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STYLE 현재와 미래를 품은 공간으로 초대

중세 벨기에에 지어진 고성이 앤티크 딜러의 자유로운 감성을 만나 독특한 스타일로 변모했다. 과감한 원색으로 재해석된 앤티크부터 지오메트릭 패턴으로 모던하게 변신한 공간까지. 현재와 미래를 품은 공간으로 초대.

2019.0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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벨기에 플랑드르 지방에 자리한 귀족의 사냥 별장이었던 이곳은 13세기에 지어진 성으로 주위는 연못으로 둘러싸여 있다. 

 

벨기에 앤티크 딜러이자 인테리어 디자이너인 장 필리프 드마이어(Jean Philippe Demayer)는 자신이 추구하는 디자인에 대해 이렇게 설명한다. ‘용기를 내어 창의력과 독창성을 발휘하면 과감하게 인생에서 가장 아름다운 것을 만들 수 있다.’ 독보적인 개성으로 벨기에는 물론 해외에서 많은 러브콜을 받는 드마이어는 한적한 시골집에서 작업에 몰두한다. “저는 무언가를 끊임없이 지켜보면서 영감을 얻는 편이에요. 차를 타고 이동하든 계속 머무는 공간이든 나의 상상력을 자극할 수 있는 것을 발견하고 그것을 나의 디자인 세계로 편입시키려 노력합니다. 최근 몇 년 사이 저는 무언가를 보고 느끼고 제 안에 흡수하는 능력이 더 강해졌음을 느끼는데 이는 대부분 이 집에서 현실로 표현됩니다.” 

 

거실에 놓인 가구 중 눈에 띄는 것은 집주인이 리폼한 흰색 프레임의 암체어다. 원래 이 의자는 벨기에 플랑드르 지방 노동자 계급의 집에서 흔히 사용하던 것으로 오크 프레임에 갈색 꽃무늬 커버 조합이 특징이었다고. 지금은 집주인이 이비사에서 구입한 스트라이프 패브릭을 입고 모던한 의자로 재탄생했다. 

 

오크 우드 베이스의 1950년대 빈티지 소파와 1960년대 제작된 모자이크 타일 상판의 사이드 테이블이 놓인 공간. 

 

벨기에 플랑드르 지역 브루게 중심에서 차로 10분 거리에 있는 드마이어의 집은 단순히 집이라 표현하기 힘들다. ‘루이젬(Rooigem)’이라 불리는 이곳은 성벽과 연못으로 둘러싸인 13세기 한 귀족 가문의 사냥 별장으로, 고풍스러운 아름다움은 그대로지만 내부에 발을 디디는 순간 누구도 상상할 수 없는 새로운 세계가 펼쳐진다. 그도 그럴 것이 벨기에, 프랑스 지방의 앤티크를 비롯해 모로코, 이비사 등에서 건너온 에스닉 스타일의 가구와 조명, 패브릭에 이르기까지 시공을 초월한 다채로운 인테리어 컬렉션이 ‘드마이어’의 상상력을 통해 재해석되면서 독보적인 개성을 표출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곳의 인테리어는 대담한 병렬 배치, 밝은 색상, 기하학적 모티프와 진지한 감각이 특징이다. 골드 프레임의 전통 회화가 걸린 벽면은 원색 페인팅과 기하학적 패턴으로 장식되어 있는가 하면 에스닉한 라탄 가구와 귀족적인 유려함이 돋보이는 프랑스 화기가 짝을 이루며 한마디로 정의할 수 없는 오묘한 매력은 신비롭게 다가온다. 이 집에 있는 수많은 가구와 소품, 그림은 모두 드마이어가 직접 수집한 것이다. 하지만 컬렉션 하나하나를 들여다보면 구입 당시 원형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는 것은 별로 없다. “저는 앤티크를 좋아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 물건이 탄생했을 당시의 원형을 고수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그리고 이를 활용해 인테리어 디자인을 할 때 시대 양식을 파악해 엄격하게 준수하는 것도 싫어합니다. 정형화된 공간에서는 감동과 공감이 일어나기 힘들기 때문입니다.” 드마이어의 디자인은 호기심을 자극하는 파격적인 화법을 구사함으로써 공간과 사람 사이에 상호작용이 일어나도록 이끈다. 드마이어는 서로 다른 배경에서 태어난 앤티크, 빈티지 가구와 조명, 소품의 유연한 조합을 즐긴다. 

