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OPLE TIMELESS EUROPEAN STYLE

하이엔드 클래식 인테리어 디자이너 사무엘레 마차가 1900년대 초 지어진 밀라노의 한 아파트에 궁극의 보금자리를 마련했다. 색채와 가구 디자인에 있어서 클래식을 고수하는 그가 직접 꾸민 집은 어떤 모습일까?

2019.01.04
페이스북 트위터 링크

인테리어 디자이너 사무엘레 마차가 연출한 자택 거실. 클래식한 유러피언 스타일을 존중하되 위트 있는 터치가 그의 특징. 천장까지 닿는 거대한 기린 조형물과 벽면에 당구공을 붙여놓은 것은 바로 그의 아이디어다. 정면에 보이는 푸른 벨벳 안락의자는 사무엘레 마차가 직접 디자인한 가구다.

 

블랙&화이트와 그레이 톤으로 연출해 프렌치 시크의 매력이 돋보이는 거실. 마차가 직접 디자인한 의자와 고전 건물 형태의 포슬린 조명 겸 화분이 눈에 띈다. 벽면에 걸린 흑백 사진은 귀도 아르젠티니(Guido Argentini) 작품이다.  

 

다이닝룸에서 바라본 거실. 벽면에 걸린 역동적인 남성의 모션을 담은 사진 작품은 파올로 트로일로(Paolo Troilo) 작품이다.

 

때로는 작은 것이 아름답다. 특히 이 집을 한마디로 설명하자면 작기 때문에 아름답다고 표현할 수 있겠다. 한마디로 다양한 미학적 담론을 구사하며 하이엔드 클래식 인테리어 디자이너로 유명한 이탈리아 인테리어 디자이너 사무엘레 마차(Samuele Mazza)는 얼마 전 밀라노에 자신을 위한 궁극의 집을 완성하며 이렇게 말했다. “제가 먼저 살던 집은 면적이 무려 1000m² 에 달했습니다. 그곳에 살면서 늘 무언가 잃어버린 듯 허전함이 컸어요. 하지만 지금 이 아파트는 200m² 조금 넘는 크기로, 심리적으로 안정된 분위기예요. 그러니까 진정한 ‘휴먼 스케일’을 지닌 공간이 아닐까 싶어요.” 마차의 집은 밀라노 중심부, 포르타 베네치아(Porta Venezia) 지역에 자리한, 20세기 고전 양식으로 지은 아파트다.

 

푸른 벨벳 의자가 있는 다이닝룸은 사무엘레 마차가 프로젝트로 만든 카펫, 해외여행 중에 구한 모로칸 전통 조명 등, 오랜 시간 열정을 쏟은 것으로 꾸민 점이 특징이다. 벽면에 걸린 푸른 잿빛의 인물화는 시칠리아에서 활동하는 화가 세르조 피오렌티노(Sergio Fiorentino) 작품이다. 아치형 도어 프레임은 원형 그대로 살린 것이다.

 

“이 집을 처음 마주했을 때 아주 많은 부분을 개조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심지어 곳곳에 매우 오래된 라디에이터가 그대로 남아 있었으니까요. 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아 유물 같은 라디에이터가 묘한 향수를 불러일으켰고, 저도 모르게 이 집이 지닌 고유의 정취에 빠져들었습니다.” 마차가 선택한 집은 20세기 유명 건축가 줄리오 울리세 아라타(Giulio Ulisse Arata)의 걸작 중 하나로 절충주의 형식이 돋보이는 팔라초 베리 메레갈리(Palazzo Berri Meregalli). 로마네스크, 고딕, 르네상스 양식이 혼재된 독특함 그리고 노출 벽돌과 아치 구조가 인상적인 한편 아르누보의 섬세한 조각장식까지 더해져 화려한 면모까지 갖춘 팔라초 베리 메레 갈리는 유럽의 모든 디자인 역사가 교차한다. “제가 한 인테리어 작업 중 가장 반응이 좋았던 것은 파리 오스만 양식의 아파트에서 볼 수 있는 부르주아적인 느낌을 살린 집이었어요. 한눈에 봐도 ‘멋있다’는 표현이 절로 나오는 스타일이죠.” 이 집은 매우 엄격하게 비례와 대칭을 중시한 고전주의 양식을 따른 곳이다. 거실과 다이닝룸은 고전적 스타일의 유리 거울 문으로 연결되고, 복도와 거실 사이 문의 상부에는 반원형 아치 장식이 자리한다. 구조적인 면에 있어서 실내는 잘 구획된 파리 오스마니안 가로수길의 교차점을 보듯 동선이 합리적일 뿐 아니라 각 공간의 가장자리까지 빛의 흐름이 균일하게 이어진다. 그래서일까, 이 집은 어떤 부분에서는 베를린이나 비엔나에 있는 듯한 느낌이 들다가도 파리 시내 한복판에 있는 아파트 같은 감각이 엿보이는 등, 한마디로 범유럽적인 특징으로 가득하다. “냉정하리만치 딱 떨어지는 고전적인 형식의 아파트를 ‘멋지게’ 만드는 방법은 과감하지만 간단해요.” 마차는 비례와 대칭으로 이뤄진 공간이 고루하고 답답해 보이지 않도록 보헤미안적인 위트와 파격이 담긴 ‘대위법’을 적용하기로 했다.

 

양쪽으로 창밖을 조망할 수 있는 침실. 이곳의 가구 역시 모두 사무엘레 마차가 하이엔드 클래식 스타일 가구 브랜드를 위해 디자인한 것이다. 왼쪽에 보이는 유럽의 전형적인 건물을 그려 넣은 옷장은 사무엘레 마차가 포르나세티의 위트 있는 디자인에서 영감을 얻어 착시 효과를 주기 위해 만든 것이다. 실제 침실에 있다 보면 창밖 건물이 실내에도 이어지는듯한 착각이 들기도 한다고.

