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STYLE 경계의 가구

더 이상 채움을 위한 가구가 아니다. 공간에 놓인, 그것 자체로 예술이 된 가구. 봄날의 컬처 로드, 그 두 번째는 예술과 삶의 경계에서 새로운 이야기를 들려주는 ‘가구’가 있는 풍경이다.

2019.0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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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방, 그 안에 머무는 것들

몇 년 전만 해도 미술 작품이 아닌 가구가 갤러리에 전시된다는 사실 자체가 낯설었다. 그런데 디자인과 예술의 경계가 무너지면서 전시장 풍경이 크게 바뀌었다. 조명, 테이블웨어, 오브제 등 굳이 회화, 조각, 설치라는 거창한 예술의 이름을 달지 않더라도 독창적인 아이디어와 프로그램만 있다면, 전시장 문턱을 넘는 일이 한층 수월해졌다. 특히 우리의 삶과 가장 밀접한 ‘가구’는 대중의 친근함과 호기심을 바탕으로 전시장 나들이의 일등 주역이 된 지 오래다. 


이는 가구에 대한 대중의 관심을 방증하는 일일 터. 하지만 그 관심이 비단 가구에만 머물지 않는다. 더 정확하게, 사람들은 이제 ‘공간’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예쁜 오브제, 아름다운 공간을 찾아 나서는 것이 커피를 마시고, 맛있는 음식을 먹는 것만큼이나 작은 위안과 여유를 선물한다는 사실을 사람들은 명확히 인지하고 있는 것이다. 그저 예쁜 가구를 찾기보다 내 삶의 공간을 어떻게 꾸밀 것인지, 공간을 어떻게 아름답게 영유할 것인지에 초점을 맞추기 시작했다. 올봄, 가구의 외출을 주목한 이유다. 


봄날의 한옥과 가구. 그 조합만으로도 여유와 낭만이 흐르지 않는가. 인테리어 디자이너 양태오가 북촌에 흥미로운 사랑방을 열었다. 예올 한옥에서 펼쳐진 <사랑방, 그 안에 머무는 것들>이 그 현장. 왜 그는 조선 시대의 사랑방을 주목한 것일까. 자, 우선 사랑방이 어떤 공간인가. 조선 시대 선비 정신의 상징이자, 바깥주인인 남성들의 침실이자 서재이며, 손님을 맞는 응접실로 쓰이던 공간이다. “사랑방이란 단어를 많이 들어보았지만 그 의미에 대해서는 잘 모르고 있는 점이 아쉬웠습니다. 이번 전시를 통해 사랑방의 역할과 의미를 새롭게 살펴보고, 그 안에 쓰인 가구들이 현대인의 공간 속에 들어올 수 있도록 친숙하게 재해석되어, 그 의미 또한 현재로 계승되길 바라는 마음입니다.” 사랑방의 현대적인 재해석. 디자이너 양태오는 책이나 문방구류를 올려두는 사방탁자를 가로로 긴 형태로 변형하고, 대표적인 전통 소품 중 하나인 촛대에서 영감을 받은 스탠딩 램프, 소반에서 형태를 빌려와 독서대를 겸한 기능을 추가한 의자, 책상, 병풍 등 사랑방의 의미와 역할을 담아낸 가구를 그만의 이야기를 덧대어 새롭게 조형했다. 손님을 맞이하는 다실에는 프로젝션을 통해 해금 연주가, 한옥 건축가의 시 낭독과 연주가 상영된다. 디지털 형식으로 손님을 맞고 함께 풍류를 즐기는 다실. 과거와 현대가 어우러진 기묘한 다실이 아닐 수 없다. 이뿐인가. 그가 10년간 수집해온 가야 시대 도기도 함께 전시된다. 옛 가구에 담긴 고아한 풍취를 동시대적 가구를 통해 풀어낸 양태오의 이번 전시는 옛 가구 하면 고리타분하다는 편견과 동시대 공간에는 어울리지 않다는 편협함에 작은 파동을 안겨줄 것이다. 이 정겨운 사랑방은 3월 15일까지 누구에게나 열려 있다.   

 

 

 

낯선 익숙함
소피스 갤러리에서 열리는 전시 <낯선 익숙함>에서 만나게 될 가구는, 흔히 상상하는 가구보다는 조각, 오브제에 더 가깝다. 김상훈, 한정현, 박진희, 세 작가는 디자인과 미술을 넘나드는 독창적인 풍경을 선사한다. 한정현 작가는 가구에서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소재인 나무를 가지고 작업을 펼친다. 그의 작품에 나타나는 주요 특징은 가구 본연의 촉각과 물성, 그리고 비틀림, 꺾임, 끼워 맞춤 등의 기법을 통해 단순함 속에 입체적이며 역동적인 요소를 불어넣는다. 누에고치를 모티프로 제작한 커피 테이블, 유려한 곡선으로 이어지는 기다란 벤치 등 대칭과 비대칭의 경계를 넘나들며 곡선과 직선이 자유롭게 유희하지만, 그 안에서 절묘한 균형 또한 발견된다. 특히 상판이 삼각형으로 중첩되는 작품인 ‘Triad & Beyond’는 박선기 작가의 모빌 조각과 컬래버레이션하여 색다른 느낌을 자아낸다. 레고 블록의 액자 틀과 직물을 이용한 뜨개질을 통해 회화와 오브제가 교차하는 독창적인 예술 세계를 선보이는 박진희 작가, 메모리폼 소재를 사용해 가구의 실용성이라는 본질과 예술성을 섭렵한 김상훈 작가의 작품까지. 회화, 디자인, 조각, 가구, 그 경계의 미학을 목도할 수 있는 전시 <낯선 익숙함>이다.    

 

 

 

하우스 오브 핀 율 서울
오리지널 가구의 가치는 21세기의 현대 공간 속에서 더욱 빛을 발하는 중이다. 20세기 디자인 거장 핀 율. 그의 가구를 직접 만날 수 있는 하우스 오브 핀 율 서울에도 봄이 찾아왔으니. 하우스 오브 핀 율 서울의 단독 쇼룸 확장. 이를 기념해 <VELKOMMEN HJEM(Welcome Home)> 전이 2월 28일까지 함께 열린다. 기능을 최우선으로 강조하던 전형적인 북유럽 가구 스타일에서 탈피, 섬세하고 조각 같으면서도 기능적인 디자인 가구를 탄생시킨 핀 율. 보다 넓어진 하우스 오브 핀 율 서울에서 그가 건네는 말랑말랑한 감성에 빠져봐도 좋겠다. 예술과 삶, 그 위에서 생동하는 아름다움. 지금 대중이 주목하는 것은 어쩌면 가구가 아니다. 그것을 둘러싼 ‘삶’일지도 모른다. 

Cooperation 소피스 갤러리, 예올, 하우스 오브 핀 율 서울

 

 

 

더네이버, 인테리어, 가구

CREDIT

EDITOR : 설미현PHOTO : 하우스 오브 핀 율 서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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