 

온실 정원이었던 테라스는 지금도 이국적인 식물을 키우며 휴식처로 활용한다. 셀렘나무가 놓인 테이블은 1930년대 우드 작업대로, 지금은 콘솔 같은 역할을 한다. 이 위에 놓인 화려한 색감의 도자기 스탠드는 1950년대 플랑드르 지방에서 제작한 것이고, 안락의자는 1950년대 제작된 이탈리아 빈티지다. 

 

이 집에서 유일하게 차분한 컬러로 꾸민 이곳은 여름을 주제로 조성했다. 모로코에서 가져온 라탄 테이블과 이비사에서 구한 스트라이프 원단으로 리폼한 1970년대 안락의자로 안온한 휴식처를 완성했다.  

 

손님을 맞이하는 응접실에서 눈에 띄는 컬렉션은 창가에 놓인 프랑스 디렉투아르 스타일의 암체어다. 원형 테이블은 네덜란드 메이플 우드로 만든 것, 그 위에 놓인 화병은 1880년대 브루게에서 제작된 것이다. 벽면에 걸린 태피스트리는 1970년대 벨기에 서부 투르네 지방에서 생산된 것이다.

 

“개인적인 취향으로는 영국 컨트리 하우스 스타일을 굉장히 좋아합니다. 영국 스타일을 분석해보면 절충주의적 관점이 돋보이거든요.” 루이젬에 있는 가구와 소품은 모두 판매되며 매일, 매 시즌 끊임없이 변화한다. “저는 이 집을 쇼룸보다는 작업실로 더 잘 활용합니다. 수집품들을 매치하고 배치하면서 새로운 디자인을 구상하고, 클라이언트를 초대해 구체적인 스타일을 경험하게 해주죠.” 드마이어는 인테리어에 있어서 색감과 텍스처를 중시하는데, 이는 대부분 패브릭을 통해 표현한다. 그는 이 집에 있는 오래된 마구간을 패브릭 쇼룸으로 만들고 동료들과 함께 각지에서 구한 패브릭으로 쿠션을 디자인한다. 앤티크 조명에 새로운 색상과 형태의 갓을 만들어줌으로써 새로운 컬렉션을 창조하기도 한다. 

 

화사한 햇살과 푸른 나무를 감상할 수 있는 온실 테라스. 야자수 화분은 프랑스 남부에서 생산된 도자기, 원형 우드 테이블은 빅토리아 양식의 앤티크다. 전면에 보이는 그림이 그려진 바 체스트는 1950년대 벨기에에서 제작된 것이다.

 

 프랑스 화가이자 조각가 피에르 퓌제(Pierre Puget)의 ‘밀롱 드 크로톤(Milon de Crotone)’ 작품 중 일부를 형상화한 석고상이 중심을 차지하고 있는 컬렉션 룸. 이 석고상이 놓인 테이블은 이탈리아 조각가이자 디자이너 안드레아 살베티(Andrea Salvetti)가 제작한 것이다. 대나무를 사용해 만든 의자는 네덜란드 디자이너 로테 판 라튐(Lotte Van Laatum) 작품.

 

벽면의 기하학적 패턴은 지금처럼 유행이 되기 전에 드마이어가 직접 그린 것이다. 길이가 5m에 이르는 우드 뷔페 체스트는 브뤼셀에서 구한 빈티지다. 벽면에 걸려 있는 그림은 네덜란드 화가 게르트 그라우스(Geert Grauss, 1882~1929) 작품이다. 

