마 카루소라 불렸던 크바스토프는, 그렇게 열세 살이 되던 해부터 유명 소프라노 샬로트 레만에게 정기적으로 레슨을 받았다. 샬로트는 그에게 발성법을, 남편인 에른스트 후버-콘트비히는 음악이론을 가르쳤다.

그렇게 음악은 그에게 희망이 되었고, 또 절망이 되었다. 재능을 살려 하노버 음대에 진학하려 했지만, 그는 시험장에 들어갈 수조차 없었다. 당시 음대학장은 이렇게 말했다고. “교육법상 성악과에 입학하려면 최소한 피아노 같은 악기 하나 정도는 다룰 줄 알아야 합니다.” 언급했듯 그의 손가락은 일곱 개로, 그마저 어깨에 바로 붙어 있었다. 음대 진학이 좌절되었으나, 그는 음악가의 길을 포기하지 않았다. 레슨은 계속되었다. 무려 17년 동안이나. 아들의 레슨을 위해 크바스토프의 아버지는 17년 동안 매주 60km를 오갔다. 레슨은 크바스토프가 ARD국제음악콩쿠르에 출전하며 끝이 났다. ARD는 독일 방송국에서 주최하는 콩쿠르로 최고 권위를 자랑한다. 이 콩쿠르에서 그는 바흐의 ‘마태수난곡’ 중 ‘내 맘을 받아주오’와 멘델스존의 ‘신이여 내게 자비를’을 불렀다. 난장이가 쏘아 올린 작은, 그러나 극장을 가득 채운 큰 울림에 심시위원은 우승상을 주는 것으로 화답했다. 이후는 승승장구였다. 

그러나 세상이 호의로 가득 찼던 것은 아니다. 그를 시기한 누군가는 그의 면전에서 “네가 거둔 성공은 장애에 대한 혜택(Cripple Bonus)”이라고 공격했다. 이에 대해 그는 자신의 장애에 빚진 부분이 없지 않다고 인정한다. 그러면서 덧붙인다. “장애로 호의를 입지 않았다고 말할 수는 없다. 그러나 한 번이다. 단지 그게 전부라면, 나의 장애를 보기 위해 공연장을 찾던 사람들은 더 이상 공연장에 오지 않을 것이다. 무대에 계속 설 수 있다는 건, 다시 말해 장애 이상의 무언가가 있다는 것 아니겠는가.”

실제로 독일 음악비평가 요아힘 카이저는 2004년 바이로이트 페스티벌 무대에 선 그에게 “상처를 입고 괴로워하는 암포르타스 왕 연기가 마치 자신의 괴로움을 형상화한 듯하다”며 찬사를 보냈다. 수상 이력도 그의 실력을 입증한다. 그는 독일 에코 클래식상(6회)과 미국 그래미상(3회), 로열 필하모닉 소사이어티가 수여하는 ‘골드 메달’과 ‘헤르베르트 폰 카라얀 음악상’ 등을 수상했다.

그의 무엇이 그의 음악에 감동하게 만드는 것일까. 그의 고백처럼 장애에 대한 호의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 감히 상상하건대, 그보다는 장애로 인한 시련과 시련을 극복하기 위한 노력이 더 깊은 울림을 주었던 것은 아닐까. 작은 울림통에서 나온 그의 소리가 주는 감동은 거기서 비롯될 것이다. 2012년 클래식 무대에서 내려와 재즈 아티스트로 제2의 삶을 꾸리고 있는 그가 지난해 발표한 앨범 <Nice ‘N’ Easy>를 들고 한국을 처음으로 찾는다. 노래가 전하는 감동, 그 이상의 감동이 있을 것이다. 공연은 3월 19일 LG아트센터에서.

※ 이 글을 쓴 김일송은 공연 칼럼니스트이다.
Cooperation LG아트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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