 

“예를 들면 거실에 있는, 천장까지 닿은 거대한 기린은 초현실적인 분위기를 연출하죠. 기린과 대칭을 이루는 벽면에는 당구공을 붙였습니다. 개인적으로 당구를 좋아하는데 거실에 당구대를 들일 공간이 없는지라 그 아쉬움을 이렇게 표현했습니다. 벽에는 11개 볼이 붙어 있는데 나머지 4개 볼은 홀에 들어갔어요!(웃음)” 공간에 해학을 더하니 엄격한 고전주의 스타일은 재미있는 곳으로 숨통이 트이고, 부르주아 인테리어는 오히려 보헤미안 데커레이션을 부각시키는 도구가 된다. “설치 미술가 애니시 커푸어가 말했듯 심각하고 진지한 것은 유희와 일맥상통하는 것 같아요.” 마차는 해학적인 대위법을 사용하기 위해 중요한 기준점을 잊지 않았다. 그것은 바로 색채와 가구의 조합. 중성 톤의 푸른색과 회색으로 전체적인 공간의 균형을 맞춘 후 자신이 디자인한 클래식 스타일의 가구를 매치해 파리지앵의 분위기와 유러피언의 감성을 보기좋게 분배해놓았다. 그리고 재미있게도 몇몇 아이템은 포르나세티(Fornasetti)를 떠올리게 하는 디자인이라 눈길을 끈다. 특히 건축물을 모티프로 한 화분과 옷장은 디자인을 아는 사람들조차 착각하게 만들 정도. “사실 저는 이를 두고 포르나세티에 대한 오마주라고 표현해요.” 마차는 건물 형태의 키 큰 화분에는 조명 기능을 더했고, 옷장 도어에는 네오 클래식 스타일의 건축물 실사를 덧입혀 공간감을 확장하는 착시 효과를 연출했다. “침대 좌측에 건축물 실사가 더해진 옷장을 두었는데, 아침에 일어나면 마치 제가 1700년대 밀라노 광장 가장자리에 있는 듯한 착각이 들어요.” 

 

사무엘레 마차의 홈 오피스. 전체적으로 무채색으로 꾸민 가운데 얼굴의 한 부분을 클로즈업한 초상화 한 점과 돋보기 형태의 스탠딩 거울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그림은 세르조 피오렌티노(Sergio Fiorentino) 작품이며, 돋보기 형태 거울은 산업 디자이너 사머 알라민(Samer Alameen)이 만든 것이다.

 

1980년대 패션 디자인으로 출발해 경이로운 성공을 거둔 마차는 뉴욕으로 건너가 예술 공부를 더 했다. 그가 패션 디자인을 하면서 실망한 건 패션은 철저히 투자자의 베팅에 의해 제품을 만들고 유통에 초점을 맞춘 소비재 사업이라는 것. “저는 신발, 안경, 속옷까지 모두 예술적으로 재해석해 만듦으로써 이들이 단기적 소모품이 아닌, 일종의 추천사나 유물처럼 세대와 시간을 뛰어넘는 디자인이 되기를 원했습니다.” 타임리스 디자인에 대해 고민하던 그가 관심을 갖게 된 것이 인테리어 디자인이었다. 무대 세트 디자인으로 출발한 그는 2001년 자신의 인테리어 컬렉션을 집약한 ‘비조네리 홈 필로소피(Visionnaire Home Philosophy)’ 갤러리를 밀라노 중심부에 오픈했고, 얼마 지나지 않아 하이엔드 클래식 스타일 가구를 선보이는 독자적 브랜드로 성장했다. “2013년에는 영화 <베스트 오퍼>에 들어가는 가구도 디자인했죠. 1930년대 아르데코 양식에서 영감을 얻어 만든 것인데 이 가구는 특정 시대를 보여주는 무대 장치가 아닌 현실에서도 유효한 디자인입니다.” 유럽의 디자인 역사를 담고 있는 아파트에 자신만의 확고한 미의식을 펼쳐놓은 사무엘레 마차. 그는 모든 것이 조화를 이룬 이 집에서 삶의 평화를 변함없이 누릴 수 있다면 이보다 더 뛰어난 타임리스 스타일은 없을 것이라 확신한다.

 

패션 디자이너에서 인테리어 디자이너로 변신해 가구와 카펫 등 공간을 꾸미는 다양한 아이템을 디자인하며 라이프스타일을 선도하고 있는 사무엘레 마차(Samuele Mazza).
 

빛이 들지 않는 복도 벽면에는 실버 톤의 액자에 담은 사진가 귀도 아르젠티니(Guido Argentini)의 ‘Argentum’ 연작이 빼곡히 걸려 있다. 조명은 북유럽 빈티지 컬렉션.

 

프렌치 시크와 클래식 터치를 절묘하게 결합해 세련된 분위기를 완성한 욕실. 여행용 트렁크를 모티프로 한 가구를 수납 가구로, 골드 액자에 담긴 현대 미술 작품을 욕실에 걸어 놓을 수 있는 건 ‘용기’가 남다른 사무엘레 특유의 스타일이라 할 수 있다.

 

 

 

더네이버, 공간, 인테리어, 사무엘레 마차

CREDIT

EDITOR : 이정민PHOTO :

아이매거진코리아닷컴, 더네이버, 동방유행
©imagazinekorea.com,
©theneighbor.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