 

앤티크 딜러이자 인테리어 디자이너로 활동하는 장 필리프 드마이어. 벨기에 브루게에 있는 역사적 건물을 개조해 이곳에서 자신의 컬렉션을 매 시즌 새롭게 재해석해 선보인다. 

 

“저는 보기와 달리 굉장히 지역색이 강한 사람이에요.” 드마이어는 브루게에서 태어나 50대를 바라보는 지금까지 이곳에서 활동하고 있다. 원래 변호사가 되기 위해 법률 공부를 했던 그는 변호사 최종 시험을 치르고 난 다음 진정 자신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깨달았단다. “직업을 정하기 전에 제 인생에서 가장 큰 영향을 끼친 게 무엇인가 회상해보니, 만화 주인공 ‘땡땡(Tintin)’이 나오는 <유니콘호의 비밀>
이야기였어요. 제가 6세 때 읽은 만화책인데, 거기에 이런 그림이 있었어요. 땡땡이 한 고성의 벽을 부수고 지하실 안으로 들어갔는데 그곳에 엄청난 양의 앤티크 물건이 뒤섞여 있는 거예요. 당시 저는 그게 무슨 의미인지 깨닫지 못했지만 직업을 선택하려는 순간, 그 장면이 떠올랐어요!” 벨기에 만화가 에르제가 만든 ‘땡땡’은 모험심 강한 기자로 세계를 누비며 다양한 활약을 펼치는 캐릭터로 벨기에와 유럽에서는 아이들부터 어른까지 모두 알고 좋아한다(국내에는 상대적으로 덜 알려졌지만 현재 예술의전당 한가람디자인미술관에서 땡땡 탄생 90주년을 기념한 전시가 열리고 있다). 

 

패브릭 데커레이션을 좋아하는 드마이어는 방 하나를 패브릭 컬렉션으로 채웠다. 직접 수집한 앤티크 화병이나 조명 베이스에 실크 등과 같은 고급 소재의 패브릭으로 독특한 형태의 갓을 만들어 새 생명을 불어넣기도 한다. 

 

과감하게 그린 컬러로 칠한 벽난로가 돋보이는 도서관. 드마이어는 이곳에서 동료와 아이디어 회의를 하고 클라이언트를 만난다. 

 

럭셔리한 그린과 블루 계열의 색감을 조화시켜 색다른 매력을 연출한 거실 코너. 벽면에는 다양한 그림을 자유롭게 걸어놓음으로써 편안한 분위기를 완성했다. 

 

드마이어는 앤티크 딜러가 되기 위해 이 분야의 거장인 폴 드 그랑드(Paul de Grande)의 문하생이 되었고, 오랜 시간 내공을 쌓으며 자신만의 영역을 확장해나갔다. “이 집은 2005년에 구입해서 제가 하나둘 천천히 개조했어요. 가능한 한 옛 모습을 보존하고 그 안에 제 감성을 채워가려고 했죠.” 드마이어가 이 집을 그만의 파라다이스로 낙점한 데는 어릴 적 추억이 한몫한다. 10대 때 친구와 함께 자전거를 타고 놀러 간 곳 중 하나가 바로 루이젬으로, 덩굴에 뒤덮인 모습이 마치 동화와 만화 속 비밀을 간직한 집처럼 깊은 인상을 받았다고. “저는 마음에 드는 것을 발견하고 재해석하는 과정을 즐겨요. 그러나 어떤 때는 있는 그대로 존중함으로써 얻는 행복이 커요. 그런 의미에서 이곳의 인테리어는 언제나 제 호기심으로 바뀔 수 있지만 건물과 정원 등 집 존재 자체는 어릴 적 느꼈던 그대로 비밀에 둘러싸인 집이 되도록 ‘집착’할 거예요.”    

 WRITER LEE JUNG M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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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EDITOR : 설미현PHOTO : Kasia Gatkowsk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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