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SHION 패션계에 부는 다운에이징 트렌드

2019 S/S 시즌 런웨이를 넘나드는 패션계의 다운에이징 트렌드.

2019.0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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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가 들어간다는 것은 자연의 법칙이자 신의 섭리다. 세상 모든 이에게 평등하게 부여된 숙명. 그리니치 천문대를 기준으로 1월 1일, 시간은 공평하게 적용되고 전 세계 누구나 나이를 먹는다. 부자든 가난하든, 가방끈이 길든 짧든, 외모가 수려하든 아니든 간에 말이다. 모든 삶의 유한성, ‘언젠가는 끝나 흙 한 줌으로 남을 것이다’라는 생각에 이르면 막무가내로 인생이 허무해져 깊은 슬픔에 휘말리곤 한다. 나이를 먹는다는 것은 그 유한성을 깨닫게 해주는 고통이기도 하고, 그 유한함 앞에 겸허해지는 깨달음을 주기도 한다. ‘무엇이든 될 수 있었던 내가 이것밖에 할 수 없는 상태’를 인지하고 받아들이는 순간 후회와 회한이 밀려오는 것은 인간이라면 누구나 가지는 감정일 터다. 그래서인지 남녀노소 나이와 국적을 불문하고 누구나 젊음을 동경한다. 심지어 세상 풋풋한 20대 초반의 청춘들조차도!


안티에이징을 넘어서 ‘다운에이징’이 화두인 세상이다. 잊을 만하면 이슈로 떠올라 끊임없이 회자되는 다운에이징 열풍은 패션과 뷰티, 라이프스타일도 예외는 아니어서 곳곳에서 ‘에이징’과의 전투가 한창이다. 나이가 들면 그 삶의 오랜 경험이 숙성 발효해 현명하고 지혜로워진다는 말(보편적이기는 하나 일반적인 것은 아니다)도 있지만, 내적 성숙도를 외적으로 증명할 수는 없는 노릇이라 그렇게 ‘동안, 동안’ 하는 건지도 모른다. 트렌드 전선에서 밀려나지 않기 위해, 또 편승하기 위해, 그리고 앞서기 위해.


 

패션계에서 논의된 에이징에 대해 짚어보자. ‘에이징(Aging)’이라는 단어가 출현한 초기만 해도 노화는 거스를 수 없는 숙명과도 같았다. 특히 은퇴 수명이 다른 직업보다 확연히 빠른 패션 모델에게도 세월의 흐름은 비껴가질 않았고 치명타였다. 제아무리 톱모델이라 할지라도 무섭게 추격해오는 신예들에게 자리를 양보해야 했다. 하지만 ‘안티에이징’의 등장은 외적으로 다가오는 노화를 늦추고 방지한다는 개념을 전파했고, 퇴장하는 기성세대에게 새로운 활력을 가져다주었다.  


개인적인 이야기를 하나 털어놓자면, 매거진 패션 에디터라는 직업을 가졌음에도 에디터는 의외로 나이 듦에 대해(30대 싱글 여성임에도) 예민하지 않은 편이다. 심지어 그 흔한 시술도 딱 한 번 받아본 뒤(솔직히 필러 한 번 맞아봤다) 원하는 효과를 전혀 보지 못해 이후 관심이 뚝 끊긴 상태다. 피부과에 방문한 횟수도 다섯 손가락 안에 꼽을 지경. 동안도 아닌데 말이다. ‘그냥 생긴 대로 살자, 바쁘니까…’라고 위안하기도 했다. 스스로를 워커홀릭이라는 우리 안에 가둬놓고 다독이며 살아왔다. 그런 에디터조차 관심을 쏠리게 하는 패션계 이슈가 바로 90년대 슈퍼모델들의 화려한 귀환이다. 그녀들은 함께 캣워크에 오른 10대 모델들과 견주어도 전혀 꿀리지(?) 않아 보였다. 오히려 관록과 에지를 더한 그녀들의 카리스마 넘치는 워킹은 두고두고 재생해보고 싶었을 정도다. 한편으로는 나 자신을 깊이 반성하게 만든 계기가 되었다.    

 

 

 

패션계의 흐름이 이제 다운에이징을 넘어 자기 관리에 따라 얼마든지 바뀔 수 있는 생체 나이, 즉 ‘Biological Age’에 포커싱을 맞춰 움직이고 있다. 신체 나이보다 생체 나이가 중요하다는 사실을 많은 대중이 주목하는 런웨이를 통해 각인시키는 중. 2019 S/S 시즌에도 내로라하는 럭셔리 하우스에서 90년대 슈퍼모델들을 대거 기용해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우선 돌체&가바나 쇼에는 90년대를 휩쓴 기라성 같은 모델이 대거 등장했다. 카를라 브루니, 모니카 벨루치, 헬레나 크리스텐센 등 이름만 들어도 입이 떡 벌어지는 그녀들의 등장만으로 관객은 술렁였고, 피날레 후 박수갈채가 끊이질 않았다. 살바토레 페라가모 런웨이는 스텔라 테넌트가 그 스타트를 끊었으며, 베르사체 피날레는 샬롬 할로가 멋지게 장식했다. 발렌티노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피에르파올로 피촐리 역시 90년대 슈퍼모델을 런웨이 전면에 내세웠다. 크리스틴 맥메너미가 입은 블랙 오프숄더 벌룬 가운을 시작으로 마티스와 고갱의 작품에서 차용한 드레스를 연달아 선보였고, 쿠튀르를 방불케 할 액세서리도 더해 이슈화했다. 


우리는 지금 안티에이징의 새로운 갈림길에 서 있다. 현명하고 지혜롭게 나이 들어가기, 그리고 노화를 편안하게 수락하는 입장인 ‘웰에이징(Well-Aging)’, 젊음의 정수를 자신의 삶에 적극적으로 재이식해 나이도 노화도 충분히 관리할 수 있다는 ‘다운에이징(Down-Aging)’ 말이다. 인간의 성숙은 환영받아 마땅한 일이지만 모든 것을 외모로 판단하는 ‘편견’이라는 도구를 무시할 수는 없는 노릇이니까. 특히 요즘처럼 빠른 디지털 세대에 편승하고 앞서가려면 말이다. 2019년 패션계에 불어올 ‘바이올로지컬 에이지=생체 나이’의 개념은 나이 듦과 노화에 대한 다양한 견해와 태도를 어떻게 바꿔나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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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EDITOR : 오현민PHOTO : Imaxtr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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